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
김탁환 지음 / 돌베개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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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라는 사고가,

대통령 탄핵에 이르기까지 사건으로 번진 데에는,

사고를 은폐하고 조작하며 억압하는 정치에 대한 불신이 기반에 깔렸다.

 

그 3년간, 고통받아왔던 유가족, 형제들, 그리고 아무 관련이 없어보이지만

세월이란 말만 들어도 눈물이 그렁거렸던 국민들의 마음은 무엇으로도 달랠 수 없다.

 

그렇지만,

희생자들의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었고,

그 아픔을 함께 보듬었으며,

잊지 않고, 억압 속의 암흑에서 진실 규명을 위해 싸우겠노라고

광화문을 떠나지 않고 버틴 날들의 편린이 이 책에 가득하다.

 

국회의원으로 나서는 박주민 변호사를

탈바가지 쓴 유가족이 응원하며 춤추기도 하고,

사진 작가를 꿈꾼 아이를 대신하여 작가와 함께 생일잔치를 하기도 한다.

아이들을 구하러 갔다가 숨진 선생님을 기리면서

교사의 길을 걷는 아이도 있고,

작가로서 스스로의 갈등까지 소설로 풀고 있다.

 

세월호가 인양되었고,

고창석 선생님 유골이 발견되었다 하고...

차츰 미수습자 수색도 진전되고 있지만,

아직도 왜 그날 해경은 누구도 적극적으로 구조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방송은 왜 오보와 거짓보도로 일관했는지,

재판 과정이나 조사과정은 왜 그토록 의혹 투성이인지...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던 조사위원회를 없애기만 한 정부에 대하여,

특별 조사를 해야 할 것이다.

 

이제 시작이다.

누군가는, 이제 그만하자고 하겠지만,

그만하자고 하는 자는

보기싫은 것은 보지 않으려는 기회주의자에 불과하다.

 

더 많이 쓰고

더 많이 읽혀야 한다.

비극의 근원을 더 밝히고, 처벌하지 않으면,

불행은 반복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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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17-05-17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탁환님의 새 책이 나왔군요!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글샘 2017-05-18 13:04   좋아요 0 | URL
네. 전에 비해 세월호 이후 김탁환의 시선이 매서워졌습니다. 슬프지만 좋은 변화인 것 같아요.
 
평원
비페이위 지음, 문현선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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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지사로 만난 비페이위.

맹인 마사지사들의 삶에서 느껴지는 애증이

숨소리까지 살아날 듯이 그려진 소설이어서, 그의 평원을 만났다.

 

1976년, 문화대혁명기의 농촌,

식상할 것처럼 보이는 주제일 수도 있지만,

이 소설에서는 시대보다는 사람이 돋보인다.

 

550페이지에 달하는 장편이지만,

정말 재미있고 우스운 이야기들로 가득해서

인물들의 해학적이고도 비극적인 삶이 아련한 추억처럼 남는다.

 

농촌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이 생동감을 입고 숨쉬는 듯 그려지기도 하고,

싼야와 두안팡의 불타오를듯한 열정,

그리고 허망하게도 죽음에 이르는 스토리들이

멀리서 고리를 물고 이어지는 이야기들을 만나는 일은 즐거웠다.

 

삶은 두부 한 모와 같다.

삶은 시간한테 뺨따귀를 얻어맞고 새하얗게 부서져 날아간다.

도로 맞출 수 없는 그 부스러기야말로

삶의 진정한 형태로,

솥 안에서 흩어진 다음에는 서로 아무런 관련이 없다.

다시 한 그릇에 담기고 나서야

결국 하나의 두부에서 부서진 것임을 인정받지만

원래의 네모반듯한 모습을 떠올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것은 시고 달고 쓰고 맵다. 뜨겁다.

한입 먹으면 뜨거운 눈물이 그렁그렁해진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추억을 남기는 것뿐이다.

그것뿐이다.(475)

 

읽다보면,

그것은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그대로 시가 되는 것 같다.

 

생동하는 인물들의 역동감을 느끼다 보면,

비극적인 시대조차도 싱그러운 땅의 냄새에 묻힐 듯 싶다.

 

삶은 어찌 흘러갈지 모르는 것이다.

지적인 인물로 그려지던 우만링의 결말을 보나,

링거로 사이다를 만들던 의사의 이야기를 보나,

평원에 지천으로 피어있는 들풀들처럼,

삶은 추억을 남기는 시간들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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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방현석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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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란 단어가 도처에 그렇게 많은줄,

그날 이후 알았다.

세월가면 잊혀질까, 세월이 약이겠지요.

하세월을... 세월, 세월... 우리가 참 많이 쓰는 단어였구나...

 

결국 세월호의 침몰이 개자식들을 침몰시켰다.

새 대통령이 되어 며칠만에 국정교과서를 없애고,

기간제여서 차별받던 교사들을 스승의날 선물로 대우하고,

해수부는 결국 세월호를 끌어올려 이제 유골이 하나씩 발견되고 있다.

 

한없는 슬픔이 먹먹한 가슴 가득 차서

세월이라는 그 이름을 부르지 못하게 한다.

 

그렇지만 기록해야만 하는 이야기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단원고 약전을 비롯하여, 수많은 세월호 기록들, 작품들이 나와야 한다.

 

개자식들, 부반장만한 양심도 책임감도 없는 개자식들....(62)

 

개자식들은 아직도 짖어대고 있다.

문대통령의 행보에 못마땅한 자들은,

개떼처럼 몰려들고, 문빠들에게 욕지거리를 한다.

유시민도 어용 진보 지식인이 되겠다고 했을 정도로 국민의 여망은 변화에 놓여있다.

 

대통령의 최측근들이 벼슬자리를 버리고 귀거래하는 모습을 보고,

원로인 박찬종이 극찬을 했다.

대통령의 독단에 욕을 하는 자유당에게... 니들은 비판할 자격이 없다...고 일갈했다.

동감이다.

 

안수찬같은 찌질이들이 내뱉은 말들...

물론, 민주당이라고 얼마나 진보적이지도 않지만,

적어도 부패세력을 정화하려는 노력이 지난 1주일 보이지 않았는가...

 

꿈에 부풀어 제주에서 새 삶을 꾸리려던 한 가족의 이야기는 마음아프다.

아직도 아버지와 아들은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베트남의 바다와 진도 앞바다는 다른 바다가 아니다.

그곳이 그곳이다.

그 물이 그 물이다.

세상 이치 참 쉬운데, 더러운 것들은 배배 꼬이기만을 바란다.

 

삶이 좀 더 쉬워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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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소원은 전쟁
장강명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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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은 창조의 아버지다.

다양한 북한 이야기를 엮어서 흥미로운 소설을 썼다.

 

북한 붕괴와 이어지는

마약 문제, 평화유지군 문제, 남북의 소통에 대한 문제를 생각해 보게 한다.

 

평화 통일과는 거리가 먼,

범죄 조직으로서의 북한사회를 그린 것도 재미있는 발상이기도 하다.

질서가 무너진 곳에

당연히 등장하는 폭력조직,

그리고 자본에 물드는 공산주의자들...

 

자본주의는 솔직해서 좋았다.

지상낙원이니 뭐니 하는 헛소리는 하지 않았다.

자본주의는 가능할 것 같아서 좋다고도 생각했다.

이전까지의 세계는 오래갈 수 없는,

근본적으로 작동이 불가능한,

부품이 몇 개 빠진 기계같은 것이엇다.

신천복수대도, 조선인민군도, 김씨 왕조도...(203)

 

식민지와 외세의 시절을 겪고

남도 북도 기형적인 형태의 국가가 되었다.

통일이나 붕괴 이후에는 더욱 기괴한 형태가 되리라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일.

 

운전 솜씨에서 삶에 대한 어떤 자세 같은 게 드러날 수 있다는 사실...(128)

 

잭 리처...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장리철...의 창조는 장강명의 훌륭한 점이다.

 

장리철이 개마고원으로 들어간 이후의 스토리가 몹시 궁금해진다.

속편을 기대할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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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 취임사 (제72주년 광복절 경축사 추가) 알라딘 싱글즈 특별 기획 3
대한민국 / 알라딘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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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다듬은 유장함은 없지만
도리어 그래서 뜨겁다.

추한것들이 떨겠다.

멋진 취임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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