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벳불교의 향기
최로덴 지음 / 대숲바람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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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달라이 라마의 고향, 그 티벳 불교의 모습의 일단을 볼 수 있을까 기대하고 펼쳐본 책은 좀 난삽하다.

중공의 침략 이후로 티벳은 신비의 베일 속으로 가려져 버려서 그 모습을 알기 힘들긴 하지만, 이 책은 불교의 소승, 대승, 금강승의 차이와 가르침을 분별하는 이론서로서 보다는 티벳 불교의 수행자로서 티벳 불교의 이론적 문학적 결과물을 묶은 책이다.

달라이 라마의 글을 읽어 보면, 뭐 이런 쉬운 글이 다 있나 싶을 정도인데, 이 책은 읽기에 쉽지 않다.

불교의 논리에 접근하는가 하면, 티벳 불교에 대한 설명이 등장하고, 그런가 하면 티벳 불교의 밀교적 용어들이 등장한다. 아마 내 마음이 혼잡하여 이 책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때 읽었던 모양이다.

이 책의 표지에 <청소년 권장 도서>라고 한국 간행물 윤리 위원회가 은박 라벨을 붙여 두었는데, 과연 이 책을 읽는 청소년이 얼마나 될지... 좀 웃음이 날 지경이다. <윤리>적으로는 <권장>할만한지 몰라도, 수준은 청소년에게 책을 멀리하도록 권장할 용이 아니라면 권하기 부담스런 책이다.

이 책에서 가장 앞에 등장하는 다음 구절이 마음을 쿵, 친다.

알고 가는 길은 멀지 않습니다.
두려움은 게으른 자의 변명일 뿐입니다.
그 길의 끝에 서면 당신도 역시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입니다.

쉽게 접할 수 있는 불교의 전통이 <선승>의 그것이어선지, 실크로드에서 풍기는 사막 냄새나는 불교가 낯설기도 하지만, 그 근본이 같다는 것만 확인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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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 움베르토 에코의 세상 비틀어 보기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움베르토... 다음엔 왠지 쎄베리... 뭐, 이런 광고 이름이 떠오른다. 옷 광고였던가.

아무튼,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푸코의 추, 바우돌리노 같은 읽기 곤란한 책들을 쓰는 그의 이름을 걸고 참으로 허접한 책을 써 냈다.

그의 날카로운 통찰력, 눈치, 섬세함은 그가 천재임을 알려 준다. 혹자는 천재가 이런 농담을 해도 좋은지에 의심의 눈초리를 돌리는 자 있을는지 모르지만, 천재가 아니고서는 농담을 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다.

그같은 천재이기에, 세상 모든 인간은 바보다! 하고 외쳐도 나는 기분 나쁘지 않다. 그려, 난 너에 비해 바보일 수밖에 없지... 하고 시인하게 만드니깐.

그런데, 바보같은 인간들이 가득한 세상이 또 얼마나 <짜증나는 세상>인지를 천재인 그는 이해해 주신다. 그래서 <바보로 가득찬 짜증나는 세상>에서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을 직접 지도해 주시는 책이 이 책이다.

그런 만큼, 이 책은 풍자와 위트로 가득하다.

고지식한 세상 사람들에게 에코는 슬쩍 비트는 수법을 통하여 풍자의 메스를 들이댄다.

아주 작은 일기들이란 칼럼과, 나쁜 백과 사전이란 뜻의 카코페디아의 의도는 세상을 비틀어 보는 시각의 오묘함을 잘 보여준다.

자유롭게 살면서도 늘 바쁜 것에 불만이 가득한 움베르토 에코의 글들을 읽으면, 고지식한 나를 돌아볼 수도 있고, 고정관념에 가득한 내가 안심되기도 한다. 세상은 그렇고 그런 작고 어리석은 사람들로 가득하다는 군중 심리에 파묻혀서 말이다.

유쾌, 상쾌, 통쾌한 문체를 통해서 세상을 보는 방법. 칼럼이라면 진지하고 잰체하는 것인 줄 아는 한국 필자들에게 똥침을 놓아주고 싶은 그런 시원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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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만루홈런 2006-06-06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한번 읽어볼 만하겠는데요? 전 읽을려다가 말았는데.. 다시 읽어봐야겠습니다..

글샘 2006-06-06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보세요. ㅋㅋ 좀 엉뚱한 사람이지만 멋진 사람임을 확인할 수 있는 책입니다.
 
티벳불교의 향기
최로덴 지음 / 대숲바람 / 2005년 2월
품절


분노와 욕망 등의 적들은
팔다리 어느 것도 갖추지 못하고
용기와 현명함도 갖추지 못했는데,
어찌하여 나를 노예로 삼았는가.

내 마음에 머무는 동안
쾌락으로 나를 해하는데
그런데도 싸우지 않고 인내함은
이유없이 참고 있는 치욕일 뿐이네.-91쪽

승리자의 아들, 보살의 37 수행법...
톡메 상뽀 작시

1. 가만의 얻기 힘든 큰 배를 얻은 이 때에
나와 남을 윤회의 바다에서 건지기 위해,
밤낮으로 게으르지 않으며
문사수를 행사는 것이 보살의 수행입니다.

가만 : 지옥, 축생, 아귀, 장수천, 변방(법의 불모지), 몸의 불완전, 사견, 여래없는 때에 나지 않았음의 8유가와, 인간, 중심지, 몸의 온전, 최고악업 짓지 않음, 불법을 믿음, 부처님, 정법, 가르침을 펴기 위해 머무심, 법의 수레를 굴림, 법을 수행한 인연이 있는 것의 10원만.
聞思修 문사수 : 불교의 교육과 수행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중요한 용어, 듣고 생각하여 수행한다는 뜻.-69쪽

2. 친구를 향한 애착은 물처럼 요동치고,
적을 향한 증오는 불처럼 타오르며,
취사 取捨를 망각한 우매함은 캄캄한 어둠과 같으니,
고향을 떠나는 것이 보살의 수행입니다.-70쪽

3. 환멸의 땅을 떠나면 번뇌는 점점 줄어들고,
방만하지 않으면 선행은 저절로 늘어나리니,
이지에 밝아 법에 대해 왁연히 알고서
고요함을 가까이 하는 것이 보살의 수행입니다.-71쪽

4. 오랫동안 가깝던 친구들과 헤어지고
애써 일군 재물을 뒤로 한 채
몸이라는 숙소에서 의식의 손님이 떠나가니
이 생을 기꺼이 희생하는 것이 보살의 수행입니다.-71쪽

5. 누군가와 함께하면 3독은 늘어가고
문사수를 행함은 점점 줄어드니,
자와 비를 사라지게 하는
나쁜 친구를 멀리하는 것이 보살의 수행입니다.-71쪽

6. 누군가와 가까이 하면 잘못이 줄어들고
공덕이 상현달처럼 차오르니
선지식을 자신의 몸보다 더
귀중히 여기는 것이 보살의 수행입니다.-71쪽

7. 자신도 윤회의 감옥에 갇혀 있는
세속의 신이 누구를 보호하리까.
그러므로 그곳에 의지하면 흔들리지 않는
3보에 귀의하는 것이 보살의 수행입니다.-72쪽

8. 너무나 참기 힘든 악취의 고통들은
악업의 과보라고 석가모니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므로 묵숨이 끊어져도 악업만은
결코 짓지 않는 것이 보살의 수행입니다.

악취 惡趣 : 3악취, 또는 3악도라고 부른다. 하열한 번뇌 속에서 윤회하는 지옥, 아귀, 축생 같은 중생을 말한다.-72쪽

9. 3계의 안락은 풀잎의 이슬 같아서
한순간에 사라지는 법이니
결코 변치 않는, 수승한 해탈과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보살의 수행입니다.-72쪽

10. 무시이래 언제나 나에게 인자하셨던
어머니들이 고통받고 있는데, 나만 즐거우면 무엇하리까.
그러므로 가없는 유정을 제도하고자
보리심을 일으키는 것이 보살의 수행입니다.-72쪽

11. 일체의 고통은 자신의 안락을 원하여 생겼고
원만하신 부처님은 이타심에서 나셨나니,
그러므로 나의 안락과 남의 고통을
참으로, 뒤바꾸는 것이 보살의 수행입니다.-73쪽

12. 누군가 큰 욕망의 힘으로 나의 재물을
모두 강탈하거나 강탈하려 한다 해도
몸과 재산과 3세의 모든 선을
그들에게 회향하는 것이 보살의 수행입니다.-73쪽

13. 나에게는 잘못이 조금도 없는 것 같은데
누군가 나의 목을 벤다 할지라도
자비의 힘으로 그들의 죄업을
내가 대신 받는 것이 보살의 수행입니다.-73쪽

14. 누군가 나를 갖가지로 비방하고
3천세게에 두루 퍼드려도,
자애로운 마음으로 다시
그의 공덕을 말하는 것이 보살의 수행입니다.-73쪽

15. 많은 중생이 모여 있는 가운데서 누군가가
감춰진 잘못을 들추어내고 나쁜 말로 떠들어도
그에게 선지식을 대하듯이
겸손하게 공경하는 것이 보살의 수행입니다.-73쪽

16. 내 아들처럼 귀하게 돌보던 사람이
나를 원수처럼 바라본다 하더라도
병으로 드러누운 자식을 돌보는 어머니와 같이
더욱더 사랑으로 대하는 것이 보살의 수행입니다.-74쪽

17. 자신과 비슷하거나 부족한 사람이
아만의 힘으로 무시한다 하더라도
스승처럼 여기어 겸양으로
나의 정수리에 모시는 것이 보살의 수행입니다.-74쪽

18. 삶이 빈곤하여 언제나 사람들이 무시하고
힘겨운 병마로 드러눕는다 하더라도
모든 중생의 죄업과 고통을 내가 짊어지고서
비굴하지 않는 것이 보살의 수행입니다.-74쪽

19. 명성을 얻어 많은 중생이 공경하고
다문천왕의 재물만큼 쌓는다 하더라도
윤회계의 번영이 허망함을 보고서
자만하지 않는 것이 보살의 수행입니다.-74쪽

20. 자신의 분노라는 적을 다스리지 못하면
외부의 적을 조복받는다 하더라도 적은 늘어만 가리니
그러므로 자와 비를 무기로
자기의 흐름을 제어하는 것이 보살의 수행입니다.

자기의 흐름 : 불교 용어로는 자상속 自相續이라고 한다. 즉, 자신이라고 믿는 인식을 계속해서 이어가는 연속적인 흐름-75쪽

21. 원하던 맛은 소금물과 같아서
얼마를 즐기든지 갈증은 늘어만 가리니
무언가 애착을 일으키는 대상들을
지금 바로 끊는 것이 보살의 수행입니다.-75쪽

22. 어떤 식으로 대상이 나타나든 이들은 자신의 마음일 뿐,
마음의 성품은 처음부터 변희론을 떠난 것이니
이것을 알고 나서 대상과 주체의 흔적들을
마음에 짓지 않는 것이 보살의 수행입니다.

변희론은 중도를 벗어난 극단적인 사견들을 말한다. 8변희론은 生, 滅, 常, 斷, 去, 來, 一, 異-75쪽

23. 마음에 다가오는 경계와 만난다는 것은
여름날의 무지개와 같아서
아름답게 나타난다 하더라도 진실은 볼 수 없나니,
이에 애착을 버리는 것이 보살의 수행입니다.-76쪽

24. 갖가지 고통이란 꿈속에서 자식이 죽는 것과 같이
환영을 진실로 여기는 것, 아, 피곤하여라.
그러므로 악연을 만나게될 때,
미혹하는 환영으로 보는 것이 보살의 수행입니다.-76쪽

25. 깨달음을 원하여 몸마저 버리는 것을
외부의 사물이야 무슨 말이 필요하리까.
그러므로 돌아올 과보를 바라지 말고
보시를 베푸는 것이 보살의 수행입니다.-76쪽

26. 지계가 부족하여 자신도 이롭게 하지 못하면서
타인을 이롭게 하려는 소망은 웃음거리
그러므로 윤회계를 갈망하지 않고,
계율을 지키는 것이 보살의 수행입니다.-76쪽

27. 선근복덕을 바라는 보살에게는
해롭게 하는 모든 것이 공덕의 보고와 같네.
그러므로 모든 것에 대한 원망과 미움 없이
인욕을 익히는 것이 보살의 수행입니다.-76쪽

28. 자신의 이익만을 이루려는 성문이나 연각도
자신의 머리의 불을 끄기 위해 애쓰는 것을 본다면
모든 중생을 위하는 공덕의 근원인
정진을 시작하는 것이 보살의 수행입니다.-77쪽

29. 지를 잘 갖춘 관으로
번뇌가 영멸함을 알고서,
4무색계도 확연히 뛰어넘는
선정을 익히는 것이 보살의 수행입니다.-77쪽

30. 지혜가 없는 다섯 가지 바라밀로는
완전한 깨달음을 성취할 수 없나니,
방편을 갖추어 3륜을 분별하지 않는
지혜를 수행하는 것이 보살의 수행입니다.-77. 쪽

31. 자신의 미혹을 스스로가 구별하지 못하면
수행자의 형상으로 비법을 행할 수도 있나니
그러므로 언제나 자신의 미혹함을
구별하여 끊는 것이 보살의 수행입니다.-78쪽

32. 번뇌의 힘으로 다른 보살들의
허물을 말한다면 자신만 쇠락하리니
대승의 길에 들어선 사람의
허물을 말하지 않는 것이 보살의 수행입니다.-78쪽

33. 재물이나 명예를 얻기 위해 서로를 헐뜯으면
문사수를 행함이 쇠락하리니
친척 집과 시주 집들에 대한
탐착을 끊는 것이 보살의 수행입니다.-78쪽

34. 거친 말로 다른 이의 마음을 해롭게 하면
보살의 품행은 쇠락하리니
그러므로 다른 이의 뜻에 맞지 않는
거친 말을 끊는 것이 보살의 수행입니다.-79 쪽

35. 번뇌에 익숙해지면 대처하여 막아내기 힘드니
억념하는 사람은 대처의 검을 쥐고서
탐착 등의 번뇌가 처음 일어나자 마자
들어내어 제거하는 것이 보살의 수행입니다.-79쪽

36.요약하면, 어디서 어떠한 행동을 한다 하더라도
자신의 마음 상태가 어떠한지, 그렇게
언제나 억념을 바르게 챙겨서
이타를 완성하는 것이 보살의 수행입니다.-79쪽

37. 이와 같이 정진하여 성취한 선은 모두
가없는 중생의 고통을 멸하기 위한 것이니
3륜이 청정한 지혜로
깨달음을 회향하는 것이 보살의 수행입니다.-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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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해콩 > [퍼온글] 4일(일) 저녁 8시, KBS스페셜에 주목!

 

4일(일) 저녁 8시, KBS스페셜에 주목!
 
[한미FTA저지특별기획](25) - 이강택, 'FTA 12년, 멕시코의 명과 암'

 

유영주 기자 yyjoo.net
31일 오후 KBS에 들러 이강택 피디를 만났다. 이번 주말 KBS스페셜에 방영할 'FTA 12년, 멕시코의 명과 암'을 편집하고 있었다. 이강택 피디는 한미FTA 이슈가 불거진 2-3월 경 한미FTA와 관련한 기획에 들어갔다. 최초 기획은 3부작 정도로 생각했으나, 여건상 멕시코 현지 취재 한 편에 문제의식을 압축적으로 담았다고 밝혔다.

알려진 대로 멕시코는 1994년 NAFTA 발효 이후 지금까지 자유무역협정이 가져다준 결과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이강택 피디는 멕시코 전역을 누비며 NAFTA 이후 멕시코 인민들의 삶의 현장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한다.

KBS스페셜 'FTA 12년, 멕시코의 명과 암'은 4일(일) 저녁 8시 KBS 1TV를 통해 방영된다. 멕시코 현장을 어떻게 담아왔는지 무척 궁금하다. 한미FTA 문제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 모두 시청하길 바란다. 한미FTA 추진에 혈안이 된 '묻지마' 자유무역주의자들도 이날은 정신 차리고 이 방송을 꼭 볼 것을 권한다.


제작 배경과 문제의식

지난 번 남미에서 한 차베스와의 인터뷰 등을 통해 당시 남미에서 신자유주의가 어떻게 퇴조하고 있는가를 취재한 적 있었다. 작년 말부터 FTAA(전미자유무역협정)가 어떻게 브레이크 걸렸는지를 국내에서 취재하던 중이었는데, 그러다 올 2-3월 경 한미FTA를 추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지 당황스러웠다.

당시 '전략적 유연성' 문제와 한미FTA 두 가지 중 하나를 집중해서 다룰 생각이었다. 둘 다 제대로 다뤄서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여건상 한미FTA 문제를 택했다. 남미에 가서 보면 자유무역협정에 따른 현실이 명확하게 보인다. 멕시코도 그럴 거라 해서 FTA쪽을 뚫었다. 평택은 다른 동료들에게 맡겼다. 당시에는 한 3부작 정도로 생각했다. 하나는 멕시코의 사례, 하나는 한미FTA가 우리 사회 각 부문에 미칠 영향, 하나는 한미FTA 문제 종합 등으로 구성하려 했다. 그런데 한미FTA의 심각성과 중요성에 비해 당시 방송사 내부 분위기가 너무나 조용했고 관심 밖이었다. 제작기간과 제작여건 탓에 기획을 규모있게 가져가기 어려웠다. 그래서 4월 중순쯤 멕시코를 통해 명확히 보여주자는 것으로 정리했다.

제작 초점

두 가지였다. 도대체 FTA가 뭐냐 라는 거다. 우리가 다 짐작하듯이 FTA는 초국적자본에게 무한한 자유와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개도국의 국민경제가 미국 초국적자본에 의해 부문별로 포섭되거나, 포섭 안되면 배제되는 걸 의미한다. 내국인 대우 문제나 이행의무 금지 문제나 하나하나 놓고 보면... FTA의 결과로서 국민경제 해체 현상을 가장 잘 보이는 곳이 멕시코다. 멕시코의 조건이 한국과 동일하지는 않겠지만 미국과의 FTA가 간다고 했을 때 본질에서는 다르지 않다고 본다. 그래서 미국과 FTA를 추진하려는 한국 사회에 엄중한 경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 취지를 담았다. 민중의 생존권에 얼마나 심대한 위협을 가져오게 될 것인지... 대다수 민중들이 영원히 배제되는 것인데, 잊혀지는 것인데...

생각만큼 충분히 담았는지

프로그램에서 충분하다거나 완벽하다는 건 없는 것이고, 다만 애초 목적한 바를 보여주는 정도로는 어느 정도 성공했지 않았나 싶다. 사실 남미 취재는 여러 가지 어려운 측면이 있다.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약속을 안 지킨다거나, 국가나 정부가 워낙 권위주의적이라 접근이 어려운 점 등이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짚어야 할 요소는 확실히 짚었다고 본다.

멕시코의 현실은 이미 여러 기고나 자료 등을 통해 상당히 잘 알려져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멕시코 현실을 보는 시각도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우리 취재팀이 현지에 취재차 머무른 기간이 18일, 국경을 비롯해서 거의 전역을 돌아다녔다. 일단은 전체적인 취재가 되었고, 특정한 부분만 보고 뻥튀기를 하지는 않았다. 현장을 돌면서 멕시코의 모습을 직접 확인했으므로 현장의 생생함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노점상

예를 들어 멕시코 하면 노점상 이야기가 많이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거의 모든 지하철 역과 가로에 노점상이 있다. 길 양쪽 모두 노점상으로 빽빽하게 들어차 걸어다니기조차 어렵다. 말 그대로 노점상 천지다. 왜 이렇게 되었겠나. 노점상이 본격적으로 쏟아지기 시작한 시점이 FTA 시작하는 시점과 비슷하다. 노동자, 농민, 화이트 출신들 다 일자리를 잃어버렸다. 멕시코에는 실업수당이 없다. 정리해고 당하면 구직활동을 하기 마련이지만 멕시코에는 구직활동을 할 여유가 없다. 자기 있는 것이라도 내다 팔지 않으면 굶어죽을 형편이다.

멕시코 시티 가로에 꽉들어 찬 노점상들. 인도는 노정상들이 점유하고 차도에 사람과 차가 얽힐 정도다.
 홍보 동영상

대통령 궁 옆 골목의 노점상. 4000만 경제활동 인구 중 정규직은 1300만에 불과하다.
 미키

온갖 종류의 돈벌이가 있지만 안정된 직업은 찾아보기 어렵다. 주차 대행 하고 몇 푼 받거나, 신호등에 차가 서면 광대짓을 해서 팁을 받기도 하고, 유리창 닦기를 해서 돈을 버는데 떼거지로 몰려든다. 아침에 신문 팔고 껌 팔고, 이 사람들이 로타리에 가면 그룹으로 몰려있다. 가족들이 다 나와있다. 멕시코는 초등학교까지만 의무교육이 되어 있는데, 아이들이 학교에 갈 생각을 포기한다. 애들이 길거리에 널려 있다. 일부는 저임노동 현장으로 인입되고... 그러니까 교육이라는 게 학교에서 돈만 안 받는 걸로 되는 게 아니고 가정과 사회 학교 차원의 인프라가 있어야 가능한데 그게 없는 것이다.

장벽과 이민

멕시코 이민 문제는 영화에도 많이 등장하고 워낙 국제적인 이슈이기도 하다. 실제로 장벽에는 수백 개의 희생자 추모 십자가가 있고 십자가마다 이름이 다 써 있다. NAFTA 이후 해마다 숨진 사람들의 숫자가 관에 쓰여 있다. 국경이 장벽을 두고 불과 20미터인 데도 있다. 전자감응장치 등 경비가 삼엄하지만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가깝다. 티후아나 시에서는 밤에 국경을 넘으려는 사람을 직접 만나기도 했다. 경비대와 숨바꼭질을 하고 있더라. 이렇게 국경을 넘은 멕시코 이민 인구가 무려 130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미국-멕시코 국경. 멕시코쪽의 벽은 낮으나 미국 쪽의 벽은 훨씬 높다.
 미키

미국-멕시코 국경(일명 또르띠야 장벽)에 결려있는 십자가. 월경하다 사망한 사람들을 추모하는 의미. 그 옆의 관에는 연도별 희생자 수가 기록돼 있다.
 미키

멕시코와 미국의 국경이 3200킬로미터로 휴전선의 10배에 가까운데, 도시 지역에는 멕시코 쪽 장벽과 미국 쪽 장벽 두 개가 있고 미국 쪽이 높게 되어 있다. 사막 지대에는 철조망만 있다. 접근이 힘드니까. 강 있는 데는 대충 표시만 해놨고. 옛날에는 도시 쪽 장벽을 많이 넘었는데 워낙 통제가 심해지니까 최근에는 사막으로, 물로 향한다. 사막으로 가다 탈수로 많이 죽는다. 낮 기온이 50도를 넘어가니까. 물에서 헤엄치다 죽고, 미국 국경 넘어가다 총에 맞아 죽기도 하고... 이래저래 국경에서 죽는다.

미국 국경의 장벽 근처에서 넘어갈 기회를 엿보는 불법 월경자들
 홍보 동영상

왜 죽음을 무릅쓰고 넘어가겠나. 농촌을 떠나 먹고살려고 마킬라도라로 향한다. 일자리 찾으려고 국경도시로 온다. 일단은 일자리가 있으니까. 그런데 와봤자 노동조건이란 게 사람 살 데가 아니다. 산에다 무허가 판자촌을 지어 산다. 물가는 하늘을 찌른다. 일자리는 없고 인구는 많으니 저임 압박이 생기고... 물론 다른 지역보다 조금 더 받기는 한다. 멕시코 최저임금이 4달러가 조금 넘는데 여기 사람들은 보통 6-8달러 정도 받는다. 그런데 이걸로 생활이 안 되니 당연히 잔업을 하고, 보통 12시간 이상 일 한다. 그렇게 해서 겨우 먹고산다.

티후아나 시에 있는 어느 집을 방문했다. 방 하나에 11명이 모여 살고 있었다. 침대에 애들 셋, 소파 양쪽 두 개 합쳐서 세 명이 자고, 나머지 5명은 한쪽에 세워놓은 메트리스를 깔고 잔다. 물도 안 나온다. 이 사람들 취재하려 했더니 자기 신원은 밝히지 말아달라고 하더라. 그나마 회사에서 짤릴까 봐. 이게 마지막 생존 현장인데 거기서 안 되면 국경을 향하는 거다.

멕시코의 FTA 협상

한마디로 NAFTA는 함정이고 사기극이다. 정부 관료들이 NAFTA가 되면 좋은 일자리가 많아질 것이고 멕시코는 선진국이 된다고 떠들었다. 장벽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질 거라 했다. 살리나스가 전국을 순회하면서 그렇게 떠들고 다녔던 거다. 88년부터 93년 말까지가 살리나스 재임기간인데, 그때 로드맵 다 추진되었다. 처음부터 농업보조금 없애고 가격지원제도라 해서 비료나 종자나 정부보조 통해 사전정비작업 했다. 멕시코 농민들은 공유지 중 일부를 불하받는 권리를 갖고 있었는데 90년대 초반에 이 법도 다 바꿔버렸다.

빼앗긴 공유지를 돌려달라고 한달이 넘게 멕시코시티 레포르마 대로에서 나체 시위를 벌이고 있는 베라크루스 주의 농민들. 그들의 절박함을 상징한다.
 홍보 동영상

NAFTA 홍보 팜플렛 만들어서 살포하고, 티비 공익광고 때리고, 학자들 시켜서 각종 통계 왜곡하고 온갖 짓거리 다 했다. 미국이 옥수수는 요구안에 포함을 안 시켰는데 멕시코 정부는 협상하면서 알아서 다 챙겨주었다. 미국과 멕시코가 협상한 게 아니라 미국끼리 협상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미국 가서 공부하고 온 애들이 그렇게 헌납 짓거리를 한 거다. 미국은 보조금 문제 나오면 일체 말도 못 꺼내게 했다. 미국은 민간품목 등 14개를 모두 관철시켰지만 멕시코가 인정받은 건 불과 3개에 불과했다.

협상은 일체 비공개로 진행됐다. 기업가 중 일부가 협상 보좌 비슷하게 해서 같이 결합시키고, 내용이 확정될 때까지 아무한테도 오픈하지 않았다. 그러다 국회 비준 일주일 전에 산더미 같은 협상서류들을 갖다주더라는 거다. 그때가 92년인데 국회는 검토할 시간도 없었고 집권당인 제도혁명당이 다수여서 거수기로 통과시켜버렸다.

협상 후에도 엉망이었다. 이건 뭐 나라도 아니더라. 미국이 옥수수를 15년 동안 물량을 일정하게 늘리고 관세도 단계적으로 줄이는 것으로 협상했다. 양을 넘어서면 할당관세를 물리기로 한 거다. 그런데 카길이 물량을 쏟아 붇는데 멕시코는 할당관세를 안 물렸다. 멕시코 식품가공업자들에게 이득이 되니까 그냥 다 받아준 거다. 나라꼴이 어떻게 되었겠나.

농촌

마초아칸 주의 파닌디쿠아로 라는 농촌을 들렀다. 마을 입구부터 농토가 버려져있다. 마을이 휑하다. 유령 마을이 따로 없다. 농촌 마을 대부분이 그렇다. 한 집에 가봤더니 노인네가 손주 데리고 살고 있더라. 아들 셋이 다 미국에 가있다고 했다. 불법이민 한 거다. 아예 경작해서 못 먹고사니까. 미국 가서 남부농장지대나 건설 현장에서 허드렛일 하면서 돈을 보내주면 그걸로 먹고산다.

파닌디꾸아로 농촌마을의 폐가. 미국 옥수수의 대량 유입으로 NAFTA 이후 멕시코 농민의 1/3이 떠났다.
 미키

농촌 현장이 완전히 붕괴되었다. 입구부터 빈집이고, 떠난 지 오래된 집도 있고, 어떤 집은 멀쩡한데 문마다 자물쇠 잡초 무성하고... 자동차는 대부분 바퀴가 빠져있다. 못 가져가니까 훔쳐가지 못하게 해놓은 거다.

영화

까를로스 까레라 라고 골든글로브, 아카데미, 칸 황금종려상 받은 천재감독이 있는데, 90년에 데뷔작 발표한 후 지금까지 17년동안 영화 겨우 4편 만드는 데 그쳤다. 영화 만드는 족족 상을 받았던 감독이다. 그런데 멕시코는 지금 이 감독에게 영화 만들 기회를 안 준다. 영화산업의 인프라가 다 무너졌기 때문에 존재조차 인정받지 못한다. 까를로스 감독은 먹고살기 위해 광고제작을 택하고 만다. 1년에 자기 영화 두 편만 만들 수 있다면 바랄 것이 없다고 한다. 지금도 미국 헐리우드에서 연출 제의가 숱하게 들어오지만 거부한다고 한다. 영화가 나라의 정체성을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감독이다. 그런데 앞으로도 정말 버틸 수 있을까...

문닫은 멕시코인 소유극장. 헐리웃 영화를 직배하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밀려 폐업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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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전역에 공공기금의 보조를 받아 운영되는 극장이 조금씩 있었는데 이것도 최근 없어졌다. 예산부족으로 폐쇄하라는 건데 배경에 미국영화협회(Motion Picture Association of America)가 있었다. 잭 발렌틴 회장이 횡포를 부린 거다. 멕시코에는 영화감독 해서 먹고사는 사람이 없다. 대부분 대학에서 강의를 하거나 광고, 티비 방송 등 프리랜서 일을 하면서 겨우 먹고산다. 이 사람들이 영화관람료 중 1페소씩 걷어 국산영화기금으로 쓰자고 영화인과 정치인들과 법제화를 추진했는데 이게 한 방에 정리되어 버렸다. 2003년 쯤 잭 발렌틴이 국산영화기금 운동 하지말라고 주장하자 맥시코 정부가 나서서 이 운동을 탄압한 거다.

수출, 외자

FTA 추진론자들이 이야기하는 것이 그렇다. 수출이 3배 이상 늘었다고 말한다. 맞다. 그런데 수출 1위부터 4위까지 모두 미국의 빅3가 다 챙겼다. 5위가 멕시코 석유회사, 6위가 휴렛팩커드... 마킬라도라가 멕시코 수출의 절반을 차지한다. 대부분 조립가공인데 들여다보면 멕시코 국내 부품 소재 사용은 3%에 불과하다. 수출이 는다는 건 미국 회사의 수출이 는다는 이야기다. 본국 본사와 현지 법인 사이의 거래일 뿐인데 이걸 수출 통계로 잡으니 수출 증가라는 말이 되는 거다. 멕시코 부품 소재가 3%밖에 안되므로 따지자면 멕시코 경제에 남는 건 3%와 노동자들이 받는 노임뿐인 셈이다. 더군다나 국내 제조업 부문을 보면 마킬라도라를 포함해서 일자리가 15% 이상 줄었다. 농업을 빼고 제조업 분야만 봐도 그렇다. 수출 증대 숫자가 가지는 외형적 수치의 허구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멕시코 금융은 95% 정도가 외국계에 장악되어 있다. 멕시코 기업에는 대출을 아예 안 해준다. 한 회사가 망하면 연계된 회사가 망하니 연쇄 도산하는 일이 숱하게 벌어진다. 그러니까 마킬라도라 이야기하고 수출 늘었다고 떠드는 게 국민경제 차원에서 보면 얼마나 허구적이겠는가.

외자도 그렇다. 외자가 네 배 정도 늘었다. 그런데 외자 들어오면 포트폴리오 투자에 집중하지 회사를 만들거나 공장을 짓거나 하지 않는다. 기존 회사 중에 수익성 날 만한 것은 선별해서 인수합병해 버린다. 경제 외형은 소유주가 바뀔 뿐 그 이상의 아무런 의미가 없다. 노동자들은 대폭 정리해고 시킨다. 기존 생산 거래선은 외자 소유의 계열사로 돌려버린다.

예를 들어 월마트는 멕시코 현지 유통 1위인데, 지금까지 있으면서 단 하나라도 월마트 매장을 새로 만든 게 없다. 다 멕시코 유통회사 지점들을 인수한 것이다. 그것도 쓸만한 것만. 외국인투자가 늘었다는 말이 웃기는 게, 98년인가 멕시코 최대은행인 바나맥스 은행을 시티그룹이 인수하는데 인수대금이 125억불인가 그랬다. 이걸 놓고 외국인투자가 엄청 늘었다고 홍보했다. 은행이 외국인에게 넘어간 건데 외자 투자로 잡는다.

민영화

멕시코의 공기업 민영화는 80년대부터 추진되어왔다. 그러니까 NAFTA 체결되면서 민영화가 현저하게 늘거나 그런 건 아니다. 다만 이런 흐름을 강화한 건 분명히 있다. 예를 들면 라틴아메리카 최대의 통신회사인 뗄멕스라든지 도로 등이 민영화되어 있다.

웬만큼 버는 사람은 휴대전화 한다는 생각을 못한다. 서민은 없고 중산층도 요금 부담 땜에 수신 전용으로만 쓰거나 한다. 배겨날 수 없으니까. 휴대전화 가지고 있고 전화하는 것 자체가 사회적 신분을 표현하는 데 이르렀다.

멕시코의 길은 생각보다 잘 뚫려 있다. 그런데 그 길을 따라 지방으로 이동하다 문득 의문이 들곤 했다. 취재 차량 외에 도로에 차가 잘 안 보이는 거였다. 이유인즉 도로가 민영화된 지라 통행요금이 엄청나게 비싸 서민들은 전혀 이용할 수 없게 되어 있었다. 이 도로는 기업과 부자를 위한 인프라일 뿐 공공성 성격은 하나도 없다. 서민들은 대부분 좁은 국도로 다닌다.

신흥상업지구 산타페의 전경. 1700여 개 다국적 기업 현지법인이 입주해 있다. 미국이나 유럽의 도시를 연상케 한다.
 니키

공공성을 갖는 공공재는 찾아보기조차 어려웠다. 빈민 지역에 가면 전기 가스 등 기본적인 것조차 안 들어온다. 그러니 전기를 불법적으로 몰래 끌어와 쓰는 일이 다반사다. 국민소득 5-6천불 수준인데도 구매력 수준은 세계 80위에 머물러 있다. 카를로스 슬림은 세계 3-4위 정도 규모다. 그러면서도 세계 100대 부자에 12명이나 들어있다. 80년대 민영화 과정에서 특혜를 받은 사람들이다. 멕시코 최대 제빵기업 빔보, 코로나 맥주회사, 유리회사 비트로, 시멘트회사 세멕스 같은 기업들, 이들 기업들만이 FTA로 막대한 이득을 본 거다.

메탈클레드

충격이었다. 현장은 산 루이스 포토시 주에 속한 과달까사르라는 마을인데 미국하고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이다. 도로망이 비교적 잘 연결되어 있는 산지다. 멕시코의 동북지방 국경에서 가까운 산 안에 있는 분지 같은 마을이다.

메탈클래드사가 산루이스포토시 주에 설치한 폐기물 처리장. 현재 폭발 및 오염확산을 막기 위해 멕시코 정부 예산으로 안정화 작업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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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의 코테린이라는 업체가 여기에서 워낙 폐기물 처리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메탈클레드가 이를 인수했다. 메탈클레드는 미국에서 석면 처리를 하던 크지 않은 회사였다. 그러다 메탈클레드가 미국의 각종 산업폐기물을 멕시코에서 처리하는 사업기회를 얻었다. 입지 선정에서 그 지역을 고르고, 금융시장 투자자로부터 펀딩을 받아 이곳으로 들어왔다.

멕시코는 건축허가 때 연방정부 허가, 주정부 허가, 그리고 최종 지방정부가 건축허가를 내게 되어 있다. 메탈클레드는 연방정부, 주정부 허가는 받았지만 지방정부 허가를 받지도 않은 상태에서 코테린 사로부터 사업권을 사서 합작을 했다. 여기에 학교도 짓고, 병원도 짓고, 건물은 창고로만 이용한다고 사기를 쳤다. 현지 고용 창출 효과 선전까지 곁들이며 주민들을 속이고서 대규모 산업폐기물 매립을 시작했다.

이 지역은 산으로 둘러 쌓여 있는데 산 너머 인접 마을에서 암환자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갔던 마을에는 과달까사르에는 1200명 정도가 모여 사는데 여기서 1993년 이후 암환자 23명이 발생했고 사망했다. 기형아가 태어나기 시작하고, 척추가 갈라지거나 무뇌아가 태어나기도 했다. 그린피스가 현지조사를 한 결과 지하수맥이 오염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산 너머 반대 마을과 지하수가 통해있었던 거다.

반대운동 본격적으로 펼쳐지고, 지방정부도 눈치를 보게 되었다. 결국 주민 압력에 밀려 생태보호구역으로 정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니까 메탈클레드가 온갖 공작을 폈다. 미 대사관 직접 전화하고 압력 넣어서 이런 식으로 하면 미국투자 다 끊는다고 압박했다. 뇌물 작전 펴고 주정부 주지사 선거에 개입하고. 그러다 주정부 관료들의 뇌물 사건이 폭로되기도 하고. 결국 최종적으로 택한 수단이 NAFTA 협정 11조였다. 멕시코 정부가 안 해줘서 수익을 못 냈다며, 미국 기업이 멕시코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버린 것이다. 11조에 따라 불법적인 사업을 펼치다가 주민의 반발로 사업을 못하게 되자 멕시코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고 멕시코 정부는 1650만 달러를 배상하는 일이 벌어졌다.

기업과 멕시코 정부가 결국 동등한 위치에 서게 되었다. 기업의 이윤을 위해 멕시코 사람들의 생존의 권리이자 공적 규제조차 완전히 무력화되어버린 것이다. 처음 NAFTA 협상에서 이 조항 넣을 때 누구도 이런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것을 몰랐다. 원칙적이고 추상적인 조항인 줄만 알았지, 막상 구체적인 사건으로 현실화되고 보니 협상이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 지 실감하게 된 것이다.

멕시코의 명과 암, 그리고 한미FTA는

멕시코가 시사하는 것은 미국과 중진국 내지 개도국과의 최초의 비대칭적 FTA라는 건데, 핵심이 뭐냐면 비교열위에 있는 나라는 미국자본에 다 포섭된다는 거다. 멕시코 국민경제는 해체되었고, 민중의 생활은 파탄 났다. 멕시코에는 한마디로 국면경제가 존재하지 않는다. FTA가 개도국의 국민경제를 해체하는 프로젝트란 걸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재주 있으면 이야기해도 좋다. 한미FTA가 추진될 시 멕시코 사례와 어떤 점이 다를 게 있다는 건지.

방영을 앞둔 소감

지난 5.1일 소칼로 광장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에서 연설하는 마르꼬스 사파티스타 부사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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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후반부에서 강조하는 것도 그런데 FTA에서 영향권 밖에 있는 것이란 없다. 모든 개인의 삶을 규정하고 바꿀 것이다. 논리적으로 FTA가 어떤 파탄을 초래할 것인지 국민적 공감을 크게 형성하기 어렵고, 또 한미FTA 반대 진영이 이를 실천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지 않나 싶다. 이번 프로그램이 FTA를 실체를 돌아보는데 기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언론인으로서 소명감을 갖고 만들었다. FTA의 진실을 가리는데 작은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지난 번 차베스 인터뷰 이후 공격을 좀 받은 적 있는데 이번에 또 소동이 일어날 지도 모르겠다. 물론 휘둘리지 않을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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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만루홈런 2006-06-06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것도 퍼가고 싶은데요..^^:

글샘 2006-06-06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미 프리 트레이드는 최홍만과 글샘의 자유로운 한판 싸움 같은 것 아닐까요?
뻔한 걸 갖고 fta의 이로움을 이야기할 줄 아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신기합니다.
 
하안거 다음날 - 구활의 스케치 기행
구활 지음 / 눈빛 / 2003년 7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으면서 지은이가 참 부러웠다. 정찬주의 암자로 가는 길 읽으면서 느꼈던 그런 느낌. 운수 납자도 아니면서 만행의 길을 떠나듯 절집을 그토록 많이 훌훌 다니면서 글을 쓰고 스케치를 하는 삶에 부러움이 컸다.

그런데, 그런데... 글에서도, 그림에서도, 아쉬움이 많이 묻어난다.

절집 기행인데도 선사들의 서늘한 뒷태를 느끼기 보다는 걸쭉한 입담을 좋아하는 그의 글은 내 스탈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을까?

내가 좋아하는 미황사를 그도 그토록 경탄하면서도 공룡 이빨처럼 두드러진 배경을 좀스런 선으로밖에 못보게 된 탓일까?

전등사의 추녀를 떠받치고 앉은 여인의 형상에서 누드 모델이 된 사하촌 주모를 읽어 내고, ... 여자라면 몸이라도 던져 하룻밤 육공양이라도 하고 싶은 멋쟁이 처사... 같은 구절은 내가 싫어하는 취향이다. 난 남자면서도 이런 느끼남을 싫어한다.

왜 예술의 지고지순한 카타르시스의 경지를 만나면 '예술적 오르가즘' 처럼 속된 낱말로 표현해야 하는 것인지...

내가 별로 순수한 인간도 아니건만, 취향은 취향이니 싫은 건 싫은 거다.

싫다고 생각하다 보니, 동양의 멋 간드러진 용마루 처마들을 스케치해놓고선, 뻐꾸기처럼 자기 성씨를 드러낸 KOO라는 인장을 찍은 가부장적 행태까지도 밉살스레 보인다. 그 옆에 '구활'이란 한자가 들어 있는데도 말이다. 스님처럼 탈속하면 성씨도 버려야할 마당에, 제 성씨를 둘씩이나 집어넣은 그림이 스스로 대견스런 건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하안거의 서슬 퍼런 선방의 분위기를 기대하고 빌렸다가, 하안거 다음날 만행을 떠나는 잡인의 글을 만나 실망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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