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빨개지는 아이
장 자끄 상뻬 글 그림, 김호영 옮김 / 열린책들 / 199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좋은 친구 이야기가 많다.

백아와 종자기의 이야기는 유명하다.

지음이란 말이 거기서 나왔다고 한다.

지난 겨울 상담 공부를 하는데, 지금 자기의 상황을 색종이나 색연필로 그린 다음에 설명하는 시간이 있었다.

나는 나와 가까운 사람들을 그리는데... 친구가 없었다.

 

내가 살면서 정말 친했던 친구가 있었다.

지금은 카자흐스탄이란 낯선 땅에서 한국어도 모르는 고려인 여인과 함께 살고 있다.

이제 연락하기도 어렵다.

또 한 선배는 하늘 나라로 갔다.

 

난 친구는 함께 있어도 지루하지 않고, 서로 의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내게 그런 친구는 아내밖에 없다.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을 만나보아도, 서로 먼 마음만 확인하게 된다.

 

이 책엔 얼굴 빨개지는 아이와 재채기하는 아이가 서로 지루하지 않은 친구가 되어 준다.

그런 친구를 사귀어 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어색하게 있는 자리가 얼마나 고역인지 안다.

술을 마셔야만 헤헤거리면서 나를 잃고 있을 수 있는 거친 자리들.

세상을 살다가 좋은 친구를 만나게도 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그 친구와 헤어져 외롭게 살아가게 마련이다.

 

재채기하는 라토와 얼굴 빨개지는 마르슬랭 까이유처럼 다시 만나 서로 지루하지 않게 앉아있을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나도 그렇게 보면 아내를 만나 행복하게 살고 있는 사람이다. 지루하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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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는가 1 - 무량 스님 수행기
무량 지음, 서원 사진 / 열림원 / 2004년 10월
평점 :
절판


전에 현각 스님이란 벽안의 승려가 쓴 '만행'이란 책을 읽었을 때는, 그가 공부한 철학이 그를 불제자로 이끌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런데, 무량 스님은 그와는 확연히 다르다. 같은 숭산 스님 시하에서 배웠으면서도, 현각 스님의 철학적 사변에 비해, 무량 스님은 오직 행할 뿐... 에 몰입한다.

그래서, 그는 미국땅의 허허벌판에 태고사란 절을 짓는다. 절을 짓는 과정이 이 책의 대부분이다. 그저 지을 뿐. 짓는 데 몰입한다.

그래선지... 왜 사는가... 하는 거창한 제목에 비해, 읽고난 느낌은 허탈하다.

만물은 하나로 돌아온다. 그 하나가 중요하다. 그러면, 그 하나는 어디로 돌아가는가...

왜 매일 밥을 먹고?, 왜 하늘은 푸르고?, 설탕은 언제 다냐?... 숭산 스님의 세 가지 질문이란다.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이는 법. 난 돼진가 보다. 밥인가 보다. 나는 어디로 돌아가는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급하고도 급하도다... 이런 마음에 그가 절 짓기에 몰두했을는지도 모른다.
나는 교회당을 크게 늘리는 목사들을 사이비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스님처럼 교회당을 크게 늘림에 자기의 믿음을 헌신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둘 다 지나친 집착일 수도 있겠단 생각은 변함없다.

높은 예배당에 예수님 계실 리 없고, 크고 성마른 절집에 부처 날 리 없다.

예수님 눈에는 예수님만 보이고, 부처님 눈에는 부처님만 보일 것이기 때문에 집의 크고 작고는 아무런 거칠 것이 없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내 눈엔 큰 것은 뭔가 미욱스러워보인다.

특별히 쓸모가 없어도 계속해서 넓히고 소유하는 것, 이것이 일반적인 미국 사람들의 마음이라고 반성하는 그를 보면서 순진하단 생각이 든다. 인간은 원래 그런 것임에랴... 미국이 좀 더하겠지.

급하고도, 급하도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그렇게 살아야 한다. 명상을 버리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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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5-20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상을 버리지 않고 살기란 참 어려운 것같아요. 늘 마음에 다른 것이 들어차서요 저도 텔레비전에서 무량스님 절짓는 것 보았어요 너무 대단해 보였죠

글샘 2006-05-29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탕은 입 속에서 녹았을 때 달지요. 그 순간에. 그렇게 달콤한 건 순간인데, 내 마음은 늘 영원할 것처럼 그 단맛을 노린다지요.
 
달라이 라마의 마음공부
달라이 라마 지음, 니콜라스 브릴랜드 엮음, 이아무개 (이현주) 옮김 / 해냄 / 2002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세상에 이것만 있으면 모두 있고, 이것이 없으면 모두 없다.

그것이 바로 '나'이며, '내 마음'이다.

별 세 개에 반달 하나. 그것이 '마음 심 心'이란 글자다.

사십 년 전에 불현듯 태어나, 꾸물거리며 돌아다니다, 지금 여기에 있는 '나'는 '내가 있음'의 생각에 불과하다.

말씀을 들어서 얻는 이해와, 사유를 통해 얻는 이해와, 명상을 통해 얻는 이해가 있다.
그 과정을 통해, 사유가 <넓어>지고, <깊어>진다.

나는 많이 읽기는 하지만, 사유는 조금 한다. 리뷰를 쓰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읽으면서, 읽고 나서 사유를 통해 이해하려는 마음. 그렇지만 명상은 많이 부족하다. 읽고 사유하지 않는 명상은 공허할 수 있으나, 나처럼 읽고 사유는 많지만 명상하지 않으면 근기가 부족해질 수 있다.

세상사에 쉽게 지치고, 맥을 놓게 되는 것이다.

자비는 모든 중생이 고통에서 해방되기를 바라는 것이란다.
자애는 모든 중생이 즐겁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것이라 하고.
마음을 조심스레 다스리고 뭇 중생의 안녕과 행복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성장하리라는 것을 인내와 끈기로 확신하며 정진 또 정진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말씀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내 직업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아이들 앞에서 아이들이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고 있다.
그들이 행복하지 못하고, 즐겁지 못한 것을 보고 있다.
마음 속으로는 그들에게 행복하라고, 바라 보지만... 인내와 끈기로, 정진 또 정진을 다짐해 보게 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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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6-05-19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고 갑니다.

글샘 2006-05-20 0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을수록 모르게 되는 것이... 명상을 못했기 때문인가 생각합니다...()...
 
제3의 시나리오 1 - 작전명 '카오스'
김진명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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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김진명 소설을 오랜만에 읽어 본다.

그의 소설의 장점.

빨리 읽을 수 있다. 참 좋다. 문체와 호흡이 맘에 든다.
그리고 적절한 긴장감, 박진감도 흥미를 이끈다.

그의 소설의 단점.

항상 뒤가 못마땅하다. 용두사미랄까.

이 소설은 신문이나 뉴스 쪼가리들에 담긴 <사실>들을 모자이크하여 <가장 진실에 가까운> 작품을 만들어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평택과 미군 기지는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한반도의 긴장 완화를 가장 두려워하는 나라는 역시 미국이다. 그들은 전쟁국가이고, 군수산업으로 유지되는 지랄같은 나라다.

재미있는 책을 재미있게 읽었는데, 기분은 왜 이렇게 지랄같을까...

출근길에 아파트 입구에서 꾸벅거리며 절하는 하늘색 옷 입은 아줌마들 꼴보기 싫어 죽겠는 요즘... 오늘같이 매일 비나 내렸음 좋겠다. 아, 요즘은 하늘색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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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5-19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맞아요. 재미있게 시자개서 아쉽게 끝나죠

글샘 2006-05-20 0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기대에 부풀게 해 놓고 마무리가 시시한 게 정치 소설의 단점이랄까요.
 
 전출처 : 해콩 > 오늘, 꼭 보셔야할 http://www.ebs.co.kr/HOMEPAGE/index.asp

지식채널e  사이트입니다.

여러가지 프로그램이 소개되어 있을텐데 그 중에서

오늘은 [2-34   2-35   2-36]을 꼭 보셔야합니다.

5.18에 관한 동영상으로 5분 조금 넘는 시간이지요.

어제, 오늘 수업 중에 아이들과 함께 보고있는데

아이들도 모두 잘 봅니다. 분위기는 숙연해지고...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의 죽음도 기록되어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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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06-05-18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봤지요....ㅎㅎ 며칠전에 시를 쓰다가 문득 생각나서 이 이야기도 쓴 듯 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