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 접시 위에 놓인 이야기 5
헬렌 니어링 지음, 공경희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0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도 배가 더부룩하다. 열두 시가 오분 남았는데...ㅠㅠ

나만 이렇게 사는 건 아니겠지만, 현대인들의 식습관은 무자비하고 광포하다.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을 앞에 두고 많은 생각을 한다.

헬렌과 스코트는 채식주의자이다. 그들이 건강하게 먹고 오래 살았다는 것은 유명하다. 반면 월든 호숫가의 고요한 은자 소로우는 나이 마흔에 죽었다. 헬렌 왈, 그가 채식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인간이 하루에 죽이는 소의 수는 육식 동물이 100년 동안 잡아먹는 동물의 수보다 많다는 말이 있다.
고기를 대접받고도 모욕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 의아할 따름이다. 시체 일부를 먹으라고 내놓는데도 싫지 않다니... 애너 킹스포드 '채식주의에 대한 연설'에서...

우리 인간은 특권을 누리는 동물이다. 우리는 소의 저녁 식사감이 되지도 않고, 원숭이처럼 병의 원인을 찾기 위해 병원균을 주사맞지도 않는다. 또 다람쥐처럼 웃음을 자아내기 위해 쳇바퀴 속에 들어가 계속 달리는 훈련을 받지도 않는다. 우리에 갇혀서 저녁 식사때 예쁘게 노래하라고 성대 수술을 받는 일도 없으며, 신기한 인간 표본으로 동물원 우리 속에 갇히지도 않는다. 우리의 젖을 짜내서 송아지에게 먹이지도 않고, 우리 아기들이 도살장으로 끌려가 잘려서 누군가의 저녁 식사 재료로 쓰이는 꼴을 당하지도 않는다. .. "웨이터, 순대 좀 가져와요" 라고 앨리스가 외쳤다. 앨리스는 한 조각 잘라서 레드 퀸에게 주었다. 그러자 순대가 말했다. "뻔뻔하기는, 내가 당신을 자른다면 당신이 얼마나 좋아할지 궁금하군."... 채식에 대한 그의 태도는 결연하다. 읽어보니 구구절절 옳은 말 뿐이다. 아무 생각 없이 고기를 먹는다는 일의 끔찍함이란... 마치 아무 생각없이 흡연의 습관이 든 사람과 마찬가지다.

음식은 기본적으로 필요한 양만 먹고, 덜 먹을수록 좋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우리는 불필요하게 많은 양념을 쓰고, 거짓 허기를 유발하며, 입 속의 조미료를 씻어내서 계속 구미를 당기게 하는 짓을 반복하고 있다.

불필요하게 녹말 섭취를 많이 하며, 필요 이하로 채소와 과일을 놓치고 산다.

깨어 산다는 것은 참으로 피곤한 일일는지 모른다. 헬렌은 스코트라는 깨인 사람과 한평생을 함께 했기에 이런 일상이 가능했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이 다 흙탕물인데, 혼자 맑은 체 해서는 피곤하기만 할 뿐인가, 아니면 맑은 물이 계속 부어져서 백년하청이란 말이 무색할 지경을 만들 것인가...

말 많으면 공산당이란 무서운 말이 있었다. 생각하고 사는 일, 똑똑하게 사는 일이 곧 공산주의자로 낙인찍혀서 감옥에서 평생을 보내게 만드는 <국가 보안법> 덕택이었다. 아, 대한민국에선 아직도 말 많고 똑똑하면 공산주의자, 아니 빨갱이인 것 같아 가슴이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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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6-05-07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채식주의자는 아닌데 채소가 맛있어요. 고기랑 생선은 안 당겨서 거의 안 먹어요.

석란1 2006-05-07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로우는 채식주의자는 아니었지만 채식을 주로 했다는군요. 소로우 같은 행동하는 지식인이 빨리 죽었다는 사실은 참 안타까운 일이죠.

해콩 2006-05-08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몇년 전에 사두고 아직 묵히고 있는 보물 중의 하나!
정말 조금만 먹고 싶은데 제 식탐의 끝은 어디인지..
집에서 쉬는 휴일엔 제 '위'와 '장'들은 도통 쉬질 못해 참.. 민망하고 안쓰럽다는..
금식하는 날을 하루 정해보는 건 도움이 될까요? ㅠㅠ

비자림 2006-05-08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채식주의자일 뿐 아니라 그 부부가 거의 요리를 해서 먹었다는 이야기가 저는 더 감동적이었어요. 아무리 소박한 밥상이어도 식사 준비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거든요. 우리가 잊고 사는 무소유의 삶....
고기를 대량 생산, 대량 판매해 내는 이 세상의 시스템이 저는 싫어요.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사람들이 조금씩만 덜 먹었으면 좋겠어요.

글샘 2006-05-09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 고기보다는 저도 채소를 좋아하는데... 너무 먹는단 생각만은 버릴 수가 없답니다.ㅠㅠ
석란님... 소로우는 참 젊은 나이에 죽어서 안타까운 사람입니다. 그렇지만 짧은 생에서도 훌륭한 저작을 이룬 것을 보면 제 나이가 부끄럽습니다.
해콩님... 책은 묵히면... X됩니다. ㅎㅎ 니어링 부부처럼 사과만 먹고 한 열흘 견딘다든지, 금식을 해 본다든지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애요. 저는 작년에 단식하는 사람을 한 명 봤는데, 정말 물만 먹더군요. 그러면서 우리한테서 악취가 난다는 둥... =3=3
비자림님... 소박한 밥상도 간단하게 차리면 식사 준비라는 여성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가르침을 주려는 책이었지요. 저도 좀 덜 먹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전출처 : 물만두 > 평택... 대추리 들이 운다. - 초록의 공명

소크라테스는 국가는 어머니와 같은 존재라고 했습니다.


어머니는 때로는 자식이 알지 못하는 많은 고뇌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때로는 자식을 위해 매를 들기도 합니다.
어머니는 때로는 자식을 버리기도 합니다.

버림 받은 아이만이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어머니 소리만 들어도 눈물이 핑도는 이유를 압니다.


지금 대추리 주민들은 한없이 서럽게  조국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그리움이 피투성이로 변해가도 멈출 수 없는 것은 사랑이 숨쉬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숨결은 점점 가쁘게 느껴지고 어둠속의 불길처럼 타오르고 있습니다. 


만일, 이 불꽃이 꺼져버린다면 그들이 에둘렀던 철조망 넘어로 찾아 올 평화가 두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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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돌바람 > 윤광웅 국방장관께-대추리 이장 김지태가 국방장관님께도 드립니다

윤광웅 국방장관께
대추리 이장 김지태가 국방장관님께도 드립니다.

당신은 승리했습니다. 막강한 군병력과 경찰력을 동원하여 크나큰 전과를 거두었습니다. 당신의 승리는 아주 혁혁했습니다. 유례없는 전과에 치하를 하는바입니다. 그런데 당신이 전투에서 이겨 얻은 것은 무엇인가요? 과연 기지이전은 정당했나요? 꼭 그렇게 해야 했나요? 당신이 지켜야 할 것은 미국정부 재산으로 등록될 주민에게 빼앗아서 미국에 조공으로 바쳐야 할 팽성땅이 아니라, 호시탐탐 일본이 엿보고 있는 독도가 아닌가요? 법적으로 국방부 소유가 되었다는 팽성 수용예정지 땅, 그런 논리라면 이미 국제 지리학회나 수로 학회에 일본명으로 등재되어 있는 독도가 일본땅이 아닌가요?

더 이상 억지를 쓰지 맙시다. 당신들은 법대로 한다면서 이미 법을 수도 없이 어겼습니다.

지난해 가을, 당신들은 우리땅에 농사짓는 농민들에게 농사짓지 말라고 통보를 했습니다. 중앙토지 수용위원회 결과가 발표되기 훨씬 전에 사유 재산에 대해 파종 중단을 명령했습니다. 중토위의 결과를 아예 무시하거나 아니면 어차피 강압에 의해 토지수용 재결을 이루어 내려 했던 것이겠지요.

그리고 우리가 언제 경작손실 보상금을 수령했다고 농사를 못하게 하는 겁니까?

당신은 분명 조직과 상관에게 충성 했습니다. 정작 국가가 필요로 하는 것은 자신의 조직과 상관에게 충성하는게 아니라 국가에 충성하는 겁니다. 사기업체 직원도 자신의 조직과 상관에 충성해야 하겠지만 궁극적으론 회사에 충성해야 회사가 살고, 직원이 삽니다.

이제부터라도 발상의 전환을 하시고 정녕 국가를 위해 충성 할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살피십시오. 이미 당신은 당신의 조직과 상관을 위해 할 일을 다했습니다. 더 이상 공무원이 관노가 아닌 진짜 공무원이길 바랍니다. 공무원이 관노로 변할 때 과연 과거에 존재했던 사병과 다를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당신들은 조폭이 아닙니다. 당신들은 명철한 두뇌와 양심이 있습니다. 이제라도 양심선언을 하십시오. 더 이상 파국을 막아 주십시오. 그리고 주민을 상대로 대화할 내용이 없다면 단호히 거부하십시오.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조종한 사람들이 이젠 전면에 나서게 하십시오. 그리고 더 이상 방송에 나가서 주민과 대화하겠다거나 충분한 보상 운운하지 마십시오. 당신도 장관으로써 명예가 있겠지만, 우리도 명예가 있습니다.

전투는 이제부터입니다. 당신들이 군병력을 투입해 철조망을 치고 대추분교를 완전히 폐허로 만들었듯이 이제 주민의 주택을 상대로 또한번 해보십시오. 그래서 또한번 역사에 길이 빛나는 21세기 최초 전공을 세우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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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돌바람 > 노무현 대통령님께-대추리 이장 김지태가 드립니다

노무현 대통령님께....
대추리 이장 김지태가 드립니다.

대통령님. 당신은 이번 싸움에 철저히 졌습니다. 국가안위를 책임져야 할 대통령으로써 철저히 국민의 심장에 비수를 꽂았고 그로인해 이제 이곳 주민들은 철저히 대통령님을 버렸습니다. 행정대집행을 하기앞서, 군병력을 투입해 철조망을 치기 앞서 미국의 협박에 의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분명히 밝혔어야 합니다. 감히 대통령님께 당신이란 표현을 써서 국가원수 모독죄가 될지 모르지만 당신한테는 너무도 과분한 표현입니다.

당신이 국정을 맡으면서 추구하고자 한 것이 과연 이것입니까 계속해서 언론에선 보상과 이념의 문제라고 합니다. 더 이상 싸우고 있는 주민을 욕되게 하지 마십시오. 수차례 말했지만 보상엔 관심없습니다. 이곳에 그대로 사는게 최선의 방법입니다. 그리고 대북 억지력 때문에 존재한다는 미군, 과연 한수이남으로 이전하는게 대한민국 안보에 맞는 것인지 지금이라도 밝히심시오. 또한 지금도 건설비용이 얼마가 될지 모르는 상황(예정에도 없던 기지건설예정지 성토문제 등 앞으로 발생될 문제는 수없이 많음)에서 기지 이전비용이라고 추산해서 국회를 통과시킨 비준안은 과연 정당했는지?

주한미군의 성격이 완전히 바뀌는 상황에서 그저 미군재배치라고 얼버무리고 통과시킨 LPP는 정당했는지? 우리 주민들이 줄기차게 요구한 것은 미군 재배치의 목적과 정당성을 설명해 달라는 것이었지 보상을 더해 달라고 한 것이 아닌데도 아직도 보상과 이념문제라니 도대체 국정을 책임진 사람들이 아직도 제정신인지 아니면 4700만 국민을 상대로 계속 사기극을 벌이려는 것인지 이해가 안됩니다. 입이 있으면 답하십시오. 진정 당신이 이 나라의 최고 책임자라면 왜 그런 무모한 짓을 저질렀는지 답하시오. 수차례 언론 및 측근을 통해 말한 주민들이 불상사를 겪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말, 피흘리지 말고 살을 베라는 말과 어디가 다른지 답하시오. 피흘리지 않게 하려면 무언가 대책이 있어야 할것 아닙니까?

그리고 더 이상 국방부를 몰아세워 대화를 하라 하지 마십시오. 뒤로 물러설 길을 봉쇄하고 대화하라면 그들이 무슨일을 합니까? 보상과 기지건설이외에는 의제로 다루지 말라는 답변 잘 들었습니다. 이제 우리들의 선택은 없습니다. 그대로 죽는수밖에... 차라리 문인을 가장하지말고, 무인답게 한칼로 쳐서 완전히 죽이십시오. 고통의 날이 하루라도 짧게...

또다시 국방부를 통하여 대화제의를 절대 하지 말길 바라면서 우리도 깨끗하게 죽기를 원하니 보상이니, 이념이니 다시는 언급하지 마시고, 명예롭게 죽길 바랍니다. 종전엔 이념문제가 이념적 차에서 발생된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이념의 차이가 아닌 정책적 모순성의 지적을 이념문제라 하더군요. 아무리 유능한 교수나 족집게 과외교사가 수능시험을 출제해도 잘못된 문제가 생겨납니다. 이 경우 이미 출제한 문제이니 번복할수 없다고 우긴다면 너무 우스운 일이 아닐까요? 아기는 배가 고파우는데 아직 말을 못해 의사전달 수준이 겨우 우는것 뿐인데 이 아기가 아파서 운다고 병원치료를 하면 아기는 더 울 수밖에 없겠죠

또 배가 아파 우는 아이에게 어미가 계속 젖을 물린다면 그 젖꼭지를 물어 뜯을수 밖에 없는것 아닙니까? 이제라도 본질에서 다시 시작합시다. 여태껏 말도 안되는 이유 대고 기지건설 해야 한다고 했는데 툭 터놓고 대화의 공간을 마련합시다. 이제 우리는 여기서 모두 죽겠습니다. 당신이 원던 원치 않던 이제 당신은 21세기 초유의 폭군으로 기록될 기로에 서 있습니다. 각종언론 보도에 주민은 200여 명 밖에 안된다는 소리 듣고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어찌 저런 일이 원래부터 반대하던 주민은 채 100여 가구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늘 일부 주민이라고 표현했지요. 그런데 그 숫자가 수용지 중심의 주민이고 현재도 그대로 존재하고 있다는데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앞으로도 이 숫자는 더 이상 늘지 않을 것입니다. 도대체 100여 호 되는 농가에서 등교한 학생, 출근한 노동자, 아파서 누워계신 연로한 환자분들, 이런 분들 빼고 나면 도저히 200 여명이라는 숫자는 나올수가 없는데 정말 겁 없는 사람들입니다. 67만 대군과 경찰 병력 그리고 미군 도대체 이들이 뭘 믿고 공권력에 맞설 각오를 했겠습니까? 이제 명분도 없고 정당성도 없는 사업은 철회하십시오. 시골에서 농사짓고 사는 농부의 마지막 간언입니다.

대추분교 운동장에 있는 전봉준 동상 파괴를 온몸으로 막던 평택 시민 신문 양용동 기자, 그는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그 자신이 미술을 전공했기에 그 가치를 알기에 절대로 훼손은 막아야 했노라고 하지만, 한낱 농투성이인 내 눈에는 그것과 들판에 뿌려진 씨앗이 조금도 다름이 없었습니다. 우리는 한뼘 한뼘 땅을 가꾸면서 그것을 숭고한 작품을 만들듯, 그리고 대를 이을 자식을 키우듯 어루만지고 가꾸었습니다. 이제 씻을수 없는 상처를 안긴 당신, 이제 치유의 길은 없습니다. 더 이상 조롱하지 말고, 그리고 더 이상 고통 주지 말고 더 이상 기지이전문제 지연되지 않게 모두를 죽이고 당신 뜻을 이루십시오. 그리고 당신은 훗날 한미동맹을 공고히 했다고 평가받으며 그때 수많은 이름없는 민초가 명멸해 갔다고 함께 기록되길 바랍니다.

 

>>한 줄 더 보태기가 싫습니다. 지금 내 몸상태론 뜀박질도 못하는 지경이라, 속만 터집니다. 아무튼 줄기차게 떠들어대는 것이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최대의 일인 것 같아 걸어놓습니다. 어차피 질 싸움이라고요.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고요. 저는 단호하게 이렇게 말하는 그들에게 또한 적이라고 규정할랍니다. 싸움은 이제부터입니다. 어차피 질 싸움은 없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분명 '21세기 초유의 폭군'으로 기록될 겁니다. 이것만 봐도 싸움은 끝난 것이 아닙니다. 당신을 찍은 손등을 찍고 싶다는 여론을 당신은 이제 칼로써 짓밟아야 할 겁니다. 당신이 민의를 저버리고 뽑아든 칼로 당신의 발등을 찍어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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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류의 소설같다. 사람이 죽는 데서 시작해서, 자주적 외교를 드러내는 소설적 구성.

조선시대의 모화 사상과 실학 사상의 갈등, 그 속에서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를 작가는 찾아낸 듯하다.

추리 소설의 특징인 궁금증을 유발하는 것, 그리고 마지막의 반전까지도 만들어 내고는 있는데,
아쉬운 점이라면, 글이 줄줄 쉽게 읽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추리 소설의 첫번째 요소가 한번 손에 잡으면 놓기 싫은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존 그리샴의 소설이나 로빈 쿡의 소설이 그렇다.
그런데 이 소설은 이인화의 영원한 제국을 읽을 때처럼 진도가 잘 나가지 않는다.

그리고 물고 물리는 추적의 고리가 너무 허술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일개 겸사복의 신분으로 임금의 처소에 들락거리는 것도 우습고, 임금이 궁녀와 함께 자리하여 논의하는 것도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모습이다. 어마어마한 세력과 맞부닥친 사람에게 덮치는 시련과 공포가 세밀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우리편이 엄청난 능력을 가진 것도 아니다.

개인적으로 반인 가리온에 대해 애착이 많이 간다. 아마 저자도 그랬을 것이다.
내 생각으로는, 반인 가리온에게 더 많은 역할을 주었더라도 소설이 흥미진진했을 거라 생각한다.

요즘 평택 대추리 폭거로 마음이 편안하지 못하다.
미군에게 땅을 내주기 위해 자국민을 짓밟는 폭력 앞에서, 눈물이 흐를 뿐이다.
약소국이기에 당해야 할 일이라고 하기엔 정부의 폭력이 너무 잔인하다.
행정대집행의 이름으로 대화를 거부하고 폭력을 저지르는 국가에 충성을 강요하는 것은 또다른 이름의 폭력이다.
조선이란 나라에서 남겨진 많은 기록들이 상당히 자주적인 조선을 겨냥하는 것임을 확인할 때, 조선이 부끄럽지만은 않은 경우가 많다. 이 소설은 비록 소설이지만, 조선의 자주성을 소재로 삼고 있어 기분이 좋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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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5-05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반인 가리온도 궁에서 그런 일을 한다는 게 좀 황당해요. 그런 면에서 일개 겸사복이기에 더 파헤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높은 양반들은 불똥튈까봐 꺼려하잖아요. 궁녀는 저도 좀 그랬어요. 차라리 공주였다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