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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무개 목사의 금강경 읽기
이아무개 (이현주) 지음 / 샨티 / 200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이 한 손에 쏘-옥 들어오게 맞춤하다. 목사님의 금강경 해석도 신선하다. 그런데 별표 네 개를 달아 준 것은, 금강경의 철철 넘치는 비유의 세계가 다른 책에 비해 좀 뻣뻣한 느낌이다. 내 느낌은 그랬다.
금강경은 참으로 복된 소리다. 난 늘 '마태 복음, 누가 복음' 등의 복음을 들으면 낙지 <볶음>이 생각났던 속물이지만, 요즘에는 복음이란 소리가 참 아름답게 들린다.
우리가 세상이란 험한 물을 건너갈 때 <뗏목>이란 복음이 없다면 어찌할 것인가.
그렇지만, 복음에선 한결같이 건너고 나서는 <뗏목>을 버려야 한다고, 뗏목에 집착하고 매달리지 말라고 가르친다. - 말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말을 타고 가는 것이 <복음>이라 한다.
금강경 전체는 끊임없는 <우상 부수기> 작업이다. 말을 해 놓고서 금방 같은 혀로 그 말을 지워 버린다. 씨앗이 열매라고 해 놓고, 씨앗은 열매가 아니라고 말한다. 말에, 우상에 매달리지 말라는 뜻이다.
문을 두드리자, 문이 열렸다. 나는 안에서 두드리고 있었다.
이런 것이, 목사님의 글을 통해 얻게 되는 금강경의 재미다.
삶의 두 가지 차원은, 파도와 바다에 비유된다. 모리의 마지막 수업에서도 들었던 이야기다.
우리는 흔히 물결을 경험한다. 그러나 물을 경험하는 법을 발견할 때, 우리는 명상이 제공하는 최상의 열매를 얻게 된다. 금강경이 보여주는 <달>의 모습이 바로 물의 경험이고 바다의 경험이다.
깨달음이란 없는 눈을 누군가에게로부터 얻어 가지는 것이 아니라 제 눈을 제가 뜨는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에서 나왔다는 히브리서의 말씀은, 사람의 마음이 맑으면 불국 정토요, 마음 상태가 흐리고 어지러우면 그것이 곧 마국예토라는 말과 통하지 않는가?
이 책을 읽으면서 목사님께 얻어들은 가장 굵은 한 마디.
성경을 읽든 불경을 읽든, 많이 읽는 것보다 깊이 읽는 것을 주로 삼아야 한다.
경의 세계는 무한히 넓은데, 그 넓이에 미치는 길은 옆으로가 아니라 아래 위로 있다. 물결처럼 옆으로 밀려서 가장자리 끝까지 나아가는 게 아니라 깊이 들어가거나 높이 올라감으로써 넓이의 끝에 이르는 것처럼.
마치 지진파의 횡파는 충격이 크지만 깊이 들어가지 못하나, 종파는 지구 속 깊숙이 들어가 마침내 도달할 수 있는 것처럼...
우리가 알아야 할 한가지는 분명하다. 쓸 데 없는 일에 분주하지 말 것.
쓸 데 없는 일에 분주하지 말고, 깊이읽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주말을 갖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