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승주나무 > [퍼온글] 그대들을 적으로 규정해주마!

1박2일간...

340여명 정도 되는 지역의 인사들을 인솔하고, 말은 인솔이지만 외부 시찰을 다녀오는 행사를 치렀습니다. 말은 인솔이지만 실제로는 거의 모시고 다녀온 셈이죠. 고백건대 이런 일을 한 차례 치를 때마다 인간에 대한 회의를 느끼곤 합니다. 반(反)도스토예프스키적인 딜레마일지도 모르겠는데, 여러 사람들을 인솔하는 행사를 치르다보면 인간의 맨얼굴이 드러나는 기분이 듭니다. 인류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은 쉽지만 한 개인을 사랑하고 이해하기는 어렵다는데, 저는 도리어 그 반대란 생각을 합니다.

이번 시찰단엔 고급 행정공무원부터 국회의원, 지역의 시민운동가들까지 두루 포함된 대규모 인원이 움직이는 일이다보니 뭐랄까요? 한 지역 사회의 내부가 실제로는 어떤 먹이사슬을 가지고 있고, 그네들이 어떤 의도와 구성을 통해 움직여지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C.W. 밀즈의 "파워엘리트"를 책이 아닌 경험으로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던 계기라고 해야겠지요. 행정공무원은 국회의원이나 시의회 의원에게, 의원들은 시민운동가들에게, 운동가들은 언론인들에게, 또 언론인들은 자신들의 직장상사들이나 자본가들에게 자본가들은 다시 행정공무원들에게 돌고 돌아가는 먹이사슬의 연쇄 속에 놓여 있음을 봅니다. 그들은 서로 먹고 먹히는 사슬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공존공생하는 사슬 속에 놓여 있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시민운동가들은 행정관료, 정치인들과 적대적 공존관계를 친밀하게 유지합니다. 입으로는 다들 시민을 말하지만 구체적인 한 개인으로서의 시민에 대해서 그들이 과연 얼만큼의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입니다. 애초에 좋은 의도로 시작된 일도 한 번 먹이의 연쇄고리에 오른 뒤에는 처음의 의도는 간 곳이 없어지고 여기저기 자신들의 입장이 추가되고, 삭제되는 과정을 통해 마치 원래 이 고기가 어떤 부위에서 나온 것인지 알 수 없는 스팸처럼 뭉그러지기 십상입니다.

뉴스와 잠시 떨어져 있는 동안 ... 많은 일들이 있었더군요. 박계동 의원의 몰카 사건도 있었지만,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모든 중요한 판단과 결정은 개방된 공식 행사가 아니라 그들만의 리그인 폐쇄된 밤의 문화에 의해 결정됩니다. 밤의 문화에 한 패거리로 합류하지 못하면 낮에 일어나는 사건의 진실을 영구히 알 수 없게 되지요. 그래서 기자들의 중요한 취재의 대부분은 술자리에서 오고가는 이야기들을 듣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낙종하지 않으려면 술자리를 피하지 말아야하고, 시민운동가들, 정치인들, 자본가들이 낮에 서로 얼굴을 붉히는 것은 대외적으로 보여지기 위한 것이고, 밤의 술자리에선 이구동성으로 형님, 아우님 하면서 서로 어울립니다. 좋게 말하면 타협이고, 나쁘게 말하면 야합과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도 실제로는 이 때인 것이겠지요. 서로가 적절한 수위와 명분을 찾아 조율합니다. 이른바 직업적 NGO들이 체제의 내성을 강화하는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가? 민주주의라는 절차를 통해 획득한 정치적 정당성을 통해 4년 혹은 5년의 임기 동안 이루어지는 민주독재의 반복은 기존 체제에 늘 도덕성과 권위를 부여합니다.

올라오는 길에 평택의 넓은 벌판을 보면서 실시간으로 날아오는 평택 대추리의 소식을 들으며 가슴이 뭉개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 땅에서 반미 구호가 나온지도 어느 새(1980년 12월 광주미문화원 방화사건) 30년이 되어갑니다만, 지역유지들 틈바구니에서 듣는 미국에 대한 이미지는 별반 바뀐 것이 없더군요. 미국은 여전히 세계의 경찰이고, 불량국가들의 핵개발을 미국이 막아주지 않는다면 세계의 평화는 지켜질 수 없다는 인식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않았습니다. 그때와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제 그 앞에 썩 나서서 그 개소리를 집어치우라고 외치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그렇게 외치면 도리어 분위기 깨는 사람처럼 여겨지는 분위기가 우리 시대의 대세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다죠. 한 번은 비극으로 한 번은 희극으로...

하지만 제 느낌에 역사가 반복된다는 것은 그 어느 경우에나 비극인 것 같습니다.

군이 투입될 것 같다는 전갈을 듣고, 저는 그럴리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라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습니다. 불행히도 저는 현실적인 인간인지라 군의 투입이란 충분히 가능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외곽에서의 일 정도를 처리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도대체 어떤 정신 나간 정권이 그런 짓을 광주항쟁이 있었던 5월에, 그것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그런 미친 짓을 할 정권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라는 그런 현실적인 판단을 한 것입니다. 그러나 밤사이 군이 투입되고 26년 전 광주도청에서도 있어선 안 될 일이 2006년 5월에 보란듯이 똑같이 반복되었다는 것이 현실이란 소식을 듣고 제 자신의 현실 감각을 교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 1987년의 경험은 도대체 무엇이냐? 87년의 경험을 통해 이 땅에서 두 번 다시는 정부와 국가에 의해 시민을 학살해선 안 된다는, 군이 정치 일선에 나설 수 없으며, 나서는 일은 두 번 다시 없을 것이라던 우리들의 정치적 믿음은 다 무엇이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실이 미친 것이 아니라면 나의 현실 감각이 미칠 지경입니다.

피 묻은 손에 우리들을 때려잡을 총과 칼을 쥐고... 호시탐탐... 한 줌도 안 되는 기득권을 상실한 것에 분노하여 사학법은 전교조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빨깽이 칠을 하기 위해 학교를 장악하기 위한 술수라고 주장하는 그들이 있고,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동유연성을 강화해야 하고, 그것을 실시간으로 생방송해주는 그들이 있습니다. 마치 200여년 전 산업혁명이 극성에 달했을 때, 농부들을 농촌에서 몰아내 도시의 프롤레타리아로 전락시켰듯 지금 자본주의가 위기에 처하자 다시 노동자들을 공장에서 몰아내 실업자로 내몰고 있습니다. 기술혁명은 산업생산력의 자리에서 더이상 과거와 같은 노동자들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며 우리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습니다.

그들이 문 밖에 서 있습니다.

갈리아 땅을 정복한 로마인들이 가져온 평화의 구호, 문명의 구호 속에 학살당한 자리에 거대한 공중목욕탕이 건설되듯, 짓밟힌 땅 한반도에 골프장이 건설되고, 갈리아의 유지들이 공중목욕탕에 출입하며 흐뭇한 미소를 짓듯, 골프장 회원권을 나눠가지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 그들. 갈리아의 유지들이 저 멀리 게르만숲에서 울려퍼진 게르만인들의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로마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갈리아인들을 강제 동원해 창칼을 들고 달려가듯 이 땅의 그들은 미국의 대중국 포위 전략의 일환으로 재배치되고 있는 한반도 미군 기지 확장 이전 작업을 돕기 위해 대추리에 군인들을 동원합니다. 갈리아의 공중목욕탕을 드나드는 그들이 비록 몸은 갈리아인의 것이나 마음과 정신은 로마인이듯, 대추리 작은 분교에 헬기와 군대를 동원해 진압하는 그들이 비록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대한민국의 국민의 선택으로 대통령이 되고, 국회의원이 되었으나 갈리아의 영주가 그러했듯 그들의 주인은 로마 아니 미국이 아닌가요. 그들이 말하는 조국의 실체는, TV에서 상업자본이 외쳐대는 "오! 필승 코리아, 대한민국"이 아니라 미국이 아닌가요.

나의 이 현실감각이 버르장머리없다면,
너희들의 그 현실감각은 도대체 어딜 향하고 있는 것인지 내게 알려주면 좋겠습니다.

그들이 문 밖에 서 있습니다.

국민과의 합의 절차도 없이, 국민의 정당한 우려와 항의를 국가공권력을 동원해 자국민을 방패로 찍고, 군대를 동원해 진압하는데, 국회에서는 한 목소리로 이를 한미안보동맹을 지키기 위한 정당한 행위로 추어 올리는 이 현실.... 나는 참여정부의 이 놀랍고도 용감한 행동이 그들의 진정한 주인이자 진실로 잘 보이고 싶은 주인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심의 발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나의 현실감각을 교정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너! 너의 주인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라 미국이 아니냐! 국민의 참여를 진실로 원한다면 이제 국민의 참여로 그대들을 적으로 규정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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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승주나무 > [퍼온글] ‘대추리 사태’의 본질은 한반도 평화다

 한겨레

 

‘대추리 사태’의 본질은 한반도 평화다

 

어제는 참으로 치욕스런 날이었다. 다시는 없기를 바랐던 민과 군·경의 대규모 충돌이 결국 벌어지고 말았다. 1만5천여 군·경 병력은 제 땅을 지키려던 주민과 평화를 염원하는 시민사회의 열망을 제압했다. 그곳에 높다란 철책을 세워, 한반도 평화를 위한 것인지 미국의 세계 패권을 위한 것인지 성격이 불분명한 미군기지가 들어서도록 방어벽을 세웠다. 100년 전 부패한 조선 왕실이 동학농민군을 섬멸했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당시 처참한 섬멸전은 반도에 주둔하던 일본군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대추리 사태는 주한미군 재편 과정에서 경기도 평택 팽성 쪽에 새로운 통합 미군기지를 세우기 위해 토지를 수용하면서 발생했다. 대추리와 도두리 일대 285만평 가운데 200만여평은 소유자의 동의를 받아 매수했지만, 나머지 74만평은 강제로 수용했다. 주민 100여명은 강제수용을 거부하며 지금까지 버텼다. 여기까지 본다면 이번 사태는 강제수용 또는 보상을 둘러싼 정부와 주민의 갈등으로 비친다. 국방부가 보상비 규모를 들먹이며 주민들의 ‘과욕’을 내세웠던 것은 이런 이유에서였다. 아울러 시민사회단체에 대해서는 주민의 과욕을 부채질하며, 미군 철수라는 정치적 목적을 관철하려 했다고 매도했다.

그러나 대추리 사태의 성격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그 본질은 한반도 평화와 관련돼 있다. 아직까지 정부는 주한미군 재배치의 목적과 평택 미군기지의 구실을 분명하게 설명하지 않고 있다. 과연 한반도 전쟁 억지력인지, 아니면 동북아 유사사태에 개입할 미군의 전진기지인지 알 수 없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한국과 미국이 합의한 것을 보면 평택 미군기지의 구실은 후자에 가깝다. 그렇다면 평택기지는 한반도를 국제분쟁에 휩쓸려들게 하는 ‘인계철선’ 구실을 하게 된다. 이런 논의가 민간 차원에서 널리 일고 있는데도, 군 당국은 함구한다. 오로지 땅값 문제만을 논의하자고 했다. 어떤 국민이 제 나라의 평화를 위협하는 용도에 쉽게 땅을 내줄 것인가?

최근 주일미군 재배치 계획안이 확정됐다. 애초 미군은 도쿄 인근의 자마기지에 들어설 통합작전사령부의 성격을, 동아시아는 물론 중앙아시아와 중동 등 불안정 지대를 관할하는 광역사령부로 상정했다. 그러나 국민이 반발하고 일본 정부가 재조정을 요구하자, 동북아의 유사사태에 대비하는 거점사령부로 한 등급 낮췄다. 논의과정의 투명성이 미국의 애초 구상을 수정·축소하는 쪽으로 이끌었던 것이다. 우리 정부는 어떠했나.

게다가 군 당국은 그나마 보상과 관련한 대화에서도 불성실하기 짝이 없었다. 협의에 응하지 않은 주민들에 대해서는 설득은커녕 대화조차 하지 않았다. 돈은 법원에 공탁했으니 찾아가든지 말든지 하라는 투였다. 돈이나 더 받자고 버틴다고 빈정대기 일쑤였다. 행정 대집행 비용을 지우겠다고 을러대기도 했다. 파장이 커지자 대화하겠다고 했지만, 그것도 명분쌓기에 불과했다. 제 땅에서 평화롭게 살고 싶은 이들에게 당국은 국민 대접은 고사하고 사람 대접조차 하지 않았다.

이제 군경은 대추분교를 접수했다. 평화의 깃발은 꺾였고, 민족적 자존감도 짓밟혔다. 이제 참여정부를 무엇이라고 불러야 하나. 꼭두각시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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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님, 화날 때 어떻게 하세요?
텐진 갸초(달라이 라마)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과 이현주 목사님의 금강경 읽기는 별 생각없이 2주 전 도서관 들렀을 때 빌린 책인데, 우연히 리뷰를 올리는 날은 <부처님 오신 어린이 날>이다. 하긴 부처님께서 어린이날 오신 데도 이유가 있으시리라. 마음이 착한 이, 어린이 같은 이가 천국에 간다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으니, 부처님도 같은 뜻이시겠지.

달라이라마의 책은 읽다 보면 새로울 것이 너무 없어서 허탈할 때가 많다.

새로운 개념도 없고, 새로운 생각도 없다.

화날 때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그분의 대답은 ... 나도 때로는 화가 나거나 울화가 치밀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분노의 감정을 그냥 내버려 둡니다. 내버려 두면 분노의 감정이 오랫동안 마음에 머무르는 일은 없으니까요... 이다.

화는 건드리면 쑥쑥 커지는 것은 옳은 일이다. 내가 화났다는 것을 관조하면서 화나는 일에 집착하지 않으면 사그라들게 된다는 것. 쉽고도 어려운 길이다.

이 책은 달라이라마가 일본에 갔을 때 강연한 것과, 대담을 나눈 내용을 기록한 것이다.

한반도는 참으로 불쌍한 영토다. 그야말로 민들레 영토라고나 할까? 먹잘 것 없는 땅에 왜 그리 똥파리는 많이 들끓어 대는지... 그야말로 마국 예토(악머구리가 들끓는 똥같은 땅)라고 하겠다. 핵폭탄이 바글거리게 배치되고, 남한 60만 북한 200만 대군도 모자라서 양코배기 미군까지 대추나무 사랑 걸리지 못하게 포크레인을 동원하는 땅덩어리니 말이다.

일본의 눈치 보면서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힘없는 흰소리나 쳐야 하고(실제로 경제 수역 획정할 때 손해본 거 생각하면 우리 정부는 얼마나 힘도 능력도 없는지...), 중국이 고구려사 시비걸면 자주적으로 맞대응할 힘도 능력도 없고, 더군다나 거기는 갈 수도 없는 북한 땅이고... 중국이 강제 점령하고 있는 티베트 출신인 달라이라마는 불교가 융성한 국가 한국에 올 수도 없고...

난 전에 달라이라마가 빨갱이인 줄 알았다. 입국이 금지되어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타시델레...라는 티베트 인사말을 들으면서, 어느 나라 말이나 인사말은 참 정겹다는 생각이 든다.
안녕하세요든, 나마스테든...

간디가 일으킨 소금 행진처럼, 말없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삶이 달라이 라마의 인생 역정 아니었을까?

아, 그 삶이 높고 아름다워 보인다는 것은 끝없이 험한 행로에 얽혀 고난이 컸음을 뜻하지 않는가...

소금 행진처럼, 번뇌와 억압에도 굴종하지 않고 걷고 걸을 일이다. 걷고 걷다 보면 길이 되고, 삶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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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무개 목사의 금강경 읽기
이아무개 (이현주) 지음 / 샨티 / 200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이 한 손에 쏘-옥 들어오게 맞춤하다. 목사님의 금강경 해석도 신선하다. 그런데 별표 네 개를 달아 준 것은, 금강경의 철철 넘치는 비유의 세계가 다른 책에 비해 좀 뻣뻣한 느낌이다. 내 느낌은 그랬다.

금강경은 참으로 복된 소리다. 난 늘 '마태 복음, 누가 복음' 등의 복음을 들으면 낙지 <볶음>이 생각났던 속물이지만, 요즘에는 복음이란 소리가 참 아름답게 들린다.

우리가 세상이란 험한 물을 건너갈 때 <뗏목>이란 복음이 없다면 어찌할 것인가.
그렇지만, 복음에선 한결같이 건너고 나서는 <뗏목>을 버려야 한다고, 뗏목에 집착하고 매달리지 말라고 가르친다. - 말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말을 타고 가는 것이 <복음>이라 한다.

금강경 전체는 끊임없는 <우상 부수기> 작업이다. 말을 해 놓고서 금방 같은 혀로 그 말을 지워 버린다. 씨앗이 열매라고 해 놓고, 씨앗은 열매가 아니라고 말한다. 말에, 우상에 매달리지 말라는 뜻이다.

문을 두드리자, 문이 열렸다. 나는 안에서 두드리고 있었다.

이런 것이, 목사님의 글을 통해 얻게 되는 금강경의 재미다.

삶의 두 가지 차원은, 파도와 바다에 비유된다. 모리의 마지막 수업에서도 들었던 이야기다.
우리는 흔히 물결을 경험한다. 그러나 물을 경험하는 법을 발견할 때, 우리는 명상이 제공하는 최상의 열매를 얻게 된다. 금강경이 보여주는 <달>의 모습이 바로 물의 경험이고 바다의 경험이다.

깨달음이란 없는 눈을 누군가에게로부터 얻어 가지는 것이 아니라 제 눈을 제가 뜨는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에서 나왔다는 히브리서의 말씀은, 사람의 마음이 맑으면 불국 정토요, 마음 상태가 흐리고 어지러우면 그것이 곧 마국예토라는 말과 통하지 않는가?

이 책을 읽으면서 목사님께 얻어들은 가장 굵은 한 마디.

성경을 읽든 불경을 읽든, 많이 읽는 것보다 깊이 읽는 것을 주로 삼아야 한다.
경의 세계는 무한히 넓은데, 그 넓이에 미치는 길은 옆으로가 아니라 아래 위로 있다. 물결처럼 옆으로 밀려서 가장자리 끝까지 나아가는 게 아니라 깊이 들어가거나 높이 올라감으로써 넓이의 끝에 이르는 것처럼.
마치 지진파의 횡파는 충격이 크지만 깊이 들어가지 못하나, 종파는 지구 속 깊숙이 들어가 마침내 도달할 수 있는 것처럼...

우리가 알아야 할 한가지는 분명하다. 쓸 데 없는 일에 분주하지 말 것.

쓸 데 없는 일에 분주하지 말고, 깊이읽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주말을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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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6-05-05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쓸데없는 일에 분주하지 말 것.
쓸데있는 일조차 게을리하고 사는 사람이 읽어도 될만한 책인가요?^^

글샘 2006-05-05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을 좀 한가롭게 허허롭게 두고 싶은 오월입니다.
화는 냅둬야 사라진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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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개똥이의 첫사랑

http://blog.empas.com/tkfkd4858/13758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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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주나무 2006-05-05 0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용서는 한다면서 불법촬영은 묻겠다는 말... 어디선가 들어본 말
정언재 비리는 사실이지만 불법도청은 엄단하겠다는 말
정치권의 묘하게 오랜 생명력을 지닌 이율배반이죠^^

글샘 2006-05-05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치가 갈수록 혐오스럽게 만드는 요즘입니다.

파란여우 2006-05-05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인물이라는 제목에 들어와 버렸습니다.
글샘님에게 사기를 당했군요. 이런!
수위가 약해서 실망입니다.

진주 2006-05-05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망2

글샘 2006-05-05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전에 a모양의 테이프란 제목에 낚인 적이 있지요.
거기를 클릭하자 a 모양으로 생긴 스카치 테이프 사진이 있었던 기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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