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깊은 이성 친구
장자끄 상뻬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199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성일까? 친구일까?
그 이성 친구가 속까지 깊다면 금상 첨화가 아닐까?

이성이라고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건 아니다. 이성이라고 다 끌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성이면서 친구가 될 정도로 정서가 어울려야 한다.
자신이랑 이성 친구가 되어 주면서 속 깊은, 사려 깊은 사람을 만난다는 일은 행복한 일이다.

그런 친구와 평생 좋은 친구 사이를 유지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만,
이성과 지켜야 할 선이 있는데, 그 선의 위치는 사람마다 다르고,
친구와 지켜야 할 것이 있는데, 그 것은 마음 속에 있어서 보이지 않고,
속 깊은 배려도, 그때 그때 다를 수 있는 것이어서, 우리는 숱한 <속 깊은 이성 친구>를 놓치곤 한다.

그러면서, 놓친 이성 친구를 아쉬워 하면서 다른 한 눈으론 또 새로운 이성 친굴 바라본다.
저 친구가 속 깊은 이성 친구가 아닐까 하면서...

사람들이 첫눈에 끌릴 때는 자신과 다른 점이 돋보여서 사랑에 빠지지만,
익숙해지고 나면, 자신과 다른 점에 못 이겨서 헤어지게 된다고 하는데...
그만큼 속 깊은 이성 친구와 행복하게 지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가, 냉정과 열정 사이... 그 거리라는데, 이성적으로 사고하는 두뇌와 감성적으로 판단하는 마음 사이의 그 거리.

속 깊은, 이성, 친구...는 이 거리를 오락가락 하기 때문에 늘 명쾌하지 못하고 뿌연 황사가 낀 듯, 또는 안개가 자욱하기도 하고, 혹은 유리창 너머로 번득거리며, 간혹 내 옆에 있지만 그리운 마음이다.

그의 사랑 이야기들은 달콤하기도 하고, 쌉싸롬하기도 하다.
달콤한 눈물도 있고, 쌉싸롬한 웃음도 있다. 그게 인생이고, 그렇게 사랑하는 게 인생일는지도 모르겠다.

그의 그림에는 이성도 있고, 어린 아이도 있다.
서로 마주 보기도 하고, 같은 방향을 지향하기도 한다.
때론 이미 지나쳐 버렸고, 때론 아직 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의 그림 속의 그들은, 남자든, 여자든, 아름답다.
그들이 쌉싸롬한 감정이든, 달콤한 감정이든, 친구가 앞에 오든, 이성이 앞에 오든... 아름다운 사람들, 아름다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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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01 2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06-05-02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속 깊은 이성 친구가 결혼을 하게 되면요... 당분간은 결혼 생활에 몰두할 수 있도록 행복을 빌어줘야겠죠? 다시 속 깊은 이성 친구로 돌아오기엔 시간이 좀 필요하겠지요. 정말 tomorrow doesn't know...지만 말이지요... 살다 보면 만나고 싶은 마음 가득하면서도 못 만나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요... 이 책의 그림들은 이런 여러 복잡한 마음들을 떠올리게 한 책이었죠.
 
고바우 김성환의 판자촌 이야기
김성환 지음 / 열림원 / 2005년 1월
평점 :
품절


모두가 가난했지만 아름다웠던 그때 그 시절의 청계천 풍속화. 이것이 이 책의 부제다.

딱히 청계천변 이야기인 것만은 아니니, 판자촌 이야기라고 제목을 붙인 모양이다.

동아, 조선 일보에 고바우 영감을 연재한 김성환 화백이 그려낸 50년대-70년대의 풍경에는 전쟁과 극복의 역사가 오롯이 담겨 있다.

이 시대를 살아낸 분들의 시각에 반공 이데올로기, 지배층의 이념에 사로잡힌 분들이 많은데, 김성환 화백의 글과 그림은 객관적이고 속속들이 배어있는 가난의 땀냄새가 오히려 아름답다.

가난도 이데올로기가 될 수 있던 시절.
그렇지만, 가난 극복의 일념이 또 하나의 이데올로기가 되어 버렸던 시절.
그래서 지금도 <독재자 박정희>의 <가난 극복의 신화>는 부정되지 못하는 현실.
<가난 극복>이 <독재 극복>의 걸림돌이 되어버린 웃지 못할 현실.

판자촌 사람들 안에는 장사를 하고, 먹고 씻고,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 가득하지만,
내 눈에 가득 들어온 것은 페이지마다 눈에 힘을 쓰고 공부하는 학생들의 모습이었다.
지금은 불필요한 경쟁이 지나칠 정도의 학교 교육에 대한 비판이 많지만,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가 가지고 있던 유일한 힘은 <인적 자원>이었다.

가진 것이 없어 몸을 팔기도 하고, 공장에 다니면서도, 동생이나 자식들을 학교에 보내고, 그 아이들은 피땀흘린 돈으로 공부하는 어려움을 이겨내려는 필사의 의지로 불탔던 시절.

가난 속에서 피워낸 경제적 부유함의 꽃의 밑거름은,
이런 시절 이야기가 담겨 있었던 것이다.

일제를 겪고, 전쟁을 겪은 분들이 사라져가는 시절. 이런 책은 사료로써도 가치가 높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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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당연필 2006-05-11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가끔 전쟁이 나서 피난가는....그런 꿈을 꾼답니다. 전쟁을 겪진 않았지만 그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일까요?...이 책은 꼭 한번 보고 싶어지네요.

글샘 2006-05-11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에서 워낙 두렵게 많이 배워서 그렇겠지요.
이 작품 속의 가난은 상당히 낭만적으로 그려졌지만, 실제 그 시대를 살아낸 이들의 신산했던 삶은 얼마나 아팠을는지요.
 
그 골목이 품고 있는 것들
김기찬 사진, 황인숙 글 / 샘터사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수잔 손택의 사진에 관하여... 를 읽다 보니, 가난한 사람들의 모습을 찍는 것도 사진이 담는 한 장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사진은 원래 사람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그리고는 자연의 멋진 풍경을 보이는 그대로 남기려고 개발된 것이다. 그렇지만, 사진이 전쟁터에서 파괴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 내는 비판 정신을 발휘하고, 파괴되어가는 가족의 모습을 앨범에 남겨 추억거리로 만들어 주듯이, 가난한 사람들의 모습을 여과없이 비추어주는 일도 사진의 큰 몫이 되었다. 가난은 물질이 부족해서 생기는 현상이 아니라, 분배에 실패하고 있어서 나타난 결과이므로.

김기찬이란 사진가가 집착한 곳은 바로 골목이다.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까지의 골목길.

그 골목길 어귀마다 한낮의 햇살을 마중나오는 것들은 강아지들, 노인들과 엄마와 어린애들, 어디 핀들 꽃이 아니랴먄 발리다 만 시멘트 틈사귀를 비집고 나오던 노란 민들레, 그리고 갖가지 풀꽃들... 또, 조금 구김은 가지만 햇살을 받아 환하게 날리던 바지랑대 끝의 빨래들... 그 맵싸한 내음과 살을 콕콕 찌를 듯한 햇살의 따가움이 담긴 감촉들.

골목길 모퉁이마다 하나씩 있던 구멍 가게. 오후가 되면 계란도, 파도, 미원 한 봉지도 사 나르던 가게의 추억. 해가 저물녘, 굴뚝마다 가느다란 연기가 피어 오르고, 골목이란 골목마다 사내 아이들은 뛰어 다니며 전쟁 놀이에 여념이 없고, 계집애들은 조금 평평한 땅을 골라 고무줄을 뛰기도 하고, 땅에 공주를 그리며 환상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그러다 엄마들이 밥먹으라고 부르는 소리에 골목길은 저녁이 된다.

밤이 되면, 어떤 날은 낮에도 켜 있던 외등 불빛이 빛나기도 하고, 또 어떤 날엔 밤에도 꺼져 있는 외등의 외로운 불빛을 바라 보며, 자신의 쓸쓸한 그림자를 이끌고 지친 몸들은 연탄가스냄새 가득한 집으로 올라간다. 골목길을 오르는 일은 가쁜 숨을 내뱉으며 한 걸음씩 자기의 무게를 이겨나가는 일이다. 저녁마다 골목길을 오르는 지친 몸뚱이는 시지프의 헛된 노동마냥 힘이 들지만, 저 골목길의 끝에는 저마다의 가정이 된장찌개 냄새와 아랫목에 파묻힌 한 공기 밥그릇을 품고 기다리고 섰지 않는가.
그 골목길에 사는 사람들은 서로 가족의 수와 서열을 정확히들 알고 있어서 시골의 대가족제도와 비슷하지만, 벽 하나를 공유하며 살아가는 그 사람들은 남의 집 부부 싸움에 날아다니는 악다구니와 울음 소리의 내용을 사실은 공유하지 못하며, 지쳐 잠이 들다.

김기찬 선생의 사진들을 뒤로 하고 황인숙 시인의 골목길 감상들이 늘어섰다.

눈이 많이 내린 다음날 아침이면 연탄을 깨 가면서 조심조심 내려서던 그 골목길.
빼앗길 것이 두려워 담과 문을 치기 보다는, 서로의 남루함을 감추고 싶어 담을 치고 문을 달아 만들어냈던 골목길의 서정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한 사진들과 글이 여기 있다.

내 나이도 이미 지나가 버린 것들을 추억하는 나이에 들어선 모양이다.
30대는 아직 20대의 청춘에 가깝다고 생각하지만, 40대는 이미 50대의 장년기에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하듯이... 지나간 사진들을 보면서 자꾸 그 담벼락에 낙서된 것들에... 그리고 한여름 동네 아저씨들의 영양을 보충해 주는데 자기 한 몸을 보시했을 그 멍멍이들에... 자꾸 눈길이 가는 것을 보면.

아랫도리에 바지를 입지 않은 꼬마와, 런닝에 반바지 차림으로 문앞에 선 아저씨를 보면, 예전의 골목길이 떠오른다. 길 위에도 지붕이 있지만, 길 아래도 지붕이 있던 그 골목길. 까칠한 담벼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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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6-04-30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나라 경제개발 속에서 소외되었던 사람들이지만 그들만의 풋풋한 정과 애환이 고스란히 담겨있을 것 같은 골목길...
골목길이 좋습니다.
이 책 읽어보고 싶네요..
 
사진에 관하여
수잔 손택 지음, 이재원 옮김 / 이후 / 2005년 2월
평점 :
품절


수잔 손택은 이름이 참 좋다. 손택은 독일어로 일요일을 뜻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이름에 일욜이 들어간 사람. 왠지 좋다. 나도 호를 일욜로 짓고 싶다. 그리고 그의 글은 재미있다. 책 전체가 재미있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는 글을 쓸 줄 안다는 거다.

이 책은 삼십 년 전, 수잔 손택이 신문에 기고한 여섯 편의 에세이를 책으로 묶은 것이다.
한국어 판이 나오기 전에 저자는 죽고 말았다. 은유로서의 질병을 쓰기도 했던 그는 그렇게 갔다.

수잔의 글을 읽다 보면, 정말 난삽하기 짝이 없다.
그럼에도 재미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그의 위트가 번득이는 글에서는 힘이 느껴진다.
여섯 편의 에세이 중, 앞의 세 편은 읽을만 하지만, 뒤의 세 편은 읽긴 했지만 정말 난삽하고 머리를 복잡하게 만든다. 누구의 무슨 사진이라고 말로만 떠들지 말고 도판으로 좀 보여줬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서른 번 정도는 된다. 초현실주의 사진을 봤댔자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을는지 몰라도, 지금처럼 읽고도 허탈하진 않을 듯 싶다.

사진에 대한 그의 번득이는 지혜의 눈을 따라가는 일은 좋은 친구와 나누는 여행담과도 같다.
재미나게 떠드는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1. 여행을 떠나면 사진기와 필름, 요즘으로 치자면 디카와 메모리는 필수가 되어 버렸다.
여행을 한다는 것은 사진을 모으는 수단으로 전락한 것이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사진에 찍힌 대상을 전유하는 것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세계의 모든 것을 우리 머릿속에 붙잡아둘 수 있다고 생각하게끔 만든 것이 사진이란 거다.
그러니 값비싼 돈을 내고 떠난 여행지에서, 그 멋진 광경을 내 얼굴과 함께 한방 박을 수밖에...

2. 그리고 산업화된 사회에서 과거의 가족주의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집착하게 되는 것이 사진이다.
자식들이 다 떠나버린 부모들의 집에는 벽에 가득 자식들의 자라는 과정이 사진으로 남게 된다.
결국 사진은 <유사 존재>이자 <부재의 징표>로 자리잡은 것이다.
기억이란 것은 결국 상실을 염두에 둔 것. 죽음을 기억하라는 메멘토 모리의 한 축일 수 있다.

3. 사진의 힘은 이데올로기에서 나온다.
대부분의 미국인이 혐오감을 느낀 베트남 전쟁의 폭파 장면은 훌륭한 기록 사진으로 퓰리처 상도 받지만, 공산주의와의 정의의 전쟁으로 착각했던 한국 전쟁의 기록 사진은 남지 않는다.
이데올로기는 사진의 정직성을 왜곡시키는 기제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4. 현대인들은 사진을 통해 현실을 확인하고 경험을 고양하려는 욕구를 키우게 된다.
그것이 오늘날 모든 이들이 중독되어 있는 심미적 소비주의의 하나가 되었다.
산업화된 사회는 시민들을 이미지 중독자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미지는 복음일까? 재앙일까?

이미지에 지나치게 집착하다 보니, 요즘 텔레비전에 비추이는 신인 탤런트들은 거의 같은 꼴을 하고 있다.
개성은 없고, 획일화된 미적 기준으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인물들인 것이다.

외모 컴플렉스로 자신감도 없고, 늘 꽁무니를 빼던 여학생이 간단한 성형수술로 자신감을 되찾는 경우는 많이 보았다. 그럴 경우 이미지 메이킹은 복음이 될 수도 있어 보인다. 선풍기 아줌마를 망하게 한 것도 이미지지만, 다시 소생시킨 것도 이미지이니깐...

요즘 아이들은 디카, 폰카로 찍은 사진을 싸이월드란 홈피에 올려서 서로 돌려 보곤 한다.
젊은 시절 제 얼굴을 하나라도 더 남기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일는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내가 아는 어떤 아이들의 홈피에는 자기 사진이 한 장도 없는 경우도 있다.
기껏, 그림자 정도만 올린다. 그 아이에게 이미지란 재앙이 아닐는지...

수필이란 이런 것이다. 에세이란 결코 가볍지 않다.
미국에 가서 되지도 않는 것들이 학위를 받아 와서는, 되지도 않는 글들을 께적거려 놓곤 쪽팔리니깐, 수필은 자유로운 문학이라는 둥, 형식이 없는 글이라는 둥, 붓가는 대로 쓰는 글이라는 둥 헛소리를 떠벌여 댔지만, 실제로 수필은 그런 허섭쓰레기같은 글이 아니다.

수필은 물론 자유롭게 자기 의견을 쓰는 글이지만, 결코 친일파들이 낙엽을 태우면서 커피 볶는 내음을 떠올리는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가 아니란 소리다. 윤오영 선생처럼 문재가 돋보이거나, 박지원 선생처럼 뒤집어 말하는 기지가 보이지 않으면 수필이라 할 수 없다.

수잔 손택의 자유로운 상상력과 위트 넘치는 비판적이고 신선한 시각,
와우~ 식상한데요... 하는 시선을, 살아 펄떡거리는 생선처럼 번득이게 만드는 글이 에세이란 글이다.

글은 좀 안 되고, 기존 문단에선 서로 좀 알아 주고, 나잇살이나 좀 먹은 이들이 경험 꽤나 했답시고 주절거리는 <수필집>이란 것들이 그들에게 종이를 제공하기 위해 죽은 나무들에게 미안해 해야 한단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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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의 집 7
야마모토 오사무 글 그림, 김은진 옮김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0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이니까 하는 것이다.

장애인 문제의 해답은 없다.

방금 쉬는 시간을 이용해서 작년 우리반 특수학급 아이가 내 자리에 와서 한참을 중얼거리다 갔다.
그 녀석은 뇌병변(뇌성마비)이어서 말이 어눌하고, 목소리가 잘 조절되지 않는다.

떠들어댄 내용인즉, 작년 3월부터 한식조리 기능사 필기 시험을 쳤는데, 7전8기로 이번에 겨우 합격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제 2년 안에 실기 시험에 합격을 해야 한단다. 그래서 어제 내가 싸이월드에서 쓰는 도토리 30개짜리 스킨을 하나 선물해 줬더니 고맙다고 인사차 교무실에 들렀던 것.

그런데, 마침 그 옆자리에 복사하러 오셨던 올해 담임 선생님이, 특별한 일 없으면 교무실에 자꾸 들락거리지 마라면서 큰 소리로 야단을 치신다. 물론 그 선생님이라고 그 아이가 미워서 그러시진 않는다는 걸 안다. 그 녀석은 뻑하면 교무실에 와서 쉬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 독특한 행동 양식이니깐. 그것은 교정해 주는 것이 옳다. 그렇다고, 교정을 위해 선생님들과 잠시 떠드는 것이 낙인 아이를 쫓아보내는 일은 자칫하면 <교각살우>의 어리석음을 범할 수도 있다. 답이 없다.

공업 고등학교를 졸업한다고 해도, 3급 지체 장애를 가진 녀석이 공장에 취직할 길은 없다.
그래서 녀석에게 어울리는 요리 자격을 준비하고 있는 거다.
누나 셋에 기대가 큰 막둥이라, 응석도 심하지만, 센스도 있는 편이다. 마음이 아프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나 그 가족들 뿐 아니라, 자기 자신과 가족들도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이 사회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존중받으며, 서로 돕고 격려하면서 살아가고 싶다.

그런 사람들에게 지지가 되고 격려가 되는 책이, 이 책이다.

정이 오가는 마을 - 도토리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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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당연필 2006-05-11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부턴가 제 보관함에 담겨 있는 책...읽고 싶지만 임신 중이라 마음 아파질까봐 왠지 읽기 꺼려지는 책...내년엔 읽을 수 있겠지요.

글샘 2006-05-11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갑습니다.^^
맞아요. 눈물을 울컥 자아내는 대목이 한두 번이 아니죠.
예쁜 아기 건강하게 기르시고, 낳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