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물에 당신이 흐릅니다 - 대지의 슬픈 유랑자들 연해주 고려인 리포트
김재영 지음 / 한얼미디어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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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올림픽이 끝나고, 소련과 동구권의 공산주의 국가들이 몰락하면서, 소련의 폭정에 의해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이주해서 살고 있던 '고려인, 까레이쯔'들이 알려졌다.

내가 고려인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조정래의 '아리랑'을 통해서였다.
간도의 역사는 그나마 좀 알려져 있었지만,
연해주의 고려인의 역사에 대해 내가 그토록 달달 외웠던 국사책에선 듣고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우리 역사는 그들을 잊으려 노력했던 것이다.

아리랑에서, 연해주의 고려인들은 1937년 어느 날, 갑자기 강제 이주 명령을 받고 기차에 오른다.
화물칸에서 짐짝처럼 수십 일을 달려 다다른 곳이 우즈베키스탄 등의 중앙아시아.
달리는 화물차에서 숱하게 죽고, 그래서 눈 무덤까지 만들어 보냈던 눈물의 역사.
중앙아시아에선 그 팍팍한 황야를 오로지 맨몸으로 일구어냈던 사람들.

그들이 이제, 러시아의 붕괴 이후, 독립국가들에 의해 다시 강제 이주를 당하고 있다니...

간혹, 한국 내의 조선족, 이주 노동자의 삶이나 중국의 탈북자들의 인권에 대한 르뽀들이 나오지만,
연해주의 고려인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만나게 된 것은 이 책이 처음이었다.
십여 년 전, 박재동 화백의 연변 기행 같은 데서 느껴지던 '정'이나 '공동체 의식'보다는,
찢어지게 가난하고, 주권 국가를 갖지 못한 <디아스포라>들의 삶을,
안정감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교육, 의료 등의 기본권과 내 배불릴 식량조차 없는 그들에게 북한은 너무 가난하고 남한은 너무 배부른 '놀부'였다.

흥부가 부황이 들고, 매품팔이도 실패하자, 형네 집에 쌀을 꾸러 들어갔다가 형수에게까지 죽도록 맞았다던 희극적 이야기는 그저 이야기만이 아니었던가...

텔레비전에서, '이것이 인생이다.'란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삶들은 정말 구절양장의 굴곡으로 점철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어쩜 그렇게도 팍팍한 인생들을 살아왔을까?
얼마나 심장이 상하고, 얼마나 간장이 녹았으며, 애가 탔을까. 흘린 눈물이 얼마나 많을까...하면서.

이 책을 읽으면서는, 눈물조차 메마른 고려인들의 삶이 아닌 삶에 저절로 눈물이 났다.
제 민족에게도 환영받지 못하고, 제 나라도 갖지 못한 디아스포라들.
내 눈물에도 그들이 흐르고 있었다.
자작나무 흰 살결이 유난히도 슬픈 연해주에서 보내온 사람 냄새는 슬픈 내음으로 가득하다.

작지만, 후원금을 보내야겠다.
이 글을 읽으시면, 이 홈페이지에 한 번 가 보세요.
http://koreis.com/index.htm
오른쪽에 '고려인 동영상'도 볼 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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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4-14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글샘님 감동입니다 그래서 추천으로 느낌전달해요

글샘 2006-04-15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슬픈 이야기였습니다.ㅠㅠ

rrgjy 2007-01-20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려인돕기운동 홈페이지 주소가 트래픽으로 나오네요.
확인해보니 http://www.koreis.com 로 해야 되더군요. 또는 http://koreis.com 혹시 글샘님 이 글 확인하시면 본문에서도 수정해 주심이 좋을 듯.....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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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도로 눈을 감고 가시오 학고재 산문선 3
박지원 지음 / 학고재 / 199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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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의 글은 그 스펙트럼이 다양하기 그지없다.
소설로 분류할 책도 있고, 기행문으로 분류할 책도 있지만,
대체로 산문이다. 소설이라 하는 것도 요즘 하는 이야기이고, 그의 글은 '문'의 범주에 속한다.

그렇지만, 박지원의 말하기는 노자의 그것처럼 뒤집어서 말한다는 특징이 강하다.
그렇다곤 해도, 역설적 접근의 시각이 주된 것인가 하면 실학자의 실제로 보는 눈이 강조되기도 한다.

여느 사람이라면 별로 문제 의식을 갖지 못하고 사는 것에 대하여,
박지원은 '문제의 눈'을 들이댄다.
보통 사람들이 '눈으로 보아 무섭다'고 하는 강물을 그는 밤에 건너니 '귀로 들어 무섭다'는 것을 깨닫는다.
여느 사람이 '눈이 시원한 장관'이라 할 것을 그는 '통곡할 만한 경치'라고 뒤집는다.

박지원은 '잘나지도 못하고, 가진 것도 없고, 아는 것도 없는' 조선 사람들이 '잘난 척, 가진 척, 아는 척'해대는 통에 미치겠던 사람이다. '3척 동자'는 지금 한국에도 넘쳐 난다.

연암이 '천하 대세를 살핀다'는 글에서,
중국을 유람하는 자의 병통을, 다섯 가지로 말한다.
1. 지위와 문벌이 서로 높다고 뻐긴다.
2. 우리 상투만이 최고라는 자문화 중심주의에 빠져 있다.
3. 명나라만을 섬기고, 만주국을 멸시하는 망령된 태도를 버려야 한다.
4. 중국에서 모든 학문을 배운 주제에, 중국을 멸시하는 태도도 웃긴다.
5. 중국인들에게 지조가 없다고 욕하는 태도도 망령이다.

즉, 당시의 현실에서 중국의 만주족 나라, 청을 받아들여서 배울 것을 배워야 할텐데, 무시하고 멸시하는 것은 마치 루쉰 선생의 <아큐정전>에서 아큐의 '정신적 승리법'을 웃기고 자빠진 일로 묘사한 것처럼, 조선인들의 '정신적 우월감'의 착각을 날카롭게 꼬집는 살아있는 비판정신이라 할 수 있다.

역대로 사람이 많고 땅이 적은 것이 걱정이 아니라, 법을 세우지 못했거나 법을 준행하지 못하는 것이 걱정이었다는 말은 만고 불변의 진리가 아닐까?
새로 짓는 아파트가 그리 많아도, 아파트에 살지 못하는 사람이 그리 많으며,
굶어 죽는 사람들이 저리 많지만, 미국은 필요도 없다는 한국에 쌀을 팔아 먹으려 한다.
땅이 적거나 쌀이 부족한 것이 아니란 말이다.

이 좁은 땅덩이에서 서로 종교가 다른 것도 아니고, 신분이 다른 것도 아닌데도,
네 분파로 흩어지고 쪼개어져서 다툼에만 전력하는 것을 본 홍대용은,
오히려 중국에 가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 필담을 통하여 고담준론을 펼치고 온다.

아, 박지원을 읽는다는 것은 부끄러움을 일깨우는 일이다.
내가 눈을 감고 있지 않았다면 당연히 보았어야 할 부조리함들을 애써 눈감으며 살아오지 않았던가.
이백 년 전의 상황을 조금도 낫게 하지 못하는 이 부조리한 땅덩이에 살면서,
자동차 좀 기어다니고 비행기 좀 날아다닌다고 발전이란 말을 할 수 있을까...를 돌아보는 일이다.

장자가 <기심>에서 기계를 만들어 부리면 그 혜택에 눈멀어, 잃어버리는 것을 다 놓치는 어리석음을 범한다고 했다.

맹인같던 이들이 <얕은 꾀에 눈이 뜨여> 흐트러진 세상을 보고, 이 세상이 전부라고 착각하고 사는 것이나 아닌지... 도로 눈을 감고, 초심으로 돌아가야 할진저... 조용하게 냉수 마시고 속 차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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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13 15: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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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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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정말 칭찬이다.

전에 읽었던 공지영은 왠지 제 안에 콕 쳐박혀 좁은 창틈으로 세상을 내어다 보는 작가란 느낌이 강했다.
남들에게는 별로 관심이 없고, 그저 제 삶의 무게에 짓눌려 세상을 향해 소리를 지르려고 여린 비명을 지르는 듯한 목소리.

그래서 공지영 소설이 눈에 많이 띄었는데도, 별로 손이 안 갔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요즘 유난히 이 책이 여기 저기서 눈에 띄어 가볍게 읽었는데...
내용이 전혀 가볍지 않았다.

제목부터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뭐냐.
'우리'라니... 그리고 '행복'이라니...
공지영은 '우리'란 말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작가고, '행복'같은 건 더더군다나 관계찮던 작가 아닌가?(내가 그의 소설을 몇 편 안 읽기도 했지만, 암튼 내 감으론 그렇다.)

그런데, 이 소설에선, 우리와 행복과 <시간>을 절묘하게 그려내고 있다.
나에게 주어진 '삶'과 '삶의 의미'와 '의미를 위한 시간'의 삼각형을.

그도, 나도... 누구나 다 형편없는 주제에, 잰체하며 살고있단 것을 그는 말하고 있는 것일까?
주제가 무거운 반면, 이야기는 무겁지 않다.
죽음에 관한 이야기인데도, 그는 행복에 이을 수 있는 스토리를 전개한다.
양 어깨를 짓누른 혁수정과도 같은 내용을, 윤수와 이주임과 나의 꼴통같은 농담을 통해 공중부양 시키는 힘이 공지영에게 생겼다.

아이들에게 문학에 대해 강의를 하는 나지만, 솔직히 문학이 무엇인지 전혀 모른다.
그저 내 마음에 파문을 일으키고, 나를 잠시나마 공감하게 하고, 그래서 나를 움직이는 힘을 가질 수 있다면 그 문학은 성공한 문학일 수 있으리라... 추측할 따름이다.

이 소설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모아모아모아서, <힘>을 획득한 그의 수작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 소설을 통해서 '사형수'는 '기결수'가 아닌 '미결수'여서 교도소로 못가고 구치소에 머문다는 사실을 알았다. 징역살이는 갇히는 순간 실형을 사는 것이지만, 사형은 집행되는 순간까지는 실형이 유예된 것이란 무서운 사실을... 소름끼치는 노릇이다. 인간이 인간을 판단하는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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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6-04-12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칭찬이 자자하더군요. 고등어에서 (읽기를)멈추었었는데 다시 시작할까요?^^

글샘 2006-04-12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을 괴물처럼 대하면 그 사람은 진짜 괴물이 된다.'는 말이 무서웠습니다.

혜덕화 2006-04-12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공지영에 대해 님과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예전에 수도원 기행을 읽으면서 축복받은 작가라는 생각을, 이젠 좀 달라진 글쓰기를 만날 수 있겠구나, 스치듯 생각했었습니다. 성장하는 거겠죠. 끊임없이. 그녀도 우리도......

해콩 2006-04-13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 괴물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군요. --
그런데...역명제도 가능일까요?
"괴물을 사람답게 대하면 그 괴물은 진짜 사람이 된다."

소설이 영화화되면 감동이 반감되던데 이 영화는 봐볼까 생각 중이예요. 개인적으로 이나영을 좋아하기도 하고.. 강동원도 조금 궁금?하고.. 소설 보면서 많이 울었어요. 슬픈 소설이 좋으니.. 나이를 먹었나..

글샘 2006-04-13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덕화님...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도 좋은 글이었지요. 이 책은 재미도 있고, 생각할 문제를 많이 던져주더라고요. 삶과 죽음은 과연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해콩님, 괴물을 사람답게 대하면 그 괴물은 사람이 된다...가 이 소설의 주제 아닐까 합니다. 글쎄요... 영화는...어떨는지 몰겠네요.

블루 2006-06-24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선생님 서재에 들릅니다.저도 이 책을 오늘 다 읽고 책꽂이에 꽂았어요.얼마나 울었던지... 저도 공지영 소설을 열심히 읽었었죠.사람에 대한 예의,고등어,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등등.난 이렇게 아팠다,이렇게 고민했다 얘기하는거같은 작가가 읽기 편치 않았습니다.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제가 읽었던 공지영하곤 좀 달랐어요.책을 덥고도 눈물을 멈출수가 없어서 티슈통을 붙들고 엉엉 울었답니다.참 생각할게 많은 소설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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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여성 - 한국 전쟁과 베트남 전쟁 속의 여성, 기억, 재현
김현아 지음 / 여름언덕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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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전쟁 영화로 '태극기 휘날리며'를 꼽는다.
그 영화는 유명하다. 천만이 넘어서 유명하고, 감독과 배우가 유명하고...
그런데, 난 그 영화가 왠지 싫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이물감. 지긋지긋함.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가졌던 혐오감의 정체를 밝힐 수 있었다.

그 영화를 보면서 내가 당황했던 것은 이은주의 죽음이었다.
보리쌀 두 되를 얻기 위해 '보도 연맹'에 가입했다가 강간을 당했다는 소문을 입고 죽어간 한 여인.
죽으면서도 자기의 순결만을 이야기했던... 그리고 남자들의 지긋지긋한 '전투'
이 영화엔 전투는 있었지만, 전쟁은 없었던 것이다.

나는 페미니즘이 싫다. 페미니즘이 어떤 것인지... 그런 스펙트럼을 분절적으로 말하기는 쉽지 않지만,
극성맞은 여자들이 모든 문제를 걸고 넘어지는 페미니즘에 싫증이 난다.
페미니스트들이 이해는 되지만, 동의할 수 없다. (똘레랑스인 체...)
내 의식이 그렇게 말한다. 곰곰 따져보면, 내가 남자이기 때문이다.
남자이기 때문에, 남자로서의 의식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페미니즘을 말하고 있지 않다.
그러면서도 이 책은 페미니즘의 모든 것을 말하고 있다. 아니 증언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여성은 사회적으로 불평등하게 조건지어져 왔다.'라는 일반론으로서의 페미니즘의 식상함을 들고 나오면 설득력이 없지만, 이 책에서처럼 <여성은 못배워서 못 남기는 전쟁의 피해자였다>는 입장에서 여성들의 증언을 <구술로 채록>함으로써 증언하고 있다. 손을 뗄 수 없는 책이었다.

얼마 전 읽은 김동춘의 '전쟁과 사회'가 남성들이 쓴 전쟁 이야기라면, 이 책은 여성들이 쓴 전쟁 이야기다.

여성들은 단지 피해자로만 있지 않았다. 베트남의 여성들은 얼마나 당당하게 민족해방전선에 나섰던가. 남부군의 빨치산에도 당당한 여성 전사들은 존재했다.

전쟁이란 역사의 격변기에 가장 심하게 다치는 것도 여성이다. 베트남과 한국과 일본 오키나와의 여성, 어머니들... 그러면서도 전쟁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데 밑바닥을 책임지는 것도 여성이다.
그러나 황금기에 그 열매를 고루 나눠받는 데는 실패하는 것도 여성이다.

표지에서 우리를 응시하는 응옥의 눈동자는 <가부장제로써 여성의 기억을 짓눌러 온> 역사를 말해주는 듯 하다.

말은 덜 슬픈 사람이 하는 것이라 했다. 역사의 기록은 배웠던 남성들 중심으로 기술되어왔다.
이제 여성들의 목소리를 잔잔한 음성으로 기록하는 기록물들에도 눈을 돌려야 할 때이다.

전쟁 후, 민간인 학살을 당한 유족의 말 못하는 심정을 이승만 정권은 <국가 보안법>을 내세워 심하게 탄압했다. 유족회를 이적 단체로 규정하고 감옥에 처넣었던 것이다. (이승만은 이렇게 나쁜 놈이다. 멍청한 사람들은 국부 이승만, 이승만 박사, 초대 대통령... 으로 미화하지만, 그는 역적이고 매국노일 뿐이다. 국립묘지에서 당장 파내야 할 놈.)
이승만이 도망가고 나서 봇물을 이룬 듯, 유족들의 신원 운동은 시작되지만, 군사 쿠데타 이후 다시 혁명재판은 유족들을 처벌하고, 십년을 기다려 겨우 수습한 유골을 파헤치는 부관 참시를 자행한다. 징헌 것들.

이 뒤에 도사린 법이, 친일파 놈들의, 친미파 놈들을 위한, 그들에 의한 <국가 보안법>인 것이다.
연좌의 사슬은 학살의 그림자로 이어지는 법이다.

한국 역사는 실존의 망각을 원했다.
그러나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이제는 말해야 한다.
이 아픈 기억의 파편들을.

전쟁을 이야기하면서 숨을 골라야 하고,
고문이나 학살을 이야기하면서 숨을 멈추고,
자신의 혈육이 죽어간 이야기를 하면서 얼굴이 푸들푸들 떨리는 이런 기록들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에...

이 책은 소중한 역사의 한 단면을 기록한 훌륭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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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4-15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미니즘에 대한 몰이해가 그것에 대한 편견을 낳는 것 같아요.
'극성맞은 여자들이 모든 문제를 걸고 넘어지는 페미니즘'
이것이 글샘이 이해하시는 페미니즘의 한 단면인가봐요.
(어쩌면 그것이 전부일지도...)
저도 잘 몰랐을 때 페미니즘이 그런 것인 줄 알았는데요(아이스크림의 모양에 문제가 있다느니 떠들어대는 것에서부터 여성을 피해자화하는 것, 여성들이 남성들과 동등하게 되야 한다고 외치는 것따위) 그것은 단지 매스미디어에 의해, 페미니즘에 무지한 남성들, 여성들에 의해 끊임없이 재생산 되었던, 왜곡된 페미니즘 상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최근에 와서야 알게되었습니다.
부각되는 것 만으로 전부를 재단하면 안될 것 같아요. 페미니즘을 훈장처럼 내걸고 그것으로 자신의 권위를 드러내며 그저 현실에 안주하는 여성집단을 페미니즘의 전부라고 할 수는 없지요.(그 소위 말하는 '꼴통 페미'가 그런 집단인 것 같아요) 오히려 그것은 페미니즘이 아니고 그저 페미니즘을 이용한다라고 말 할수도 있는 거고.

제 생각엔 페미니즘이란 기존의 가치관이나 사고방식을 뒤흔드는 어떤 혁명적인 사상인 것 같아요.
뭐 제가 페미니즘을 대변하는 인간이 아니라 뭐라 더 할 말은 없구요, 얼마전에 읽은 책 추천해드립니다.
벨 훅스의 <행복한 페미니즘>
정희진<페미니즘의 도전>
처음 것의 저자는 페미니즘을 이렇게 말하네요
'간단히 말해, 페미니즘은 성차별주의와 성차별주의에 근거한 착취와 억압을 종식시키려는 운동이다'
두번째 것은 제가 전에 추천해드린 건데요,
그걸 보면 페미니즘이란 '경계에서 말하는' 사상인 것 같아요.
처음으로 읽은 페미니즘 도서라 좀 충격적이었구요...

숨은아이 2006-04-13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들푸들 고동치는 듯한 리뷰... 요즘 구술사에 관심이 가는데, 이 책을 꼭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글샘 2006-04-13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모든 운동이 구체화되지 않고 말만 앞설 때, 욕을 들어 먹잖아요. 이 책은 전쟁을 여성의 입장에서 구술하는 글들을 인용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구체성>을 획득하게 된 좋은 책입니다.
숨은아이님... 구술에 대해서라면.. 좋은 책입니다. 여성들의 삶, 못배운 사람들의 삶을 드러내는데 왜 구술이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과찬의 말씀은...^^

비로그인 2006-04-15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님의 이 말씀, '나는 페미니즘이 싫다. 페미니즘이 어떤 것인지... 그런 스펙트럼을 분절적으로 말하기는 쉽지 않지만, 극성맞은 여자들이 모든 문제를 걸고 넘어지는 페미니즘에 싫증이 난다.' 에 대한 생각을 적은 것 뿐이에요 ^^;
님이 총체적으로 파악하는 페미니즘이란게 그러한 것이라면,
그것에 대한 문제제기로써, 님께서 파악하는 것이 페미니즘의 본 면이 아니다(또는 전부가 아니다), 매스미디어에 의해 부각된, 부정적인 측면이 다분한 것이다 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었던 것 뿐입니다.(주제넘게도 -사실 저도 책 몇권 들춰본 게 전부랍니다)

그런점에서 왜곡과 님께서 말씀하시는 구체성의 결여의 문제는 좀 다른 거죠.
그리고 솔직히 구체화된 형태라는 것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님께서 말씀하신 구체성이 이 책에 구현되어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는게 답이겠지만), 페미니즘이 욕을 먹게되는 근거가 구체화 여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페미니즘에 대한 몰이해에 있다고 생각됩니다.

가부장주의의 주체가 남자라면, 그 주체가 여자로 바뀌는 것 쯤으로 페미니즘을 이해하고 있거나-여자가 남자를 밟고 올라가거나- 사사건건 트집잡는 주의정도로 여기고 있는 것 같아요. 이것이 많은 사람들의 페미니즘에 대한 이해의 전부라면, 특히 남성들이 반발심을 갖게 되기 충분하고 여성들 또한 이건 아니다 싶겠죠. 그러니 페미니즘을 씹게 되는 것이고.

페미니즘을 알고보면 부정할 것이 전혀 아닌, 공존의 논리내지 사고방식인데 말이죠...


글샘 2006-04-16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미니즘은 공존의 논리이자 미래의 희망이란 점에는 저도 동의합니다.
그렇지만 너무 오랜 동안 약자로써 억압받았던 역사적 이미지로 인해, 제 머릿속에도 거부감이 들어앉았더라는 이야기지요.

rlacjfgns 2009-03-20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트남전에서는 여성,어린이들도 베트콩으로 참여했기에, 미군들은 여성과 어린이들도 죽여야했습니다.

전쟁터에서의 민간인 학살을 비난하면 안됩니다. 전쟁터(특히 베트남)에서는 여성,어린이들도 믿을수 없습니다. 그래서 수상하면 바로 사살해야 합니다. 전쟁터에서 어설픈 휴머니즘은 금물입니다.

2018-01-10 19: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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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사경 - 뜻을 세웠거든 이루게하라
쯔가오 지음, 허유영 옮김 / 북폴리오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중국의 지략가 13인의 성공을 위한 소신이 적혀있는 책이다.

우선은 내가 아는 사람이 제갈량밖에 없음에 기가 눌렸고, 중국의 역사를 구석구석 누비는 저자의 글은 도대체 이 책의 독서를 '성사'시키지 못하게 한다.

아무래도 나란 인간은 계획을 세워 패기있게 추진하고, 그 결과의 성패를 다음 일의 밑거름으로 삼는,
그야말로 벤처 정신이 부족한 인간인걸까?

니 혼자 조용히 살아라... 싸우지 말고... 이런 노자를 읽는 읽은 나긋나긋하고 좋은데,
갖은 지략, 계략, 모략으로 상대를 거꾸러뜨리고 일을 성사시키는 이 책은 아무래도 내 취향이 아니었다.

내가 살면서 겪어본 남자들의 성격은 참 여러 종류인 듯 하다.
남자다운, 너무나 남자다운 성격은 상대방의 상처에 아랑곳 하지 않고 성사시키는 스타일이다.
남자다워보이지만, 그리고 일의 성사에 상당히 관심이 많지만, 비겁하고 비굴한 술수를 쓰는 스탈도 있다.
남자로서 깔끔하게 일을 처리하면서도 비굴하지 않은 사람도 있고,
전혀 터프하지 않으면서도 뒤처리가 더 이상 깔끔할 수 없게 하는 이도 있다.
나는 살아오면서 내가 겪은 <남성성>을 자꾸 버리려 하고 있다.
<중고교>와 <군대>라는 질곳이 나에게 붙여준 타성은 아이들에게 호통치고, 별 지랄같은 기합을 다 주는 것이었다. 학생부에라도 있을 때엔, 갖은 몽둥이를 동원했으며, 그게 교육이라 착각했던 적도 있다.

교사는 아이들에게 엄격할 수 있어야 한다. 그저 자애롭기만 해서는 안 된다.
그렇지만, 엄격하기엔 너무도 상황이 슬프다.
학교에선 '자비 慈悲'의 맘을 갖게 될 때가 참 많다.
난 쓸데없이 엄격하고, 도를 지나쳐 추행과 추태를 부린 인간들을 너무 많이 보고 자랐다.
그래서 나도 제어하지 않으면 그런 인간임이 드러날 것은 자명하단 사실을 알고 있다.

유백온이 '작은 일을 소홀히 여기지 말라'는 대목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조정에서 관리로 있는 동안 요직에 앉아 높은 명망을 얻고 있는 사람들과 대립한 적이 많았다.
당시에는 그들의 권세에 위축되지 않고 무조건 강함을 내세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천지의 도리를 깨닫고 나니 강함과 부드러움의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너무 부드러우면 위축되기 쉽고, 너무 강하면 깨지기 쉽다.
강함은 거칠고 난폭한 것이 아니라 약함을 강하게 고치려는 것이고,
부드러움은 비천하고 약한 것이 아니라 강하지만 겸손한 것뿐이다.

제갈량, 위징, 호설암, 진회, 유용, 유백온, 위충현, 화신, 기효람, 증국번, 이홍장, 좌종당, 장지동

그들의 한 마디 한 마디는 바둑판에서 대마를 살리려는 기싸움을 벌이듯이,
전쟁터에서 후퇴하면서도 결코 결정적인 승기를 놓치지 않으려는 의기를 북돋우듯이,
필사적으로 일을 추진할 것을 권하고 있다.

그렇지만, 나는 노자의 부쟁 不爭이 더 좋다.
'성공, 제압, 경쟁, 정상, 단단히, 임기응변, 숨기기, 끈질기게, 공격...' 이런 말들로 가득한 책이다.
중국 대륙의 역사가 곧 삶과 죽음의 연장전이고, 바둑판과 장기판의 일수불퇴의 필살기를 높이 사는 그것이었으며, 그 결과 이런 책의 의미가 각별할는지도 모른다.

23,000원을 주고 이 책을 사서 읽을 CEO를 생각하니 불현듯 온 몸에 소름이 돋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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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einsusun 2006-04-11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똑 같은 책을 읽어도, 이렇게 받아들이시는 글샘 선생님이 계시니 참 좋네요.
이런 책을 읽고 어떤 비열한 짓을 다해서라도 승자가 되자! 세상은 승자를 위한 것이다! 뭐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을 거예요.그죠?
글샘 선생님 같은 교사들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글샘 2006-04-11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요. 세상이 승자를 위한 것이라면 참 슬픈 일이겠지요.
제가 만나는 아이들이 낮은 곳에 있는 아이들이라 그런지, 경쟁적이지 않아 좋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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