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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 (양장) - 삶의 기술, 늙은이의 노래
김홍경 지음 / 들녘 / 200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김홍경이라고 해서 텔레비전에서 한의학 강의를 한 그 사람인줄 알았다.
흔한 이름이 아니고, 한의학과 노자는 왠지 가까운 느낌이어서...
그런데 동명이인이었다.
그리고 이 책은 나처럼 노자를 느긋하게 즐기려는 사람에게 적합한 책은 아니었다.
백서와 왕필의 주해서를 분석하는 책으로 상당히 전문적인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앞부분의 해석들을 주로 읽어나갔다.
노자는 비유로 가득한 책이라서, 내맘대로 읽는 노자가 제일 좋다.
그리고 어린 왕자를 몇 번 읽을 때마다, 가슴을 치는 구절이 다르듯이, 노자도 그렇다.
한국에서 노자를 시장 바닥으로 내놓은 선구자가 도올이다.
그를 '돌'이라고 유사품을 만들어 강의한 코미디언도 있는데, 멋진 아이디어다.
도올과 돌 사이엔 별 차이가 없다.
그의 강의록이 노자와 21세기란 책으로도 나왔는데, 지나친 현학과 천박한 어휘 사용으로 노자를 웃긴 남자로 취급당했다.
난 개인적으로 '도올'이란 말이 우습다. 올이 높다랗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도가 높다랗다고 하는 이름을 짓고서는 노자를 강의하다니... 수능 점수는 높다란 사람일는지 몰라도, 험담을 입에 담고 사는 그가 높다랗게 보이진 않았다.
이 책에서 설명하는 <노자>는
'전국 시대'는 지극히 '남성성'이 강조된 시대였다. 그래서 노자는 '여성성'을 강조하는 것이 이 책이다.
노자란 이름, 즉 늙은이의 노래란 제목이 이미 남성적이기 보다는 여성적이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반어로 가득한 노자에는 정언약반 正言若反(올바른 말은 마치 삐딱한 듯 하다.)의 수사로 가득하다.
그래서 이 책에선 덕도경의 순서로 해설을 달았다.
도는 좋은 삶의 길, 좋은 삶의 근거가 되는 <윤리적, 존재론적 범주>라면,
덕은 구체화된 무엇으로 도의 결과, 작용, 드러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곧 덕은 도의 집인 것이다.
도가 만물을 태어나게 한 뒤, 덕이 그것을 기른다는 것에서 덕을 앞세운다.
이번에 덕도경을 읽으면서 눈에 들어온 구절들은 이렇다.
나에겐 항상 세 가지 보물이 있다. 자애, 검소함, 천하에 감히 나서지 않는 것이다.
내 말은 무척 쉽고, 행하기 쉽지만, 사람들은 알지도 행하지도 못한다.
큰 재주는 마치 졸렬한 것 같다. 大巧如拙
爲學者一益 聞道者日損 損之又損 以至於無爲也 無爲以無不爲 將欲取天下也 恒無事 及其有事也 又不足以取天下矣 학문을 하는 자는 날마다 더하고 도를 들은 사람은 날마다 덜어낸다. 덜어내고 또 덜어내어 무위에 이르니 무위하면 하지 못할 것이 없다. 바야흐로 천하를 취하려 한다면, 언제나 일이 없음으로 해야 할 것이니, 만약 일이 있음이면 천하를 취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성인은 모두를 어린이로 대한다.
작은 것을 보는 것은 눈이 밝다고 하고,
부드러움을 지키는 것을 강하다고 한다.
덕을 두텁게 머금은 사람은 갓난아이와 같다. 含德之厚者 比於赤子
억세지면 곧 늙어버린다. 이것을 부도라고 말한다. 物壯卽老 謂之不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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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두께로 보나, 내용으로 보나 전문가가 만든, 전문가를 위한 책인 듯 한데,
'수컷 모 牡' 자와 '암컷 빈 牝' 자를 혼동해서 수컷 모 牡자만 잔뜩 적어 놓은 것을 보고 신경질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