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만의 명작을 그려라
마이클 린버그 지음, 유혜경 옮김 / 한언출판사 / 200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이 참 멋져서 빌려 봤다.
처음엔 좀 괜찮아 보였는데, 조금 읽다 보니 이건 글쓰기가 아니고 명언의 '나열'이 심할 지경으로 이뤄진 책이다.

물론 명언들은 진리를 담고 있고,
어느 한 마디 버릴 말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냉장고에 하나 든 수박이 먹고 싶은 것이지, 도매시장에 산더미처럼 쌓인 수박은 입맛을 돋우지 못한다.

영어 원제목을 보니 <Make each day your masterpiece>라 되어 있다.
이런, 원제목은 멋진데, 번역의 과정에서 오버가 있었군. 하고 생각한다.

하루하루를 명작으로 만들어라,와
너만의 명작을 그려라. 사이엔 하나의 <상 相>이 있다.
하루하루를 명작으로 만드는 삶에는 노력과 지혜가 담길 수 있지만,
너만의 명작이란 말에는 과도한 의지와 탐욕이 서린 말이란 뜻이다.

우리가 배곯던 시절엔 부페에서 회식하는 것이 큰 영광이었다.
부페를 나설 때면, 그 많은 안주를 뒤로하고 나오는 것이 아쉬울 지경이었다.
그러나, 이젠 뱃살에 기름기가 도는 현실에선 부페는 오히려 사절이다.

진리는 변하지 않는다.
최고의 지혜는 친절이라는 탈무드의 한 마디 속에 모든 것이 다 들었지 않을까?
친절 속에는 사랑도, 평화도, 고요도 다 들었으니 말이다.
내 욕심을 차리고 친절할 수도 없으며, 성난 상태에선 더욱 친절할 수 없듯이...

정말 <나만의 명작>을 그리려고 한다면, 친절할 수 있을까?
세상에 <나만>의 세계가 어디 있다는 말인지...
사소한 제목에 별점이 팍 깎인 책.
좋은 말 참 많이 읽었는데, 부페를 나오면서 불쾌한 배를 쓰다듬는다.

삶을 사는 방식엔 오직 두 가지가 있다고 한돌(ein stein) 선생이 말했다던가?
하나는 모든 것을 기적이라고 믿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적은 없다고 믿는 것이라고.

이 책의 원제목대로 하자면, 매일을 명작으로 만들자면, 모든 것이 기적이라고 믿는 태도고,
번역된 제목을 따르자면, 너만의 명작을 그리려면, 기적은 없는 쪽에 가까울 듯.
(내가 떠벌이면서도 뭔 소린지... 쯧쯧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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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6-03-23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oday is the first day Of the Rest of your Life.
오늘은 인생 나머지의 첫째날.
오늘도 행복하길...
 
빨간 기와 1 마음이 자라는 나무 37
차오원쉬엔 지음, 전수정 옮김 / 새움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빨간 기와는 중학교고, 까만 기와는 고등학교다.
1권과 2권의 중간까지는 빨간 기와고,
2권에서 3권까지는 까만 기와다.
그러면, 산술적으로 두 권으로 편책하면 될 것을, 왜 세 권으로 만들었을까?
얄팍한 장사꾼의 상술이 속보인다.
이 책엔 간혹 오타도 많고, 탈자도 보인다.
소설이 재밌어서, 그런 걸 적어 두진 않았지만, 좀 짜증나기도 한다.

중국 역사상 가장 야만적인 혼란기가 <문화혁명기>였던 모양이다.
십여 년전 다이호우잉의 <사람아, 아 사람아>를 밤을 새워 읽었던 추억이 있는데,
이 책에선 피해자 어른의 시각이 아닌 가해자 중학생의 시각을 볼 수 있다.

처음엔 재미삼아 유람삼아 저지르는 군중 심리의 파괴 본능이 차츰 시들해지는 장면.

이 소설을 읽으면서 몇 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우선, 하방(下放, 지식인을 강제 노역으로 몰아내는 일)당한 교장 선생의 모습.
그 교장의 하심 下心에 나는 자꾸 눈이 가는 것이었다.
내가 나이가 들어도 정말 아이들과 학교를 위해 아무 욕심없이, 그야말로 낮춘 마음으로
나를 버릴 수 있을까? 아니지, 이제 십년 정도 뒤면 나도 50줄에 접어드는데,
그러면 나를 비우고, 그야말로 하심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곱씹었다.
꽃도 심고 나무도 돌보고, 우아한 퇴직자로서가 아니라, 할아버지같은 자애로서...

그리고 그토록 그악스럽던 홍위병의 야만적 폭력을 읽으면서 이십 년도 더 된 장면이 떠올랐다.

그 날, 나는 종로 거리를 선배와 같이 걷고 있었다.
시각은 저녁 5시가 가까워지고 YWCA 건물 앞은 지나가는 행인들로 복작거렸다.
선배가 내게 안내해준 직업은 구로공단 소켓공이었다.
5시가 되자, 어느 건물에서던가, 갑자기 "독재정권 박살내자"며 앙칼진 목소리의 여학생이 뛰어나왔다.
옆구리에 끼고 있던 유인물을 공중에 뿌리면서...
그 여학생이 열 걸음도 걷기 전에, 어디선가 나타난 짭새들(사복)이 그 여학생을 끼고 어디론가 끌고갔다.
그 여학생은 끌려가면서도 다부지게 소리쳤고, 결국 입이 틀어막혔다.
앞 건물 옥상에서 현수막을 내리면서 두세 명의 마스크 쓴 학생들이 구호를 외치고 유인물을 뿌린다.
유인물은 도로로, 버스 위로 흩날리고, 다시 수많은 사복들이 뛰어 가고,
다시 저쪽에서 고함을 치고, 시내 한복판에서 사과탄(사과만한 최루탄)을 터트려댔다.

이십 년을 잊고 있던 그 끔찍한 장면이 갑자기 떠오른 것은, 야만성 때문이었을까?
비둘기를 기르고, 침대에 집착하는 여인들이 등장하는 대목은 다소 낭만적이기도 하지만,
친구를 교실에 가두고, 서로를 학대하는 모습은
결코 인간의 세계라 볼 수 없었다.
짐승만도 못한 야만의 세계 그대로였다.

내가 어린 시절, 그토록 감동하며 읽었던 아미치스의 사랑의 학교를 요즘 아이들에게 읽히면 낯설어 하듯이,
이 소설은 중국 아이들에게도 낯설 것 같은 느낌이다.
오히려 성장소설이긴 하지만, 중국의 현대사를 조금은 아는 어른들이 읽어야 할 법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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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쨌단 말인고 - 만화로 보는 유쾌한 禪
이오안나 살라진 글 그림, 안정효 옮김 / 들녘 / 2004년 4월
평점 :
품절


네가 쫓아가면 세상이 달아나고

네가 달아나면 세상이 너를 쫓아온다.

만화로 된 <선> 보여주기 책이다.

이 뭣고?

보여줄 수 없는 <선>의 세계를 빛처럼 드러낸다.

빛은 볼 수 없지만 보이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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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3학년을 위한 우리말 우리글
전국국어교사모임 엮음 / 나라말 / 2003년 3월
평점 :
절판


중학교 국어와 고등학교 국어의 차이는 상상 이상이다.

고등학교 입학하면 일주일 있다가 바로 모의고사를 친다.
학교 실정을 잘 모르는 부모들은 학원 보내서 배치고사를 잘 치게 하고 싶어 하는데,
사실 배치고사는 중요하지 않다.

고등학교 신입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시험은 3월 둘째주에 치는 첫 모의고사다.
(중학생들은 그런 게 없으므로 4월 말에 치는 중간고사가 가장 중요하다.)

중학교까지는 교과서를 가르친 데서 국어 문제를 출제하지만,
고등학교의 첫 모의고사부터는 수능식 문제들을 출제하기 때문에, 중학교 교과서에선 그닥 많이 출제하지 않는다.

자기 실력이 바로 드러나는 순간이다.
아이들이 좌절하기 쉽다.
중학교 시절까지 국어 점수가 좋았던 아이들이 고등학교 와서 국어 시험에 좌절하는 첫 경험.

날카로운 첫 키쓰의 추억은 아이들을 슬프게 만든다.
그리고 국어 모의고사에 부담을 잔뜩 갖게 된다.

자꾸 읽히는 길밖에 없다.
이 책도 중고등학생에게 읽힐 좋은 교재다.

고등학생용 읽기 교재는 따로 없다. 이런 책들에서부터 시작해서 확산적인 글읽기로 가게 해야한다.

읽고 싶은 책이 생기려면, 첫단추를 잘 꿰어 주는 게 중요하다.

아, 이런 글을 쓰면서도, 우리 아들은 참 글 안 읽는다, 못 읽혔다는 생각이 가득하다.
이제 이 책을 사 뒀으니 같이 읽는 아빠가 되어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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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홋! 2006-05-24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 처음에는 괜찮다가 나중에 자신감 팍 상실하는 경우도 많아요ㅎㅎ
정말 중학교 때 부터 저정도 수준의 책만 좀 읽어뒀어도 진짜 좋을 뻔 했네요:)

글샘 2006-05-24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너무 자극적인 것이 많은 세상입니다.
책보다 넓은 세상에서 아이들을 유혹하지요.
그렇지만 아직은 책보다 깊은 세상이 없는 듯합니다. 고3어린이라도 읽어볼 만한 책이에요.
 
중학교 2학년을 위한 우리말 우리글
전국국어교사모임 엮음 / 나라말 / 2002년 2월
평점 :
절판


초딩들의 글을 평가할 기회가 있었는데, 중고딩 애들에 비해서 정말 실제적이다.
모든 글감이 실생활에서 나온다.

중학교 1학년의 글까지는 좀 유치하고, 생활글의 특성이 강한데,
중2부터는 애들 글이 정말 저질스러워진다.

그 이유는 개념을 자꾸 사용하기 때문이다.

사실은 중2부터 <개념적 사고>의 폭이 깊어지기 시작한다는 느낌이다.

고등학생들이 논술을 잘 하고 싶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그러면서 읽기 지도는 쉽지 않다.

급할수록 돌아가랬다고, 중2 우리말 우리글 정보면 논술의 시작으로 아주 좋은 교재로 볼 수 있다.

아이들의 수준을 잘 읽고 있는 현직 교사들이 만든 대안 교과서는 수업 시간에 쓰기엔 좀 비싸지만,

애들 학원비에 비하면 껌값이다.

중학생이나 고등학교 1,2학년까지도 충분히 읽어볼 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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