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의 길 - 아톰의 아버지 데즈카 오사무의 자서전
데즈카 오사무 지음, 김미영 옮김, 송락현 감수 / 황금가지 / 2002년 10월
평점 :
절판


철완 아톰으로 유명한 데츠카 오사무.
그의 자서전을 읽는 일은 일본의 현대사를 읽는 일이다.

2차 세계대전의 패전과 점령, 기아, 가난, 질병의 고통 속에서 그의 만화에 대한 애정은 기이할 정도로 변하지 않는다. 결국 그의 만화는 일본인들의 피폐한 삶에 희망의 불씨가 되었다.

정글의 왕자 레오, 아톰으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그의 그림은 일본에서는 절망을 희망으로 바꿔준 이름으로 기억한다.

만화에 대해 폭력적이고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공공의 적으로 쉽게 규정하는 사회에서,
그는 <만화는 어린이의 꿈>이자 <일본의 꿈>이었음을 보여주는 길을 살아왔다.

의사, 작가, 만화영화 제작자로 그 명성을 떨친 데츠카 오사무지만, 그는 자신의 직업을 한 마디로 말한다.

<나는 만화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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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배반한 역사
박노자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3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빌려올 때는 역사책이라 착각하고 있었다. 제목에도 역사가 들어가지 않는가?

책을 읽다 보니 역사를 다루긴 다루는데, 한국에는 왜 <개인>이 없는가?
왜 <개인주의>는 <개인적 이기주의>라는 나쁜 뜻으로 쓰이는가? 하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한국어에는 '우리'라는 말이 과잉으로 쓰인다.
my wife도 '우리 마누라', my mother도 '우리 엄마(외아들인데?)'
한국어는 '우리말', '우리 역사'로서의 국사.

거기엔 '우리'라는 말 속에 담긴, 단일 민족, 단일 국가(지금은 아니지만), 단일 역사, 단일 언어, 단일 지역이라는 제한적 요소가 담겨있다. 이것은 역사적 지리적 사회적 모든 조건을 한정하는 무서운 조건이다.

근대를 지나면서 식민지 시대를 거쳤고, 이 우리 의식은 더 강해졌다.
그 우리 의식에 <군국 주의>와 <근대화 지향> 그리고 <국민 주의>로까지 발전한 것이다.

한국이 축구, 쇼트트랙, 피겨스케이팅까지 세계에 이름을 빛내더니, 어젠 야구의 본고장 미국, 일본도 꺾었다.
한국인임이 자랑스러운 순간이다. 그런데, 마운드에 태극기를 꽂는 것은 좀 오버였다고 생각한다.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 ...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하는 국가주의 망령이 오버랩되는 건 내가 좀 삐딱해서였을까?

<국민 학교>가 1941년 생긴 이래, 우리는 <국민 교육 헌장>을 외우면서 애국가만 들으면 길거리에 멈춰서는 병영 국가에서 오랜 삶을 살아왔다.
그래서 전시 동원 체제가 항시 유지되는 국민 국가여서,
베트남에도 자원해서 수십 만이 참여했고,
이라크에도 세계 최대의 군인을 보냈다.

제대한 지 십여년이 지난 아저씨들이 가끔 예비군이고, 민방위로 새벽에 웅성거리는 병영 국가.

국가에 짓눌려 <나>를 실종한 역사를 박노자는 개화기, 종교적 시각을 통해 파헤치고 있다.
생살을 파헤치는 일은 아픈 일이다.
그러나, 아픔 없이 성숙할 수는 없는 노릇.
그의 수술대가 딱딱하고, 고통스럽게 만들더라도 그의 수술에 박수를 보낸다.
그렇지만, 솔직히 이 책은 읽기 좀 고통스럽다. 나는 이 책을 3/4 정도밖에 못 읽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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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6-03-17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살을 파는 듯한 아픈 비판 아래에 슬며시 도사린 그의 한국에 대한 애정에 마음이 더 갑니다.
 
좁쌀 한 알 - 일화와 함께 보는 장일순의 글씨와 그림
최성현 지음 / 도솔 / 2004년 5월
평점 :
품절


장일순 선생의 삶을 조명해 보기 위해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그분의 글과 그림들을 모아 본 책이다.

無爲堂, 一粟子같은 호를 쓰실 정도로 '억지로 하지 않는 이', '스스로 보잘 것 없다고 낮추는 이'가 장일순 선생이시다.

거지에게 적선할 때도 반드시 두 손으로 드리도록 가르친 아버지와 가풍의 영향이리라.
나를 낮추지만, <인간>은 모두 높다.
해월 최시형 선생의 <향아설위 向我設位>를 보면 안다.
우상, 귀신을 상대방으로 높이는 것이 틀렸단 거다. 내 안에 부처 있고, 내가 바로 신이란 것.
그래서 제삿상을 나를 향해 차린다는 혁명적 사상이 들어있다.

동학의 영향이겠지만, 아녀자라는 말에서 그의 <모심>과 <살림>의 정신이 잘 드러난다.
아이와 여자를 아녀자라고 일컬었는데, 늘 사회의 약자다.
그렇지만 아이들과 여자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관계다. 칼로도 끊을 수 없는 것이 모정 아닌가.

답례는 꼭 앞으로 하지 않고 뒤나 옆으로 해도 된다는 말에서 <보시>의 정신을 배운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맡을 일 열심히 하다 보면 향기는 절로 멀리 퍼져가는 법이란 말씀에서 <法>이란 글자의 뜻을 생각하게 한다. 물이 흘러가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사는 것이 법이라고...

학생에게 좋은 대학 가지 말라고 당당하게 말씀하시는 선생님.
아, 나는 얼마나 엉터리 선생인가.
오늘부터는 아이들에게 좋은 대학이란 말을 다신 꺼내지 않으리라. 다시는...

원주 평신도 대표였던 그분은 교황이 떠들썩하게 와도 안 갔다. 그 이유는 <예수님은 그렇게 떠들썩하게 오지 않으실 거>란 단 한 가지 생각.

그의 <대표>론은 마음에 담아둘 만 하다.

대표가 된다는 것은 어머니가 되는 것이다. 밥주고, 옷주고, 청소해주고, 똥오줌 닦아주고,... 위에서 시키고 누리려 해서는 안된다. 밑에 있는 사람들보다 더 아래에서 일을 해야한다. 대접받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을 읽으며 좀 아쉬운 점이라면, 무위당 선생의 동학에 관한 생각을 더 읽을 수 있었으면 좋았을걸... 하는 것. 그렇지만, 자기 생각을 책으로 남기고 그럴 필요 없다고... 우리 앞의 많은 위인들이 책 제대로 남기신 분이 누가 있냐고 하신 말씀을 듣고는... 내가 공부해야할 따름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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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6-03-16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의 눈이 열리면
삶이 더욱 성숙해지면
이심전심의 도가
글 너머의 세상에서
전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분의 삶과 마음을 통해서
우리가 닿아야 할 곳이
어딘지 쳐다봅니다.

글샘 2006-03-17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가 닿아야 할 곳이 어딘지...
스스로 낮추실 수 있는 마음, 성내지 않는 열린 마음을 배워야 할 분인 것 같애요...
 
느림과 비움 - 노자를 벗하여 시골에 살다
장석주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05년 1월
평점 :
품절


장석주, 얼마 전, <시인세계>란 시잡지에서 '마지못한 친일까지 중죄인 취급하는 것은 가혹한 처사'하는 개념없는 이야길 했던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 줄 모르고, 이 책의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되었다.
제목은 <느림과 비움, 노자를... 벗하여... 시골에 살다.>

내용은 노자를 한 페이지에 실어 두고, 자기 잡문을 써나간 것이다.
안성 땅에 집을 하나 지어 두고, 시를 쓴다는 그런 사람이다.
그의 시는 내 취향이 아니기에 언급을 말자.

노자라는 텍스트를 다시 접하게 된 것은 반가운 일이었으나, 그의 시골 이야기는 공중에 떠 있는 느낌이 든다. 왜 시골로 갔지? 시골이 시쓰기 좋으니까 갔겠지... 이런 생각이 든다. 그의 삶은 별로 느리지도 비운 것도 없어 보이는데... 흙 내음을 맡으면서 땅에 코를 가져다 대는 모습은 드물고, 그저 시골 생활을 하고 있을 뿐이다.

하루 6시간 읽고, 6시간 쓰고, 두 시간 걷겠다는 그의 욕심은 시골 생활을 팍팍하게 하고 있는 것 같아 안쓰런 마음이 들게 한다.

다시 노자를 읽으면서 눈여겨 보고, 곱씹어 본 구절.

寵辱若驚.
칭찬과 욕됨에 깜짝 놀라는 듯하다. 인간의 심사가 그렇게 얕다는 것. 항심이 없는 것.

大上下知有之 其次親而譽之 其次畏之 其次侮之
최고 지도자는 아랫사람이 그의 존재를 겨우 알고, 다음은 친하고 자랑하며, 다음은 두려워하고, 마지막은 업신여긴다. 나는 어떤 선생인가... 생각해본다. 모지아닐까? ㅠㅠ 모지라는 인간. 侮之.

絶學無憂
학문을 끊으면 근심이 없어진다. 여기서 학문은 <相>을 갖는 것이다. 고정관념으로서의 상. 판단의 근거로서의 상. 어쨌든 잘난체 하려면 고민 많이 해야한다. 박사 과정 안 가니 근심이 전혀 없다. 공부하기 싫을 땐, 이런 핑계로... 이거 갈수록 노자가 나의 게으름을 합리화하는 요상한 방향으로 쓰인다.

장 루슬로의 시를 읽어 보는 일은 느림과 비움을 생각하게 하는 좋은 경험이었다.

다친 달팽이를 보거든
섣불리 도우려고 나서지 말아라.
스스로 궁지에서 벗어날 것이다.
성급한 도움이 그를 골나게 하거나
마음을 다치게 할 수 있다.

하늘의 여러 시렁 가운데서
제 자리를 벗어난 별을 보거든
별에게 충고하지 말고 참아라.
별에겐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라.

더 빨리 흐르라고
강물의 등을 떠밀지 말아라.
강물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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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einsusun 2006-03-16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하루에 여섯시간 읽고, 여섯시간 쓴다고요???
회사원들 평균 근무시간 보다 많네요.ㅎㅎㅎ

글샘 2006-03-17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문적인 글쟁이니 그럴 만도 하지 않나요?
 

이보시게 친구 - 서산대사
 

살아 있는 게 무언가?
숨 한번 들여 마시고
마신 숨 다시 뱉어내고
가졌다 버렸다 버렸다 가졌다
그게 바로 살아 있다는 증표 아니던가?
 
그러다 어느 한 순간 들여마신 숨
내뱉지 못하면 그게 바로 죽는 것이지.
어느 누가, 그 값을 내라고도 하지 않는
공기 한 모금도 가졌던 것 버릴 줄 모르면
그게 곧 저승 가는 것인 줄 뻔히 알면서
어찌 그렇게 이것도 내 것 저것도 내 것,
모두 다 내 것인 양
움켜 쥐려고만 하시는가?




 
아무리 많이 가졌어도
저승길 가는 데는
티끌 하나도 못 가지고 가는 법이리니
쓸 만큼 쓰고 남은 것은 버릴 줄도 아시게나,
자네가 움켜쥔 게 웬만큼 되거들랑
자네보다 더 아쉬운 사람에게
자네 것 좀 나눠주고.
 
그들의 마음 밭에 자네 추억 씨앗 뿌려
사람 사람 마음 속에
향기로운 꽃 피우면
천국이 따로없네, 극락이 따로 없다네.




 
생이란 한 조각 뜬 구름이 일어 남이요,
죽음이란 한 조각 뜬 구름이 스러짐이라.
뜬 구름 자체가 본래 실체가 없는 것이니
나고 죽고 오고 감이 역시 그와 같다네.
 
천 가지 계획과 만 가지 생각이
불타는 화로 위의 한 점 눈(雪)이로다.
논갈이 소가 물위로 걸어가니
대지와 허공이 갈라 지는구나.
 
삶이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오
죽음이란 한 조각 구름이 스러짐이다.
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 것
죽고 살고 오고 감이 모두 그와 같도다.





출처 : kslofs (묵연스님 / Gregory Colb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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