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의 나라
강준만 / 개마고원 / 1996년 6월
평점 :
절판


강준만의 초기 저작. 서울대 신드롬, 서울대 콤플렉스를 잘 파헤친 책이다.

한국인에게 서울대란 무엇인가?

자기 자식을 제일 보내고 싶어하는 대학.
출세가 일단은 보장되는 것처럼 보이는 대학.
'샤'자처럼 보이는 철교문이 촌스럽지만 경원하게 되는 대학.
(그 "샤"자는 국립 서울 대학교의 앞자음을 모은 도안이다. 촌스럽기도...)
정치가, 경제인, 방송인... 등등 한국의 윗자리가 다들 나왔다는 대학.
그래서 한국이 비틀거릴 때면 언제나 욕을 먹는 대학.

일반적으로 모든 학과에서 서울대는 <최고>다.(커트라인이 제일 높다는 말)
서울대에 없는 한의예과나 일어일문과 같은 것을 제외한다면.
그리고 교수진도 가히 최고라 할 수 있다.(숱한 저서들을 본다면...)

그런데, 그 서울대가 세계 대학 순위로 따지면 200위 안에 겨우 든다던가... 뭐, 그렇다.

그토록 가고 싶어하는 대학, 그렇지만 그토록 욕을 하는 대학.
그 원인을 강준만은 잘 파헤치고 있다.

서울대를 만든 것은 <미군정>이었다.
코쟁이들은, 자기들의 허수아비 국가를 만들기 위해 <국립 종합 대학 설립(안), 국대안>을 만들게 된다.
그래서 한국의 모든 부분을 미국식으로 이식시키려고 의도했고, 그 의도는 멋드러지게 성공했다.
이것이 더도 덜도 아닌 서울대의 실체인 것이다.

한국의 최고 학부, 서울대가 왜 엘리트 집단으로서의 역할을 못 하는가. 왜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없는가... 비판할 필요 없다.
한국의 최고 학부라고 착각한 그 서울대는 바로 <미국식 제도>의 기반으로 출발했기 때문이다.
이미 대한민국이 수립된 1948년보다 2년 이른 1946년에 서울대가 성립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울대를 졸업한 엘리트들은 경성제국대학을 졸업한 친일파는 아니지만, 자기도 모르는 사이 친미파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것이 지금 기득권 세력이 되어 각 분야의 수위를 차지하고 있는 서울대의 실체다.

그러다 보니 학연을 따지게 되고, 그 학연의 맨 위에 자리한 것이 서울대가 된다.

서울대 폐교론도 등장하지만, 서울대 아래 연세대, 고려대가 있는 한, (또 그 아래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 중앙대... 등등이 있는 걸 누구나 안다.) 서울대 문닫는다고 나아질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다만 서울대를 줄일 필요는 있겠다.
경영학은 연세대 쪽으로 특화시키고, 법학은 고려대 쪽으로 특화시키고(이러자고 하면, 수많은 서울법대 출신 법관들이 관습법을 들고나오겠지?) 뭐, 이렇게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치면, 서울대에 남을 것은 인문대, 자연대, 공대(이것도 카이스트나 포항공대와 섞어 보고), 농대 정도일까? 사범대야 서울 시내 각 대학에 흩어버리면 되고...

똑똑한 아이들 받아서 바보 만드는 서울대는 더이상 존재 이유가 없지 않을까?
애들이 미적분도 못한다는 공대 교수들은 무식해서 그런 거 아닐까?
이적지 고등학교까지 죽자사자 공부한 아이들로 200위 안에 든 대학교.
그렇다면, 이젠 대학 가서 죽자사자 공부하게 만들어야 20위 안에 들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한다.

10년 전에 전근 선물로 이 책을 건네준 추선생의 글씨가 앞장에 적혀있었다.
지금이야 실업계 근무하니 서울대 갈 아이야 없지만, 몇 년 있으면 다시 서울대 신드롬에 사로잡힌 아이들과 씨름할 생각하면, 지금도 힘들지만, 그도 역시 피곤한 노릇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옛날이야기처럼 재미있는 곰브리치 세계사 2
에른스트 H. 곰브리치 지음, 이내금 옮김 / 자작나무(송학)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제목은 <옛날이야기처럼 재미있는 곰브리치 세계사>다.

일리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옛날이야기처럼 재미있는.... 에서, 곰브리치가 잘 쓴 면이 드러난다.
"대부분의 사물은 전문용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총명한 아이라면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도록 단순한 단어로 설명될 수 있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전적으로 옳다.

한국의 많은 교과서들이 너무도 어려운 단어들의 나열, 개념의 집합들로 이뤄져 있다는 사실을 교사들은 안다. 그렇지만, 또한 초중고 교과서가 제대로 위계가 잡혀있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서 초등때 불필요한 것들을 숱하게 배우고, 중딩때는 더더욱 많이 배운다.
그런 불필요한 지식에 대한 주입식 교육이 이뤄지는 기관이 각종 <사교육 기관, 학원>이다.
그런 기관을 위해 존재하는 구조가 바로 각종 <경시 대회>와 <급수 시험>인 것이다.

초등학교에서는 석차가 존재하지 않는다. 중학교에서도 과목별 석차만 존재한다.
이것은 매달 수십 만원을 투자하는 부모 입장에서 본다면, 상당히 불안한 투자다.
인풋이 있으면 아웃풋이 있어야 하는데, 이놈의 자식 교육이란 기제에는 인풋만 있고 아웃풋이 도통 없는 것이다.

유치원 시절만 해도, 완전 까막눈이던 아이가 한글을 깨치는 것으로도 부모는 만족한다. 아니 자기 아이가 천재가 아닐까 하면서 기뻐한다.
그러나 유치원 교육부터 아이에게 <네 옆에 있는 그 애보다더> <더 나은 인간>, <더 가치있는 인간>이 되기를 바라는 부모의 눈에는 내 아이가 어떤 수준인지 가늠하고 싶은 욕구로 가득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 날마다 학원 봉고에 오른다. 해저물녘 놀이터에서 "밥먹어라"고 불러야 할 어머니의 목소리는 어디에도 없다.

한국의 교육은 <낱말> 주입 교육이다. 특히 암기과목으로 인식되는 사회, 국사, 지리, 과학... 이런 것들은 완전 <낱말> 주입식이다. 그래서 낱말이 많이 주입되어있지 않은 아이의 경우, 완전 곤란한 지경을 만나게 된다.

역사가 왜 중요한지, 지리는 왜 일찍부터 발달했는지, 사회 과목에 비해 역사, 지리가 왜 필요했던 것인지를 생각하게 만들지 않는다. 사회나 역사나 지리는 몽땅 암기과목일 따름이다.
인간은 시간과 공간에 의해 정의되는 존재였다. 그래서 시간에 따른 역사와 공간에 따른 지리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사회가 강조되는 것은 근대 이후, 식민지 시대 이후의 사조다. 특히 미국같은 인종의 샐러드 보울에서나 통용되는 그런 것.

중세를 별이 빛나는 밤으로,
피렌체에서 빛나던 르네상스 시대를 맑고 청명한 아침으로 옮길 수 있는 저자의 시선은 탁월한 점이 있다.

그렇지만, 이 세계사는 어디까지나 유럽 대륙에서 태어난 그의 손자, 손녀들에게나 유효한 세계사일 따름이다. 그의 세계에 반만년 역사를 가진 한반도는 포함되지 않았고, 검은 대륙 아프리카도 지중해 일대의 일부만 세계에 편입되었을 따름이다.

세계사를 객관적으로 기술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단지, 세계에서 일어난 일을 단편적으로 나열하는 방법은 있을 수 있어도...
모든 나라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없는 것은, 저자가 모든 나라에서 태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나라', '국가'라는 개념 자체가 얼마나 근대적 가치를 함유하고 있는 것인지를 생각한다면, 시오노 나나미처럼 <로마의 역사>에 붙잡힌 시선이 훨씬 신선해 보인다.
<십팔사략>을 읽으면서 <중화>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중학생이 되기 전에 꼭 읽어야 할 만화 과학 교과서 1 - 지구과학.물리 되기 전에 시리즈 1
고윤곤 지음, 현종오 감수 / 스콜라(위즈덤하우스) / 200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와, 정말 어렵다.

중학생이 되기 전에 똑 읽어야 한다면, 이 책의 독자는 초딩이란 이야근디...

초딩이 이렇게 어려운 책을 읽어야 한다면, 차라리 공부를 하지 말라고 하자.

어려운 한자에, 씨$... 욕이 저절로 나온다.
책이 나빠서 욕이 나오는 게 아니라, 중학교 1학년 수준이 이렇게 높다니... 하고.
난 대학원까지 나온 지식인인데, 왜 이 책이 이렇게 어렵단 말인가.(것도 국문과 대학원을 나왔는디...)
난 한문도 아주 잘 안다고 생각하는데, 이 책에 나온 한자들이 왜 쉽단 생각이 안 드는거지?

정말 교육과정을 새로 짜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에 그렇게 혹사시키고, 고등학교 시절엔 아이들을 아예 말려 죽여서...
그래서 뭘 어쩌겠다는 건데.

서울대가 세계 100위권에도 못 들만큼 대학 교육은 개판인 걸 온 국민이 다 아는데,
왜 교과서가 이렇게도 어려워야 되는 거냐고...

이 책을 아이들이 보기 좋다고, 쉽게 잘 그렸다고,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은
정말 공부를 잘 하셨던 학부모든지, 아니면 책을 제대로 읽지 않고 리뷰를 양산하신 분들이 아닐까?
(흐흑, 아니면, 내가 정말 무식한 놈인지도 모르겠다. ㅜ.,ㅠ;;;a)

그럼에도, 황당무계한 중학교 과학 교과서를 무작정 펼쳐들고 좌절하기 쉬운 아이들에게 이런 만화 형식의 책들은 조금 도움이 될는지도 모르겠다. 에효... 중딩이 된 아들놈이 불쌍하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진주 2006-03-12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왕년에 제가 공부는 좀 잘하긴 했지만 책은 제대로 읽어보고 이 책 좋다고 리뷰 쓴 사람입니다^^;
저는 중학교 교과서 받기 전에 이비에스방송으로 과학과목을 봤는데 살살 웃으며 최선을 다해 설명하시는 선생님들의 노고에도 불구하고 어렵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다가 교과서를 받아 왔는데,(글샘님도 보셨지요?) 한마디로 허걱! 입니다. 왜그렇게 어려운지, 고등학교 졸업후 수십 년간 담쌓고 살아왔던 과목이라서 그런지 너무 낯설고 어렵게 보이더군요. 저도 울 중1 아들놈이 불쌍하단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ㅎㅎ 그러나, 저 만화-자세히 보면 간단 간단 넘어가는 것 같아도 잘 설명해 놓은 부분이 많아요. 뭐..제 수준이 워낙 낮아서리 그래야만 이해했는지도 모르지요 ㅋㅋ 4학년 작은애도 만화책이니까 들여다 보긴 하는데 걔가 뭘 알겠어요? 곧 중학생이 될 아이를 대상으로 만든 책이겠지요. 흠냐, 결론은 중학 과학 어렵고 애들 불쌍하다?

글샘 2006-03-13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 진주님이 성인이기 때문에 저 책이 쉬울 수도 있지 않을까요? 사실 과학이란 '원리'와 '개념'이 중요한 건데, 이 책을 보면 낱말 풀이에 너무 많은 힘을 쏟고 있거든요. 그 낱말 뜻을 다 알려면 아이들이 과학 공부만 하란 건가... 이런 한숨이 나와서 쓴 것이랍니다. 애들이 불쌍해요...
 
디아스포라 기행 - 추방당한 자의 시선
서경식 지음, 김혜신 옮김 / 돌베개 / 200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서경식이란 이름을 듣고, 추방당한 자의 시선이란 책 제목을 보고, 문득 서준식이 생각났더랬는데,
읽고 보니 정말 그의 동생이었다. 서준식, 서승 형제의 동생으로서 생각하는 디아스포라.

디아스포라는 추방당한 유태 민족의 삶을 떠올리게 하는 단어라고 한다.
지구 위에는 유태 민족만 추방당한 것이 아니고, 
일본에 살 수밖에 없는 재일조선인들, 
부모가 버리고 조국이 버려서 입양이란 가시밭길을 걸어간 아이들.
윤이상처럼 추잡한 조국을 스스로 버린 이들도 모두 디아스포라에 속한다.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국민방위군이란 이름으로 젊은이들을 버렸고,
보도연맹이란 이름으로 또 숱한 국민을 버렸다.
한국 전쟁(디아스포라의 시선으로 봐선 조선 전쟁)을 통해 버림받은 사람들 외에도,
독재 시절, 숱하게 조작된 간첩단 사건으로 많은 지식인들이 국가의 버림을 받았다.

독재자 박정희가 총맞고 난 뒤에도, 
시대의 어둠을 넘지 못한 땅, 빛 고을에서 또 수천이 버림받은 나라.

알베로 까뮈의 <이방인>을 읽으면서, 난 그런 생각을 했다. 왜 동화되지 못하고 이방인이 되었지?
식민지에서 사는 버림받은 자들의 아픔을 난 몰랐던 거다.

디아스포라라는 다소 낯선 용어를 통해서, 내가 별 의식 없이 사용하는 <한국>이란 말이 얼마나 찐득거리는 소유의 개념인지를 깨닫게 한다.

망명객으로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처지의 시선은 그런 것이었다.
다소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으면서, 낯선 이들의 따가운 시선을 마주하지 못하는 눈길.
잘못한 것 없으면서 죄인같은 눈빛.
대학교 졸업할 때쯤, 내가 즐겨 불렀던 정호승 시인의 맹인 부부 가수가 떠오른다.
그 어쩔 수 없는 소외감과, 눈물과, 억눌린 울음이...

맹인 부부가수 

『눈 내려 어두워서 길을 잃었네 
갈 길은 멀고 길을 잃었네 
눈사람도 없는 겨울밤 이 거리를 
찾아오는 사람 없어 노래 부르니 
눈 맞으며 세상 밖을 돌아가는 사람들뿐 
등에 업은 아기의 울음소리를 달래며 
갈 길은 먼데 함박눈은 내리는데 
사랑할 수 없는 것을 사랑하기 위하여 
용서받을 수 없는 것을 용서하기 위하여 
눈사람을 기다리며 노랠 부르네 
세상 모든 기다림의 노랠 부르네 
눈 맞으며 어둠 속을 떨며 가는 사람들을 
노래가 길이 되어 앞질러가고 
돌아올 길 없는 눈길 앞질러가고 
아름다움이 이 세상을 건질 때까지 
절망에서 즐거움이 찾아올 때까지 
함박눈은 내리는데 갈 길은 먼데 
무관심을 사랑하는 노랠 부르며 
눈사람을 기다리는 노랠 부르며 
이 겨울 밤거리의 눈사람이 되었네 
봄이 와도 녹지 않을 눈사람이 되었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타지마할 2006-03-13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맹인부부가수"를 보니까 생각나는 이야기 한토막. 아마 대학에 입학해서 신입생 환영회 비슷한 행사에서 행사가 끝나고 총학생회에서 나눠 준 노래책 제목이 아마 "맹인부부가수"였을 겁니다. 아니면 그 안에 있던 노래 중의 하나였던가? 아무 생각없이(?) 가방에 집어 넣고 집에 가다가 화장실에 가려고 서울역에 내렸다가 검문을 당했지요. 한 건 했다는 전경들의 발길질과 함께 근처에 주차해 둔 닭장차로 끌려갔지요. 몇 번의 뒤이은 발길질과 욕지거리. "이제 빨간 물이 드는군" 등등의 알 수 없는 이야기를 듣고는 신입생이라 봐준다며 풀려났던 더러운 기억이 되살아납니다. 그 뒤론 검문받는 게 재수없어 전철을 타면 중간에 내리지 않게 되었답니다.

글샘 2006-03-13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긴 그 시절엔 대학생도 디아스포라였죠. 날마다 어디론가 떠나버릴 것 같던 자아를 보며 마셔도 마셔도 취하지 않던 날들... 이젠 그 보잘것 없는 자아를 부등켜 안으려고 또 하루를 사는지도 모릅니다.

소금연못 2006-09-05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도 이 시대에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디아스포라일 것입니다 . 쓸모있을 때는 저렴한 가격으로 쓰고 부담스러워지면 얼마든지 노동력 대체가 가능하니까...
맹인부부가수는 오랫동안 제가 좋아하던 마음 아픈 노래... "점득이네" 란 동화를 보면 주인공 점득이가 아마도 노근리로 추정되는 곳에서 학살당할 때 눈을 잃고 이 사회에서 춥고 힘들게 살며 눈내리는 날 저녁에 노래 부르는 장면이 나오죠 . 점득이는 아내가 아니라 평생 수발해주는 누나와 함께 다닙니다 . 아직도 이 사회는 소수자, 약자들에게는 디아스포라가 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훌륭한 리뷰 잘 읽었습니다 .
 

귀거래사(歸去來辭)  /  도연명(陶淵明)




귀로(歸路) / 志木 이영찬

歸去來兮 귀거래혜 자, 돌아가자. 田園將蕪胡不歸 전원장무호불귀 고향 전원이 황폐해지려 하는데 어찌 돌아가지 않겠는가. 旣自以心爲形役 기자이심위형역 지금까지는 고귀한 정신을 육신의 노예로 만들어 버렸다. 而獨悲 해추창이독비 어찌 슬퍼하여 서러워만 할 것인가. 悟已往之不諫 오이왕지불간 이미 지난 일은 탓해야 소용 없음을 깨달았다. 知來者之可追 지래자지가추 앞으로 바른 길을 쫓는 것이 옳다는 것을 깨달았다. 實迷塗其未遠 실미도기미원 내가 인생길을 잘못 들어 헤맨 것은 사실이나, 아직은 그리 멀지 않았다. 覺今是而昨非 각금시이작비 이제는 깨달아 바른 길을 찾았고, 지난날의 벼슬살이가 그릇된 것이었음을 알았다.

江 / 藍丁 박노수

舟遙遙以輕 주요요이경양 배는 흔들흔들 가볍게 흔들리고 風飄飄而吹衣 풍표표이취의 바람은 한들한들 옷깃을 스쳐가네, 問征夫以前路 문정부이전로 길손에게 고향이 예서 얼마나 머냐 물어 보며, 恨晨光之熹微 한신광지희미 새벽빛이 희미한 것을 한스러워한다. 乃瞻衡宇 내첨형우 마침내 저 멀리 우리 집 대문과 처마가 보이자 載欣載奔 재흔재분 기쁜 마음에 급히 뛰어갔다.

鷄龍山麓 / 蒼暈 이열모

僕歡迎 동복환영 머슴아이 길에 나와 나를 반기고 稚子候門 치자후문 어린 것들이 대문에서 손 흔들어 나를 맞는다. 三徑就荒 삼경취황 뜰 안의 세 갈래 작은 길에는 잡초가 무성하지만, 松菊猶存 송국유존 소나무와 국화는 아직도 꿋꿋하다. 携幼入室 휴유입실 어린 놈 손 잡고 방에 들어오니, 有酒盈樽 유주영준 언제 빚었는지 항아리엔 향기로운 술이 가득, 引壺觴以自酌 인호상이자작 술단지 끌어당겨 나 스스로 잔에 따라 마시며, 眄庭柯以怡顔 면정가이이안 뜰의 나뭇가지 바라보며 웃음 짓는다.

吾園大醉圖 (오원대취도) / 月田 장우성

倚南窓以寄傲 의남창이기오 남쪽 창가에 기대어 마냥 의기 양양해하니, 審容膝之易安 심용슬지이안 무릎 하나 들일 만한 작은 집이지만 이 얼마나 편한가. 園日涉以成趣 원일섭이성취 날마다 동산을 거닐며 즐거운 마음으로 바라본다. 門雖設而常關 문수설이상관 문이야 달아 놓았지만 찾아오는 이 없어 항상 닫혀 있다. 策扶老以流憩 책부노이류게 지팡이에 늙은 몸 의지하며 발길 멎는 대로 쉬다가, 時矯首而遐觀 시교수이하관 때때로 머리 들어 먼 하늘을 바라본다.

南雪嶽 / 對山 김동수

雲無心以出岫 운무심이출수 구름은 무심히 산골짜기를 돌아 나오고, 鳥倦飛而知還 조권비이지환 날기에 지친 새들은 둥지로 돌아올 줄 안다. 以將入 영예예이장입 저녁빛이 어두워지며 서산에 해가 지려 하는데, 撫孤松而盤桓 무고송이반환 나는 외로운 소나무를 어루만지며 서성이고 있다. 歸去來兮 귀거래혜 돌아왔노라. 請息交以絶遊 청식교이절유 세상과 사귀지 않고 속세와 단절된 생활을 하겠다. 世與我而相違 세여아이상위 세상과 나는 서로 인연을 끊었으니, 復駕言兮焉求 복가언혜언구 다시 벼슬길에 올라 무엇을 구할 것이 있겠는가. 悅親戚之情話 열친척지정화 친척들과 정담을 나누며 즐거워하고, 樂琴書以消憂 낙금서이소우 거문고를 타고 책을 읽으며 시름을 달래련다.

바둑 / 牛玄 송영방

農人告余以春及 농인고여이춘급 농부가 내게 찾아와 봄이 왔다고 일러 주니, 將有事於西疇 장유사어서주 앞으로는 서쪽 밭에 나가 밭을 갈련다. 或命巾車 혹명건차 혹은 장식한 수레를 부르고, 或棹孤舟 혹도고주 혹은 한 척의 배를 저어 旣窈窕以尋壑 기요조이심학 깊은 골짜기의 시냇물을 찾아가고 亦崎嶇而經丘 역기구이경구 험한 산을 넘어 언덕을 지나가리라. 木欣欣以向榮 목흔흔이향영 나무들은 즐거운 듯 생기있게 자라고, 泉涓涓而始流 천연연이시류 샘물은 졸졸 솟아 흐른다. 善萬物之得時 선만물지득시 만물이 때를 얻어 즐거워하는 것을 부러워하며, 感吾生之行休 감오생지행휴 나의 생이 머지 않았음을 느낀다.

高士 / 藍丁 박노수

已矣乎 이의호 아, 인제 모든 것이 끝이로다! 寓形宇內復幾時 우형우내복기시 이 몸이 세상에 남아 있을 날이 그 얼마이리. 曷不委心任去留 갈불위심임거류 어찌 마음을 대자연의 섭리에 맡기지 않으며. 胡爲乎遑遑欲何之 호위호황황욕하지 이제 새삼 초조하고 황망스런 마음으로 무엇을 욕심낼 것인가 富貴非吾願 부귀비오원 돈도 지위도 바라지 않고, 帝鄕不可期 제향불가기 죽어 신선이 사는 나라에 태어날 것도 기대하지 않는다. 懷良辰以孤往 회양진이고왕 좋은 때라 생각되면 혼자 거닐고, 或植杖而耘imggui-geo-41-1-1-3.gif 혹식장이운자 때로는 지팡이 세워 놓고 김을 매기도 한다. 登東皐以舒嘯 등동고이서소 동쪽 언덕에 올라 조용히 읊조리고, 臨淸流而賦詩 임청류이부시 맑은 시냇가에서 시를 짓는다. 聊乘化以歸盡 요승화이귀진 잠시 조화의 수레를 탔다가 이 생명 다하는 대로 돌아가니, 樂夫天命復奚疑 낙부천명복해의 주어진 천명을 즐길 뿐 무엇을 의심하고 망설이랴. (박일봉 옮김)

夜梅(야매) / 月田 장우성


도연명이 10여 년에 걸친 관료생활을 최종적으로 마감하고 은둔생활에 들어간 시기는
의희(義熙) 원년(405) 11월 41세 때였다.
그는 팽택 현령이 된 지 겨우 80여 일 만에 자발적으로 퇴관했다.
퇴관의 결정적인 동기에 관해서는 다음의 유명한 일화가 있다.
그해말에 심양군 장관의 직속인 독우(督郵:순찰관)가 순찰을 온다고 하여 밑의 관료가
"필히 의관을 정제하고 맞이 하십시오" 하고 진언했더니, 도연명은
"오두미(五斗米:월급) 때문에 허리를 굽혀 향리의 소인을 섬기는 일을 할 수 있을손가"라고 말한 뒤
그날로 사임하고 집에 돌아갔다고 한다. (宋書 隱逸傳)
또 한편으로 이때의 사퇴 동기에 관해서 도연명 자신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취임해서 어느 정도 되자 집에 돌아가고 싶은 기분이 들었지만
그럭저럭 벼가 익거든 빠져나가려고 생각하던 차에
누이의 부음이 들려오자 조금도 참을 수 없게 되어 스스로 사임하고 집에 돌아왔다".<歸去來辭 序>

이때 나온 작품이 유명한 〈귀거래사〉·〈귀전원거오수 歸田園居五首〉이다.
출처 http://blog.daum.net/umji0112/2131814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달팽이 2006-03-12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문따라 해석해보니 좀 의역이 많은 부분이 눈에 띕니다만 그래도 좋은 그림과 함께 접할 수 있어 기쁩니다. 펌.

해콩 2006-03-12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감사히 펌~

비자림 2006-03-12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도 그림도 정말 좋군요. 찬물로 마음을 씻은 듯... 저도 얻어 갑니다.

글샘 2006-03-13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實迷塗其未遠 실미도기미원
覺今是而昨非 각금시이작비
이런 깨달음으로 도연명의 귀거래가 명작이란 것이겠죠.
저도 우연히 얻은 그림인데, 참 좋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