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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도모르고 자주쓰는 우리말 500가지 II
박숙희 / 서운관 / 1995년 7월
평점 :
절판
지난 해부터 아들 녀석이 보기 시작해서 같이 본 '우리말 겨루기'란 프로그램에 고무되어, 요즘 국어공부를 좀 하고 있다. 언제 거기나 나가서 상금이나 노려볼까?
올해는 수업도 2학년 아이들 교양같은 국어생활 과목을 가르치므로 헷갈리는 낱말 같은 걸 많이 공부하게 된다.
공부를 하다 보면, 정말 책임감을 가지고 한국어를 열심히 갈고 닦는 분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저절로 고개가 숙여 진다.
그렇지만, 과유불급이랬다고, 간혹 국어 사랑이 지나쳐서 상사병이 든 경우도 보게 된다.
이 책이 그런 경우가 아닐까 한다. 국어 교사 출신이라고 하는데, 아무래도 좀 서툰 구석이 보인다.
좀더 갈고 닦았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사냥 처럼 순우리말로 알고 있던 말들의 연원이 한자어에 닿아 있는 것을 알게 될 때의 서운함은 우리 나라 사람이면 누구나 느끼는 감정(45쪽)'이라고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저지르는 일은, 자문화 중심주의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자랑거리로 <단일 민족, 단일 언어>를 꼽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지만 글로벌 시대에 단일 민족, 단일 언어는 아주 불편하고 아주 위험한 것일 수 있다.
중화 문화권에서 살았던 한민족으로서는 <한자어>, <만주어>, <몽골어>, <일본어>와 그 어원을 같이 하는 낱말들이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것을 슬퍼해서야 세상을 어찌 살겠나.
그러면 아직도 머리를 땋고 다니고, 한복을 입어야만 나라사랑이라 생각할는지도 모르겠다.
14쪽의 '웬지 기분이 좋아진다.' 같은 말은 우리말을 다루는 책에선 등장해선 안 되는 맞춤법 오류다.
왠지로 바꿈이 옳다.
16쪽의 '횡경막'도 <횡격막>의 명백한 오류다.
자기도 잘 모르면서 남을 가르치려 드는 일,
특히 어원이 명백하지 않은 말들(예를 들면 강강 술래 같은 민속적 어휘들)을 자기 의견이 옳다고 우기는 것은 꼴불견일 수도 있다.
그래도 역시 배울만한 것이 더 많다.
왜 소, 말, 개는 새끼의 명칭이 있는데, 돼지는 새끼 돼지라고 할까?
원래 돝이 돼지고, 도야지가 새끼인데 돝이 사라지면서 도야지가 돼지로 통칭이 되었단다.
실랑이는 무슨 뜻일까?
본래 과거장에서 합격한 사람을 '신래위'라는 구령으로 불렀단다. 주변에서 축하 겸 질투로 얼굴에 먹을 칠하고 옷을 잡아 당겨 찢으며 앞으로 나가려는 합격자를 괴롭혔다는 데서 나온 말이란다. 증서를 타러 나가는 사람과 못 나가게 당기는 짖궂은 낙방생 사이의 수작에서 실랑이가 나왔단다. 승강이는 틀린 말이다.
마천루는 무슨 뜻일까?
摩天樓는 말 그대로 하늘을 어루만지는 누각이란 뜻이다. 영어의 skyscraper를 직역한 말.
왜 중국인을 낮춰서 짱꼴라라고 할까?
중국어로 中國兒를 짱꾸어뤄라고 해서 중국인들이 스스로 자신을 점잖게 부르는 말이다.
엿먹어라는 왜 욕일까? 엿, 맛있기만 한데...
엿과 뽁은 <남사당패> 은어에서 여성의 성기를 뜻하는 말이었단다. 그래서 '엿먹어라'는 성관계를 표현한 것으로, 여자한테 잘못 걸려 된통 당하듯 혼나라는 뜻이란다. 이제 엿먹이면 안 되겠다.
왜 정원이 차지 않으면 티오가 있다고 하지?
티오는 table of organization의 준말이라고 한다. 원래 편성표, 조직도란 뜻인데 여기서 발전되었다는 좀 모호한 설명.
메리야쓰는 어느 나라 말?
스페인어의 메디야스에서 온 일본말. 백과사전을 찾아 보면 메디야스란 옷감의 종류가 아니라 편물의 한 방식이란다. 한가닥으로 짜는 방식으로 신축성과 보온성이 뛰어난 옷감이라는군.
권투 시합에서 울리는 <공>은 무슨 뜻일까?
징, 바라를 뜻하는 '인도네시아어'란다. 참 많은 나라 말도 알고 있다.
생떼같은 자식을 잃은 부모... 에서 생떼는 뭘까?
국어 사전에서 떼04 「명」흙을 붙여서 뿌리째 떠낸 잔디. 의 뜻이 있다.
생떼는 여기서 나온 말이 아닐까? 저자는 생때라고 해서 몸이 튼튼한 상태라는데, 국어 사전에 그런 말은 없다. 좀 낯선 설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