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하게 읽는 불교
고명석 지음 / 동숭동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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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제목을 보고는 명쾌한 이야기들을 통해 불교의 논리들을 꿰뚫는 책을 기대하고 펴 들었다.

그렇지만, 열 장 정도 읽었을 때, 그게 아님을 깨닫게 되는 책.

뭐랄까, 불교에 대한 기본편 써머리라고나 할까?

지은이가 불교 공부를 하면서, 교리와 수행의 맥을 짚은 불교 입문서가 없어서 좀 답답했던가 보다.

나처럼 불교 연구가도 아니고, 불교 신자도 아닌 사람이,
그저 수행의 한 방도로 불교 관련 서적도 읽고, 불경도 사경해 보는 사람으로서는,
이런 책은 좀 마땅치 않다.

왠지 이 책을 읽으면서는 밑줄을 좍 그으면서 암기해야할 것처럼 정리해 놓은 책이다.

4무량심을 읽으면서, 자비희사 慈悲喜捨를 만났는데, 버린다는 데 생각이 오래 머물렀다.
자상하고, 큰 사랑으로 슬프고, 기뻐하는 마음에 모든 상을 버리는 마음. 무량한 마음

4홍서원도 느낌이 크다.
중생을 끝없이 제도하고, 번뇌 가없어도 끊으며, 법문이 무량해도 배우고, 불도가 더없이 높아도 이루겠다는 투철한 수행의 서원

구운몽 같은 책에 나오는 <호승>이 서역승이란 것도 배웠다.

한국의 선의 특징은 간화선인데, 몰록 자기 자신의 본래 모습을 보라고 한다.
그 절차에서 誓願, 捨緣 , 調食, 調眠, 擇處, 調身. 調氣, 調心, 辨魔, 護持
여기서도 사연이 보인다. 인연을 버리라... 버리라. 버리라.

비우고, 버리라.
그러면, 자, 비, 희가 온다. 공에서 몰록, 자, 비 희, 사가 오리라.
아상을 버리고, 인상을 버리고,
제 잘난 맛에 살지 말고, 남 못났다 깔보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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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박물학
다이앤 애커먼 지음, 백영미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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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감각이란 세계와 나 사이에 놓인 창이다.
나는 창을 통해 세계를 본다.
세계와 만남으로써,
세계와 나와의 관계를 인식함으로써,
나라는 존재에 가 닿는다.

초등학교 과학시간에 인간은 다섯 가지 감각을 가지고 있다고 배운다.
후각, 촉각, 미각, 청각, 시각...
중학교 들어가면 감각적 이미지에 대해 배우면서 다시 이 감각들을 배우고,
공감각적 이미지도 배운다. 이건 시험에 대따 많이 난다.

이 책은 제목처럼 감각에 대한 박물학적 향연을 베풀어 놓는다.
과학과 신화, 예술에 거친 다양한 관점에서의 <감각>론은 서양의 신화, 예술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 낯선 면도 많다. 서양을 읽을 때, 이런 모습을 만나면 낯설기만 하다.
그들은 당연히 다 안다고 생각하고 말하는 것을, 나는 전혀 모르는 것들이 있다.
어차피, 박물관에서 모든 것을 알려고 하는 것은 바보같은 일 아닐까?

내 나름대로 박물관을 감상했다.
예술이 나오면 내 마음대로 인식하고, 음악이나 미술 이야기가 나와도 내 맘대로...

이 책을 읽으면 내 몸의 감각들이 스멀스멀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보름 간에 걸쳐 순서도 없이 이쪽 저쪽 손이 가는대로 넘기면서 생각했던 것도 많고 그새 잊어버린 감각도 많다.

냄새보다 기억하기 쉬운 것은 없다... 향수의 미학, 후각.
가장 관능적인 감각, 먹는 일의 사회사... 죄악의 동의어, 미각.
    아아, 비오고 쌀쌀하고 바람많이 부는 꿀꿀한 날, 핫쵸코 한 잔의 매력은 미각의 감정과 긴밀하다.
소음과 설렘의 사이, 빗소리, 커튼 휘날리는 소리, 새소리, 아기 옹알이... 청각.
아기 피부같이 보드라운, 외부 세계에서 우리를 보호해 줌과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감각... 피부의 촉각.
보는 것이 믿는 것. 모든 지적 활동이 기대는 감각, 언어조차 시각화되는... 시각.
    거울이 없다면 비극도 없을 것이라 누가 했던가.

오감이 인간의 모든 감각은 아니다.
Sixth sense가 존재한다.
어쩌면 이런 책을 읽을 수 있는 지성이란 것도, 하나의 초감각이 아닐까?
적외선이나 열, 전자기를 감지하거나 초저주파, 초음파, 진동 들을 감각으로 느낄 수 있는 동물들이 있듯이,
인간이란 두뇌에서 화학적 회로의 흐름에 따라 사고할 수 있는 대단한 감각을 가졌다.

이런 책을 구상하는 인문학적 토양이 부럽단 생각을 많이 하며 읽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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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가 2006-03-31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어찌나 내 손 안에 들어오게 하고 싶던지.. ^^: 두꺼운 책이 내 손 안에 들어오는 순간 기뻐서 마구 마구 읽었습니다. 그런대로 배가 불렀답니다. ㅋ

글샘 2006-03-31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두툼한 책을 도서관에 신청해서 빌려오면서 헤벌레 하고 웃었답니다.
흐뭇해서...
 
대한민국사 3 - 야스쿠니의 악몽에서 간첩의 추억까지 한홍구의 역사이야기 3
한홍구 지음 / 한겨레출판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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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시대 이승만, 박정희 욕할 때만 해도 옛날 이야기였다.

이제 완전 요즘으로 오고 나니, 한숨도 안 난다.

요즘도 어떤 정신 나간 놈이 <나는 친일파가 좋아요> 하는 소리를 하고 자빠졌더니,
3권에서는 희망보다는 절망이 가득하다.

낮에는 파병 반대 집회에 참가하고, 밤에는 탄핵 무회 촛불 시위에 참가하는 갑감한 세상.
그나마 패러디의 웃음을 찾은 시대라고 위안을 받고 있는가?

제대로 된 <중도 보수>가 없어본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기승을 부리는 수구 꼴통들,
친일 부역으로 돈줄을 쥐고 앉아 나라가 어려울 수록 '이대로'를 외치는 것들.
자기 자녀는 군대 안가면서, 양심적 병역 거부를 죄악시 하는 세상.

민주화의 추억에 젖어 자기들이 최고인 줄 아닌 한나라당 철새들.
이재오, 김문수 같은 녀석들과 똑 같은 이해찬 골프총리, 이철 케이텍스 사장녀석들.

간첩을 만들었던 간첩의 추억과 사법 살인과 사법의 몸부림.

까라면 까는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은 군대를 안 가려 한다고 여호와의 증인들을 증오하는 희한한 나라.
돈 좀 버는 것들이 파업한다고 돈 좀 못 버는 것들이 저주를 퍼붓는 나라.

이런 어두컴컴한 나라에 살면서 정신병에 걸리지 않는 이유는...
한국인 모두가 <자기 검열>이란 심각한 통제병에 걸린 까닭이다.

국사 교과서를 검인정으로 풀어도 <빨갱이 논쟁> 한 판에 자기 검열하는 나라.
학생들 두발 자유화를 인권 보호 차원에서 권고해도 <교칙>을 내세워 단속하는 나라.
자유도 자율도 없는 닫힌 민국.
오로지 축구가 이기고, 야구가 이기고, 쇼트트랙에서 이겨야
승전보를 울리는 병영 민국.

군인도 아닌 병사로, 선수도 아닌 선수로, 자유 없는 자유인으로 살아가야하는 어두운 ... 민국이 낮게 드리운 하늘만큼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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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마할 2006-03-06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인 모두가 <자기 검열>이란 심각한 통제병에 걸린 까닭이다.- 아 찹찹합니다. 글샘님.

글샘 2006-03-06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지마할님... 아침부터 너무 깜깜한 글이었나요? 암튼 이책 읽을수록 희망보담은 어두움이 떠올랐답니다.
 
조선 왕 독살사건 - 조선 왕 독살설을 둘러싼 수많은 의혹과 수수께끼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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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이 일어났을 때, 조선은 이미 망했다.
왜군이 무섭다고 선조가 도망을 일순위로 간 것이다. 그것도 의주까지 갔으니 50보도 아닌 100보를 간 거다. 그런데, 조선은 망하지 않았다.

그 때부터 조선 후기라고 한다. 왜란, 호란 이후로 조선은 '개판 사회'가 된다.
그 개판 사회를 조금 살릴 수 있었던 임금들이 연이어 독살된다.
이 책에 독살설을 제기한 임금은 인종, 선조, 소현세자, 효종, 현종, 경종, 정조, 고종 등이다.
조선 왕의 1/4이 독살 당했다고 하지만, 선조 이후 조선 후기 임금의 절반 가량이 정상적인 자연사를 하지 못했던 것이다.

아무리 <왕조 국가>의 대표적인 비정상적 정치 행태가 국왕 독살이라고 하지만, 소현세자와 효종, 정조 같은 개혁적인 군주의 가능성을 짓밟은 것은 조선의 역사에서 안타까운 일이다.

이 책은 전문적인 글쓰기와, 필자의 주장이 강하게 드러난 글쓰기가 혼재되어 있다.
역사가의 사관이 반영되는 일을 당연한 것이지만, 소현세자를 읽으면 저자의 사랑이 지나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역사와 정치란 것이 '자신과 당파의 이익을 위한 투쟁'에 불과한 것이라면, 임금의 운명을 타고난 것은 가장 불행한 일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한 책이다.

거지 아빠가 아들보고, 홍수로 떠내려갈 집이 없으니 우린 얼마나 행복하냐... 했다듯이,
제왕으로서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는 삶이 곤룡포 붉은 비단에 못지 않은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아, 삶의 길과 무게는 정말, 오직 모르겠다. 오직 모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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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바람구두 > 이해찬 총리와 이철 철도공사 사장의 모습을 보며...

먼 저편
- 미래의 착취자가 될지도 모를 동지에게

                         체 게바라


지금까지
나는 나의 동지들 때문에 눈물을 흘렸지,
결코 적들 때문에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오늘 다시 이 총대를 적시며 흐르는 눈물은
어쩌면 내가 동지들을 위해 흘리는 마지막
눈물이 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 멀고 험한 길을 함께 걸어왔고
또 앞으로도 함께 걸어갈 것을 맹세했었다
하지만
그 맹세가 하나 둘씩 무너져갈 때마다
나는 치밀어 오르는 배신감보다도
차라리 가슴 저미는 슬픔을 느꼈다
누군들 힘겹고 고단하지 않았겠는가
누군들 별빛 같은 그리움이 없었겠는가
그것을

우리 어찌 세월 탓으로만 돌릴 수 있겠는가
비록 그대들이 떠나 어느 자리에 있든
이 하나만은 꼭 약속해다오
그대들이 한때 신처럼 경배했던 민중들에게
한 줌도 안되는 독재와 제국주의의 착취자처럼
거꾸로 칼끝을 겨누는 일만은 없게 해다오
그대들 스스로를 비참하게는 하지 말아다오
나는 어떠한 고통도 참고 견딜 수 있지만
그 슬픔만큼은 참을 수가 없구나

동지들이 떠나버린 이 빈 산은 너무 넓구나
밤하늘의 별들이 여전히 저렇게 반짝이고
나무들도 여전히 저렇게 제 자리에 있는데
동지들이 떠나버린 이 산은 너무 적막하구나

먼 저편에서 별빛이 나를 부른다

<출전 : 먼 저편/ 체 게바라 지음, 이산하 옮김, 엮음 / 문화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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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체 게바라의 이 시가 떠오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만,
이 시가 아깝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듭니다.
강원도 산불 나서 낙산사가 불탈 때도 골프, 7월 남부 지역 호우 피해 때도 골프,
최전선 GP총기 난사 사건 위문 직전에도 골프, 철도 파업하던 날에도 골프...

국회의원들이랑 설전 벌이는 거야 그렇다 쳐도
국민들과도 설전 한 바탕 벌이시려는지...
그래도 당신이 돌베게 출판사 사장 하던 때는 이렇게 살려고 그랬던 건 아닐 텐데.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고....

이철, 그래 당신이 공산당일리 없고, 그들의 사주를 받았을리는 더더욱 없네요.
긴급조치 시대, 민청학련 사건으로 사형을 구형받았던
당신이 이제 2,000명에 이르는 철도공사 노조원들에게 사형을 선고합니다.
떨리는 목소리로, 단호한 목소리로 불법 파업에는 타협이 있을 수 없다고...

아, 민주주의여!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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