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는 자, 너는 누구냐
장휘옥.김사업 지음 / 더북컴퍼니 / 2005년 1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제법 읽을 만하다.
그런데 표지의 붙은 광고가 잡스럽기 그지없다.
<서울대, 도쿄대 출신의 두 불교학자가 3년간 체험한 전세계 이름난 선방 수행기>

서울대, 도쿄대가 입시 광국 한국과 일본에서 대단한 대학임엔 틀림이 없다.
그 대학들을 다녔던 사람들이라면 뛰어난 일면이 있음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가진 자의 학맥, 잘났다는 관념, 더 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는 것이 수행일진대,
그 표지에 저런 잡스런 용어를 휘갈긴 것은 책의 내용을 갉아먹는 속물 근성이 아닌가.

필자들은 일본 임제종의 간화선, 미얀마의 위빠사나 수행 센터, 프랑스 틱낫한 스님의 플럼 빌리지에서 수행을 체험하고, 외딴 섬에 수행처를 만들었단다. 교수란 직함도 버리고 수행을 하는 것도 가상하긴 하다만, '나는 교수직도 버리고 수행합네' 하는 맘에서 글을 쓴 것 같은 생각이 들게하는 표지의 문구는 잡스럽기 그지없다. 좀더 담백해져야한다.

일본에서의 니와즈메, 단가즈메 같은 통과의례는 좀 잔혹하다. 시련을 이겨내야 수행의 절실함을 깨닫는다는 본의도 이해가 가지 않는 바는 아니지만...
부귀영화도 흠모하지 않고, 모욕도 두려워하지 않는 경지. 그런 경지는 어떤 것일까?
머리에서 나온 답은 소용이 없다... 온 몸에서 나온 답이라야 살아있다... 온 몸에서 나온 답...

여기서는 살아있는 화두를 생각하게 한다.
자신의 온 몸과 온 마음이 화두에 대한 의심 하나로 뭉쳐, 자기 자신을 완전히 비우고, 자기 자신이 완전히 죽어서 얻은 상태.

미얀마 셰우민 센터의 위빠사나에서는 <사띠(알아차림)>가 가장 중요하다.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은 언제나 변화하며, 고정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늘 호흡과 걸음 등을 관찰하는 수행으로 그 사실을 알아 차린다.

탐욕, 미움이란 상대보다 자신을 먼저 새까맣게 태우는 것이다. 하루에 이는 6만 가지 생각에서 미움과 쓸데없는 생각이 얼마나 많으냐. 이 순간에 철저하라!!

몸은 느낌뿐이고 육신이 있다는 것은 관념임을 깨달아라.

결국 우리 마음의 근심은 신경 계통의 불균형으로 표현된다.
마음을 찾는다는 것은 안경을 쓰고서 안경을 찾는 것과 같다.

음식 먹을 때도 '사띠'
모기에게 물릴 때도,
아, 모기가 무는구나.
아, 내 마음엔 저 모기를 때려잡고 싶어하는 미워하는 마음이 이는구나.
아, 모기가 배불리 먹고 날아가는구나.
모기야 잘 살아라~~. '사띠'

알아차림과 평상심의 유지를 위해 '망상, 망상'을 이름붙이기도 하는 위빠사나 명상...

플럼빌리지의 틱낫한 스님은 내가 많이 읽어 익숙한 분이다.
이 책에선 <안식, 휴식>에 대해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사이의 완전한 조화를 새로이 확립한다는 의미에서의 휴식.
완전한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하는 날, <게으름의 날>

나는 일요일이면 정말 마음을 푹 쉬고 있는가?
낮잠을 자면서도 꿈 속에서 미워하고, 잡념에 마음을 온통 빼앗기지는 않는가...

책을 읽을 때만 아니라, 두고두고 곱씹는 수행의 나날을 도와주는 책이 되었다.
표지에 욕을 퍼부은 것은 말이 너무 거창해서인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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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사 2 - 아리랑 김산에서 월남 김상사까지 한홍구의 역사이야기 2
한홍구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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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독재 시대를 살아오면서 학교 교육을 통해 국가주의적 사고방식에 잔뜩 찌든 내 의식 속에서,
대한민국은 <평화를 애호하는 국가>, <결코 침략을 저지르지 않는 국가>였다.

그래서 88올림픽때 잠실벌을 가득 메운 평화의 상징 비둘기는 성화의 그을음 속으로 하늘을 날았다.

이 책을 읽고는, 우리 역사가 전혀  평화적이지 않음에 부끄러웠다.
그 속엔 이주 노동자를 짓밟고 있는 비열한 한국인들의 그림자가 드리워 있었다.

일제의 호도에 의해 촉발된 것이기는 하지만 감추어진 역사, 반중국인 폭동과 화교들의 수난.
베트남에서 미군 대신 갖은 학살을 저지르고 돌아온 고엽제의 피해자, 김상사들의 눈물.
우익청년 테러단체의 <국민방위군 학살 사건>
녹화사업의 비인간적, 비이성적 정신말살.

한국인에 의해 저질러진 이런 끔찍한 비극들 이외에도,
박정희의 반민족성, 비전향 장기수를 향한 냉혹한 눈초리.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한 논의.

일제 강점기의 감옥보다 인권에 눈감았던 대한민국의 감옥.
집필의 자유조차 없던 그 어둡던 공간.
인민군 치하에서보다,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해 집단적 반발을 보이는 대한민국의 병영.
병영국가로서의 대한민국에 칼을 대기란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리고 최근에 미쳐 날뛰는 <비리 사학>들의 원죄를 파헤친 그의 현장 르포는 손발로 만드는 역사의 전형을 보여준다.

아아,
이적지 40년을 살면서, 한국의 역사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그리고 많은 책을 읽었다고 자부해왔던 나는 비겁한 대한민국의 치부에 얼마나 무지한이었던가.
고통스럽지만 새살이 나기 위해서는 과거를 끄집어내야 한다.
한홍구는 그런 사북의 자리에 서 있다.

그래서 그의 시선에 따라 역사를 읽는 것은,
역사는 진정 과거인의 그것이 아닌 미래인의 그것임을 확신케 하는 작업이다.
역사서를 읽는 것은 나의 발걸음과 지향점을 결정하는 것임을 알려주는 훌륭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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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외국어를 배우는가?
에르하르트 지음, 이정희 외 옮김 / 아르케 / 2004년 11월
평점 :
품절


한국인들은 영어 광풍, 중국어 광풍에 휩싸인지 오래다.
혀의 어디인지는 몰라도 영어 잘한다고 수술시키는 황당한 부모가 사는 땅이 한반도 남단이다.

철학을 가진 교육, 발도르프 학교에선 외국어를 어떻게 가르칠까?

이 책에선 원칙이 주로 이야기되고 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어떤 장면에서 어떤 수업이 이뤄지는지는 더 자세한 책을 봐야 하겠다.

발도르프 학교의 외국어 교육의 초점은 이렇다.

가능한 한 어린 시기부터 외국어를 접하게 한다.
교사는 외국어로 한 시간 이상 수업이 가능한 이라야 한다.
교재가 없이 외국어를 듣도록 한다.

외국어를 배우는 것은 다른 문화를 익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점진적인 학습이 되도록 한다.
적극적인 관용을 배우게 한다.

발도르프 학교가 <전문적인 교사의 양성>에 비중을 두는 데 나는 적극 찬성한다.
내가 어떤 전문성도 배우지 못한 <한국의 사범대학>이 한국의 엉터리 교육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들은 적어도 특정한 철학적 환경에서 특정한 커리큘럼을 이수해야 한다.
반드시 철학적 견지에서 지속적으로 통찰할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일제 강점기와 미군정기를 거치면서 교사의 부족으로 <긴급 양성소>과정 등을 거친 교사들이 한국의 학교에는 득시글거린다.
그리고, 지역에 따라 <학연>에 의한 연고주의가 그 지역의 교육을 말짱 황으로 만든다.

특히 외국어 같은 과목은 단순한 <기능>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한국이 토익시험 가장 많이 보는 나라로 부각된 것은 국가적 <기능> 우선주의가 판을 쳤기 때문이다.
외국어는 반드시 <철학>을 널리 펼칠 수 있는 <도구>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외국어를 가르칠 때에도 제대로 된 교사가 필요한 것이다.

이 책은 외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은 읽을 것이 없다.
외국어를 가르치는 사람들은 읽고 또 읽어도 한도 없을 것 같고...
영어, 일본어 등 외국어 선생님들이 읽어 본다면 도움이 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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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6-03-02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정말이지 실전에서 부딪히다 보면 '이런 건 대학에서 배운 적 없단 말이야!'하는 게 너무 많습니다.

글샘 2006-03-03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교대, 사대에서 너무 쓰잘데기 없는 것만 잔뜩 늘어놓지요.
요즘에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합니다.
학급에서 학생들 관리하기, 연간 학사 일정, 학부모와의 관계... 등을 좀 다룰 수 있어야 할 텐데요... 수업에 있어서도, 지식적인 측면보다는, 어느 단계에서 어떻게 가르쳐야 한다는 것을 배워서 가르치는 것과 그냥 되는대로 가르치는 것엔 천양지차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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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 통신 2006 - 1호                                   부산공업고등학교 2학년 금속과 2반


도전하지 않으면 실패하진 않지만,

도전하지 않는 인생은 실패한 인생이다.


반갑다. 어제 처음 만난 담임 선생님이다. 내 이름을 알고 있는가? 적어도 배우는 선생님들 성함은 꼭 알고 지내기 바란다.

여러분의 2학년 진급과 금속과 2반으로 편성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너희의 마음이야 어떤 것이든 새 환경을 맞게 된 것은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 축하할 만한 일이라 생각한다.


새로 한 해를 맞으며, 몇 가지 잔소리를 하자.

첫째, 사소한 학교 규칙은 지키고 가자.

너희의 자존심인 머리카락을 자르라는 말을 담임 선생님이 할 필요는 없지 않겠니? 학생답게 단정하게 자르면 좋겠다.

그리고 아침 8시 반까지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등교해 주기 바란다. 다른 친구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아파서 늦게 오는 경우에는 꼭 보호자께서 연락을 주시도록 해라. 그것이 살아가는 예의다. 문자 보내거나 너희가 전화하면 그건 몽땅 사고로 처리한다.

학교에 오면 조용히 자리에 앉아 자습을 하기 바란다. 일본어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도 외우고, 이런 저런 숙제도 좀 하고, 영어 단어도 외우고 하는 식으로 조회 시간까지 기다리자.

지각생이 생겨서 늦게 가게 되면, 마찬가지로 자습을 한다.


둘째, 담임 선생님을 ‘간섭하는 사람’으로 여기지 말고, ‘도와주는 사람’으로 활용하기 바란다.

보통 담임 선생님은 지각하는 학생 야단치고, 흡연 학생 벌주고, 종례 시간에 꾸중하는 역할을 한다. 그렇지만, 열여덟 살이나 먹은 너희에게 그런 잔소리나 하는 담임 선생님이 필요할까? 너희가 사소한 규칙들을 지키지 못하면, 올해도 역시 그런 잔소리꾼 담임 선생님을 만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너희가 그 사소한 규칙들만 잘 지켜 준다면, 아침 조회 시간에 재미난 이야기도 나누고, 웃는 얼굴로 하루를 열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가정에서 일어나는 곤란한 이야기’, ‘친구 문제로 고민하는 내용’, ‘진로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과 부모님과의 충돌’ 등등 이런 여러 가지 문제로 날마다 해골이 복잡한 것이 너희 청소년이다. 고민 없이 산다면, 그건 할아버지가 아닐까? 모두가 고민을 안고 있지만, 그 고민을 자기 발전의 밑거름으로 삼는 훌륭한 청소년도 있겠고, 그 고민을 핑계로 자기 인생을 야금야금 좀먹는 빙시~같은 청소년도 있겠다.

선생님이 너희의 고민들을 해결해 줄 수 있는 ‘해결사’는 아니지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너희가 마음을 열어 보기 바란다. 혹시 알아? 좋은 일이 생길는지…


셋째, 게임의 법칙을 알면 게임이 즐겁다.

우선, '게임의 법칙'을 설명하기 위해 인터넷 게임을 하나 생각해 보자.

게임의 법칙 하나. 모든 게임은 시작할 때 레벨 1에서 시작한다.

내가 레벨 1에서 버벅거릴 때 높은 지력과 마법을 쓰는 사람도 원래는 1이었던 거다.

게임의 법칙 둘. 모든 게임은 공정하지도, 공평하지도 않다.

어떤 때는 한 시간 투자하면 한 레벨을 올릴 수 있지만, 어떤 때는 두 시간 투자해도 별로 소득이 없을 때도 있고, 누구는 좋은 아이템을 잘 얻는데, 난 아닐 수도 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전혀 공평하지 않다. 인정하면 맘 편하다.

게임의 법칙 셋. 게임은 레벨이 오를수록 어려워진다.

레벨 2로 오르기 위해서는 아주 허약한 몬스터 십여 마리만 처치하면 된다. 레벨 3으로 오를 때는 이십여 마리…. 레벨 10정도 되면 100여 마리. 여기까진 재미있고 쉽다. 하루만에 오를 수도 있다. 그러다가 레벨이 20이 넘어서면 하루에 1레벨 올리기도 어렵다. 3,40 레벨 정도 되면 한 레벨 올리기가 정말 어렵다. 이 때쯤 많은 사람들은 게임을 그만두고 다른 게임을 찾는다. 아니면 남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서 새 아이디를 만들거나.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것은, 레벨이 오를수록 게임은 어려워진다는 것. 알아차려라.

게임의 법칙 넷. 게임을 하다보면 캐릭터가 반드시 죽는 때가 있다.

그 이유는 너무 어려운 상대를 찾아가서 무리하게 득점을 하려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포기하는 사람은 없다. 죽지 않으려면 적절한 상대를 찾아 꾸준히 득점하는 것이 요령이다.

게임의 법칙 다섯. 누구나 절대적인 시간을 투자하면 '신의 경지'에 오를 수 있다.

예외는 없다. 게임의 법칙 두 번째에서 게임은 공평하지 않다고 했지만, 게임은 마지막까지 참고 진행하기만 한다면 누구나 그 기쁨을 나눌 수 있다.

마지막 게임의 법칙. 퀘스트를 적절히 활용하면 업그레이드가 훨씬 쉽고, 그리고, 이 게임의 법칙을 늘 생각하고 있는 사람은 게임이 정말 즐겁다.


넷째, ‘나’를 사랑하자.

ME의 그림자를 그려보면 WE가 된다.

우리 학교는 나빠, 우리 반은 별로야, 우리 집은 가정 형편이 어려워, 우리 아빠는 무능력해... 핑계로 돌리는 <우리>는 <나>의 그림자일 뿐이란다. 세상을 사는 것은 그림자가 아니지. 바로 <나>다. It's ME. 바로 ‘나’란 말이다. 부처님께서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고 하셨다. 온 세상에서 오로지 <나>만이 홀로 존귀하다는 뜻이다. 내가 최고 잘났다는 왕자병 환자의 발언이 아니고, 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지금, 이 순간, 여기에서 내가 하는 노력’이 세상의 모든 것임을 일깨워 주는 말이다. 우리 학교에 대해서 불평하기 전에, 내가 지금 여기서 바라볼 수 있는 저 꽃송이를 느낀다면, 우리 가정의 가난에 불만갖기 전에, 지금 여기서 최선을 다해 나를 계발할 수 있다면, 너희 한 사람 한 사람은 모두가 부처고, 모두가 하느님의 우주다. 그만큼 너희 한 사람 한 사람은 빛이고 별이고 꽃송이 같은 존재란 말이다. 꽃이 찡그리는 거 봤니? 늘 웃으며 살아라. 지나간 과거의 <그들>을 탓하지 말고, <지금, 여기의 나>를 발전시키는 것이 우리 인생의 목표인 것이다. 멋진 진학을 꿈꾸는 학생, 지금 여기의 나를 돌아보라. 멋진 취업을 원하는 친구, 지금 여기의 나를 느껴보라.

과연 나는 멋진 미래의 씨앗을 심고 있는가?


우리의 고마운 인연을 소중히 관리해서, 내년에 너희가 3학년 올라가는 날, 너희를 만나 정말 행복했던 한 해였다고 추억하고 싶다.


유승준의 「비전」의 가사를 음미해 보며 잔소리를 마친다. 정말 다시 태어난다 해도, 자신이고 싶은 그런 모습의 삶을 살 수 있을지 생각해 보길….


 숫자만 하나씩 밀려나가는 어제와 똑같은 지친 아침을 생각 없이 체념한 듯이 맞이하고 있니? 모두가 똑같은 표준의 시계 그대로 보며 맞춰나가며 그대로 너는 정말로 행복한 거니? 누구를 위한 것도 아냐, 뜻이 없다면... 메뉴얼대로 살아만 간다면 과연 꿈꿀 수 있을까? 커다란 날개를 달아! 다시 태어나! 허무하게 남겨진 어제를 벗어나! 높이 날고 싶다면 작은 망설임은 걷어차 버려! 끝없는 미지를 향해 내딛어야 해! 새롭게 시작되는 오늘에 누구도 나를 대신 살아 줄 수는 없는 거야 (…울어버린 것만 같은 후회 뒤늦게 밀려올 때 그땐 늦게 될 꺼야 진정한 자신의 바램에 가깝게 가기 위해 꿈을 멈추어서는 안 돼) 네 삶을 사는 것이 아냐 뜻이 없다면... 메뉴얼대로 살아만 간다면 과연 꿈꿀 수 있을까? 다시 태어난다 해도 자신이고 싶은 그런 모습의 그 삶을 위하여 발을 내!딛!어! 그 아무도 알 수 없는 내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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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6-03-02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선생님! 와락!!!

아영엄마 2006-03-02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게임의 법칙~ 멋집니당~~ ^^

hnine 2006-03-02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위해 선생님이 생각하고 다듬으며 보낸 시간, 그리고 선생님의 마음을 학생들이 알아주기 바랍니다.

깍두기 2006-03-02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리 큰 녀석들을 대하는 선생님의 고뇌가 느껴지는군요.
선생님을 만나서 아이들이 희망의 싹을 찾을 수 있기를...

글샘 2006-03-03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 말만 그럴듯 하지, 사실은 멋지지도 않답니다. ㅋㅋ
아영엄마님... 게임의 법칙, 괜찮은 생각이죠? 그래서 읽어야 하는 선생이죠.
hnine님... 속내를 들켰군요. ㅋㅋㅋ 아이들에게 글을 적어 주면, 내용보다는 글을 받았다는 사실이 아이들을 안심시키는 것 같애요. 학부모들도 마찬가지고요. 아, 올해 골때리는 선생은 만나지 않아서 다행이다... 뭐, 이런...
깍두기님... 그나마 저는 머리 큰 녀석들을 대하니 이런 꼼수라도 쓴답니다. 오히려 오직 몸으로만 말해야 하는 초딩 선생님들이 정말 위대하시죠.

역전만루홈런 2006-04-16 0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정말 멋진 분이시군요~!
이런 담임 선생님 평생 한분만 만나도 아이들의 인생은 확 바뀔텐데..
정말 멋집니다..

글샘 2006-04-17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인생은 확, 바뀌는 게 아닙니다.
교사가 아이를 확 바꿀 수 있다면... 무서운 일이 아닐까요?
조금 바꾸고, 조금 망칠 수 있을 뿐이죠. 망치지만이라도 않았으면... 하고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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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도 눈도 내리지 않는 시나가와역
김윤식 지음 / 솔출판사 / 2005년 4월
평점 :
절판


김윤식 선생은 한국 문예 비평의 금자탑이다. 그 피라미드는 너무도 높아서 감히 넘볼 자 드물 것이다.

그분이 일본에서 공부하던 때를 돌이켜 본다.

일본에서 느꼈던 느낌을 퇴직하고 난 노교수의 시선으로 다시 바라본다.

우리에게 일본은 무엇이었던가.
한국의 근대에 일본은 어떤 존재였던가.
김윤식 자신에게 일본은 어떤 존재였던가.

한국근대문예비평사로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솔직히 일본근대문예비평사를 답습했음을 털어놓지 않을 수 없다. 한국 근대 문예는 일본 근대 문예의 그림자일 수밖에 없었음이 그 이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씨의 문체가 너무나도 눈에 밟혔다.
대학 시절 수정이란 친구가 있었다. 교생실습 나갔을 때, 내가 칠판에 공람 사항을 몇 가지 메모했는데, ~~할 것. 이렇게 명사로 마쳤더니 수정이가 야단을 쳤다. 자기는 그런 문체가 너무도 싫단다. 그래서 바꿨나 어쨌나 모르겠다. 이쁘장해서 우리 과 남자 애들이 다 좋아했던 수정이. 이제 좀 늙었으면 그런 문체라도 봐 주려나 모르겠다.

~~했던 까닭. ~~ 했던 것. 이런 어정쩡한 명사로 마무리된 문장은 글을 마음에 담는 일을 끝없이 방해했다.

김윤식의 일본행에서 내가 읽은 것은 일제 식민 시대의 <일본인의 시선>이었다.
일본이 그토록 쉽사리 짓밟아 버린 머저리같은 나라 조선.
그 조선 땅을 밟은 일본인들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바로 조선의 <문화> 때문이었다.
석굴암을 보고, 조선의 밥그릇들을 볼 때, 무덤 곁을 지키고 섰는 무심한 석상을 볼 때, 문화의 차이는 <수탈>과 <골동>으로 내달리게 그들을 채찍질했으리라.

'비평으로 잘 씌어진 것은 모두 타인에의 찬사'라는 고바야시의 의견은 그럴 듯 하다.

일본민예관의 창설자이자 ‘조선과 그 예술’의 저자 야나기 무네요시의 이야기는 조선을 다시 보게 한다.

이상, 정지용, 윤동주와 임화... 그들에게 현해탄은 도대체 어떤 의미였을까?
일제 식민 본국을 밟은 그들은 현해탄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내가 선생이라 그런가, 이 책에서 일제시대 전체 조회의 순서를 놓치지 않았다.

1. 집합 2. 정렬 3. 인사. 4. 국기게양 5. 궁성요배 6. 라디오 체조 7. 교장훈화 8. 전달사항 9. 퇴장

이거, 날마다 하는 우리네 운동장 조회랑 너무 같은 거 아냐?  빌어먹을...

김윤식이 어렸을 적, 학교를 오가며 불렀단 일본 노래도 보였다.

아까이 도리 고토리 나제나제 아까이 아까이 미오 다베타(붉은 새 작은 새 어째서 붉은가 붉은 열매를 먹었으니까)

이런, 빌어먹을... 내가 초딩 시절, 빨간 새 빨간 새 어째서 빨간가 빨간콩 먹으니 빨갛지. 하는 노래 배운 기억이 나는데, 그게 일본 노래였다니...

'우리가 갈 수 있고 가야할 길의 지도를 하늘의 별빛이 비추어주던 시대는 복되도다!'라던 루카치의 소설론을 읽던 대학 시절. 그 시절이 어쩌면 행복했던지도 모른다. 별빛이 있었는지도 몰랐으니.

김기림의 바다와 나비에서 보여준 두려움, 세상의 냉혹함을 이 책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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