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사회 - 우리에게 한국전쟁은 무엇이었나
김동춘 지음 / 돌베개 / 200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 전쟁이 우리에게 남긴 것은 너무나도 많아서 모두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아직도 학교 곳곳에 남아 있는 군국주의적 잔재(전체 애국 조회, 교장 선생님 말씀, 애국가 제창, 국민 의례, 국기에 대한 맹세, 교가 제창, 선도부, 교복, 짧은 머리... 등등등...)가 그렇고,
온갖 언론에 도배하는 전쟁 용어들(격침, 공습, 출격, 출사표, 아군과 적군, 진영 등등...)이 그렇고,
군대식 욕설이 난무하는 계급 사회가 그렇다.

과장님은 퇴근해서도 과장님이고, 과장님 사모님은 대리 부인의 상관이다.
군대처럼 연좌제까지 있다니...

그런 한국 전쟁은 늘 6.25란 이름으로 불리곤 했다.
한국 전쟁이란 객관적인 이름으로 외국인들이 부른 그 전쟁을,
전쟁 발발 시점을 과장해서 일방적으로 북한을 욕하는 이름인 6.25.

한국이 전쟁 신드롬에서 얻은 것도 있다. 빨리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늘 죽음에 오락가락 하고, 무슨 일이든 전투적으로 해야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일어선 지금 그 빨리빨리 병은 곳곳을 부실하게 하는 결과도 낳았다.

한국 전쟁에 관한 연구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것 같지만, 그 직접적 피해자들이 거의 죽게된 지금까지 한국 전쟁에 대한 공식적이고도 객관적인 연구는 많은 부분 공백으로 남아 있고, 영원히 그럴 가능성이 많다.

이 책은 공식적인 연구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기존의 한국 전쟁 연구에 비하여, 사실(fact)적 접근을 통한 진실을 담보해 내려는 노력이 신선하다.
다양한 자료들에서 전쟁의 단면들에 배어든 핏자국을 찾아내고, 아직도 공론화되지 못한 공적인 힘에 의한 살인 행위들을 증언하려 노력한다.

한국은 아직도 전쟁중이다.
전시에는 언론의 자유도, 사상의 자유도 탄압받게 되는데, 한국은 아직도 전시나 마찬가지다.

박제된 지식, 압제하는 앎, 예속된 앎에 활기를 불어 넣는다는 저자의 의도는 신선하며, 충분히 이 책에서 그 의도를 실현하고 있다.
그가 한국 전쟁을 <현재화> 시킨 것은, 한국 전쟁에 관한 연구를 마무리지어야 할 시점에서, 이제 그 연구를 생채기를 내면서라도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필요성이 절박하기 때문이다.

한국 전쟁은 누가 먼저 총을 쏘았고, 왜 전쟁이 발생하였는지... 기존의 연구 관점으로 보아서는 현대사에 얻을 것이 없다.

필자의 의도처럼, 전쟁중 어떤 일이 일어났으며, 왜 일어났는지, 그 일들이 한국의 현대 정치, 사회에 어떻게 반복 재생산 되고 있는지를 알아야 <온고지신>으로서의 역사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한국 현대사의 질곡을 보여주는 현미경으로서의 <한국 전쟁>에 관한 저자의 연구는 많은 사람들이 읽어 보고 시각의 교정을 받을 수 있는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태극기 휘날리며 류의 감성적 접근을 넘어서, 그 영화에서 이은주가 죽게 된 배경도 이제는 백일하에 드러날 때가 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클라우제비츠의 말처럼, "전쟁은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연장이기 때문이다.

읽으면서 좀 아쉬운 점은 주를 붙일 때, 각주로 달았더라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뒷부분에 후주로 넣으면서 이야기를 읽을 때, 놓치게 되는 점은 아쉬움일 수 있다는 생각.
주가 많아서 모두를 각주로 처리하기엔 좀 산만할 수도 있었겠지만, 내 생각이 그렇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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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2-08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예전에 이 책 절반가량 읽다가 관뒀었는데요,
비슷한 말이 자꾸 되풀이되었던 기억이 나네요.

글샘 2006-02-09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료가 많아서 좀 지루하긴 하지요. 저도 마찬가지였답니다.
지루한 점이 있어도, 관점은 올바른 책이 아니었나요?

글샘 2006-02-13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고... 이 책에 서너 번 나온 <절대절명>이란 말은 원래 <절체절명>이 맞는 표기랍니다.
 

'황우석의 천사'가 말하는 난자기증 그후 "부작용 미리 알았다면 달리 판단했을 것"
[오마이뉴스 2006-01-04 10:42]    
[오마이뉴스 신미희·이민정 기자]
▲ 황우석 연구팀에 난자를 제공했던 위아무개(뒷모습)씨가 3일 저녁 <오마이뉴스> 기자를 만나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2006 오마이뉴스 권우성

"위 선생님, 많은 빚을 졌습니다. 제가 공식석상에서 위 선생님 이름을 언급하고 싶었는데…. 제가 누구에게 제일 고마워하는 줄 아시죠?"

지난해 5월 <사이언스>에 환자 맞춤형 배아줄기세포 연구결과를 발표하면서 '상종가'를 치던 황우석 서울대 교수는 한 여성에게 전화를 걸어 감사의 뜻을 전했다.

황 교수가 평소 '천사', '은인'이라고 추켜세웠던 위아무개(27·여)씨. 그는 그해 1월 황 교수가 쓴 <나의 생명이야기>에 매료돼 황 교수팀을 찾아가 난자를 제공하겠다며 자진해서 수술대 위에 올랐다.

자진해서 수술대 오른 미혼의 '천사'

황 교수와 위씨의 인연은 2005년 1월 10일 만남에서 본격 시작됐다. 위씨의 신체적·정신적 고통도 그때부터 시작됐다. 위씨는 황 교수를 만난 뒤 몇차례 인터뷰와 난자기증 동의서를 쓰고 그달 25일부터 과배란 유도제를 자신의 복부에 투입했다.

다음달 5일 그는 강남 미즈메디병원에서 난자 29개를 뺐다. 이날 오후 다른 여성이 더 수술하기로 돼있어 지방에서 올라온다는 얘기를 황 교수에게 직접 듣기도 했다. 위씨의 난자기증과 채취는 한달도 걸리지 않았다. 그야마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러나 위씨가 수술 뒤 겪을 고통이나 부작용에 대한 언급은 어디에도 없었다. 같은 여성이면서 위씨에게 난자기증 동의서를 받아간 '의사 안규리' 교수는 부작용 우려에 대해 오히려 '확률이 크지 않다'고 위씨를 안심시켰다.

특히 안 교수는 난자채취 전반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위씨는 황 교수에게 난자기증 의사를 밝힌 뒤 안 교수를 소개받아 별도 인터뷰를 했고, 그뒤 기증동의서 작성과 30만원 실비지급도 안 교수가 직접 했다. 또 난자흡입술을 하고 고통을 호소하는 위씨의 입원, 치료문제도 안 교수가 직접 관여했다.

위씨는 "난자채취 부작용이나 신체적 고통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았다면 판단을 달리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자신의 몸에서 29개의 난자가 뽑힌 것도 최근 진료기록부를 보고 알았다. 2005년 2월 12일 진료기록부에 따르면 '초음파상 난소는 5cm 정도 커지고, 복수는 많이 줄음'으로 돼있다. 시술일로부터 보름 이상 지나 난소의 부기가 많이 빠진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정상 상태(약 길이 3cm·폭 2cm)보다 상당히 큰 것이다.

위씨는 수술 뒤 남들은 주사처방으로 낫는다는 질 염증으로 두달간 산부인과 신세를 져야 했고, 지금은 불임을 걱정하고 있다. 그간 한약도 두재나 먹었다. 결국 몸이 쇠약해진 위씨는 지난해 11월 직장까지 그만뒀다.

12월 16일 황 교수의 기자회견 때 TV 앞에 앉아 울어버렸다는 위씨. 그는 "내게 말한 '천사', '은인'이라는 표현까지 다 거짓이었는지 모르겠다"며 "황 교수를 만나면 '왜 그러셨느냐'고 묻고싶다"고 했다. 주변에 알리지 않고 난자기증을 감행한 위씨의 가장 큰 고민은 "부모님께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까"이다.

다음은 3일 저녁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진행된 위씨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의학적 설명? 동의서 서명이 끝이었다"

ⓒ2006 오마이뉴스 권우성
- 난자를 제공하게 된 계기는?
"<나의 생명이야기>(황우석·최재천 공저)를 읽고 서울대 연구실로 전화해 난자기증 의사를 밝혔다. 1주일 뒤 황 교수가 직접 연락해와 외근날인 지난해 1월 10일 용인의 한 식당에서 만났다. 황 교수는 '아무나 만나지 않는데, 난자제공에 반대하는 여성단체가 유인하려는 것 아니냐며 주변에서 말렸지만, 목소리를 들어보니 그럴 사람이 아니다고 판단해 나왔다'고 했다."

- 처음 만났을 때 황 교수가 난자제공 절차를 상세하게 설명했나.
"황 교수는 '고맙다'면서도 (난자채취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았다. '미혼인데 괜찮겠냐'는 우려는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로 위험하다'는 언급은 듣지 못했다."

- 이후 황 교수측과 연락은?
"1월 10일 이후 며칠 간격으로 연구팀과 연락을 취해 안규리 교수, 노성일 이사장 등을 차례로 만나 인터뷰를 했다. 난자기증 의도와 난치병 환자와 직접적 연관성 등을 물어봤다. 그러나 그외 관계자의 이름 등은 기억하지 못한다."

- 안 교수는 난자채취 과정의 위험성 등을 지적했나.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부작용 여부를 묻자 안 교수는 '그럴 확률이 크지 않다'는 식으로 대답해서 나도 크게 우려하지 않았고, 난자제공을 진행했다. 동의서 사본도 주지 않았다. 부작용에 대한 설명이 있는 A4용지 2∼3장짜리였는데, 그 자리에서 한번 읽어본 뒤 서명이 끝이었다. 서명이 끝나자 안 교수는 원본을 갖고 가버렸다.

수술방식에 대해서도 전혀 듣지 못했다. 다만 성경험이 없는 사람의 경우 처녀막 손상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황 교수와 안 교수 모두 했던 기억이 난다. 수술 전후의 고통이나 부작용보다는 오히려 처녀막, 즉 순결 자체에만 관심을 가졌다. 의학적 설명은 거의 없었다."

- 노성일 이사장은 언제 만났나.
"동의서 작성하고 2∼3일 뒤인 1월 23일 강남 미즈메디병원에서 만났다. 노 이사장은 의구심 있는 눈초리로 보면서 사무적으로 대했다. 진료를 하면서도 '할 수 있겠느냐'며 부정적 뉘앙스로 이야기했다. 질 내부에 기구를 넣어 몸 상태를 살폈는데 다소 신경질적이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에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2년5개월치 난자를 한꺼번에 추출하다

▲ 지난해 2월 5일 위씨가 난자 채취 수술을 한 강서 미즈메디 병원.
ⓒ2005 오마이뉴스 남소연
- 연구팀은 약물복용 여부 등 몸 상태에 대해 물어보지 않았나.
"당시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항우울제를 복용했는데, 의료진 중 누군가에게 이야기했을 것이다. 하지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는지 그냥 넘어갔다. 1월 24일 하루만에 1·2차 정밀검사를 다 했는데, 담당 의사가 1차 검사수치를 보더니 '기증하기 어려운 조건일 수 있다'며 더 검사하자고 했고, 나중에는 이상 없다고 다시 말했다."

- 과배란 유도제 투여는 언제부터 했나.
"1월 25일 투여를 시작했다. 9일째 약재를 받아왔는데 내가 직접 배에 주사를 찔러 넣었다. 한번도 주사를 놔본 적이 없어 무척 무서웠지만, 출근해야 하는 상황에서 주사 때문에 매번 병원에 갈 수 없었다. 의료진은 집에서 혼자 주사를 놓는 경우도 많다며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했다.

당시 일로 피로하기도 했지만, 투여 첫날부터 복부쪽에 불쾌감을 많이 느꼈다. 몸도 마음도 무거웠다. 열이 나는 등 여러 증상이 있었다. 의료진은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지장이 있었다. 계속 투여한 뒤 2월 3일 최종검사를 받았는데 5일 수술하면 된다고 하더라."

- 수술은 어떻게 진행됐는가.
"강서 미즈메디병원 본원에서 했다. 오전 9~10시 사이 도착해 전신마취부터 수술까지 끝내고 나니 점심시간쯤이었다. 마취 순간부터 전혀 기억이 없다. 채취과정이 가혹하다는 이야기를 의료진에게 직접 듣지 못했고, 사태가 불거지고 언론을 통해 알았다. 수술 당일 몽롱한 상태여서 어떻게 집으로 왔는지 모를 정도였다. 주말 내내 움직이지 못하고 뻗어버렸다."

- 뽑아간 난자가 29개라는 사실은 언제 알았나.
"수술 이틀 뒤 황 교수가 '수고하셨다'면서 전화를 했더라. 난자를 연구실로 가져와서 상태를 봤는데 '좋다'고 했다. 채취한 난자 개수를 물으니까 20개 조금 넘는다고 말했다. 그런데 최근 진료기록부를 보고서야 29개라는 걸 알았다. 2년5개월치 난자가 한꺼번에 추출됐으니 몸이 이상하지 않으면 그게 비정상일 것이다."

"황 교수 '난자 상태를 봤는데 좋다'고 했다"

▲ 지난해 8월 세계 최초로 개 복제에 성공했다고 밝히고 있는 황우석 교수. 하지만 황 교수의 업적 중 많은 부분이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2005 오마이뉴스 권우성
- 수술 뒤 구체적인 신체변화는?
"배에 물이 차서 3인치 정도 늘어났다. 맞는 바지가 없을 정도였다. 몸을 움직이는 것도 힘들었다. 임신한 것처럼 배는 불러왔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쑤시고 결렸다. 숨쉬고 걷는 등 일상생활이 어려웠다. 오른쪽 아랫배가 튀어나오고 뭔가 만져지길래 탈장을 의심하기도 했다. 의사에게 물어봤지만 탈장은 아니라면서도 구체적으로 답변해주지 않았다."

- 그 뒤 병원을 다시 찾은 것은 언제인가.
"설 연휴 직전인 2월 7일 너무 아파서 황 교수에게 전화했다. 황 교수는 '수의대 출신이라 잘 모르겠다, 동물대상으로 연구를 해서 사람 신체, 특히 여성은 잘 모른다'며 안 교수와 통화하는 게 낫겠다고 말했다. 안 교수에게 전화하자 놀라면서 병원에 가라고 했지만 '병원측이 입원할 필요 없다고 하더라'고 전하자 안 교수가 곧바로 병원에 전화해 입원하게 됐다. 이후 몇번 더 미즈메디 응급실로 실려갔다."

- 지금도 여성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다던데.
"평소 적은 몸무게로 헌혈조차 못했는데 6∼7kg 빠져 회복되질 않고 있다. 지난해 2월 미즈메디병원 퇴원 이후 동네 산부인과와 한의원 등을 여러차례 다녔다. 11월에는 질에 염증이 생겼는데 약이 듣질 않아 두달간 치료를 받았다. 질 외벽이 많이 헐었고 세균이 많다는 진단을 받았다. 난자 흡입술 뒤 약해진 부분이 회복되지 않고 지속된 것 같다.

건강도 많이 약해졌다. 추위를 잘 타지 않았는데, 올 겨울엔 다른 사람들 손잡기가 두려울 정도로 몸이 차가워졌다. 회사 일도 힘겨워 11월 말 그만뒀다. 최근 한 산부인과에서 자궁암 검사를 권유해 검진했는데 다행히 암은 아니었다. 한 여자 한의자는 '난자기증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했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불임 가능성이다. 불임여부에 대한 정밀검사를 해봐야 할 것 같다."

- 연구팀에서 난자기증에 대해 금품을 제공했나.
"기증동의서를 쓰던 날 안 교수가 현금 30만원을 봉투에 넣어줬다. 영수증 처리까지 직접해서 실비 명목으로 줬다. 병원에 오가며 교통비로 쓰거나, 근처 병원에 가서 주사를 놓게 되면 그때 쓰라고 했다."

"난자기증운동? 나같은 사람이 뭐라도 얘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지난해 12월 '1천명 난자 기증의사 전달식'에 난자 기증의사를 밝힌 사람들이 서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자발적으로 기증했던 위씨는 후유증을 경고하면서 "부작용 등에 대해 충분히 알고 본인 스스로 판단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한다.
ⓒ2005 오마이뉴스 남소연
- 그 뒤 난자기증을 후회한 적은 없는가.
"(황 교수가) 지난해 5월 <사이언스>에 논문을 발표하고 한창 주가를 날릴 때 전화를 줬다. 좋은 성과를 축하드린다고 했더니 '많은 빚을 졌다, 위 선생님 (황 교수는 위씨를 평소 '선생님'이라 불렀다-편집자 주) 이름을 공식석상에서 언급하고 싶었다. 내가 누구에게 제일 고마워하는 줄 알지 않느냐'며 흥분된 어조로 이야기했다.

아프고 힘들었지만, 난치병 치료에 한 전기가 됐다는 걸 위안으로 삼았다. 근데 알고 보니 그 성과들이 완전히 물 건너간 이야기였다. 지난해 7월인가 여름에 근처에 갔다가 연구실에 들른 적이 있다. 수술 직후 줄기세포를 배양하는 과정을 보여주겠다고 한 적도 있고… 보고 싶었는데 보여주진 않았다."

- 황 교수와 마지막으로 통화한 것은 언제인가.
"지난해 12월 7일 서울대병원에 입원하기 전이다. 사태가 심상치 않아 힘내라고 전화했다. 연결이 안돼 문자를 남겼더니 전화가 왔다. 그때까지도 건강이 좋지 않은 얘기는 하지 않았다. 황 교수 본인도 힘든 시기라 별 말 않더라. 황 교수는 당시 '억울하다'는 식으로 말했고, '시간이 지나면 여러 의혹이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 MBC < PD수첩 >이 난자윤리 문제를 제기한 뒤에도 많은 여성들이 자발적 난자기증운동에 동참했는데.
"우려할 부분이 많다. 특히 청소년들의 경우 신체·정신적으로 안정되지 않은 시기라 나보다 더 크게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자발적으로 기증하겠다는 분들에게도 부작용 등에 대해 충분히 알고 본인 스스로 판단할 기회를 줘야 한다. 그래서 나같은 사람이 뭐라도 얘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과정을 알면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 일부에서는 '어차피 버려지는 난자' 등의 시각으로 윤리문제를 폄하하기도 한다.
"애초 내가 난자를 제공할 때도 그렇게 생각했다. 한 달에 한번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인데, 나에게는 쓸모가 없다고 여긴 적이 있다. 인위적으로 배출시킨다 해도 다른 생명을 살리는 일에 쓰인다면 난자제공이 생명파괴 행위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바뀌었다. 한 달에 한 번 있는 생리가 놀라운 '신체 매커니즘'임을 깨달았고, 난자도 하나의 생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난자, 그까짓 것'이라는 사고는 여성의 몸이나 난자를 가볍게 보는 무지이다. 난자는 아이를 낳기 위한 '출산의 도구'가 아니라 소중한 생명현상 자체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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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6-02-06 0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까짓 난자로 장난친 녀석들에게 속아,
난자를 기증하고 몸에 불을 붙이는 <애국자들>이 위험해 보이는 한국.
그 애국의 바탕은 무엇일까?

비로그인 2006-02-07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이 글을 읽고 나니 기분이 이상하네요..
애국의 바탕이라....
잘은 모르겠지만 지난 월트컵 열풍 또한 난자기증 열풍과 동일선상에 있는 듯 싶네요. 그 동안 학교, 매체를 통해 주입된 사고들의 결과겠지요..

글샘 2006-02-09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습니다. 올해도 월드컵 열기가 한창인데, 물론 축구를 이기면 좋지만, 그거 이긴다고 뭐가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아직도 2002년인줄 아니 좀 걱정입니다.
 
 전출처 : 시비돌이 > 최상천 인터뷰 - 노무현과 유시민은 새 판을 짤 능력이 있다

 

'알몸 박정희'의 저자 최상천 선생과 유시민 의원의 보건복지부 장관 기용의 의미에 관해 나눈 대담 내용입니다.


* 노무현과 유시민은 새 판을 짤 수 있다


지 - 노무현 대통령이 여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유시민 의원을 보건복지부 장관에 임명하면서 굉장한 논란이 벌어졌지 않습니까?


최 - 참 놀랐습니다. 문제를 이성적으로 접근하는 국회의원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했습니다. 유시민은 왜 안 되는지 이유가 없어요. 무조건 반대만 하는 겁니다. 이런 사람들이 법을 제정한다고 생각하면 아찔해요. 법도 이성이 없을 테니까요.


지 - 김현미 의원 같은 경우는 "동네 아저씨들이 유시민이 장관 되는 것을 말려달라고 하더라"는 얘기를 했는데요.


최 - 국회의원이 동네 아저씨들 얘기를 들먹이는 것 자체가 한심하죠. 자기 의견을 말해야죠. 감정적인 얘기 하지 말고 합리적 이유를 제시해야 하고요.


  유시민 의원이 보건복지부 장관이 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을 하려면, 전문성이 있느냐 없느냐, 업무수행 능력이 있느냐 없느냐, 도덕성에 문제가 있느냐, 이런 얘기를 해야 국정을 논하는 국회의원답죠. "유시민은 싸가지 없다"거나, "동네 아저씨들이 싫어한다"는 따위 감정적인 얘기를 하면 곤란하죠. 요즘은 동네 반장도 그런 수준은 넘습니다.


지 - 그러면 유시민 장관 기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여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한 셈인데요.


최 - 제가 보기에는 유시민은 보건복지부 장관 적임자입니다. 사회복지에 대한 전문성이나 의지가 충분한 사람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유시민 의원을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임명한 것은 아주 잘 한 일입니다. 세 가지를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첫째는 유시민 의원이 경제학을 공부하면서 부자들의 경제학보다는 시민 경제, 서민 경제에 더 큰 관심을 가진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은 보건복지부에 딱 맞는 사람이죠. 국회에서도 보건복지위원회에 있었고요.


둘째는 노무현 대통령이 유시민, 천정배, 정세균 이런 사람들을 예로 들면서 차세대 지도자를 키운다고 했는데요. 유시민은 차세대 리더로도 꽤 괜찮아 보입니다. 노 대통령이 안 키워줘도 스스로 클 수 있는 사람이기는 하지만요. 그래도 '청와대 거름'까지 주면 더 잘 크지 않겠어요?


노 대통령이 새판 짜기를 시작했다


지 - 또 다른 이유도 있을 것 같은데요.


최 - 이 대목이 제일 중요한데요. 제가 보기에 노 대통령은 지금 유시민 의원을 통해서 새판 짜기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 간부들과 모임에서 탈당 얘기를 흘렸는데, 그게 그냥 하는 얘기가 아닐 겁니다.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 의원 70% 이상이 재수 좋아서 뺏지 단 사람들이란 걸 잘 알아요. 이런 사람들이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할 수 없다는 사실도요. '새로운 대한민국'은 새로운 생각이 만들어내는데 그 사람들은 감정만 있고 생각이 없으니까요.


  정치인 중에서 유시민만큼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이 없어요. 대부분이 고리타분한 고정관념이나 상투적인 사고방식에 빠져 있거든요. 이런 사람들은 좋다, 싫다, 재수 없다는 따위 감정에 따라 행동하죠. 이번에 열린우리당 국회의원님들께서 시범을 보여주셨잖아요.


  저는 한국 대통령은 반드시 이성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성이 없는 감성은 너무 위험합니다. 황우석 사태를 보세요. 한국인이 감성의 늪을 얼마나 깊이 빠져 있는지 드러났잖아요. 1등, 최고, 승리, 조국, 민족, 이런 말만 나와도 제 정신이 아닙니다. 황우석이 이런 주문을 외자 나라 전체가 종교적 분위기에 빠져버렸어요. 이런 나라에서 이성을 가진 정치인은 너무 소중합니다. 대통령이 황우석 식 주문을 외우면 나라가 어디로 가겠어요.


  열린우리당이 유시민 의원의 장관 기용을 반대하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유시민이 판을 깰 수 있는 능력도 있고 새 판을 짤 수 있는 능력도 있다는 것입니다. 노무현이나 유시민이나 현실에 순응하거나 추종하지 않는 정치인입니다. 현실을 자기 나름대로 해석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그 판을 깨기도 하고 새 판을 만들기도 합니다.


  유시민의 장관 기용을 반대하는 진짜 이유는 여기에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건 정동영, 김근태 두 사람 다 비슷한 것 같습니다. 특히 정동영 측에서 감정적인 반발을 하고, 막말까지 하는 지경인데, 제가 보기에는 정신 나간 사람들 같아요.(웃음) 그러니까 정동영 전 장관이 열린우리당 내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 판도에 차질이 있을까 봐 날뛰는 겁니다. 하지만 정동영 지지세력들은 이걸 알아야 합니다. 열린우리당에서는 부동의 1위지만, 실전에서는 무조건 떨어집니다.


지 - 지금 열린우리당에서 거론되는 대권 후보들을 보면 예전에 '이인제 대세론' 나올 때의 이인제 의원 정도의 위치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최 - 이 기회에 말씀 드리고 싶은데요. 열린우리당의 대선후보는 정치적 능력이 입증된 스타, 20~30대의 유권자들한테 돌풍을 일으킬 수 있는 스타 성향의 후보가 나오지 않으면 이명박이나 박근혜에게 무조건 집니다. 정동영이나 김근태 정도로는 이명박의 업적과 박근혜의 후광을 이길 수 없어요. 그런데도 당내 1위에 집착하는 모습은 안타깝죠.


노무현과 유시민은 독립적 정치인이다


지 - 노무현 대통령이 왜 하필 유시민 의원을 고집했을까요?


최 - 우선 노무현과 유시민이라는 두 사람을 봅시다. 두 사람은 기질이나 성향이 거의 비슷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코드가 맞는 정도가 아니고 정치적 DNA가 99% 일치해요. 한번 살펴볼까요?


  첫째로 노무현과 유시민은 합리적 사고와 행동을 하는 사람입니다. 독재와 권위주의를 생리적으로 싫어해요. 말을 들어보면 억지가 거의 없어요. 상식과 고정관념에 묶여 있지도 않아요. 그러다 보니까 정치적 손익에 연연하지 않고 소신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들입니다. 두 사람은 남의 시선이나 정치적 손익보다 자기의 원칙과 가치를 추구하는 스타일이죠.


  노무현 대통령을 봅시다. 그때 당시로서는 정치인이라면 감히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는데요. 국회의원이 현대중공업 파업현장에 가서 노동자들 앞에서 대중연설을 했습니다. '빨갱이' 소리를 들을 줄 몰라서 그랬겠어요? 떨어질 줄 뻔히 알면서도 부산에서 세 번이나 출마했고요. 합리적 사고를 하기 때문에 잘못된 상식과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었던 겁니다. 자리에 연연하고 보스 꽁무니 따라다니는 사람은 죽었다 깨어나도 그런 행동 못하죠.


  이런 면은 유시민도 마찬가지입니다. 국회에 첫 등원을 하면서 평상복 입고 등원하지 않았습니까? 얼마나 욕을 먹고 야유를 받았습니까? 그래도 "도대체 옷 가지고 왜 그러세요?"라는 듯이 자신만만했거든요. 그 다음에 "국기에 대한 맹세 잘못된 것이다"는 얘기를 했는데, 백번 옳은 얘기죠. 그렇지만 정치인이 하기에는 쉽지 않은 얘기거든요.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면 그대로 얘기하고 행동하는 겁니다.


  이런 합리적 사고와 행동 자체가 '한국적 상식'에 젖어 있는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도발이고, 이단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노무현, 유시민한테는 열렬한 지지자도 많지만, 경박하다느니 하는 비난이 끊이지 않는 겁니다. 이런 면에서는 두 사람은 타고난 '왕따 체질'일지도 모릅니다. 상식과 고정관념을 뛰어넘으면 왕따가 될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또 두 사람은 패거리를 생리적으로 싫어하는 사람 같아요. 둘 다 개인의 능력으로 성공한 인물들 아닙니까? 유시민이나 노무현이나 보스가 결정하면 따라가고, 패거리를 위해 무슨 짓이든 하고, 그런 사람이 아니거든요. 기꺼이 소수가 되고, 과감한 정치적 홀로서기도 여러 번 했죠. 이런 면에서는 두 사람 다 특이한 인물이죠. '독립적 정치인'이라고 할까요?


독립적 정치인은 왕따가 될 수밖에 없다


지 - 그런데요. 이렇게 거리낌 없이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 패거리를 거부하고 정치적 홀로서기를 감행하는 것, 이런 독보적인 행동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잖습니까. 능력이 있어야 '독립적 정치인'이 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능력 없이 그랬다간 그 날로 죽을 것 같은데요.(웃음) 노무현과 유시민은 어떤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말씀인가요?


최 -  대부분 정치인들은 상식이라고 할까, 통념이라고 할까, 고정관념의 노예가 되어 있습니다. 거기서 벗어나면 표가 떨어지니까요. 그런데 이 두 사람은 상식, 통념, 고정관념 같은 것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것 같습니다. 다른 관점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생각할 줄 안다는 거죠. 이런 자질은 변화와 개혁이 필요한 시기에는 반드시 갖춰야 될 리더의 자질입니다.


  제가 보기에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능력, 다르게 행동할 수 있는 자신감이 두 사람의 특별한 자산입니다.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까 새로운 정치기획이라고 할까, 역사기획이라고 할까, 이 두 사람은 그런 걸 할 줄 압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판을 바꿀 수 있고 역사를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최소한 역사에 손톱자국은 낼 수 있습니다.


  제가 볼 때 한국에서 정치기획, 역사기획을 할 수 있었던 인물은 김대중 전 대통령 정도를 꼽을 수 있습니다. 작년 인터뷰 때 4강외교를 이야기 했죠. 4강외교라는 것이 사실은 미국의 종속으로부터 벗어나서 자주적인 기반을 굳히고, 평화통일을 위한 일종의 역사기획이거든요. 이것은 6.15 공동선언으로 결실을 맺었습니다. 아무튼 김대중처럼 당대의 상식, 통념, 고정관념 이런 걸 과감하게 뛰어넘은 인물이 아주 드물게나마 있습니다. 새로운 사고를 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그런 능력을 저는 정치기획능력, 역사기획능력이라고 하는데, 노무현과 유시민은 현재의 정치인 중에서는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는 단 두 사람입니다.


지 - 그런데 대중 지지도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지 않습니까?


최 - 노무현 대통령이 잘못 한 점도 많습니다. 양극화 해소를 위한 노력을 거의 안 했고, 박근혜와 손잡기 위해 대연정을 제안하고, 그런 얘기는 전에 <노무현의 박근혜 시나리오> 인터뷰 때 이미 얘기했으니까 여기서 다시 하지는 맙시다.


하지만 노무현 같은 사람이 왕따가 되는 건 인식 차에서 오는 어쩔 수 없는 면도 있습니다. 군사정권 때 김대중은 전국민적 왕따 아니었습니까? 얼마 전까지 PD수첩이 얼마나 왕따 당했습니까? 문제를 이성적으로 제기하다 MBC 말아먹을 뻔했죠. 원희룡 의원, 한나라당에서 완전히 왕따 아닙니까? 그런데 원희룡 의원이 잘못 된 건 아니잖아요. 지금 한국사회처럼 좋고, 싫은 감정만 폭발하는 사회, 패거리가 활개치는 사회, 이성적인 접근, 합리적인 이해를 거부하는 사회에서는 이성적인 사람이나 조직이 왕따를 당하게 되어 있습니다. 조선일보 부수와 한겨레 부수를 비교해 보세요. 5 대 1쯤 될 것 같아요. 한겨레도 왕따 신문이죠.


이런 인식 차를 극복하자면 계기가 필요합니다. 어떤 중요한 시기가 오면 왕따가 이겼거든요. 김대중과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었잖아요. 평소에는 왕따를 당하지만, 이 사람들이 정치기획능력, 역사기획능력이 있으니까 그걸 가지고 대중을 설득하고, 견인하고, 이런 활동을 통해서 자기의 정치적 목적도 달성하고, 역사도 바꿨습니다.


문제는 정치기획, 역사기회 능력이다


지 - 혹시 유시민의 장관 기용이 노무현 대통령의 다음 대선을 위한 큰 그림 중의 하나가 아니냐는 우려가 당 내외의 반발을 가져온 것 같은데요. 유시민 의원을 대선 후보로 내세우지는 않더라도 장관에 기용함으로서 정치판을 바꾸려는 음모가 있지 않느냐는 공포감을 가진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길 수 없을 것 같았던 지난 대선에서 이겼고, 기껏 탄핵해놨더니 되치기로 국회 판도를 바꿔버렸습니다. 이번에도 뭔가 반전을 기획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거죠. 노 대통령 나름의 큰 그림이 있다고 보십니까?


최 - 물론 있겠죠. 지금 문제가 뭐냐 하면, 노무현과 유시민이 이미 정치기획, 역사기획 능력을 보여줬고, 지금도 여전히 그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이것이 기득권층에게는 엄청난 두려움이거든요.


예를 들면 노무현은 조선일보에 정면도전 했습니다. 제가 볼 때 조선일보를 이용한 거거든요. 조선일보가 한국 최대의 신문 아닙니까? 여기와 맞붙으면 노무현은 자연히 조선일보와 맞붙은 유일한 정치인이 되는 겁니다. 한마디로 일시에 거물이 되는 거죠. 노무현은 조선일보의 힘을 이용해서 대선 후보로 일시에 부각되어 버린 겁니다. 일종의 차력정치를 한 거죠. 그래서 제가 노무현 대통령을 만든 1등 공신은 조선일보라고 했던 겁니다.


제가 볼 때는 탄핵도 그렇거든요. 탄핵은 분명히 노 대통령이 유도했어요. “나 잡아 봐라!”고 한 거죠. 한나라당 의원들이 돌아버렸어요.(웃음) 난장판을 치도록 만든 겁니다. 그렇게 해서 정치판을 바꿔버린 거 아닙니까? 이렇게 볼 것 같으면 노무현은 정치기획에는 거의 천재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시민도 그런 경향이 있어요. 학창 시절에 썼던 항소이유서는 역사적 문서가 되었습니다. 운동권이 빨갱이가 아니라 민주화를 위한 순수한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감동적으로 보여줬습니다. 운동권의 정당성 확보에 이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 글은 없을 겁니다.


유시민은 한국 최초로 인터넷 정당을 창당하기도 했습니다. 불과 몇 달 사이에 3~4만 명의 진성당원이 참여하는 개혁당을 만들었습니다. 획기적인 시도였습니다. 개혁당은 대선과정에서 엄청난 일도 해내지 않습니까? 노무현 대통령 당선의 가장 중요한 동력이었습니다. 이렇게 볼 때 유시민도 무언가 새로운 것을 구상하고 만들어 낼 수 있는 기획능력과 실천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노무현과 유시민 두 사람은 판을 깰 수도 있고, 새로운 판을 짤 수도 있고, 평지풍파를 일으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그런 면에서는 김대중의 대를 이을 수 있는 정치인이죠.


유시민 기용은 노무현의 대선기획이다


지 - 유시민 의원이 다음 대선 후보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는 말씀입니까?


최 - 그건 지금 얘기하지 맙시다. 지켜봐야 할 것 같고요. 유시민이 그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정도만 얘기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여하튼 노무현 대통령은 유시민 의원이 그런 인물이라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노 대통령이 자기와 DNA가 같은 사람을 몰라보겠어요?


지 - 유시민 의원을 보건복지부 장관에 임명한 것은 노 대통령의 대선기획의 연장이라고 볼 수도 있다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지금까지 노무현 대통령은 대선후보, 또는 차세대 리더가 될 만한 사람들을 장관으로 등용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정동영, 김근태, 천정배 장관 아닙니까? 이번이 네 번째인데요. 지금 말씀을 들어보면 유시민의 장관 기용은 그 전과는 또 다른 의미가 있는 듯 한데요.


최 - 제가 보기에도 그 전과는 다릅니다. 정동영, 김근태, 천정배한테는 장관 자리를 준 것입니다. 그러나 세 사람 다 그리 성공적이지는 않습니다. 정동영 장관은 6자 회담이 성사되면서 약간 빛을 봤습니다만 뭘 기획하지는 못 했습니다. 김근태 장관은 대선후보로 나갈 생각이 있는지조차 의심이 들 정도로 무기력했습니다. 천정배 장관은 강정구 교수 불구속 수사 원칙을 천명하면서 자기의 소신을 명확하게 내보였다는 면에서 일단 주목을 해볼만한 인물입니다. 그렇지만 그 이후에 검찰과 부딪히지 않으려고 너무 몸조심만 하는 게 문제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검찰 개혁인데, 그걸 전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세 사람하고는 다르게 유시민은 정치기획, 역사기획을 할 수 있는 사람이거든요. 그러니까 단순이 장관을 맡은 게 아니란 뜻입니다.


지 - 유시민 의원이 이번에 당의 전면적인 반대를 보고 좀 충격을 받은 것 같습니다.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요.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구요. 그걸 보고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은 “할 말 다 하던 사람이 장관 되려고 저런다. 그걸 보니 더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천정배 장관이 검찰과 부딪히지 않으려고 조심하는 것처럼 유시민 의원도 그런 상황에 빠질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최 - 보건복지부 장관 자리는 좀 다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획기적인 복지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는 자리거든요. 사실은 김근태 장관이 그런 일을 했어야 하는데 전혀 못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유시민 의원이 보건복지부 장관을 하면서 나라사람(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복지 제도를 만들고 재원 마련 방법까지 제시한다면 다음 대선은 특별한 대선이 될 수 있습니다.


이성과 공공성이 회복되고 있다


지 - 다음 대선은 어떤 대선이 될 것 같습니까?


최 - 제가 보기에 지금 한국은 역사적 전환을 하고 있거든요. 자세한 얘기는 다음에 하기로 하고 최근에 일어난 두 가지 일을 가지고 말씀드리죠.


작년 연말은 황우석 교수 사건으로 나라뿐만 아니라 세계가 시끄러웠지 않습니까? 정말 우리가 어쩌다가 이렇게 한 개인의 장난에 놀아났는지 참 어이가 없죠. 그렇지만 이 사건에는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 사건에는 아주 의미 있는 새로운 흐름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사람 뿐 아니라 세상이 황우석에 대해서 추호의 의심도 하지 않을 때, 사이언스라는 세계적 과학 잡지에서도 그의 논문을 자랑하고 있을 때, 황우석이 국가적 영웅이 되어 있을 때, 그리고 황우석의 맞춤형 줄기세포가 신화적 힘을 가지고 있을 때, PD수첩은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PD수첩은 황우석의 주장을 꼼꼼하게 짚어보고, 그의 연구와 활동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지적했습니다. 문제 제기가 있자 여론이 빗발쳤죠. PD수첩은 반민족적인 방송으로 몰렸고 악으로 취급되었습니다. 이번에도 조중동이 앞장 섰습니다. 21세기 한국이 중세 유럽으로 돌아간 겁니다. 워낙 네티즌들의 공격이 격심해서 광고가 떨어져 나갔고, 결국 PD수첩을 중단하지 않을 수 없었고, MBC는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되었습니다.


이런 사태에도 불구하고, MBC와 PD수첩은 모든 위험을 감수하고 오직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끝까지 이성적으로 접근했습니다. 이런 힘든 과정을 통해서 PD수첩은 황우석 사기극의 진실을 밝혀내고 한국인에게 이성의 힘을 일깨워 줬습니다. 제가 알기로 이런 규모의 ‘이성의 승리’는 대한민국 건국 이후 처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또 하나의 사건은 사립학교법 개정입니다. 과거의 사립학교법은 실질적으로 학교를 사유재산으로 인정하고 있었거든요. 그러니까 교주(학교 주인)가 마치 사유재산권 행사하듯이 학교를 운영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사유재산권적 교육 체제를 공공교육으로 바꾸는 것이 이번 사립학교법 개정의 핵심입니다.


얼른 보면 한국 사회는 엄청난 혼란을 겪고 있고, 수렁에 빠져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속을 들어다 보면 새로운 흐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핵심은 한국 사회, 한국 사람이 이성과 공공성을 회복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군사정권 시대에는 공포의 시대를 살다가 87년 민주화 이후 감성이 회복되면서 감성시대를 거쳐, 지금은 이성이 회복되어가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아마도 그 핵심은 합리성의 회복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거대한 역사적 변화에 대해서는 다음 인터뷰에서 자세하게 얘기하도록 합시다.


이성적 대선 : <사유재산권 대 공공성>의 대결


지 - 한국이 감성에 매몰되어 있던 시대로부터 이성을 회복하고 있다. 그리고 사유재산권 중심에서 공공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런 말씀인데요, 이런 새로운 흐름이 유시민 장관 임명과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최 - 노무현 대통령과 유시민 장관의 생각과 행동방식을 볼 때 다음 대선을 이런 방향으로 끌고 갈 것 같습니다. 즉 공공성이 최대 쟁점이 되는 대선으로 만든다는 거죠. 노무현 대통령이 한나라당, 노중동, 그리고 재단과 교장들의 결사적인 저항과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사립학교법을 밀어붙이는 것을 보면 그런 의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음 대선은 부자들을 위한 사유재산권 중심 사회에 머물러 있을 것이냐, 아니면 사회안전망을 갖춘 시민 사회로 나아갈 것인가? 이 싸움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지역대결과는 전혀 다른 선거를 기획하자는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역대결 극복을 그렇게 끈질기게 강조한 것을 상기해 보십시오. 새로운 선거를 꿈꾸지 않겠습니까?


다음 대선은 부자들의 나라를 추구하는 후보와 시민의 나라를 추구하는 후보의 역사적 싸움이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유시민 의원이 이걸 기획해낼 수 있느냐는 겁니다. 정동영, 김근태, 이명박, 박근혜, 손학규가 어쩌고 하는 그런 수준이 아닙니다.


대선의 핵심 주제를 <사유재산권 대 공공성>의 대결로 기획하는 데는 보건복지부 장관 자리가 적격입니다. 이 기획은 단순한 대선기획을 넘어서서 정치기획 일 뿐만 아니라 역사적인 의미를 갖는 역사기획이라고도 할도 수 있습니다. 유시민을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임명할 때는 노 대통령이 이런 임무도 주지 않았겠느냐 하는 겁니다.


지 - 그런 대선기획을 기대하고 유시민을 임명했다는 말씀인데요. 말씀을  듣다 보니까 다른 사람들이 유시민을 경계하는 부분이 이런 상황을 걱정해서 일 거란 생각이 드는데요. 불과 몇 달 동안에 새로운 정당을 만들고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유시민의 힘을 똑똑히 봤으니 말입니다.


최 - 그럼요.


지 - 하지만 유시민 의원 측에서도 이 인터뷰를 달가워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견제가 더 심해질 것 같거든요. (웃음)


최 - 그런 건 제 관심 밖입니다. 저는 유시민 개인이 어떤 결함을 가지고 있느냐 그런 것 가지고 얘기하는 수준은 아니어야 된다고 봅니다. 사람이 어쩌니 하는 그런 문제도 물론 있겠죠. 그러나 제가 유시민을 주목하는 것은 정말 역사의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그것입니다.


대선 판도가 바뀐다


지 - 만약에 유시민 장관이 그런 임무를 완성한다면 대선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판도의 대선이 될 것 같습니다.


최 - 전혀 다른 대선이 될 것입니다. 지역대결 선거를 넘어 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최초의 이성적 대선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유럽에서 사회민주당과 기독교민주당이 초기에 이념 대결할 때 수준의 역사적 대결이 될 겁니다. 이 선거는 복지국가로 가는 출발점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저는 복지국가를 주장하는 사람은 아니고, 사람나라를 주장하는 사람이지만, 지금 현재로서는 복지국가로 가는 것만도 굉장히 중요한 일입니다.


지 - 유시민 의원이 국민연금 인상에 대한 총대를 메고 들어가는 거 아니냐는 말도 있는데, 그래서 일부 시민단체에서 반발하고 있지 않습니까?

최 - 연금제도는 손을 봐야 됩니다. 부담에 비해 수익이 너무 높아요. 못 견딥니다. 이건 다음 세대 착취거든요. 새끼 등쳐먹는 건 안 되잖아요.(웃음) 개인적으로 자식 등쳐 먹는 거 안 된다고 하면서 사회적으로는 다음 세대를 등쳐먹으려고 합니까? 그거 안 됩니다. 합리적으로 고쳐야 됩니다.


다음 대선은 감정 싸움이 아니라 이념 싸움이고, 정책 싸움이 되는 겁니다. 회사, 학교, 신문사 등등을 사유재산으로 취급하려는 부자당 대 사회복지를 확충하려고 하는 시민당의 싸움이 될 것입니다. 유시민 의원이 어떤 사회복지를 기획하느냐에 따라 그 양상이 달라질 것 같습니다. 저는 유권자 70% 이상을 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복지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고, 제발 그런 복지제도를 만들어줬으면 좋겠습니다.


지 - <부자당 대 시민당> 대결이라고 하니까 공교롭게도 어떤 분의 이름에 시민이 들어가 있네요. 오해의 소지가 있겠는데요.(웃음)


최 - 오해하려고 작정하면 무슨 말을 해도 오해합니다.(웃음)


지 - 그 동안 보건복지부 장관은 그 정도의 역할을 할만한 실세장관이라고 볼 수 없었던 것 같은데요. 하기에 따라서 다르다는 말씀인가요?


최 - 그럼요. 어떤 자리도 누가 앉느냐에 따라 전혀 달라집니다.


지 - 김근태 장관이 두드러진 역할을 못했던 이유는 뭐라고 보십니까?


최 - 그 사람 성품 같아요. 문제의식이 너무 온건해서 문제를 제대로 짚고, 이것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안 하는 것 같아요.


조금만 지켜보자


지 - 이런 대선이 되면 대선 판도가 낙관적일 거라고 보십니까?


최 - 만약에 이런 흐름이 형성된다면 다음 대선은 지금까지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갈 것 같습니다. 작년초까지는 열린우리당이 무조건 이긴다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런데 6월쯤부터는 한나라당이 압도해서 열린우리당은 누가 나와도 깨진다는 분위기가 됐습니다. 그런데 제가 볼 때는 최근의 여러 사태, 황우석 사태를 비롯해서, 사립학교법, 유시민 장관 임명이라든지 이런 과정을 쭉 지켜보니까 저는 반전될 것 같습니다. 이미 반전의 길로 들어섰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첫째 이유를 들 것 같으면 한나라당이 사립학교법 수렁에 빠져서 전혀 나오고 있지 못합니다. 한나라당은 이것 때문에 엄청난 타격을 받으리라고 생각됩니다. 무슨 얘기냐 하면 학교가 사유재산이 되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학교 재단 관계자, 교장 이런 사람들 뿐이거든요. 나라사람 전체로 봐서도 10%도 안 될 것입니다. 대다수는 학교가 공공기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잖아요.


스스로 앞날까지 막고 있습니다. 교사들을 빨갱이로 몰아부치고 신입생까지 안 받겠다니 미래의 유권자인 학생도 등지는 것 아닙니까. 이런 행동에 지지를 보내거나 좋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아야 20%를 넘지 않을 것 같아요. 그것도 60대 이상에 한정되구요. 그래서 이렇게 가면 부패당 이미지에다가 부자당 이미지, 재산당 이미지까지 얻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완전히 반서민 정당 이미지가 굳어지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듭니다.


한나라당도 지금까지는 서민을 위한 척이라도 해왔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노골적으로 부자당 행세를 하면 길이 있겠습니까? 거기다가 유시민 변수는 대선 판도에 평지풍파를 일으킬 수 있는 어떤 잠재력이 있다고 봅니다. 이런 추세로 가면 금년 전반기를 넘으면 한나라당은 상당히 기세가 꺽이고, 열린우리당이 많이 회복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때 가서 대선후보가 누가 되고, 판세가 어떻게 되고 하는 것은 지금으로서는 도저히 예상할 수도 없고, 예상해봐도 무의미합니다. 여러 가지 생각해본 것이 있지만, 지금 얘기할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지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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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올라야 나라가 오른다 - 우리가 몰랐던 우리말 324가지
김세중.남영신.박용수.이수열.장하늘.정재도.조재수.최인호 지음 / 한겨레출판 / 2004년 8월
평점 :
절판


이런 책들은 많이 나온다.

우리말에 대한 사랑이 가득해서 우리말을 잘 가르치려고 만든 책들.

특히 한겨레 신문사에서 엮었다는 기대감에 빌려본 책.

그렇지만, 결론은 실망.

전문적인 문법 용어를 쓴 것까진 좋은데, 그것을 아무런 합의 없이 고유어로 만들어 쓴 것이 국어를 계속 공부하는 내게도 낯선 것은 좀 기대 이하라고 할 수 있다.

맨 앞에 용어 설명을 좀 붙였더라면 그나마 조금이라도 나았으려나.

그리고 설명이 다소 전문적이어서 이 책을 일반인이 읽기엔 지나치게 어려우리란 생각이 든다.

내가 읽으면서 배울 것이 많았는데, 내가 얼마나 무식했던가를 새삼 깨닫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지만,
국어에 대해 좀 우월감을 가진 나로서는 일반인들에게 이 책이 얼마나 도움이 될는지가 좀 걱정이 되기도 했다.

말이 올라야 나라가 오르는 것뿐만 아니라, 나라가 올라야 말이 오르는 것도 당연지사다.
그렇지만, 일반인들이 잘 쓰지 않는 말을 억지로 살려 쓰라고 하는 것이나, 억지스런 고유어로 설명을 붙인 부분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이 책의 장점이라면, 보통 이런 책들이 어휘 중심이기 쉬운데, 이 책은 문법을 조금이라도 가미하려 하였고, 원칙을 설명하기도 하며, 외래어 발음, 외국어와 국어, 외국어 말법의 영향 들을 두루 다루고 있는 점이 좋은 점이다.

특히 북한말과의 괴리감을 없애려 노력한 점은 한겨레 신문의 이념을 보여주듯 특이한 점이라 볼 수도 있겠다.

이왕 대중을 위한 책이라면 좀더 눈높이를 낮추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책이다.
중앙일보에서 나온 한국어가 있다 시리즈가 대중에게 읽히기에 더 훌륭한 안내서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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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게 생각하라
가바타 요시유키 지음, 이인애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05년 3월
평점 :
절판


미 해병대라고 하면 대단한 집단으로 떠오른다. 용감하게 적군을 무찌르는 미 해병대.
그렇지만, 그들이 가질 여러 가지 품성 중, 가장 필요한 것이 단순함이라니... 하긴 단순해야 무식하다는 말도 있지만.

세상사 살다 보면, 너무 해골이 복잡하고, 해결책이 막막할 때가 많다.
그럴 때면 자신감이 없어지고, 자기효능감이 떨어지며, '난 안돼.', '내가 왜 이 일을 시작했을까?'하는 자책에 쉽게 빠지기도 한다.

그럴 때, 타개하기 위한 방법으로 저자는 단순하게 생각할 것을 권장한다.
복잡한 머릿속을 말끔하게 정리하는 사고의 기술.
이 책은 여느 처세술 도서와 좀 다른 면이 있다.
그저 열심히 살라는 것이 아니라, 단순화하고 명확하게 하는 방법이 잘 드러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열 가지의 비결을 보여 준다.
1. 문제의 핵심 짚어내기 : '목표 상실'의 함정에서 탈출
2. 나의 역할 자각하기 : '소재식 상실'의 함정에서 탈출
3. 화살표를 뒤집어 생각하기 : '고정관념'의 함정에서 탈출
4. 부정적인 사고 버리기 : '안 되는 이유'를 찾게 되는 함정에서 탈출
5. 선택의 폭 넓히기 : '모 아니면 도, 양자 택일'의 함정에서 탈출
6. 곱하기로 생각하기 : '엉킨 매듭'의 함정에서 탈출
7. 좋은 답이 나올 때까지 저울질 하기 : '단체여행 증후군'의 함정에서 탈출
8. '시계'로 생각하기 : '시간 미아'의 함정에서 탈출
9. 하지 않고 후회하기보다 해보고 반성하기 : '무기력'의 함정에서 탈출
10. 목표가 즐거워지는 사고법 : '땀과 눈물'의 함정에서 탈출

복잡하면 쪼개 보고, 막막하면 생각을 뒤집어 보고, 잘못된 결론을 내리지 않도록 주의하기...
말은 쉽지만 사실 쉽지만은 않은 것.

그렇지만, 공부를 하다보면, 이런 원칙을 깨달을 수 있다.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면 늘 공허하다. 아무 것도 얻지 못할 수도 있다. 행동해야 한다.
잘해보고 싶은데, 안 될때, 말하는 방법을 바꾸려고 노력해 보아야 한다.

이 책에서 접한 말들 중 밑줄 좍 긋고 싶은 것들을 적어 둔다.

Why so, so What... 왜 그러한가, 그래서 무엇을 할 것인가...는 자칫 이기기 위한 논리로 악용될 수도 있으나 잘만 활용하면 정서적 감상적으로 흐르기 쉬운 논의에 객관성을 부여해서 사실을 토애도 검토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시점의 전환은 기회의 창출이다. CHANGE에서 TABOO의 T를 빼면 CHANCE가 된다.

화살표를 반대로 한다. 일이 있어서 정열을 가질 수도 있지만, 거꾸로 열정을 가질 수 있는 일을 사업으로 한다. 즐거우면 웃음이 나기도 하지만, 웃다 보면 즐거운 일이 뒤따르고 행복해 지기도 한다.
전투에서 공격받고 살아남은 전투기. 공격받은 부분을 수리할까? 공격받지 않은 부분을 보강할까? 공격받지 않은 부분을 보강해야 한다. 그 부분을 공격받았다면 추락했을 것이다.

우리의 두뇌는 "그런 일은 실패할 게 뻔해. 하지만 나는 실패하고 싶지 않아."하고 말할지라도 '그런 일'이라는 주어는 생략한 채 결국 '실패'라는 단어, 현상, 개념, 이미지만 남긴다.

도요다에서는 개선 활동에서 불량 문제에 대해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왜, 어떻게 했는지 따지지 않고 5W로 따진다고 한다. 왜, 왜, 왜, 왜, 왜... 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모호한 정체를 파악하기 위한 특성 요인을 4M 부분으로 전개해 보면, 막연하던 불안감과 불만감의 정체를 밝힐 수 있다.
ME(자기 자신) : 자신의 목표, 건강, 정열, 능력 등
MAN(인간 관계) : 가족, 친구, 연인, 상사, 동료 등
METHOD(방법) : 생활의 리듬, 시간 활용 상황, 일하는 방법, 취미 등
MONEY(금전) : 수입과 지출의 균형, 자금 조달, 저축과 같은 자산 등

발상법 전환의 하나로 SWOT분석이 활용될 수 있다.
strength, weakness, opportunity, threat. 즉 강점과 약점, 기회와 위협을 역발상으로 이용한다.
약점이라고만 생각하던 위협 요소를 새로운 기회로 받아들이고, 강점으로 돌리는 방법.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모르겠던 문제도 요소를 분해해서 곱셈으로 나타내 보면 단단히 묶여있던 문제가 조금씩 풀리면서 해결 방법이 보이기 시작한다.

모든 서비스에서 클레임은 두렵지 않다. 클레임이 감춰진 채 드러나지 않는 것이 진정으로 두려운 것이다.

모든 일은 PDCA의 반복으로 이뤄진다. Plan, Do, Check, Action, 계획, 실행, 확인, 제어. 그런데 이 PDCA를 회전시키는 것은 '플라이 휠'을 회전시키는 것이다. 플라이 휠은 처음에는 조금씩 움직이기 때문에 힘들지만, 일단 돌고 나면 관성을 타서 계속 돌게 되는 원리를 활용한 것이다.

마지못해 한 일은 기대에 못 미치고, 즐거운 마음으로 집중해서 한 일이 예상 밖의 좋은 성과를 낳는 경우도 있다. 우선 그 목표와 과제에 대한 도전이 무척 가슴 설레는 일임을 스스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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