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가 있다 2
중앙일보 어문연구소 우리말 바루기 팀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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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국어 교사이기에, 아이들이 간혹 편지를 보내거나 메일을 보낼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말이 바로 이거다. "국어 선생님께 글을 쓰려니, 맞춤법 같은 데 신경이 많이 쓰인다."는 것.

그만큼 국어 교사는 맞춤법 같은 형식적인 틀을 강조한 존재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말은 아주 특이한 언어다.
중국 문화권에서 발달한 말이지만, 중국어와 발음, 낱말이 전혀 다르고, 전혀 다른 언어이며,
우리말과 가장 가까운 일본어와도 게르만어(영어, 불어, 독어)에서 보이는 공통점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말에서 가장 특이한 점은, 어느 말에도 없는 <맞춤법>이란 것이 있다는 점이다.
<한글 맞춤법>은 1989년 공포되어 지금까지 쓰이고 있는데, 그 규칙을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읽은 사람은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국어를 가르치는 일에 종사하거나, 그 시험에 대비하는 사람 정도...

이 규칙은 식민지 시대의 국어 <생존>을 위한 투쟁적 의미에서의 <애국심>이 과도하게 묻어있다고 생각한다. 국어를 중흥시킬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난 국어 교사로서 좀 이상한 발상일는지 몰라도, 한글 맞춤법의 존재와 일반 언중의 <표기> 사이엔 모두에서 쓴 것처럼 <교양있는 사람이 못됨으로서 느끼는 께름칙한 부담감>을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몇 가지로 짚어볼 수 있다.

첫째, 한글 맞춤법은 어렵다.
그 원칙이 <소리나는 대로>와 <어법에 맞게>의 두 가지라서 소리나는 대로 쓰자니 어법이 울고, 어법을 따지자니 소리가 우는 현상에서 필자들은 갈등하는 것이다.
한글 맞춤법 규정 안에서도 <끼어들다>와 <끼여들다>가 혼동되어 쓰인 모습도 볼 수 있다. 웃기는 <자장>이시다.

둘째, 한글 맞춤법은 교육되지 않고 있다.
초등 1,2학년에서 받아쓰기를 통해 철자법을 익히지만, 그 이후로는 체계적인 문법 교육이 점차 사라져가는 추세다. 수능은 이 현상을 심화시키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다. 찍기 시험에 문법은 사족이 되어 버린 현실.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부록으로 맞춤법을 실어 두었지만, 전국의 어느 선생님이 이 부분을 가르치는지 난 늘 궁금하다.(내가 본 선생님들은 누구도 이 부록을 가르치지 않는다.)
그리고, <표준어>에 대한 글은 중학교 교과서에 실려있다. 표준어는 통일과 분리, 우월, 준거의 기능 등이 있다. 표준어란 '교양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이란 코걸이, 귀걸이 식의 사정(ㅋㅋ 심사해서 정하는 걸 사정이란다. 그냥 정하는 원칙이라 쓰지.) 원칙도 애매모호, 아리까리, 갸우뚱 하게 하지만, <맞춤법>은 <표준어>를 소리나는 대로 쓰되, 어법에 맞게 씀을 원칙으로 한다는 대원칙을 아는 성인은 별로 없어 보인다.

셋째, 한글 맞춤법이 헷갈릴 때(헛갈릴 때는 틀린 말) 어떻게 할지 가르치지 않는다.
영어 단어를 모르면 어떻게 하는지 누구나 안다. 영어 사전을 찾아 본다. 영어에 맞춤법이란 없다. 영국과 미국은 좀 다르다. 그래도 사는 데 전혀 지장 없다. 지하철이 서브웨이든 언더그라운드든 튜브든 잘만 간다.
영어 단어는 무조건 띄어쓰기 때문에 띄어쓰기에 대한 어려움은 없고, 철자는 사전을 참고하면 된다.
그러나, 우리말은 단어를 무조건 띄어쓰지 않고, 조사나 어미는 붙여 쓰는 어려움이 있고,
영어는 동사가 별로 활용하지 않지만, 국어는 그 활용태가 무한정이다. 참 어렵다.
국어 맞춤법도 어려울 땐, 사전을 참고하도록 적극 가르쳐야 한다.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분, 집안 가까운 데 국어 사전 비치하시라.
아이들 공부방에, 국어 사전 꼭 필요하다. 국어 못하는 사람, 공부 못한다.

그럼, 한글 맞춤법을 어떻게 해야 자신있게 될까?
많은 학생들이 '논술'에 부딪히면 어법에 맞게 써야 되니까, 자신없는 질문을 한다.
한글 맞춤법 학습에 <정도>는 없다. <왕도>도 없다.
한글 맞춤법을 펴들고 읽을 필요는 더더군다나 없다.(아마 그걸 읽다가는 맞춤법에 혐오감을 느끼게 될는지도 모른다.)

첫째, 국어 사전을 가까이 두고 궁금한 한자어, 뜻이 명확하지 않은 고유어, 철자가 헷갈리는 낱말 등은 열심히 찾아 보고 단어장을 만든다.(학생이라면 꼭 필요한 일)

둘째, 월요일 저녁에 방송하는 '우리말 겨루기'의 우리말 달인 같은 프로그램을 통하여 언어에 대한 관심을 늘 갖는다. 내가 헷갈리는 말은 남도 헷갈린다. 그러나 남이 틀릴 때, 나도 틀려도 좋다는 것 좀 억지아닐까?

셋째, 우리말 겨루기 프로그램에 출전할 예정이라 생각하고, <우리말>과 관련된 책들을 찾아 읽는다.
초등학생 맞춤법과 관련된 책도 서점에 많고, 우리말에 얽힌 다양한 내용들이 요즘은 딱딱하지 않고 말랑말랑하게 책으로 만들어져 있다. 이런 책들을 좀 읽어 줬으면 좋겠다.

넷째, 이건 학생들이나 교사들에게 중요한 것 같다.
문법에 좀 관심을 갖고 가르치고 배워야 한다. 다른 책은 다 버려도, 문법책은 버리지 말았으면...(근디, 교육부에서 나온 문법책 사는 학교가 있기나 한 걸까?)

앞에서 말한대로 우리말은 <한글>이란 뛰어난 표기법을 창제했음에도 불구하고, 통일시켜 표기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그렇다고 우리말을 버리고 어떤 대안도 있을 수 없음은 누구나 인정하는 것이다.
한국어를 발전시키고 국민을 단련하는 길만이 한국의 힘을 기르는 유일한 길이다.

그러기에 이 책은 유익하다.
이 책의 장점은 독자가 지루하지 않게 어휘에 대한 설명이 간명하고, 고교 졸업 정도의 학력이라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고 두루 쓰는 예문의 선택이 탁월하다.

글쓰기 좋아하는 친구에게 선물해 준다면 좋을 책이다.

내가 아는 어떤 훌륭한 선생님은 국가에서 잘못된 맞춤법을 쓰면, 열심히 고치신다.
<교통사고 많은 곳>을 <교통사고 잦은 곳>으로 고친 곳이 많아졌다.
나부터 작은 관심을 갖는 일이 필요하다.

이 책에서 좀 아쉬운 점,
71쪽의 두 번째 문단, (70-80년의 인생)... 에서 (1970-1980년의 인생)으로 좀 코믹하게 실수를 저질렀다.
그리고 111쪽 예문이 맘에 안 든다.
미국은 이라크전을 안 치렀다(치르지 아니했다). 못 치렀다(치르지 못했다). 같은 문장은 말도 안 되는 글을 예문으로 적어서 국민 의식을 저하시키는 데 기여한 게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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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6-01-25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흠.. 퍼갑니다. 꾸벅

파란여우 2006-01-25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아녜요 뭐.
약식 논문 내지는 학회 보고서네 뭐...
말은 이렇게해도 퍼갑니다.^^

진주 2006-01-26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문과 나왔다고 말하기가 겁나는 것이 바로 저 맞춤법 때문이지요.
사전을 끼고 살라는 당부는 저랑 똑같네요.
띄어쓰기 헷갈리는 것도 사전만 보면 대부분 해결되지요.
잘 봤습니다.^^

글샘 2006-01-26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콩님.. 한문 선생님도 맞춤법에 대해 부담스러우신 모양이군요. 잘 지내시죠?
여우님.. 오랜만이에요. 리뷰치곤 좀 얄궂게 글을 썼지요? 근데, 한국의 학회들은 저런 글 잘 못쓴답니다. 워낙 폐쇄적이라서...
진주님.. 국문과를 나오셨군요. 맞춤법 무서워하는 것은, 평민들이 <법> 앞에서 공평하게 떠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달팽이 2006-02-04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두고 못봤는데...
쌤 리뷰로 고만 됐군요....

글샘 2006-02-04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팽이님... 아녜요... 이런 책은 수시로 읽어 두어야 맞춤법에 조금이라도 자신감이 생긴답니다.

석란1 2006-05-06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얼마전 무심코 치매를 침해라고 써서 망신 당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도 기죽지 않고 한글을 잘써 볼라고 무척 애쓰고 있답니다. 맞춤법 뿐아니라 띄워쓰기도 정말 어렵습니다.

글샘 2006-05-06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글 맞춤법은 사실 정말 어렵답니다. 한글 학자들은 한글이 제일 쉽다는 착각에 빠져있어서요.ㅠㅠ 반갑습니다.^^

역전만루홈런 2006-07-27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 퍼갑니다, 두고두고 볼려구요~
 
7인 7색 - 일곱 개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곱 개의 세상
지승호 지음 / 북라인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지승호의 최근 인터뷰집이다.
수록된 인물은 박노자, 이우일, 유시민, 진중권, 하종강, 김규항, 노회찬의 일곱 명이다.

모두 내로라 하는 논객들이어서 기대가 컸던 책이고, 다른 책들과 겹치는 부분도 일정정도 있지만, 역시 기대에 맞게 멋진 책이 나왔다.

박노자는 한국 자유주의자들의 유약한 체질을 비판하고 나선다.
그렇다. 한국에선 자유주의자들이 좀 뻔뻔스럽게 당당하지 못한 듯하다.
군대 문제도 역시 건드리고 있다. 한국 사회와 정치의 좌표를 박노자를 통해 잡을 수 있다.
아이도 남이라고 하는 사고는 신선했다. 가르치는 거라곤, 개미를 밟지 마라... ㅋㅋㅋ
초인적인 성실성으로 연구를 하는 박노자에게 경의를 표한다.

만화가 이우일은 그야말로 아나키스타일까?
어딘가 얽매이는 것을 질색으로 여긴다.
소수취향들이 살아남을 수 있어야 따뜻하고 아름다운 세상이라고 하는 그는, 남들이 쓰는 소수자라는 말도 잘 안쓰는 독특한 사람이다.
그래서 그의 만화 세계는 좀 독특한 데가 있다.
이우일에게서 배울 점, 균형감각.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어떻게 하면 균형을 잘 잡으면서 내가 가고 싶은 갈로 갈수 있느냐를 생각한다.
전교조 사업을 하면서 늘 생각해야 할 대목이다.

유시민은 움직이는 정치를 읽는 사람으로 보인다.
정치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서 움직이는 것인 바, 運운이라고 하는 것을 생각해야 하겠다.
지승호는 유시민을 좀 편애하는 것 같다.
(아, 이 리뷰를 쓰다 보니, 지씨가 알라딘에서 알짱거리는 모습을 본 게 생각나지만, 될대로 되라지...)

하종강.
노동 운동의 산 증인이다.
노동자는 善이고 노동 운동은 사회에 유익하다는 주관을 견지하고 있는 멋쟁이.
하종강이 교사 운동을 이야기하면서, 이럴 줄 알았으면 자기도 죽도록 공부해서 교사가 하고 싶었다는 대목을 읽으면서, 곰곰 생각해 본다.
그들이 그토록 하고 싶어하는 그 <교사직>에 내가 종사하고 있는 것은 얼마나 행운인가를...

김규항.
그는 A급 좌파다.
우리당 같은 존재더러 줄을 똑바로 서라고 늘 경고한다.
하긴, 우리당은 쪽수는 많아서 줄이 삐뚤어져 있는데, 누가 보나 오른쪽이구만, 지들은 왼쪽에 있다고 착각한다. 이라크 파병이나 노동 문제를 보면, 걔들은 분명 오른쪽이다.

진중권과 노회찬을 읽으면서는 미래가 불안하지 않아졌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우리당의 어설픈 정치 행태와 정치에 대한 염증이,
박공주나 명바기의 대권 행보에 도움을 줄까 걱정도 되었는데,
그들의 생각을 읽고 나니 조금 안심은 된다.
한국 국민이 아직 무식하지만, 그렇게 완죤 무식은 아니라는 데 나도 공감하고 기대를 건다.
그렇지만, 나는 축구에 목숨 거는 한국 방송을 볼 때, 한국 국민이 과연 똑똑할 수 있을까? 아직 의심이 남아 있다.

이런 책을 읽으면서, 정치적으로 무관심하던 나를 일깨운다.
교사가 정치와 무슨 관련이 있느냐고 묻는다거나,
교사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면...
나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교사가 가르치는 <내용>과 <형식>의 모든 것은 정치적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
그 증거로, 대한민국 교사는 행정부 공무원 신분이란 것.
그리고 정치적 중립이란 웃기는 짜장같은 소리는 니들이나 지껄이란 생각.
대한민국에서 정치적 중립이란 비겁한 굴종에 다름 아니기 때문.

철저한 당파성을 유지하는 것이 좋은 교사가 되는 길이라 생각한다.
물론 수업 시간에 정치적인 이슈를 가르치는 것이 정치에 별로 관심이 없는 아이들에게 먹혀드는 시대는 지났지만, 아이들이 자기도 모르게 신자유주의 물결에 허우적거리게 되는 현실에, <밝게 보는 눈>을 갖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도 훌륭한 교사가 되리라.

이 책을 읽으면서, 아쉬운 점이 하나 있었다.
지승호 씨의 다른 책에서는 발견하지 못했는데, 이 책에선 유난히 철자법에 어긋난 부분이 많다.
출판의 관례상, 교정을 보는 이가 촉박한 시일을 이기지 못하고 대충 보아 넘겼거나, 아니면 교정 보다가 술마시고 졸았거나 했을 것이다.
교정 보는 이가 엉망으로 일을 했다손 치더라도, 지승호씨에게 좀 아쉬움이 남는다.
일차적으로 인터뷰어가 맞춤법에 맞게 적어 주었더라면 이렇게 많은 오자가 남진 않았으리라.
혹시나, 지승호씨가 이 글을 읽는다면, 맞춤법 공부를 조금은 해 주면 고맙겠다.

맞춤법이란 <형식>에 어긋나는 글이 등장하는 빈도가 높아 지면,
훌륭한 글의 <내용>에 흠이 되기 때문이다.

참고로 맞춤법에 어긋나는 쪽과 내용을 간추려 둔다.
51쪽 탈아입구론의 한자는 <탈아입毆론>이 아니라 <탈아입歐론>이 맞다.
167쪽 투기적 수요의 <재물>은 <제물>이 맞는 듯 하다.
185쪽 <고욕>이죠는 <고역 苦役>을 뜻하는 듯하다.
292쪽 하는 일을 <개량화>하다는 <계량화>가 맞다.
316쪽 70을 가리키는 수사는 <이른>이 아니라 <일흔>이 맞다.
323쪽 어린이 안전 캠페인을 <벌리고> 싶다는 <벌이고>가 맞다. 벌리는 것은 틈을 넓히는 게다.
359쪽 부담을 <줄새라>는 <줄세라>가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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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6-01-24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마음이 순간 상쾌, 유쾌, 통쾌해졌어요.
아~ 글샘님의 리뷰를 보면 자꾸만 책이 사고 싶어져요. 궁그만 건 님께선 이 많은 책들을 도대체 어느 짬에 읽으시며, 또 다 사서 보시는 건지... 궁금~
당근 이 책도 보고싶어지네요. 어쩌나.. 책임지셈!

코마개 2006-01-24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선생님도 저처럼 책보다가 오탈자 보면 못견디시는 군요.저도 하나 하나 다 체크 해서는 첫 페이지에 목록을 만드는데...한번은 어떤 책이 넘 빈번하게 한 단어를 계속 틀려서 출판사에 정정하라고 메일을 보냈더랍니다. 그런데 제가 메일에 출판년도를 200*년이라고 써야 하는데 19**이라고 썼지 뭡니까. 그랬더니 오자 정정에 관한 답변은 없고 출판년도 틀렸다는 답메일을 보냈더군요. 이런 *같은 경우가....
그에 비해서 리영희 교수의 '대화'는 메일을 보내니 담당자는 물론 리영희 교수님도 고맙다는 깍듯한 메일을 보냈더군요.

깍두기 2006-01-24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밑줄 쳐가면서 읽었는데
저 오탈자를 하나도 발견 못하다니(다른 거 발견한 거 좀 있지만) 책을 대충 본 것이로군요. 글샘님 대단하세요.
지승호님 이 글 읽으시면 뜨끔하시겠다^^

글샘 2006-01-25 0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콩님... 어떤 점에서 유쾌, 통쾌, 상쾌해 지셨는지 궁금하군요. ㅎㅎㅎ 궁금하실 일도 많으시네요. 책 읽는 시간은 일정하지 않답니다. 틈틈이... 그리고 책은 별로 안 사는 편이에요. 남구도서관에서 이주일에 3권 빌리고, 학교도서관에서 틈나는대로 빌려 보고... 알라딘에선 간혹, 너무 읽고 싶어 미치겠는데 못 빌릴 때...(아, 이 책은 그런 책 중의 하나랍니다. 돈주고 산 책 ㅋㅋㅋ. 틈나면 꼭 읽어 보세요.)
강쥐님... 저는 오탈자 상당히 잘 견디는 편인데, 이 책에선 우연히 몇 가지 필기를 한 셈입니다. 리영희 선생님 메일을 받다니... 저도 대화를 다시 읽고 오탈자를...ㅋㅋ
깍둑님... 밑줄 치면서 읽으셨으니 그렇지요... ㅋㅋ 내용에 몰두해서 보시다 보니 그렇겠네요... 제가 대단한 것이 아니라, 제 석사 논문이 맞춤법에 대한 거였거든요. 맞춤법은 필요없다!는 도발적인 논문... 근데 내용이 영 허술하긴 했지만요.ㅠㅠ 뜨끔하시더래도, 제 진심을 적었습니다.

해콩 2006-01-24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논문 읽고 싶어지는걸요. 요즘 들어 영 맞춤법에 자신이 없어서리...ㅋㅋ
그리고 이 책 글샘샘 리뷰 읽고 바로 주문했다는...ㅠㅠ

시비돌이 2006-01-24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좀 쪽팔리는군요. 사실 전문적인 글쓰기 공부를 하지를 않아서 맞춤법이 좀 약합니다. 근데 정확하게 쓴다는 것이 정말 어려워요. 그래서 그런 지적 받으면 '전문가의 오류 아니냐?', '본질을 봐라'하고 오히려 뻔뻔하게 굴고 있습니다. ㅋㅋ
해콩님/ 주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자의 측근으로서 대신 인사말을 전하겠습니다.

글샘 2006-01-25 0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콩님... 제 논문은요... 맞춤법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맞춤법이란 <법>이 전혀 효율성이 없다는 거였답니다. 맞춤법은 국어에 대한 애정을 갖고 <사전>을 옆에 두고 생활화한다면 친근해 지지 않을까 합니다. 이 코멘트를 본다면 작가가 좋아하겠네요. ㅋㅋㅋ
시비돌이님... 어렵다는 것은 저도 인정합니다. 오죽하면 제가 <한글 맞춤법, 이거 존재 이유가 없고, 너무 어려워!> 이렇게 논문을 썼겠습니까? 제 논문을 한글 학회가서 발표했더니 보수 꼴통들이 애국적 견지에서 저를 바퀴벌레 보듯이 보더군요. <내용>이 <형식>보다 중요한 것임에는 분명하지만, 그것은 좀 못배운 사람들이나 비전문적인 글에서 용인될 수 있는 거 아닐까요? 인터넷에선 무슨 얄궂은 표현을 써도 인정 되333. 정식으로 <책>의 형태를 띤 출판물이라면 어느 정도는 한글 맞춤법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자의 측근으로서 참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자께선 좀 뜨끔하시겠지요?ㅋㅋㅋ)
 
안 써서 사라져가는 아름다운 우리말 - 지피지기 1
남영신 지음 / 리수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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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나는 개인적으로 남영신 선생을 좋아한다.
남영신 선생은 나와 한 가지 생각이 일치하기 때문이다.
바로 한글 맞춤법을 가르칠 필요 없고, 국어 사전을 열심히 공부하도록 하면 된다는 생각 말이다.

내가 석사 과정 논문을 준비하고 있을 때, 남영신 선생의 의견을 논문에 적었더니, 이 사람은 학자가 아니라면서 빼는 게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
대학 교수라는 치들은 '교수'란 직함이 있어야 학자고, 그 외엔 무지렁이 취급을 하는 단점이 있다.

남영신 선생은 ---학을 전공하고 박사를 딴 사람은 아니다.
그렇지만 누구보다 우리말에 대한 애정이 크신 분이다.
무작정 일반인이 알아보기 어려운 한글 맞춤법을 제정해 두고,
이거 안 지키면 <바보> 내지는 <애국자가 아닌>사람, 또는 <교양없는> 사람 취급하는 <법>정신이 문제라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고 말이다.

이 책은 누구라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남영신 선생은 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글을 그닥 어렵게 쓰지 않는다.

개정판이 나오기 전 제목이 <말 잘하려면 국어부터 잘하고, 외국말 잘하려면 한국말부터 잘해라>였다.
한국어의 현주소가 <맥없고 휘청거리며 비틀거리는> 모습임을 우려한 글이기도 하고,
앞으로의 한국어를 <힘차고 주체성있는> 오롯한 우리말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글이기도 하다.

한자를 무작정 많이 배워야 한다는 데, 남영신 선생은 적극 반대한다.
우리가 한자어 때문에 쉽사리 익히지 못하는 말도 많고, 한자어기 때문에 틀리게 쓰는 예도 많기 때문.
그렇다고 한자 교육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같은 한자 교육은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선일보의 한자 칼럼을 비판하신 부분은 지당하신 말씀이다.
조선일보는 제잘난 맛에 살지, 일반인들이 알 필요 없는 한자어를 교육적이라며 옮겨 대는 놈들이다.

이 책에서 가장 날카로운 지적은 이 말이다.
<우리가 외래어를 잘 가져다 쓰는 것은 지식인들의 의식 구조가 문제 해결적이지 않고 지식 권위적이기 때문이다>

한국 학자들은 얼마나 권위적 지식에 목매달고 있는지...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로 익혔거나, 생각해 볼만한 단어들

1. 육젓과 오젓 : 육젓은 유월에 잡은 새우로 담근 젓으로 좋은 새우젓이고, 오젓은 오월에 잡은 새우(오사리)로 담근 젓이란다. 오사리 잡놈이란 이런 되지 못한 것들이 몰려 있다는 뜻이겠다.

2. '안절부절하다'. '안절부절 못하다'. 어떤 것이 맞을까? '어줍다', '어줍잖다.' 무엇이 옳을까? 원래 말은 앞의 것이라는데, 그렇게 표현하니 왠지 허전해서 부정적인 '못하다'와 '않다'를 붙였다는 말씀.

3. 교회 다니시는 분들이 하느님께 기도한다. "하나님 아바지, 축복을 내려 주시옵소서..." 그런데 '축복'의 원 뜻은 <복을 빌다>는 뜻이란다. 그러므로 전지전능하신 하나님께는 써선 안되는 불경스런 낱말.

4. '독불장군으론 세상을 살 수 없다.' 고 쓰는 용례에서, '독불장군'을 생각해 보면, '혼자서는 장군이 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세상 살이에서 독불장군'이다.와 같이 써야 한다. 이왕이면 우리말로 쓰면 좋겠다. '혼자서 장군이 될 순 없다'... 같이. 안전 사고(안전한 사고?), 피로 회복제(피로를 회복하는 약?)도 좀 우스운 말.

5. '좋은 시간 되세요' 와 같은 번역투 문장도 고쳐야 한다.

6. '파장'과 '파문'도 구분해서 써야하는 낱말이다. 파장은 전파나 음파의 한 마루에서 다음 마루까지의 주기를 나타낸 말이다. <파장이 길다>로 쓴다. 파문은 동심원으로 일어나는 물결이다. <파장을 던진다> <파장이 예상된다>는 <파문을 던지고 있다. 파문이 예상된다>로 고쳐야 한다.

국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도, 실상 우리말에 대한 관심을 늘상 갖고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반인과 비슷한 수준의 지식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죄악>일 수 있다.

꾸준히 연마할 한 분야임에 틀림없다. 우리말 바른말 고운말 찾아 쓰기 말이다.
텔레비전에서 <우리말 겨루기>란 코너가 있는데, 아들 녀석이 참 좋아한다.
가끔 내가 전혀 모르는 말도 등장하고, 띄어쓰기 같은 것은 나도 많이 틀리는 소재다.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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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만루홈런 2006-07-27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 있나 찾아봐야겠는데요, 저도 요즘 도서관 잘 이용합니다..ㅎㅎ
 

가족의 더할나위 없는 귀염둥이였던 사람은
성공자의 기분을 일생동안 가지고 살며,
그 성공에 대한 자신감은
그를 자주 성공으로 이끈다.

프로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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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은 자기의 것이면서 내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미 나누어져 있기에 또한 인류 속의 사람이다.
자기 것일진대 더욱 교육에 의무를 다하고
그들에게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주어야 하고
또 내 것이 아니기에 해방시켜야 하고
모든 것을 그들 자신의 것으로 해주어야 하며
하나의 독립인으로 만들어야 한다.

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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