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아이는 당신의 아이가 아니다.
그들은 그 자체를 갈망하는 생명의 아들딸이다.
그들은 당신을 통해서 왔지만 당신으로부터 온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들은 당신과 함께 있지만 당신의 소유물이 아니다.
당신은 그들에게 사랑은 주어도 좋지만 당신의 생각을 주어서는 안 된다.
당신의 그들의 육체를 집에 두어도 좋지만 정신을 가두어서는 안 된다.
그들의 정신은 당신이 방문할 수 없는 내일의 집에 살지
당신의 속에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신은 그들을 좋아하기 위해서 애써도 좋지만
그들이 당신을 좋아하도록 요구해서도 안 된다.

칼릴 지브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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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절대로 탓하지 마라 - 사춘기 편
아케하시 다이지 지음, 김경인 옮김 / 프리미엄북스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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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청소년들은 인간이 아닌 <청개구리>라서 <청>소년이라고 부른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만큼 사춘기에 겪는 갈등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기성세대가 보기에 그 갈등은 별것 아닌 우스운 것으로 보이기도 하고,
자기 할 일을 하기 싫어 핑곗거리를 대는 데 불과해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 아이들의 문제 행동엔 반드시 문제가 되는 원인이 있었고,
그것을 제대로 해결해 나가지 못한다면 사회 문제화 되기까지 하는 청소년 문제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은 사춘기 아이들의 마음이 왜 혼란으로 가득한지, 원인부터 대책까지 쉽게 설명한 책이다.
어려운 심리학 용어도 등장하지 않으며,
사례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어서 일반인들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 전문적인 상담이나 청소년 문제를 살펴 보기엔 조금 간략한 감이 없지 않지만,
청소년 문제에 대한 핵심은 모두 짚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신과 의사이기도 한 저자는 청소년들의 문제를 <자기 평가의 극단적인 저하>라고 본다.
그로 인해 벌어지는 온갖 몸부림을 통하여 아이들은 자기의 문제를 표출한다.
그렇지만, 어른들은 그것을 야단치기에 급급하지, 그 원인을 따지거나 해결책을 모색하지는 못한다.

아이들의 마음의 성장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의 리듬대로 응석을 부렸다가 반항도 했다가 하는,
<의존과 자립의 반복>을 존중해 주는 것이란다. 이것은 방치가 아니다. 너무 방치하면 비행으로 내닫고, 자립심을 억압당하면 히키코모리(구석방 폐인)이 되기 쉽다.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응석을 받아주는 단계에서 실패하면, 그는 <의존>적 인간이 되기 쉽다. 알콜 중독, 과식증, 도박중독, 쇼핑중독, 일중독, 연애중독, 스토커, 도벽, 인터넷 중독...
그러나 문제는 아무리 의존하고 중독이 되어도 안심감이나 만족감을 얻을 수 없다는 것.
그 이유는 원래 의존해야 할 대상에 의존하지 못하고 엉뚱한 데 의존하기 때문이란다. 일리가 있다.
응석은 타인에 대한 신뢰와 배려를 키워주는 중요한 요소다.

그렇다고 조용히 앉아서 공부만 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사춘기에 전혀 반항을 하지 않는 경우, 사실은 더 걱정이다. 자기 욕구를 표출할 기회를 놓치기 때문.
나중에 어떤 형태로 문제를 표출시킬지 알 수 없다.

이에 사춘기 아이들을 둔 부모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부모의 리듬에 아이들을 맞춰서는 안 된다. 아이들의 리듬에 맞춰,
아이들이 의존과 자립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그 모습에 '동조'해 주는 것이라고 한다.
동조란 적극적인 동의가 아닌, 수동적인 동의다.
아 그렇니? 아 그랬구나. 기분이 나쁘겠네? 이런 반영적 경청이 아주 필요한 것이다.

상담 공부를 하면서, 이런 책을 읽는 것은, 아이들을 예쁘게 보는 눈을 틔우는 것 같아 좋다.
내 눈에 좀 커져서, 아이들의 모습이 다양한 각도에서 보일 지도 모른다는 착각을 하게 되는 기분 좋은 책.

청개구리띠 아이들을 집안에 두신 부모님이라면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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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쇼 선생님께 보림문학선 3
비벌리 클리어리 지음, 이승민 그림, 선우미정 옮김 / 보림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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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녀석더러 읽으라고 사 주었더니, 처음에 조금 보다가 그냥 뒀기에, 들춰봤더니... 참 재미있었다.
금세 다 읽고 말았는데... 요즘 아이들은 왜 이렇게 읽기에 약한 것일까? 좀 걱정된다.

초등학교 꼬마가 자기가 좋아하는 동화작가에게 편지를 써 보라는 선생님의 숙제를 하다가,
글쓰기에 재미를 붙이게 되고, 글쓰기를 통해 자기의 성장을 열어 보인다는 이야기다.

특히 이혼한 상태의 어머니의 힘든 생활과,
전국을 누비는 트럭 기사 아버지의 외로움을 아이 나름의 시각으로 천진하게 담아낸다.

그렇지만, 정확한 아이의 눈으로 세계를 읽고 있다는 것이, 이 작품의 가장 뛰어난 점으로 보인다.

글쓰는 원칙도 간단하게 드러나 있다.

<다른 누구도 흉내내지 않고 네 자신 그대로, 가장 너답게>

어린 아이들도 나름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다.

비록 도시락을 훔쳐 먹고, 그 도시락을 지키기 위해서 안간 힘을 쓰는 웃기는 짓을 하지만,
그 아이들도 하나의 세계를 열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초등 고학년 수준이라면 꼭 읽혀볼 만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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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된 세상의 학교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지음, 조숙영 옮김 / 르네상스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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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의 우루과이에서 태어나, 아르헨티나에서 활동을 한다는 에두아르도 갈레아노의 책이다.

처음에 빌려올 때는 학교 문제에 대한 비판 서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읽어보니, 학교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세상은 온통 거꾸로 돌아가는 것이고,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과는 완전히 거꾸로된 학교의 구실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의 논조는 너무도 정확하고 신랄해서, 알맹이가 없을 것 처럼 보이기 쉽지만,
같이 어울린 예화들은 정말 진실이기를 믿기 싫은 그것들이었다.

세계는 온통 거짓 투성이이며, 가식으로 가득찬 것이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진실, 행복, 노력, 발전의 세계관은 온통 허구로 가득한 것이며,
실제 세계는 거짓, 불행, 세습, 퇴보의 세상이란 것이다.

이 책은 정말 금서로 묶어두고 싶은 책이다.
세상에 대해서 이렇게 까발려서 알고 나면, 세상 살 맛이 전혀 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도 내일 당장 떨려나서 먹고 살기 어려운 노동자로 전락할 수 있는 것이
세계화의 제국주의 질서라는 것을 알고 나면, 세계화라는 말이 입에서 쉽게 나오지 않을 성 싶다.

백인 지상주의를 일격에 박살내는 책.
흑인들과 인디언들이 열등한 이유(76쪽)와, 가난해서 바보가 아니라 바보여서 가난하다고 가르치는 세상의 학교... 제3세계 인간들은 일회용 인간들에 불과한 것은 너무도 적나라해서 오히려 비참하다.

마약퇴치 전쟁으로 사망한 수가 마약 과다 복용으로 사망한 자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다는 현실에서, 현실 정치의 역설적 비극을 밝힌다.

정치가는 이렇게 말해야 한단다. "여러분, 도둑질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남을 잘 비꼬는 냉소적인 사람이라야 하는데, 제가 바로 그렇습니다. 그리고 배신자도 되어야 합니다. 제가 바로 그렇습니다."

노동은 멕시코에서 가격이 매달 하락하는 유일한 상품이다. 영악한 자는 바보 덕분에 살고, 바보는 자신이 일해서 산다. 그런데 비극적인 사실은, 일하는 자는 돈벌 시간이 없다는 데 있다.

도둑질을 법의 이름이나 황제의 이름으로 저지른다고 해서 죄가 덜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죄는 그대로 남는다. 작가가 이렇게 책을 쓴 이유가 바로 그것을 밝히기 위해서다.

자유주의 세계에서 노동자들은 자기가 종일 일해서 번 돈을 일주일 모아야, 그 티쪼가리를 하나 살 수 있다는 노동의 비극적 역설에서 나는 이 책을 집어 던지고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고 싶었다.(192쪽-193쪽)

석유회사와 원자력 회사처럼 환경을 파괴하고 인간을 살상하는 주범들, 건물을 우루루 무너지게 짓고도 떵떵거리며 잘 사는 작자들이 지구촌 구석구석 통치하며 산다는 데, 나는 어쩌면 위안을 받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성수대교가 무너지고, 삼풍백화점이 붕괴하는, 안전 불감증의 나라,
지하철에서 불이나면 수백명이 죽고, 교통사고로 연간 가장 많은 사람이 죽는 나라.
이런 나라에서 사는 것이, 결코 가장 비극적인 삶이 아님을 위안으로 삼고 뿌득뿌득 살라고 이런 책을 읽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 산다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잘 살아야 한다는 것은... 정말... 진실로... 사는 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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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기경 김수환 이야기
평화신문 엮음 / 평화방송.평화신문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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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런 책들을 만나면, 한편 반가우면서 한편 가슴이 뜨끔하다.
먼젓번에 리영희 선생님의 대화편을 읽으면서,
이제 삶을 정리하는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담담하게 읽은 적이 있는데,
이 책도 마찬가지 심사를 정리한 책인 것 같다.

난 가톨릭 신자도 아니지만, 김수환 추기경의 행적은 내 대학 시절 이후 관심을 두었던 관계로 관심이 많았다.

이 책은 그렇다고 추기경님의 역사에 대한 철학이나 소신을 밝힌 책도 아니다.

그저 담담하게 추기경님의 인생 역정을 구술하신 책이다.

시종 하느님의 뜻을 펼치는 목회자로서의 <나>를 살피시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나라가 어디로 가는지 몰라 답답한 시점에서 꼭 필요한 예언자적 목소리를 냈다."는 평가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종교인은 종교에나 머물지, 왜 정치에 끼어드느냐는 비난에, "종교나 교회는 사회에서 빛과 소금 역할을 다해 주길 바라고 있고, 개기인의 마음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어둠도 밝혀 줌으로써 사회를 도덕과 윤리로 정화시켜 주길 원하고 있다. 사회가 윤리 도덕적으로 타락하고 부정부패로 썩어 가는데도 교회가 수수방관한다면 그것은 직무 유기다. 국민 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정치, 경제가 윤리 도덕의 범주 밖에 있다곤 말할 수 없다."는 대답은 적절하고 정확한 대답이 아닐까? 성직자라고 해서 세상에서 한 걸음 떨어진 하느님 세계만 쳐다보는, 아니 오히려 썩은 정치에 기름을 들이 붓는 근본주의자들에게 반성의 창을 들이대는 한 마디다.

상품은 공장에 들어가 값진 물건이 되어 나오지만, 인간은 공장에 들어가 폐품이 되어 나오던 70년대의 노동 현실을 외면하지 못하고 적극 개입했던 회고담은 인간 김수환의 면모를 잘 볼 수 있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독재자는 개발이라는 상품으로 국민을 현혹하여 농촌과 노동자를 압살하던 시절, 노동 조합 운동은 곧 빨갱이로 치부되던 위험하던 시절을 살아온 한국인들에게 그분은 큰 버팀목이셨다.

독재자들과의 만남을 통한 스케치는 시대와 역사를 아울러 볼 수 있어 재미있다.

가장 인상적인 사진은, 공주 박모양과 추기경님이 악수하는 장면인데, 그 공주가 현실 정치를 하겠다고 나서는 꼴을 보면 실소를 머금게 된다.

데레사 수녀님과의 추억 중, 이런 대화가 기억에 남는다.
"하늘에는 별이 많아서 아름답습니다.
들판도 꽃이 많이 필 때 아름답습니다.
인간 세상에도 어린이가 많을 때 아름답습니다.
하늘에 별이 많다고,
들에 꽃이 많다고 불평하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그런데 인간은 왜 어린 생명이 우리 삶을 더 어렵게 만든다고 불평하면서 낙태를 합니까?"

가톨릭 최고의 권력인 서울대교구 교구장이자 추기경이셨던 그 분이 살아온 역정은
철부지 청소년 시절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하느님의 종으로 써 달라는 일념으로 점철되어 있다.

그분의 종소리를 뎅그렁, 뎅그렁 듣는 순간만이라도 조금 정화되는 마음을 얻게 됨을 기뻐하며,
예수님의 목소리 만큼이나 명징한 추기경님의 말씀을 고맙게 듣는다.

조만간 성경을 읽어야 겠단 생각이 많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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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덕화 2006-01-19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성경을 끝까지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밀린 책들이 너무 많아서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이런 분들이 세상을 밝게 하는 깨달은 분들이겠지요._()_

글샘 2006-01-19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성경은 옆에 두고 아무 데나 펴서 읽기 좋은 책인 듯 합니다.
참 잘 만든 책이란 생각이...

달팽이 2006-02-13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나도 성경을 언제 한 번 꼭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요...
구약성서로 말입니다...
우리 언제 한 번 같이 읽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