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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는 닻을 내리지 않는다
백지연 지음 / 문예당 / 1998년 8월
평점 :
절판
앵커는 여러 가지 뜻으로 쓰인다.
우선 배를 정박할 때 쓰는 닻의 뜻이 있고,
뉴스의 주된 캐스터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고,
릴레이의 최종 주자를 이렇게 부른다.
여성 앵커로서 대명사가 된 백지연이 쓴 두 번째 수상집이다.
백지연이란 한 인간에 대해서 나는 조금 연민을 느낀다.
그녀는 완벽을 향한 편집증을 가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된다.
물론 그녀의 사생활에 대해서 많은 왈가왈부가 있지만, 나는 그런 가십에 대해서는 거의 문외한인 편이다.
전에 그미가 쓴 책도 읽어 보았고,
이번 책도 읽으면서... 가장 큰 느낌은,
글을 잘 못쓴다는 거다.
글이 마치 앵커가 뉴스 기사 정리하듯 간단하고 씹히는 맛이 적다.
그리고 글에서 껍질이 느껴진다.
정말 진솔한 자신의 속내를 풀어내기에 그미는 상당히 저항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 방어 기제는 그미의 겉모습만을 얼기설기 드러내고 있다고 보인다.
백지연은 대단하다. 특히 남성 중심 사회의 남성 중심 뉴스 코너에서 상당한 위치를 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외모가 단단해 보이고, 그 말투도 단단해 보이고, 눈빛이나 표정, 어느 하나도 일반인이기 보다는 공인으로 보인다.
요즘 아나운서들 중, 오락프로에 등장해서 논란이 되는 이들에 비한다면,
전문 아나운서라고 할 수 있다.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정세진도 어느 정도 백지연 스타일이 아닐까 한다.
아나운서들이 정확하고 신속하게 전달해야 하는 짤막한 뉴스의 진실을 생각한다면, 오락 프로에 나와서 시시한 이야기로 웃기만 하는 것은 자제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오래된 이야기긴 하지만, 뉴스 전달자로서의 앵커의 자세에 대하여 나름의 논지를 펼치고 있다. 별로 재미는 없지만...
방송국 입사를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볼 만한 책이라 생각한다.
백지연 개인의 이야기는 껍질 속에 움츠리고 있지만,
방송인 선배로서 이 책처럼 생각을 담고 있는 책도 드물기 때문이다.
아나운서들이 책을 많이 쓰지만, 가십거리에 지나지 않기가 쉬웠던 듯 하다.
다음번엔, 그미가 상담을 좀 받고, 어려움을 이겨낸 연후에...
좀더 껍질을 깨버리고, 알맹이만 있는데도, 더 단단해 보이는 백지연으로 거듭난 그런 책을 하나 적어 보았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