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합니다 당신의 새출발을
오히라 미쓰요 지음, 김인경 옮김 / 북하우스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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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히라 미쓰요의 세 번째 책.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라는 책으로 우리 나라에서도 유명해진 일본의 변호사다.

중고교 시절의 면학의 시기를 놓쳤기 때문에, 어찌어찌 변호사는 되었지만 그는 영어 실력이 많이 부족했다.

국선 변호사를 하면서, 영어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일념으로,
새벽에 두 시간씩 영어 공부를 한다.

그의 영어 공부법은 <집요함> 그 자체다. 집요한 준비와, 집요한 분석과, 집요한 노력.

영어 발음을 열심히 따라하고, 입모양을 거울을 보면서 연습하고, 매번 하려는 말을 영어로 떠올리고...

한국의 재소자 청소년들에게 연설을 앞두고 한국어에까지 열심이었던 그.
결국 한국에서 한국어로 연설을 했던 그를 생각하면, 이 책은 <잘난 체> 수준에 지나진 않는다.

한국에서도 가정 문제나 청소년기 일탈로 인해 인생 궤도가 어긋난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 오히라 미쓰요라는 이름이, 그야말로 빛나는 등대가 되어 주길 간절히 바란다.

아울러, 나도 외국어 하나쯤 새벽부터 연구할 기회를 가져야겠다.
아니, 한국어부터 연구를 시작해야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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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선물 - 제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199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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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선물이란 제목은 어떤 시에서 온 거라는데, 솔직히 난 그 시와 이 소설의 상관관계에 대해 별로 삘이 와 꽂히지 않았다.

이 소설은 재미있다. 십 년 전에 일부분 읽었던 책인데, 재미있었던 기억이 나는데 전체를 읽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여느 아이들 화자가 <신빙성 없는 화자> 역할을 해서 역설적으로 어른들의 치부를 드러내기도 하고 감추기도 하는 반면, 열두 살 처녀 아이 진희는 어른 뺨치는 이성을 갖게 된다. 어떤 이들은 '에이, 열두 살에 이런 아이가 어딨어?'하고 생각할는지 모르지만, 아니다.

나이는 햇수가 지나감에 따라 늙어가면서 먹는 것이 아니다.
나이는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고, 상처를 입다 보면 홀라당 먹어버리는 수도 있다.
특히나 주변의 어른들이 잠자리에서 나누는 많은 이야기들은, 아이들을 상당히 조숙하게 만든다.
나도 어린 시절, 외할머니와 어머니 사이에 오가던 그 많은 이야기들을 통해 알지도 못하던 친천과 시골 사람들의 관계를 도식화해서 머릿속에 넣고 있기도 했으니 말이다.

순진한 이모의 연애 사건들과, 점포들의 군상들에게서 느끼는 삶의 비릿한 내음은 진희에게 역겹기도 하고 싱겁기도 하다.

운명의 장난인가, 우연의 연속인가... 하는 삶의 명제는 사람과 소설이 있는 한, 끊임없이 반복되는 이야기일 것이다. 소설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볼 만한 성장 소설이다. 다만 진희는 다분히 전지적 시점의 화자이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읽기엔 좀 버거운 대상일는지도 모른다. 글쎄, 진희처럼 세상의 꼭지에 올라앉은 듯한 아이라면 또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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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5-12-27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번 겨울엔 소설 좀 읽어볼까 싶어요^^

글샘 2005-12-27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소설 재밌습니다. 읽어 보세요. ^^
 
키친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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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가 부엌으로 들어갔다.

부엌이란 공간은 삶에서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늘 부차적인 공간으로 취급받는다.
요즘처럼 아파트로 획일화된 구조에서 안방과 거실은 주요 생활 공간으로 취급하면서도,
부엌은 크게 차별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듯하다.

그 부엌을 찾아서 바나나는 들어간다.
조금은 소외된 공간에서 마음 편함을 느끼는 바나나.
삭막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의 휑한 마음을 상징한 것일까?

그의 키친은 외롭고 쓸쓸했다.
다양한 무지갯빛 삶을 살 젊은 나이에, 무채색 부엌은 고독했다.

언젠가는 모두가 산산이 흩어져 시간의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할머니의 사망과 함께, 혈혈단신 홀로 된 미카게는 그 이름 만큼이나 허전하다.
미카게는 美影일까? 예쁜 그림자란 이름의 그녀는 삶의 실체에 부대끼기보다는,
추상적인 삶의 무게에 허청거린다.

육체적인 부대낌이 없는 삶이기에 유이치와의 동거도 전혀 무게감이 없다.

죽음은 그만큼 어디에나 널려 있는 것이었다.
고소하고 기름진 내음새가 풍만하게 풍기는 오렌지색 부엌의 향기에도 불구하고...
우리 삶은 그만큼 고독하고 푸석거리는 것이다.

키친을 읽으며, 인간만의 특권, 목숨을 인위적으로 버리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다. 그것 또한 하나의 삶의 양식일 수 있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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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 아이 그림이 있는 책방 1
카타지나 코토프스카 지음, 최성은 옮김 / 보림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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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간절히 원했지만, 아이를 얻을 수 없었던 부부가 한 아이를 입양한다.

그런데, 그 아이는 고슴도치처럼 가시가 가득한 아이였다.

가시로 뒤덮인 아이를 껴안는 일은 아픔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었지만, 엄마 아빠는 사랑으로 아이를 감싸 주었다.

그러면서 아이에게 났던 가시가 조금씩 조금씩 떨어져 나갔다.

가시가 다 떨어진 아이는 자라서 부모 곁을 떠나간다는 이야기다.

그림이 참 인상적이다.
종이를 오리고, 그 위에 색종이를 붙여서 상황을 잘 묘사하고 있다.

입양이 갖는 어려움과 입양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다.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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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개구리 - 성인용
이와무라 카즈오 글.그림, 김창원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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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는 생각에 대해 생각하게 해 준다.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인간은 생각하는 존재다. 라고 했고,
파스칼의 말대로 <생각하는 갈대>로서 인간의 위대함과 나약함을 복합했다.

그렇지만, 곰곰 따져본다면 '생각'이란 건 인간의 전유물일 수 없다.

우리가 판단하는 '개념'은 얼마나 맹목적일 수 있는 것인지 생각한다면, 옳다.

내가 생각하는 <꽃> 아래는 장미도 있고, 이름도 모를 작은 꽃들도 있다.
그리고 그 하나하나의 분류들 아래는 또 수천 가지의 분류가 있을 수도 있고...
결국 구체화된 하나의 꽃송이, 나의 장미를 나타내는 법은 없다.

그저 마음으로 감싸안을 수밖에...

우리 생각은 그렇게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

그렇지만, 또 우리 생각은 무한 리필이 가능한 신선한 창고이기도 하다.

나와 다른 <너>를 바라볼 때, 다르다는 것만으로도 웬수 보듯하는 요즘의 인터넷을 보면, 한국의 의식 수준에 좌절한다. 물론 인터넷에 접속하는 놈팽이들의 의견이 모두의 의견일 리 없지만, 한국의 보수-극우의 주장에 동조하는 무식한 고함소리들은 심각한 교육의 부재를 드러낸다.

사학법이 왜 개정되어야 하는지는 생각해보지도 않은채(내가 등록금 못낸다고 죽도록 맞은 곳도 사학이었다.), 그저 전교조 교사가 뭇매를 맞는 말도 안 되는 상황, 집나간 공주는 이 추운 성탄전야에 얼마나 추울까. 성냥이하고 하나 선물하고 싶다. 얼어 죽을 때까지 하나 켜 보라고... 그 속엔 지들 아빠랑, 문어닮은 아저씨가 등장하겠쥐...

물론 사학에 국가나 사회의 목소리가 스며드는 것이 반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부작용은 어디까지나 side-effect다. 썩지 말라고 개혁하는 것에 저렇게 민감할 필요 있을까?
하긴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소금이 전교조 교사들이리라.
썩어빠진 사학의 곪아터진 내장에서 소금으로 박힌 교사들...

이 책, 서점에서 친구 기다리며 읽으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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