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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쓰는 편지 1 ㅣ 주석판 8
오미숙 / 도솔 / 1990년 2월
평점 :
절판
영어 공부 겸 해서 영어로 된 책을 집어 들었는데, 역시 고등학교 이후로 영어를 놓고 지냈기 때문에 줄줄 읽을 수가 없다.
원서를 읽는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을 때, 아쉬움을 많이 느낀다.
그렇지만, 내가 이 책을 1/10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해도 후회는 없다.
번역본을 읽었다 해도 비슷할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번역본에 비해서 원어의 리듬을 살려서 읽는 맛은 맛갈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아, 이런 책을 주루룩 읽으면 그대로 머릿속에 이해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쉽게 이루어지기 어려운 상상이지만, 정말 그랬으면 좋겠단 생각을 많이 했다.
작가가 마지막에 이런 후기를 썼다.
I don't have to become me, although at times it feels this way - I am already me.
And that is both the easiest and the hardest thing for me to realize.
난 내가 될 필요가 없지만, 때론 그렇게 느낀다. 나는 이미 '나'인걸.
그리고, 그걸 깨닫는 것은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어려운 일이다.
해석이 옳은진 모르겠지만, 뭐, 비슷할 것이다.
저자 휴 프레이더는 전직 작가가 되기 위해 아내에게 부탁을 했단다. 2년간 글을 쓰겠다고... 그렇지만 작가로서의 그의 삶은 실패로 드러났고, 나중에 그의 일기를 책으로 낸 것이 생각 밖으로 성공을 했단다. 그만큼 그의 생각들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인데, 그의 말들을 살펴 보면 '나'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는 자세를 느낄 수 있다.
책의 말미 부분에 이런 말이 있다. I love myself when I am myself. 나는 나 자신임을 느낄 때, 자아 존중감이 생긴다는 의미이리라. 나는 얼마나 나 밖의 사람들에 의하여 상처받기 쉬운지... 사람은 대타의식(남들과의 관계에 따라 자신을 의식함)에 의해 자기를 존재한다고 하지만, 지나치게 남들의 의견에 지배당하기도 한다.
I learn most about myself by observing myself in relation to others. 나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살펴봄에 의해 대부분의 나를 느낀다.
산정 무한에 보면 작가가 금강산 명경대를 바라보고 감탄하며 거울을 떠올린 대목이 있다.
명경! 세상에 거울처럼 두려운 물건이 다신들 있을 수 있을까? 인간 비극은 거울이 발명되면서 비롯했고, 인류 문화의 근원은 거울에서 출발했다고 하면 나의 지나친 억설일까? 백 번 놀라도 유부족일 거울의 요술을 아무런 두려움도 없이 일상으로 대하게 되었다는 것은 또 얼마나 가경할 일인가!
나를 잃어버리고, 남들을 의식하면서 인간은 인간성을 잃게 된 것은 아닐까를 생각해 보게 한다.
"I don't care what people think" - that is the most dishonest sentense in the English language. 남들이 생각하는 데 개의치 않는단 말처럼 부정직한 문장은 없다는 표현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I want to live from the inside out, not from the ouside in.이란 문장도 곰곰 씹어 보면 비슷하다.
나는 내면에서 우러나는 삶을 살고 싶다. 밖에서 안으로 욱대겨 들어오는 삶 말고... 나도 그렇다.
그런데 두려움은 그렇게 살기를 방해한다. 남들과의 비교에서 생기는 두려움, 미래에 대한 두려움 말이다.
Fear is static that prevents me from hearing my intuition.
두려움은 내 직관을 듣지 못하게 가로막고 경직시킨다.
Fear is often an indication I am avoiding myself.
두려움은 종종 내 자신을 회피하는 징후가 되기도 한다.
저자가 권하는 자세는 이런 자세다.
Accept what is! Don't fight a fact, deal with it.
있는 그대로 받아 들여라. 사실과 싸우지 말고 그것을 다루라.
매일의 사소한 결정들, 욕심들, 결핍들에 지나치게 반응하지 말라는 것이다. 역시 마음을 닦아야 한다.
The problem will be solved when I realize that happiness is a present attitude and not a future condition.
행복은 미래의 조건에 달린 것이 아니라 현재를 대하는 태도임을 깨닫은 순간, 문제는 풀린다.
미래에 대해 너무 두려워하고, 현재의 결핍에 너무 과잉반응해서는 결코 행복하게 살 수 없단 뜻이다.
삶은 결국 사는 것이다. 현재에 충실하게 지금을 사는 것이다. 지금 향기나는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지금 배 고프면 요기를 할 일이다. 지금 보고 싶은 사람에게 전화를 걸고, 약속을 잡을 일이다. 남들 눈치보지 말고.
우리의 가장 큰 약점은 삶을 살아 가는 대신에 삶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하는 것이다.
My trouble is I analyze life instea of live it.
영어로 된 책을 읽고 리뷰를 써 보긴 처음이다. 혹자들은 대단하다고 생각할는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 책은 상당히 쉽게 적혀 있다. 어려운 단어들은 밑에 해설이 붙어 있고...
그리고 졸면서 읽은 이 글에서 내가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놓치지 않고 읽어낼 수 있었던 것은, 나 이전에 이 책을 읽었던 이가 그어 놓은 밑줄의 힘이 크다.
난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접는 것도 미안하게 생각하는데,
연필로 그어놓은 누군가의 밑줄이 곰곰 생각하는데 더 도움을 줄 수도 있단 것을 새삼 느꼈다.
그래도 빌린 책엔 낙서하지 말자!!(이상하게 끝나는 리뷰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