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인간 - 인류에 관한 102가지 수수께끼
마빈 해리스 지음, 김찬호 옮김 / 민음사 / 199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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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시절, 인류학과는 별로 인기가 없는 학과였지만, 문화인류학 강의는 참 재미있었던 기억이 난다.

다른 지역의 다른 풍습들, 그러나 그 다른 풍습들에서 맡을 수 있는 체취는 인간의 보편성에 의거한 것이기도 했다.

마빈 해리스의 작은 인간을 알라딘에서 여러 번 만났던 기억이 난다. 그렇지만, 쉽게 잊혀지곤 했지만.

맨 앞의 100쪽 정도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호모 에렉투스 류의 재미없는 이야기가 죽 나온다.

그렇지만, 그 뒤부터는 흥미롭다.

인류는 인종에 따라 우열을 나눌 수 있을는지... 에 관한 이야기는
인류가 얼마나 분리정책 속에서 헤매이고 있는지를 느끼게 해 준다.

그리고 가운데 백 페이지 정도는 인간의 성적 특성을 다양한 문화 속에 녹여서 재미나게 풀어내고 있다.
간혹 학생들이 옆에서 기웃거리기엔 좀 민망한 부분도 있지만,
그래서 학생들이 읽기에 흥미로운 책.
하긴 짐승같은 고등학생들이 읽으면 흥분할 만한 글도 여러 장 된다.

102가지의 작은 챕터로 나뉘어 있기 때문에 읽기에 지루하지 않다.
그리고 어디서부터 읽어도 괜찮을 법 하기도 하다.

저자 나름대로 발전시키는 이야기 전개가 있지만 각 장의 이야기는 충분히 재미있기도 하다.

인류학을 공부하는 것은 인간을 겸손하게 만드는 것 같다.
비록 그 의도가 오만하게 시작한 학문이라 하더라도, 인류가 다양한 생물종의 한 종류(a kind)에 불과함을 잘 깨닫게 해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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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세계지도 강력추천 세계 교양 지도 1
재미있는 지리학회 지음, 박유진 그림, 박영난 옮김, 류재명 감수, 오기세 추천 / 북스토리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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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는 누구와 어떻게 공부하는가에 따라 그야말로 지리~~할 수도 있고, 쌈박하게 머릿속에 정리될 수도 있다.

초등학교 시절, 국가와 수도를 외우는 놀이를 해 본 일이 있을 것이다.
지금은 그 시절과는 국가 이름도 바뀌었고, 수도 이름도 제법 바뀌었다.

일본의 재미있는 지리학회란 곳에서 엮은 책으로,
국경, 지형, 지명, 기후, 지도와 국기, 명소들과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들려 준다.

많은 학문들이 그렇듯이,
유럽 중심의 시각이 지도에도 담겨 있고,
유럽 중심의 식민지 쟁탈의 역사가 지도 속에 오롯이 그려져 있다.

우리가 보는 한반도가 중심에 있는 세계 지도는 일반적으로 쓰지 않는 지도다.
대부분 유럽이 한복판에 있는 지도를 쓴단다.
그렇게 보면, 한국같은 나라는 <극동> Far east에 속한다고 볼 수 있겠다.

다양한 언어와 다양한 지리에 얽힌 이야기들을 전혀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특히 6학년에 나오는 세계 학습 이전에 한 번 읽힌다면 충분히 호기심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책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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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 김시습
이문구 지음 / 문이당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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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습... 하면 떠오르는 것?
금오신화(누가 국어 선생 아니랄까봐...) - 이생규장전(수능에도 났던), 만복사저포기...
생육신의 한 사람.
김시습(金時習:1435~95)·원호(元昊)·이맹전(李孟專)·조려(趙旅:1420~89)·성담수(成聃壽)·남효온(南孝溫:1454~92)이 살았지만 '숙주나물 신숙주'처럼 관직에 나가지 않은 여섯 사람.
기인... 뭐, 그런 것.

그래서, 그의 기행(奇行)을 한번은 읽어 보고 싶었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이문구의 글로 쓰인 소설이 있었다니... 하고 낼름 주워오긴 했는데...

이 소설에서 이문구가 그리려 했던 것은, 김시습의 기행이 아니었다.
김시습의 마음 아픈 상황을 돌아보면서, 그가 남긴 숱한 시편들에 살아 남은 추회를 글로나마 엮어봄으로써, 김시습의 심회를 풀어 내려 했던 것 같다.

역사를 소재로 담은 많은 소설들이 적절한 허구와 함께 생생한 재미를 줄 수도 있음을 상상한 나로서는,
김시습의 시편들과 지루할 만큼 열거된 당시의 인물평은 글을 읽으면서도 이야기에 푹 빠져들기 어렵게 했다.

지금 생각하면, 도대체 무얼 읽었던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맛갈진 우리 말을 구성지게 엮어 내며, 관촌 수필과 우리 동네에서 그가 묘사해 낸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 지도 모른다고 상상했던 예측은 여지없이 무너져 버린 소설.

그래도 나는 이문구가 좋다.
뭔가 쾨쾨한 흙집 내음새가 풍기는 고풍스런 취향이고,
다소 완고하고 꼬장꼬장한 옛날 사람 같은 맛이지만,
거기 담긴 한국적인 정취가 한국 문학을 가장 세계적이게 만드는 요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수능을 마친 아이들에게, 맥도날드와 아웃백 스테이크 하우스를 제일 좋아하는 젊은이들에게,
김치 버거를 물릴 것이 아니라, 이문구를 들이밀어 봄은 어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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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부르는 숲
빌 브라이슨 지음, 홍은택 옮김 / 동아일보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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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뒷표지에 보면, 이 책은 엄청 재미있고 웃긴다고 적혀있다. 근데, 사실은 읽어 보면 전혀 안 웃긴다.

난 무서웠다.
곰이 나타날까봐 무서웠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떠나는 꿈이라도 꿀까봐 무서웠다.

작년이던가, 스페인의 산티아고 가는 길을 읽고는 나도 길을 떠나고프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올해는 한비야, 김남희의 전국 일주를 읽었고.
달라진 점이라면, 산티아고 읽을 때는 30대였고, 한비야, 김남희를 읽을 때는 40대였다.
그래선지 작년엔 어디든 떠나서 걷고 싶었고,
지금은 걷는다는 것이 두렵다.

그래도, 이 책은 워낙 재밌다는 말들을 많이 해서 속아서 읽었다.
근데... 처음부터 애팔래치아 트레일은 두려움 그 자체였다.
카츠란 친구와 트레일을 같이 한다는 일, 얼마나 두려운 일인가.
그것도 20킬로의 배낭을 짊어지고 말이다. 배낭에 짓눌리기가 십상 아닐까?
그리고 3월에 영하 11도의 트레일이라니...

그렇지만, 이 모든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트레일을 계속하는 브라이슨의 낙천성은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결코 가볍지 않은, 아니 지나치게 무거운 삶의 무게를 묵묵히 지고 발걸음을 옮긴다는 일은,
생각하는 것,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브라이슨에게서 삶의 자세를 배울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눈을 뗄 수 없었던 것은,
산행을 떠나기 전 부분에선 그의 위트와 유머였고,
트레일 도중에선 삶에 대해 관조적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그의 발자국이었고,
책의 후반부로 가서는 숲에 대한 생각들이었다.

내가 살면서 '그 때 해보고 싶었던 일'을 고른다면,
20대에 한참 유행하던 지리산 등반을 한 번도 못해봤다는 것이다.

대학 시절, 갈 기회가 여러 번 있었지만, 아르바이트에 몸이 매여있어서 한 번도 맘을 내지 못했던 것이 두고두고 아쉽다. 이제 아들 녀석이 중학생이 되면 같이 길을 떠날 생각을 해 보게 될는지도 모르겠다.

그의 글을 읽다 보면, 그를 따라 마음 속의 애팔래치아를 걷고 있는 나를 만난다.
상상속의 트레일은 그가 악조건에 닥쳤을 때, 언제든지 회피할 수 있기 때문에...
대책없는 동료, 가혹한 조건을 바라보면서도 우울증에 빠지지 않는 그를 만난 일은 유익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의 자리에 나를 치환하는 일은 생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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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치다 눈뜨다 - 인터뷰 한국사회 탐구
지승호 지음 / 그린비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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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터넷 세상이 된 이후로, 개인의 단상을 몇 년만에 책으로 엮어 내기 보다는,
세상이 빨리 변하는 데 보폭을 맞추기 위하여,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시대에 맞춰 펴내는 일이 잦다.

이 책도 그런 책의 하나로 보면 되겠다.

2002년... 정말 오랜만에 우린 길거리에서 촛불 시위를 했다.
미군 탱크에 압살당한 미선, 효순 두 여중생을 위해...
이라크 파병 때도 촛불 시위를 했고,
작년의 탄핵 시기에도 촛불 시위는 이어졌다.

세상이 달라진 것 같으면서도, 가진자의 세상이란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가진 자들이 많이 내는 것, 가진 자들의 품격을 나타내 주는 노블리스 오블리주가 없기에,
한국 사회를 천박하다고 말한다.

천박한 것은 비판할 것이 못된다.
1800년 정조의 죽음 이후로 우리는 군주다운 군주를 갖지 못했고,
그 결과 식민 통치, 분단과 신탁 통치, 전쟁과 외세에 예속된 폭력 통치의 시대를 살아왔기에,
장군의 아들은 거렁뱅이가 되어 싸움꾼이 되고,
친일파의 손주, 증손들은 아직도 땅땅거리고 잘 산다.

이미 천박한 것은 우리의 역사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렇지만, 과거가 천박했다고, 현재 천박한 거동을 부끄럼없이 저지르는 것은 불행이다.
대한민국 1%가 타는 차, 니가 사는 동네가 니 인격을 말한다... 같은 저질 광고가 당당하게 화면을 채우는 불행은 아직도 당당하며,
취업을 못하고, 빚이 많고, 힘이 없어서, 개인들은 소외되고 도태된다.

폭군은 사라진 지 오래건만, 아직도 권력의 시녀인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방팻날을 날린다.

껍데기는 벗겨지고 있지만, 시스템은 아직도 일천하기 그지없다.

지승호라는 노력형 인터뷰어가 한국 사회를 읽어주는 역할을 한다. 물론 그는 여러 인터뷰이(인터뷰 당사자)에게 적절한 질문을 하는 재주가 있다.

혼자서는 사회를 깰 수 있으되 만들 수는 없다... 김동춘 편,
그는 전쟁과 분단의 질곡에 얽매인 한국 사회에서 필요한 것들을 이야기한다.
특별한 것은 없다. 그러나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고 어렵지 않은 것도 없다.
민간인 학살 등의 진실 규명, 극우 한국 교회의 본질, 철학이 없는 대미 관계.

한홍구 편,
한국에서 군대의 문제, 양심적 병역 거부의 문제.

영원한 에뜨랑제(이방인) 홍세화
의식은 좀체 바뀌지 않는다. 사회 구성원들의 의식이 바뀌는 그만큼 진보하는 것이기 때문에 진보는 그야말로 느린 걸음이다...
그래서 진보가 가는 길을 '우리가 가는 길이 어려운 게 아니라, 어렵기 때문에 우리가 가는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영락없는 로맨티스트다.
참여정부 들어서 뭐하나 제대로 하는 것이 없어서 스트레스가 많다지만, "답답하고 화나죠, 계속 싸워나가야겠죠. 그게 사는 거 아니겠어요?"하는 허허로운 그의 말에서, 한국에 사는 일은 지난한 투쟁이어야 함을 읽었다.

원칙을 지키는 미학자, 진중권
그는 독선적인 것 같지만, 쓴소리는 아름답다.
패거리를 짓지 않는 아웃사이더면서, 그야말로 진정한 리버럴리스트가 아닐까?
논리적으로 일관성이 있는 원칙론자.
이 사회는 '진보'의 가치로 보수당에 대한 지지를 생산하는 거대한 기계가 있다.그 기계를 파괴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다른' 욕망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결음을 멈춘 그 곳에서 앞으로 나가는(進) 힘겨운 걸음(步)을 내디뎌야 한다. 는 그의 말이 왜 이리 다정해 보일까?

그리고 평화네트워크 대표 정욱식.
그 글에 인용된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우화가 인상적이다.
홀로 사는 한 남자가 문 드드리는 소리에 나가 본다. 강력하고 무장한 폭군이 문 앞에 버티고 서서 묻는다. '복종할테냐?' 남자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는 옆으로 비켜선다. 폭군이 들어와 집을 차지한다.
남자는 몇 년이고 그의 시중을 든다.
폭군은 독극물이 든 시체를 치우고 집으로 돌아와 문을 닫고는 단호하게 말한다.
'안 하겠다.'
시민운동의 끈질김, 인내심으로 상대방을 약화시킬 필요성을 역설한 이야기다.

엽기의 원조,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
요즘 '아빠 뜨거워' 하는 광고를 낸 사이코 예수교 환자들의 글이 인터넷에 떠돌았는데,
말 그대로 21세기를 엽기로 떠올린 인물.
딴지일보는 엽기를 발상의 전환, 주류의 전복, 왜곡된 상식의 회복, 발랄한 일탈... 이라고 한다.
그의 말을 듣다 보면 그의 말투를 따라 하고 싶어진다. 씨바. ㅋㅋㅋ 그런 것이 발랄한 일탈 아닐까?
내가 잘 모르는 김어준을 읽으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홍세화, 김규항, 김근태, 유시민, 강금실, 노회찬 정도...
박노자는 좀 싸늘해서 싫었고, 정동영은 부실해서 싫었는데, 느낌만 있었는데 그가 딱 꼬집었다.

그리고 방송의 손석희 아나운서, 신강균 앵커, 최원석 피디를 다뤘던데, 거긴 별 이야기 없었다.

1년 지난 시점에서 바라본 작년... 참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오랜만에 탄핵 반대 시위에도 참여해 보고... 파병 반대도 외쳐 보았던 해.
예전엔 길거리에서 삐라로 뿌려지고 말았던 그 숱한 주장들이,
이렇게 인터뷰 집으로 쌈박하게 정리되어 나오는 시대가 되니,
요즘 젊은 것들은 좋겠다.

근데, 요즘 20대는 이런 책에 관심이 없단다.
바로 경쟁 속에서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새삼, 교육의 뿌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늦은 밤, 적적한 우물 가에 성성하게 잠깨어 차가운 물 한 잔 들이켜듯, 나를 일깨우는 죽비 소리로 들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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