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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의 사람들
M. 스콧 펙 지음, 윤종석 옮김 / 비전과리더십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원 제목은 People of the lie <거짓의 사람들>이고, 부제가 '인간 악의 치료에 대한 희망'으로 붙어 있다.
심리상담가인 스캇 펙 박사의 <아직도 가야할 길>은 정말 유명한 책이다. (여기 저기서 많이 들어 봤는데 아직 읽진 못했다. 도서관 갔을 때마다 대출중인 책.)
스캇 펙 박사의 상담 사례를 읽는 일은 여느 추리소설을 읽는 것보다 재미있었다. 간혹 이렇게 글쓰는 사람들을 보면 샘이 난다. 글샘이... 난 글샘은 많은데, 게을러서 쓰길 싫어한다.(핫, 게으름은 악의 한 표현인디...)
박사는 <악>을 기존의 종교적, 도덕적 잣대에서 과학적 판단으로 차원을 바꿔 보려고 한다. 그래서 이렇게 정의한다.
<<자신의 병적인 자아의 정체를 방어하고 보전하기 위하여 다른 사람의 정신적 성장을 파괴하는 데 힘을 행사하는 것>>
박사의 글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온전한 정신의 탈을 쓰고 성공가도를 달리지만, 속으로는 악한들'이다. 자식을 우울증에 빠지게 하면서도, 자신들은 교묘하게 최선을 다한다고 믿게 만드는 교활한 사람들.
그렇지만, 한국 사회에서 우리 주변에는 << >>에 정의한 사람의 예를 들라고 한다면 얼마든지 들 수 있을 것 같다.
자신이 배우지 못한 것, 공부하지 못한 것, 출세하지 못한 것을 보상받겠다는 듯이 자식에게 목매다는 엄마들이 그렇고,
자기네 학교에서 서울대를 몇 명 갔는지가 교육 성공의 지표라도 되는 듯한 신앙을 가진 숱한 교육 관료들이 그렇고,
국립대 수준 진학하지 못할 놈들은 인간 쓰레기 취급하는, 폭력적이고 야비한, 그러면서도 <金봉투>는 잘도 챙기는, 그래서 국민들이 교원 평가를 적극 환영하도록 만드는 많은 교사들이 그렇고,
정부의 정책으로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하자 힘으로 민중을 압살해 왔던 이 땅의 독재자들이 그렇고,
우리 영화를 싹쓸이하고 있는 것처럼, 이 땅의 조폭 문화가 그런 악의 증거들이 아니겠는가.
지금 당장 내가 우리 아들에게, 아내에게 가부장적인 가장일 수 있고,
우리 반 학생들에게 폭력적이며 편향된 교사일 수 있고,
가족의 안일을 위하여 사회적 관심엔 고개 돌리는 <악한>이 바로 나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악을 <과학적> 고찰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질병'은 치료할 수 있어야 하며, 과학적인 치료 방법을 찾아내야만 한다는 일반적인 통념 때문이다. 그래서 악을 가장 궁극적인 질병으로 정의하여, 혐오스럽고 없애버리고 싶은 욕망을 가질 것이 아니라, 연민을 가지고 치료하고 싶은 마음을 갖도록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말대로 그 길은 만만해 보이지 않는다. 그가 살핀대로, 일상적으로 숨어있는 개인적인 악의 문제도 그 해결이 평탄하지 않은데, 사탄(마귀)을 쫓아내는 축사 의식이나, 집단 의식 속에 숨어있는 <악>의 문제는 그 해결이 훨씬 어렵게 보인다.
인간은 나르시시즘의 자기 기만 기제를 통하여 집단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 예비군 훈련에 가 본 사람이라면 군복의 힘이 얼마나 큰지 실감할 것이다. 집단에 의하여 예비군은 금세 야비군이 되지 않던가. 인류 역사상 파렴치했던 전쟁들도 그 실례가 되고 있다. 군인에 의한 민간인 집단 살상, 나치의 학살 말이다.
학교에서 근무하다 보면, 큰 문제를 저지른 학생이라 하더라도 쉽게 감응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정말 정나미가 똑 떨어지는 학생도 있다. 심지어 그 부모까지 가세해서 학교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 <인간은 모두 부처>라는 논리에 따라 이성적으로 대처할 수 없게 된다. 이성적으론 사형 제도를 반대하면서도, 인간 안될 놈들 앞에 맞닥뜨리면 감성적으로 찬성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경우가 실제론 많지 않은가.
명탐정 코난이나 소년탐정 김전일 류의 만화를 보면, 법의 권한을 뛰어넘는 교활한 악에 대항하여 개인적 복수를 할 수밖에 없었던 이들에게 우린 훨씬 동정심을 갖게 되지 않는가.
삶 live 의 반대편에 악 evil 이 존재한다는 통찰과 같이, 삶과 함께 생길 수밖에 없는 <악>을 과학적으로 고찰하고 치료하려는 의도는 충분히 <과학적인 태도>라고 생각한다.
클리오 님 덕분에 구해서 읽게 된 책인 만큼, 도서관 가는 길에 기증해야겠다. 더 많은 사람들이 <악>에 대항할 수 있도록... (클리오 님, 덕분에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