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연금술 - 나를 통하여 이르는 자유
게이트 지음 / 유란시아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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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연금술, 연금술이란 금을 구하는 기술을 뜻한다. 금을 만들어 보려고 숱한 노력을 했다.

깨달음을 얻기 위해 인류는 얼마나 노력해 왔던가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어 보면, 깨달음 그거 별거 아니다.

부처님 말씀처럼 어렵지도 않고, 예수님 말씀처럼 딱딱하거나 복잡하지도 않다.

이름도 그저 '문'이다. 게이트란 무엇이 있어서 게이트가 아니다. 그저, 그 곳으로 통과할 수 있도록 아무 것도 없어야 그것이 문이다. 딱 가로막혀 있으면 전혀 문의 역할을 할 수가 없다. 그러나 도어와 게이트는 좀 차이가 난다. 도어란 문에는 그저 설치되어 있는 사물에 중심이 있는 것이지만, 게이트의 문에는 누군가가 통행하는 것이 조건으로 내걸린다.

통행의 조건으로 설치된 게이트... 이 게이트는 우리를 손짓해 부른다.

그래서 읽어 보면, 별것도 없다. 그저 누구나 읽고 웃어 버릴 수 있다. 그렇지만, 가벼움을 통해서 깨달음이라는 <금>을 얻는 법을 체험하게 하는 책이다. 가볍지만 가볍지 않은 책이라고 할까.

나를 통하여 이르는 자유라는 부제를 붙였다. '나'를 살면서 '나'에 얽매이는 나날에 <꿈을 깨라!>는 속삭임을 들려주는 이야기. 영적으로 풍요로운 <나>를 나의 주인으로 삼자는 이야기.

나를 혼란의 수렁으로 빠뜨리는 장본인도 바로 <나>고,
나를 우주 만물의 주인공으로 세우는 것도 바로 <나>다.

모든 색, 유위법이 곧 공임을 인지할 수 있는 주체도 <나>이고,
세상 모든 공한 것에서 모든 존재가 나고 스러짐을 깨닫는 것도 <나>이다.

이 가을이 그저 흐르는 것이 아쉬워, 교무실 책상 위에 보랏빛과 흰빛 국화 화분 둘 올려 두었다.
날마다 물 주면서 잘 자라라고 빌어주니, 한 송이, 잎 하나씩 활짝 웃음 짓는다.

썰렁하던 교무실에서 햇살 비치는 내 자리에 환한 국화 분 둘 놓았을 뿐인데,
한결 분위기가 정겹고 다사랍다. 지나치는 사람들 눈길도 한층 따스해 보인다.
말 한마디라도 더 거들게 만드는 화분 하나, 꽃 한 송이.

작년 이맘때, 이 자리가 내 자리라고 생각한 적 없듯이,
한 달 전, 그 화분 놓였던 자리엔 먼지만 소복이 쌓였더랬는데,
화분 속 국화들이 다소곳이 고개들고 앉은 이 자리,
언제 주인 바뀌고 새 책들이 꽂힐지 알 수 없지만,
국화들은 시들면서 아쉽단 소리 한 마디 남기지 않으리.

사랑하는 사람아,
마음을 활짝 열어 보아라.
바람이 마음껏 너의 존재를 통과하도록...
너의 모든 생각을 쓸고 가도록...
바람에게 모든 것을 허용해 보아라.
그리하여 마침내 바람마저 투과하는,
바람보다 더 자유로운 존재가 되어 보아라.
그리고 그렇게 너는,
바람의 전설이 될 것이다.

도서관에서 만나게 된다면, 그의 다른 책들, <신비의 문>과 <안녕! 사랑하는 나의 하느님들>도 읽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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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5-11-14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화 두 분을 보며 마음을 비우는 선생님의 편안한 모습이 그려지는 아침입니다...
요즘 마음공부에 관계된 책들에 대한 별표가 후하군요..

글샘 2005-11-14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반갑습니다. 국화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합니다. 모과도 있거든요.
그런데 교실에 같이 국화 한 분 들여 놨는데, 애들이 거의 죽여놨더군요.
교실은 기가 식물과는 어울리지 않나 생각합니다.
제 마음 공부 레벨이 낮으니 모든 책에 별표가 후할 수밖에요...ㅎㅎㅎ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안병수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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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녀석은 원래 통통한 편이었다. 그런데 작년부터 뚱뚱한 편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매일 아이와 운동을 해 보기도 어렵다. 지난 겨울 같이 헬스를 다녔지만, 녀석은 계속 꾀만 부렸다. 찜질방엘 데리고 들어가도 녀석은 계란 까먹는 재미다. 결국 살빼기에 실패했다.

그러던 중, 이 책의 제목을 보고, "그래?"하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어느 날, 아내가 이 책을 읽고 있었다. 별 책이 다 있네... 그랬던 중, 마냐 님이던가? 알라딘에서 리뷰 한 편을 읽고 그 날, 집에 와서 소파 옆 장에 있던 과자를 한 봉지 싸서 쓰레기통에 내다 버렸다.

그리고 나서 한 달 뒤, 문득 아들 녀석 턱선이 보였다. 옷을 벗기고 보니 배도 쏘-옥 들어가서 정상 비슷하다. 전엔 가슴이 사춘기 여학생 젖가슴만 하더니만...

화장실에서 이 책을 읽다 보니 끝까지 주루룩 훑어 보게 만드는 책이다.

우린 너무도 화학 약품 시대에 살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화학적 치약으로 이를 닦고, 화학적 비누로 얼굴을, 샴푸와 린스로 머리카락을 혹사시킨다. 화학처리된 콘프로스트와 우유를 후루룩 마시고...

우리 가족은 우리 아들의 감량 효과의 일등 공신으로 내가 과자 한 봉지 싸서 버린 사건을 꼽는다. 요즘은 한 달에 과자 한 봉지 정도 먹는다.

라면도 일 주일에 5-10개 가량 먹던 것을 한 달에 그 정도도 안 먹고 있는 중이다.

과자 공장 사장이 고민했다는 둥, 죽었다는 둥... 그렇게 거창하지 않더라도, 과자 뿐 아니라, 그 많은 화학 조미료와 화학 약품들이 우리를 망가뜨리고 건강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옳은 말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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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마개 2005-11-14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들이 대단한걸요. 먹지 말라 한다고 그렇게 끊을 수 있다니. 저는 과자도 안먹는데 살이 자꾸 늘어날까요??ㅋㅋ

BRINY 2005-11-14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감입니다. 간식만 안해도 체중 유지 또는 감량에 많은 도움이 되요.

글샘 2005-11-14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들이 대단한 게 아니라, 무식한 부모가 자식 사랑한다고 과자를 사다 쟁여놨던 것이 잘못이었던 거죠. 언젠가 과자의 칼로리를 보니 가관이더군요.
그리고 그 원료를 읽어 봐도 인체에 도움될 것이 별로 없더라고요.
 
아름다움을 훔치다 - 김수남이 만난 한국의 예인들
김수남 지음 / 디새집(열림원)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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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남은 사진 기자다. 그렇지만 이 사진 작가가 찍은 것은 아름다운 풍경도, 아름다운 여인이나 아이들의 모습도 아니다. 그가 찍은 사진에 그렇다고 쭈글쭈글한 주름살이 담긴 민중의 모습이 담긴 것도 아니다.

그의 사진에는 이미 사라져 버린, 그렇지만 아직도 끈끈하게 우리 혈액 속에 존재하는 그 무엇에 대한 생각들이 남아있다.

일본놈들이 작정을 하고 파괴해버린 우리 민속을 사진에 담는 작업을 끈질기게 해 온 사람이다.

일본놈들은 우리의 춤과 노래를 술집 기생들의 그것으로 만들어 버렸고, 우리는 급기야 문화 단절론을 이야기하기에 이르렀다.

그렇지만 일제와 친미적 성향을 띤 근대와 독재의 억압을 이기고 끈질기게 이어져 온 것들이 조금씩 관심을 되찾고 있다. 한의학이 그렇고(대체 의학이란 이름으로 서양에서도 인기란다.), 판소리가 그렇고, 전통 음악과 무용이 그렇다.

그러나 수천년간 굿을 하고 신내림을 받던 무당들은 엄연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미신 타파란 이름으로 억압받아왔고, 지금도 무시당하며 살기 일쑤다.

그 무당들의 춤사위를 사진으로 찍고 동영상으로 남기며, 그 대사를 채록하고, 책으로 남겼던 이들이 또다시 얼마 남지 않았다.

굿판을 지키던 이들, 판소리의 계승자들, 병신춤으로 유명한 공옥진, 범패, 춤꾼, 가야금 산조, 밀양 양반춤...

80년대 저항 예술의 선두에서 노동 운동과 궤를 같이했던 풍물놀이와 탈춤은, 그야말로 낮은 사회적 지위를 내던지고 해방의 몸짓으로 뛰고 돌고 노래하고 춤추던 민중의 역사 그대로였다.

그 속엔 현대인들이 기립 박수를 보내 마지않는 무용과 체조와 기예(서커스)와 노래, 춤, 재주, 연기가 총화를 이루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그 예술 속에서는 현대 예술에서 볼 수 없는 신성한 신들의 이야기와 조상들의 현명한 지혜가 <한풀이와 신명 풀이>의 마당으로 내려와 있었던 것이다.

당장의 이익을 위하여 억압했던 옛것을 아직도 현대인들은 소중한 줄 모른다. 그것도 진품명품에나 나와서 몇 억씩 값을 매겨 대어야 좋은 것인 줄 안다. 흑백 사진이 담긴 책으로 만이라도 그 세계를 짚어 낼 수 있는 일은 김수남처럼 땀방울로 역사를 훑으며 다니는 이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는 것이다.

정말 고마운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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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5-11-13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 서평으로 다시 그 책들 속의 장면들이 떠오르는군요...

글샘 2005-11-15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연히 만난 책인데, 참 감명깊었습니다.
사진도, 책 속의 예인들의 삶들도...

드팀전 2005-11-19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오늘 지하철 역에서 (2부제라 차를 가져갈 수 없음)보며 짠해지고 있었습니다.님과 같은 투쟁의지는 부족하여 ㅋㅋ 민중역사와 민중예술 투쟁으로 사진과 글을 보지는 않았습니다.ㅎㅎ ㅋㅋ 지하철에서 눈물 찔끔 나는 판에 투쟁정신을 불사르기엔 너무 감성적인가봅니다.사진이 많아서 금방볼듯합니다.글샘님 같은 멋진 리뷰를 써봐야징...너무 당연한 질문이기도 한데 확인차원에서..글샘은 글 선생님의 준말이고 국어선생님이란 뜻입니까...제가 국어를 잘했거든요.ㅎㅎ

글샘 2005-11-19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부산에 사시나보네요. 맞습니다. 이 사진들, 특히 밀양백중놀이 사진을 보고 저는 한참을 넋을 놓고 있었답니다.
멋진 리뷰는 과찬이시고요... 아부 차원이시라고...ㅋㅋ
글샘은 제가 홈페이지 만드는 연수 받으면서 '나모 웹에디터'로 홈피를 만드는데, 쥔장의 닉네임이 필요할 거 같기에 만들어본 이름입니다. 한 5년 됐네요. ㅎㅎㅎ
첨엔 글이 샘물처럼 퐁퐁퐁 솟아나기를 바라는 맘이 더 많았는데,
요즘은 다들 국어샘이라고 알고 계셔서... 그냥저냥 쓰고 있는 이름이랍니다.
국어 잘하셨을 듯 싶습니다. ^^
 
사람풍경 - 김형경 심리 여행 에세이
김형경 지음 / 예담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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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목을 잘 붙였다. 사람 + 풍경... 세계 여행을 하면서, 사람들을 만나면서 느낀 감정을 <정신 분석> 측면에서 글을 썼다.

요즘 김형경의 소설이 영화화되어 배용준씨(이 사람은 요즘 일본에 사는지도 모르겠다. ㅋㅋㅋ)로 유명한 '외출'때문에 작가를 들어보았는데...

글쎄.
사람을 바라본다는 것에 얼마나 의미를 매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내내 하면서 읽었다.

프로이트의 정신 분석은 사람을 쪼개고 쪼갠다. 쪼개다 보면 입자가 없어지고 에너지로 변하는 단계까지 들어가는 물리학과도 같이... 사람을 쪼개고 쪼개다 보면 사람은 없어 지고, 공허한 말잔치만 남는다.

이 책에 들어 있는 낱말들, 그 방어 기제들을 뀌어 맞추자면 어떤 사람도 어떤 상황도 다 맞출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 삶은 양쪽 극한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어정쩡한 중간에서 어기적거리며 방황하는 그것이기 때문에, 우리 삶을 명쾌하게 무쪽 자르듯 자르는 것은 우리 정신에 도움을 준다기 보다는 상처를 주기 쉽다.

그럼에도 정신 분석과 심리학의 분석 요법이 필요한 이유는, 치료를 위한 것이다.

정규분포 곡선을 그려서 상위 1%와 하위 1%에 들 정도로 독특한 정신 세계를 가진 사람들이 방황할 때, 그들의 정신 세계를 명료하게 드러내 주려던 것이 정신 분석이다.

아이큐 테스트를 하고 나면, 다들 궁금해한다. 자기의 아이큐가 얼마나 높게 나왔는지...

그렇지만, 아이큐 테스트는 지력의 정도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지력이 보통 사람과 같이 수업 듣기 어려울 정도로 <많이 부족한지> 아니면, 보통 사람과 수업 듣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너무도 탁월한지>를 가리는 테스트가 IQ 테스트란 것을 명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학교에서 아이큐 테스트를 할 필요는 별로 없다. 그런 회사들이 얼마나 로비를 하는지 모른다. 아이큐 테스트는 담임이 천재, 둔재로 판별하고 싶을 때 필요에 따라 쓰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정신 분석도 심리적 불균형을 심각하게 겪었을 경우에, 그 심리 상태를 분석하여 명료하게 직면시킬 필요성에 의해 개발된 것이다.

물론 많은 여성들이 심리학에 관심이 많다. 심리 상태의 변화가 크기 때문일는지도 모른다. 그건 오히려 호르몬 같은 요소와 더 관계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김형경처럼 만나는 모든 사람을, 만나는 모든 상황을 정신 분석의 대상으로 판단하는 것은 잘못이라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프로이트가 병리학적으로 설명한 심리학적 요소들, 방어 기제들이 아주 조금 드러날 따름이 아닌가 말이다. 우리 피에 섞인 나트륨처럼, 쬐끔 찝찔할 정도로...

이 책은 그 정도로 찝찔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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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
김훈 지음 / 푸른숲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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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개보다 낫다고 생각할 근거는 없다.

보통 개를 욕에 많이 넣는다. 개같은, 개만도 못한, 개새끼, 개차반...

개가 들으면 억울한 노릇이다.

갖가지 비리를 저지르는 인간, 파렴치한 인간, 제 동료를 해하는 인간을 "개"에 비유하다니... 억울할 일이다.

간혹, 들개나 야생개와 가축이 되어버린 개를 구별하기도 한다.

'썬오브비치'라고 하지 '썬오브도그'라곤 안 한다. 그런 걸로 보면, 가축을 야생보다 조금 낫게 치기도 한다.

그런 것이 몽땅, 인간의 주관적 시각이다.

나의 삶이 발달된 삶이고, 나의 생활 방식이 교양있는 문화 생활이고,
너의 삶은 미개한 삶이고, 너의 생활 방식은 못배워먹은 나날이라고.

권력에 빌붙어 먹으면 똥개라도 우리 편이지만,
권력에 맞서려고 하는 순간 그 야생의 번득임은 <야만>으로 전락시켜 적으로 만든다.

개는 개를 알아볼 따름이다. 힘이 센 개, 암캐, 어린 개... 좋은 개도 나쁜 개도 없다.

그런데, 김훈은 악돌이를 만들었다. 그의 실수다. 흰순이는 악돌이나 나나 같이 보는 눈을 가졌다는 것도 읽으면서, 그 이름이 악돌이란 것은 맘에 들지 않는다.

김훈의 장점은 이렇게 객관적인 눈이다.
정말 끈질김을 가지고 사소한 것도 치열하게 관찰한다.
그런데 이놈의 개가 좀 인간적이다.

이놈의 개가 정말 개같았다면 별을 다섯 개 붙여 줬을 것 같다.
우화 소설 말고, 정말 있는 그대로의 개를 그려 줬더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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