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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권대웅 지음, 바른손 그림 / 홍익 / 2004년 11월
평점 :
품절
실업계 3학년들은 고3 치곤 웃기는 생활을 한다. 2학기가 되면, 취업 나가는 아이들은 아예 학교에 오지 않고, 세 반 정도를 한 반에 모아 두고 관리를 한다. 그야말로 인원 관리만 할 뿐, 아이들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책을 읽으래도 숫제, <벽>이다.
그런데, 통탄할 노릇인 것이 작년에 근무하던 일반계 애들도 가기 어려운 인근의 K 대학에 50명 가량이 합격했다는 거다. 이런 애들이 대학 가서 무슨 공부를 하겠다고... 물리학과도 있고, 법학과도 있다. 선생님들이 실소하면서 '요즘은 물리학이 쉬워졌나보이?' "법법자도 모르는 녀석들이 법전이나 읽으려냐?'하고 허탈해 한다. 사립대는 아이들이 제자로 보이지 않고 일인분의 <수업료>로 보일 것이다.
그런 녀석들 조용히 시켜놓고 책을 읽으면, 참 책 잘 읽힌다. 따스하게 햇살 비스듬히 비치는 창가에 앉아서 읽는 책맛은 각별하다. 간혹, 아이들은 별로 안 행복한데 나만 행복한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 책, 재미있다. 마리 이야기를 쓴 권대웅씨가 쓴 책인데, 우리에게 뭘 가르치려 하지도 않으면서 삶의 꼭지들을 던져 준다. 선물 하고 싶은 책에 또 하나 넣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을 선물해 주고 싶은 사람이 둘 떠올랐다. 한 명은 제자고, 한 명은 동료 교사다.
이런 이야기들을 담아 두었다가 조근조근 풀어내는 작가들은 역시 천재를 타고 나야 하는 것인가.
하루를 24시간으로 나뉜 시각에 자신을 맞추지 말고, 자기만의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맞이하는 모든 하루는 인생의 첫 날이다. 오늘 하루는 내 생애의 축소판이다.
안이 너무 환하면 밖이 잘 안 보이는 거 알아?(찡- 했다. 안이 너무 환한 헛똑똑이로 살아온 수십 년이 지나갔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은 누군가의 별이고 빛입니다. 세상의 중심입니다. 당신의 빛을 잃지 마세요.
치열했던 순간이 당신을 기쁘게 해줄 것. 모든 일은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한 것. 원하는 것을 향해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고드름은 언젠가는 녹아서 사라질 거면서 너무 애쓰지마!... 우리 모두 녹아가는 눈사람일는지도 몰라.
생을 마감할 무렵, 내 생에 허락된 그 길이만큼만 살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 내게 허용되었던 넓이만큼 살았기를 나는 바란다.
뿌리는 달라도 몸이 하나인, 그래서 같이 꼭 붙어 살지만 각자의 개성을 인정하고 서로 조화롭게 살아가는 나무의 샴 쌍둥이 연리지.
내가 삶에서 발견한 최대 모순은
상처입을 각오로 사랑을 하면 상처는 없고,
사랑만 깊어진다는 것. <마더 테레사>
바른손 엽서로 유명한 그림들도 적재적소에 실려있는 예쁜 책이다.
우리 모두 잊혀진 사람들처럼 의미없이 살아지기 싫어서
모두들 하나씩 이름표를 달고 살지만,
우리 모두 어디서 온 존재인지, 어디로 갈 것인지... 모르기는 매 일반.
정말, 우린 어디선가 만난 적 있을는지도 모른다.
난 이런 공상을 간혹 한다. 알라딘에서 아이뒤는 알아도 얼굴을 아는 이는 아무도 없다. 그래서 사람 뽁닥거리는 지하철을 타서 내가 툭 건드리는 사람, 그 사람이 내가 매일 읽는 리뷰의 저자일지도 모르고, 내가 흘린 차표 줍는 동안 내 머리를 툭 건드리고 가는 그 사람은 내 리뷰를 정성스레 읽어주는 독자일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세상은 정말 모든 면에서 이어진 것일는지도 모른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