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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5평 지상에서 가장 작은 내 방 하나 - 비전향 장기수 7인의 유예된 삶
김선명 외 지음 / 창 / 2000년 8월
평점 :
절판
굴곡진 한국의 현대사가 오롯이 묻어난 책이다.
사람으로 태어나, 사람답게 살고 싶었는데, 사람을 사람취급하지 않는 땅에서 사람에 의해 사람구실 못하도록 감옥에 갇혀 30년 이상 심한 경우 40년 이상을 감옥에서 생활한 장기수 선생들의 작은 이야기들이 모여있다.
똑같은 간첩으로 잡히더라도, <전향서>한 장 쓰면 남한 사람으로 살 수 있는데, <전향서> 한 장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참한 삶을 살아왔다.
그러면서도 <지조>를 지키며 책도 읽을 수 없는 감옥 생활을 이겨 내면서 송환되기까지 힘든 삶을 살아왔다.
남한 사람들 조차도 숨쉬기 힘들던 6,70년대 그 공포의 시대에 <간첩>의 신분으로 이미 <사망 신고>까지 되어 버린 <사람 아닌 사람>이 전향하지 않는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갖은 만행을 이기며 살아왔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전향공작이란 짐승보다 못한, 악마같은 박정희 정권의 뿌리, 고문이란 비겁한 불의와, 폭언과 폭행이 일상화된 우리 군대, 학교의 문제점은 한 뿌리에서 나왔다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그 뿌리는 바로 <친일 잔재 청산>에 실패한 현실에서 비롯된 것이다.
일본놈들이 저질러 놓은 더러운 행태를 이승만이란 비겁자에 의해 식민시대 부역자들이 다시 경찰이 되고, 권력을 잡아 나라를 썩을대로 썩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청산을 거론하기엔 이미 많이 늦어버렸지만, 시들어버렸고 썩어 들어 가는 민족 정기를 생각한다면 지금이라도 새 바람을 불어 넣어야 하는데...
검은 먹물 몇 방울 떨어뜨린 컵 속의 물이 검어진다. 그 검은 물을 맑게 하는 데는 많은 양의 물을 필요로 하듯이 헝클어진 현대사를 바로잡는 데에는 앞으로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이던가, '송환'이란 영화가 나왔는데 흥행성이 없는 작품이라 기회를 놓치고 보지 못했다. 비디오 가게에선 다루지 않는 작품일테고... 이 땅 어딘가에서 살고 계시는 장기수 할아버지들의 여생이라도 편안하시길 바란다. 그리고 아직도 감옥에서 비전향으로 분류된 사상수들을 포용할 수 있는 조금이라도 열린 사회에서 살게 되는 길에 나도 관심을 가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