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토슈즈
유스투스파우에 지음, 손주희 옮김 / 영언문화사 / 2004년 1월
평점 :
절판


제목을 많이 들어봤던 책이라서 도서관에서 빌려와 놓고는 다른 책에 우선 순위를 빼앗기고 있던 책이었다.

청소년을 겨냥한 로맨스 소설인데, 앞부분의 교통사고와 극복 부분은 그런대로 재미있었다.

그런데 너무 갑자기 완치가 되고, 갑자기 발레의 요정이 되고, 신데렐라가 된 그에겐 남자가 여럿 있고, 결국은 원래 남자와 결말을 맺은 구도가 좀 촌스럽다.

난 드라마의 마지막 회가 정말 우습다. 모든 사람들이 쫑파티에 모이듯 화려하게 입고 나와서는 시종 웃으면서 화해의 모드로 가는 그런 분위기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유리 가면을 많이 생각했다. 정말 사랑하는 마음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재능과 노력과 성공을 향한 열정이 어떤 것인지를 유리 가면이란 만화처럼 잘 그려낼 수 있을까?

그리고, 유리 가면은 마지막 회가 없다는 것도 너무 마음에 든다. 마야가 훌륭한 연기 배우로 마무리를 짓게 된다면 그 스토리가 얼마나 우스운 이야기가 될 것인지...

미완성의 작품이 너무도 감칠맛 넘치는 작품이었던 것에 비하여, 그 아쉬움에 비하여, 쉽게 성공하고 쉽게 결말을 맞는 이 소설은 내 눈엔 함량이 좀 부족하다. 그래서 이 책은 청소년용 로맨스 소설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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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 알리,죽지마 - 이라크 전쟁의 기록
오수연 지음 / 향연 / 2004년 3월
평점 :
품절


Thank you, I'm sorry. 이 두 마디는 어느 나라 언어에나 등장한다고 하고, 또 이 말들처럼 다른 상황에서 쓰일 수 있는 말도 없다고 한다.

인샬라... 이 말도 마찬가지일게다. 인사이면서도 축복이기도 하고, 여러 상황에 두루 쓰이는 말... 그 뜻은 신이 허락하신다면... 이런 뜻이란다.

기름을 입으로 빨아 넣어서 주유를 하는 남자들, 그 정도로 기름의 축복을 받은 열사의 나라, 이라크.

그 기름의 축복 뒤에 흐르는 강대국의 욕심에 의해 폐허가 되어 버린 나라, 이라크.

그 나라를 취재하러 민족문학작가회의에서 파견한 오수연이란 작가가 남긴 기록이다.

전쟁을 직접 취재하거나 평화활동을 하지는 못했고, 전쟁중에는 이스라엘에 핍박받는 팔레스타인을 돌아 보았고, 종전 이후 이라크의 파괴상을 보게 되었다.

전쟁은 결국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었다.

우리가 아라비안 나이트에서나 듣던 바그다드와 오아시스의 이야기들. 그 신비스런 요술 램프가 등장하던 알라딘의 터전도 바로 이곳 아니었던가.

사담 후세인의 폭력적인 독재 세력을 미군이 궤멸시킨 지금, 이제 그들은 세계 최강대국 미국과 맞서야 한다. 미국의 국익을 위한 전투에서, 1차적인 적을 몰아낸 그들은 이제 본격적으로 2차적인 적과 대결 구도로 맞서 있는 것이다.

그 폭력과 비참한 현장에서, 우리 나라는, <우리의 국익>이란 증명되지 않은 이름으로 <파병>을 결정했다. 그 우리의 국익은 결국 가진자들의 이익일 따름이지, 결코 우리 나라 모든 사람 하나하나에게 이익이 될 것이 아님은 불 보듯 뻔한 일인데, 우리 나라의 이름으로 최고의 지원군을 보냈다. 쪽팔리는 <우리 나라>다.

우리 나라가 '이란'에게 꼭 이겨야만 했을까? 난 어제 축구를 보면서 많이 불안했다.

물론 우리 축구가 남들에게 매번 박살 나는 것이 통쾌한 것도 아니다. 우리 축구가 패스가 잘 연결되고 골도 잘 터지면 보는 재미가 난다.

그런데, 우리는 마치 <성전>을 치르는 듯이 이란이라는 <적군>을 상대로 <총력전>을 벌이는 <군대>처럼 보였다. <전투>에 이기기 위해서는 그 <사령관>이 외국인이어도 상관 없이 말이다. 이란을 <정벌>한 다음 유럽으로 <원정>을 떠나는 사람들이 스포츠 선수인가, 군인인가...

우리 나라 스포츠 신문의 용어는 너무 <전쟁광적>이다. <이란>호가 <침몰> 내지는 <격추>되고, <대한민국>호는 <승전보>를 알린다.

하필이면 이란이라는 나라와 축구하는 경기를 지켜보면서, 나는 미군과 똑같은 군복을 입고 <자이툰>인지 <우익툰>인지 하는 군인들을 꾸역꾸역 서역으로 져다 나르는 <대한 민국>이란 피폐한 나라에서 <독립>하고 싶은 생각이 자꾸 든다.

우리가 부끄러워해야 할 전쟁 이후의 모습들이 기록된 책이다. 군대를 따라다닌 기록이 아니므로 종군 기자라고 할 수는 없고,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쓰여진 책이다.

세계는 하나로 이어져 있다. 남을 이기는 나, 너희 나라를 죽이는 우리 나라를 만들어서는 꿈틀거리는 지구의 용서를 받지 못할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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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아이 2005-10-13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구는 축구일 뿐이죠. ^^ 하지만 스포츠 관련해서 군사용어가 너무 많이 쓰이는 게 저도 불만입니다. 경기하는 것도 이를테면 한일전(戰)이라고 하잖아요. 무슨 전쟁 하나...

글샘 2005-10-14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요. 저도 이란에게 우리가 지는걸 바란 게 아니라, 이 책을 읽으면서, 이라크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마치 축구 보는 것처럼 <이라크전은 이라크전일 뿐>이라고 차가운 것 같아서 쓴 말입니다.

드팀전 2005-10-14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의 어떤 분은 '우리' 나라라는 말조차 쓰지 않는다고 합니다.'한국' 이라고 대상화시키지요. 거리를 유지하려는 정신이 인상적이었지요.전 그냥 우리나라라고 씁니다만....축구를 전쟁처럼 대하는 언론과 광팬들은 진짜 걱정거립니다.특히 스포츠신문의 타이틀은 오래전부터 군사주의 국가주의적 표현으로 많은 비난을 받았습니다.하지만 모든 축구팬이 그렇게 국가주의와 스포츠를 연결해서 보는 건 아니니 불안을 감추셔도 될 듯합니다.또한 '이라크전'이란 것도 미국에서 만든 이름이죠.영어로 하면 war with iraq...war against iraq..... 그런데 알자지라 방송 같은 경우는 <이라크 침략전쟁>이라고 쓴답니다.영어로는 모르겠습니다.영어가 짧아서....
이란을 이겨야 했지요.결과적으로...후반전에 전술적인 부적응까지 깔끔히 처리했으면 더 좋았을것을..전반전은 좋았는데 후반전은 무지 헤매더군요.보다 졸았습니다.게임메이커의 부재와 공간침투와 패스능력부재등이 눈에 보이더군요.창의성은 당연히 없구요.어쨋거나 평가전이니 문제를 보고 대안을 찾아가겠지요.뽀록 2골에 아드보카트에게 냄비언론과 여론의 힘이 실립니다.한번 이겼다고 광분하는 꼴이 보기 사납지만...꼴사나운 뒤편에 얻는 장점도 있습니다.
우선 아드보카트에 대한 신뢰가 히딩크때 같은 지원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겁니다.또한 한국축구를 망친다는 축협도 감독재량권을 확대할 수 밖에 없겠지요.여론이 약과 독이 동시에 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글샘 2005-10-14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 이 말이 대한 민국보다 더 좋네요. 요즘 대한 민국이란 이름도 워낙 애국심에 휩싸여 버려서리... 객관성을 확보한다는 것, 정말 어려운 작업이지요.
축협... 우유를 만드는 그 축협과 발음이 같아서 웃음이 쿡쿡 납니다. ㅋㅋㅋ
 
구르는 천둥
더글라스 보이드 지음, 류시화 옮김 / 김영사 / 2002년 10월
평점 :
절판


비를 내리는 인디언이자, 체로키 인디언 치료사인 ‘구르는 천둥’을 읽었다.

인디언들의 삶의 자세를 다룬 책들은 드물다. 그렇지만 이 책들을 읽는 것은 여느 명상 서적에서 읽을 수 있는 가르침보다도 좀더 신비로운 삶의 경험들을 얻게 해 준다.


그의 생각들을 더글라스 보이드가 관찰하고 서술한 책으로, 구르는 천둥은 삶과 세계를 전체적인 시각으로 이해하고 자연에 신뢰감을 보내는 인디언으로 묘사된다. 원인과 결과의 원칙은 모든 곳에서 작용하며, 따라서 어떤 사람의 행동의 결과는 반드시 누군가에게 돌아가게 되어있다. 우리가 한 모든 말과 생각, 행동은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그래서 모든 일에는 필요한 때와 장소가 있다. 저자가 겪은 여러 번의 신비로운 경험은 이런 그들의 생각을 뒷받침하고 있다.


요즘 대재앙이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많은 자연 재해가 일어난다. 작년에 쓰나미로 피해를 입은 데 이어, 올해 파키스탄의 대지진과 중남미의 허리케인, 산사태는 <판>으로 일컬어지는 자연의 뒤척임으로 우리를 대단히 불안하게 하고 있다.


그들은 지구는 하나의 몸이며, 거대한 의식체고,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존재로 파악한다. 우리는 마치 세포들처럼 그 안에서 살아야 하며 지구와 나는 한마음이란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공기와 물의 오염, 숲의 파괴 때문에 정신병까지도 일어난다고 하고, 그 질병의 치료에는 자연이라는 협력자를 제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고통을 겪는 이유는 이런 자연과의 평화를 깨뜨렸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내가 선택한 것이고, 나는 그것에 따른 대가를 치러야만 한다. 모든 병과 고통은 이유가 있다. 그것들은 지나간 어떤 것, 다가올 어떤 것의 보상이라는 시선은 신선하다. 인간이 자연을 지배할 수 있다는 기계론적 우월주의가 불신당하고, 히피 세대에서 뉴에이지 세대로 이어지는 정신적 폭발의 도화선 중 하나로 불릴 만큼 그의 논리는 거대하면서도 일관성을 유지한다.


그러나, ‘지구상의 모든 것들, 물, 공기, 심지어 사람과 문화까지도 인간이 만든 국경선 안에 가둘 수 없다’는 그들의 주장과는 상반되는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 아이러니컬 하게도 미국이라는 땅덩어리다. 얼굴 흰 그들은 샐러드 보울이라고 주장하지만, 백인들에 의해 벌어지는 인디언에 대한 멸시와 차별은 풀릴 수 없는 숙제이리라.


우리가 추앙하고 따르려는 미래가 얼마나 두렵과 추악한 것인지를 생각하게 해 주는 책이다. 간단한 인디언의 십계명을 읽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넓힐 수 있는 ‘만트라’가 될 법하다.


인디언의 십계명

대지는 우리의 어머니, 그 어머니를 잘 보살피라

나무와 동물과 새들, 당신의 모든 친척들을 존중하라.

위대한 정령에게 당신의 가슴과 영혼을 열라.

모든 생명은 신성한 것, 모든 존재들을 존경심을 갖고 대하라.

대지로부터 오직 필요한 것만을 취하고, 그 이상은 그냥 놓아 두라.

모두에게 선한 일을 행하라.

모든 새로운 날마다 위대한 정령에게 감사하라.

진실을 말하라. 하지만 사람들 속에서 오직 선한 것만을 보라.

자연의 리듬을 따르라. 태양과 함께 일어나고 태양과 함께 잠들라.

삶의 여행을 즐기라. 하지만 발자취를 남기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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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10-12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로니모>에 이어 두번째 추천입니다. 잘 읽겟습니다.

달팽이 2005-10-12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삶의 여행을 즐기라, 하지만 발자취를 남기지 말라....추천합니다.

숨은아이 2005-10-12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지로부터 오직 필요한 것만을 취하고, 그 이상은 그냥 놓아 두라. 아... 필요를 날마다 키워가는 게 인간의 문제인가 봐요...

글샘 2005-10-13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번 읽어보실만한 책이라 생각합니다. 오만한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듯, 오만한 서양인에 의해 파괴된 원주민들의 삶과 세계관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
 
생로병사의 비밀 - 책으로 보는 KBS 생로병사의 비밀 시리즈 3
KBS 제작팀 엮음, 홍혜걸 감수 / 가치창조 / 200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학교 도서관을 뺑뺑 돌다 보며, 사서일 보는 아주머니께는 미안하지만 책이 너무도 엉뚱하게 꽂혀있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행정실 직원으로 버젓이 앉아 있으면서 도서관 일은 엉망으로 한다는 다른 선생님들의 불평이 이해되는 대목이다.

지난 번에 생로병사의 비밀 2권을 먼저 읽고, 1권을 읽으려고 남구 도서관에 갔더니, 늘 누가 빌려가서 서가에서는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상상 밖에 빳빳한 새 책이 학교 도서관 서고 저 구석에 쳐박혀 있었다. 그것도 두 권이나.

이렇게 대중적인 책은 도서관에서 제대로 분류하는 것 보다는 잘 보이는 곳에 전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텐데... 우리 학교 도서관이 활성화되어야 함을 나는 늘 생각하는데, 정말 쉽지 않다. 직원이 있는데도 전혀 활성화되지 않고 있으니... 그 직원의 입장에서는 활성화 안 되었을 때, 놀고 먹는 자린데, 활성화 시키면 정말 끝도없이 일이 많으니, 활성화를 바랄 일이 아니겠지만, 저 좋은 책들을 아이들에게 지도하고, 선생님들이 읽을 수 있도록 하는 길은 없는 것인지... 생각만 한다.

해마다 도서관 담당을 맡고 싶다고 적어 낸 지가 근 10년 되었지만, 나같은 사람은 그런 한가한 자리에 갈 군번이 아직 못 된다. 늘 일 구덩이에 파묻혀 사니 말이다. 도서관을 맡아서 그곳을 일구덩이로 만들고자 하는 내 의욕은 아직 실현 가능성이 없다.

1권은 내가 한창 바빠서 텔레비전도 쳐다보지 못할 때 방영되던 내용이었다. 그 때 학교 식당에서 밥을 먹다 보면 나이 드신 선생님들이 건강과 활성 산소에 대해서 토의를 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점점 노인이 많아지고, 건강이 중요하게 생각되는 시대로 간다. 질병도 많이 밝혀 지고, 치료율도 점점 높아진다.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비만인이 많아지며(성인 30%가 비만이란 기사도 있었다.) 그만큼 운동에 관심을 갖는 사람도 많아 졌다.

방송용 생로병사의 비밀이 끼친 영향은 대단하다. 동네 초등학교 운동장에는 8시대 연속극이 마치면 아주머니들의 뺑뺑이로 가득하다. 남 눈치 보지 않고 파워워킹을 하는 모습도 많이 볼 수 있다.

그러나, 학교에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보는 것은 드물고, 학원 봉고로 오르는 아이들 손에는 과자들이 들려 있다. 저물 녘, 동네 놀이터는 텅비어 있는 것을 보면, 참으로 아쉽다. 나이 들어서 운동장 뺑뺑이 쳐 봤자 어린 아이들 건강 돌보는 데 비하면 조족지혈일 수 있는데...

영양 교사가 학교에 들어온다는 소문도 있다. 영양 교사? 지금 보건 교사가 없는 학교도 천지인데... 문제는 보건 교사든, 영양 교사든 아이들의 건강한 생활의 패턴이 많이 파괴되어 있는 현실을 일깨우기엔 역부족일 거란 생각이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뛰어 놀게 해야 한다. 지금처럼 학교에서 별로 공부를 안 시킨다면 운동이라도 열심히 시켜 주면 좋겠다. 할머니 교장들은 애들 다치는 게 무서워서 운동장에서 축구하면 막 나무란단다. 선생님들은 운동장 축구 금지를 발표 하고... 이래서 애들이 뭐가 되겠는가. 초등학생들 비만, 장난이 아닌데...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하는 것은 불변의 진리다. 그리고 건강을 지키는 일은 어려운 데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를 받게 하는 상황에 골몰하지 않는 것 부터 시작할 일이다. 인디언들이 곤란한 상황에 처하면 물끄러미 바라 보다가 휙 몸을 돌려 사라져 버리는 것처럼. 스트레스 받고 미치는 지경에 이르지 않도록 자기를 관리할 것이며, 기계에 의존하지 말고 많이 걷고, 즐거운 삶을 영위할 일이다.

요즈음 인디언 치료사의 이야기를 읽고 있는데, 동감되는 부분이 정말 많다.

우리 삶은 너무도 자연의 원래 그러함에서, 어머니 가이아에게서 멀리 떨어져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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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마개 2005-10-12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예전에 학교 도서관에 법학 책을 찾으러 갔는데 "법률 춘향전"이라는 책이 법학서가에 있고, 풍속사 관련 책도 법학서가에 있더라구요. 사서들이 내용은 안보고 그냥 제목만 보고 분류하는듯 합니다. '가자 아메리카로'책이 여행서가에 있는 것도 봤어요.

글샘 2005-10-12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법을 전공하셨나 봐요. 도서관이 살아야 한다는 마인드를 온 국민이 가지려면 아직 멀었나 봅니다.
 

  저는 35년 동안의 법관생활을 마치고 이제 정든 법원을 떠납니다. 사건기록에 파묻혀 6년 동안 동고동락했던 동료 대법관님들과 후배법관 및 직원여러분의 곁을 아주 떠난다고 생각하니 만감이 교차합니다. 잘했다고 내세울게 아무것도 없고 잘못한 일들만 생각납니다.
  
  환송해 주는 여러분을 뒤돌아 볼 면목조차 없이 떠나게 되어 부끄럽기 그지 없습니다. 어려운 시험에 합격했다는 자만에 빠져, 얄팍한 법률지식을 자랑으로 여기며 법관생활을 시작한 때의 교만했던 제 모습이 제일먼저 떠오릅니다.
  
  법관으로서 가야 할 길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나 목표설정도 없이 첫 출발을 하였기 때문에 사소한 일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인사 때마다 일희일비하고, 주변으로부터 소외 당하지 않으려고 때로는 소신도 감춰가며 요령껏 법관생활을 했습니다.
  
  저는 평소에 명성이 높은 개선장군보다 이름 없이 죽어간 무명용사 중에 우리가 더 머리 숙여 추모해야 할 사람이 있다고 믿으며 살아 왔습니다.
  
  저는 특정분야의 법 이론에 밝아서 훌륭한 저서를 남기거나, 특정계층의 이익보호에 투철한 사명감을 가지고 있거나, 항상 다른 사람보다 앞선 자리에 발탁되어 세상에 널리 알려지는 그러한 법관보다, 남에게 내세울 만한 행동이나 업적은 그러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의 몫으로 돌리고 오로지 국민을 진정코 섬기는 마음으로 자신이 맡고 있는 사건 하나하나의 처리에 온갖 정성과 노력을 다하여 한 사람도 억울함이 없도록
사필귀정을 이루어 내면서 사건당사자 모두를 위하여 묵묵히 봉사하는 그러한 법관이 더욱 더 자랑스러운 법관이라고 생각되어 후자의 길을 가겠다고 다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법원을 떠나는 지금 이 순간 묵묵히 봉사한 무명용사는 커녕 후회되는 일들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저는 사법권의 독립 보장되어야 하고, 법관과 법원의 권위가 존중되어야 한다는 등의 당연한 말조차 남기고 갈 자격이 없음을 솔직히 고백합니다.
  
  법적분쟁에 휘말려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을 위하여 마땅히 했어야 할 봉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또 그렇게 하지 못한 이유가 사법부 독립의 침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저 자신의 부족함에 있기 때문입니다.
  
  사건 당사자들의 입장을 깊이 헤아려서 그들의 주장을 충분히 들어주며 신속하고 공정하게 결론을 내려 주는 것은 국민에게 봉사하는 법관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덕목임에도 불구하고 당사자가 주장하는 말을 자세히 듣거나 써낸글을 끝까지 읽는 것을 가지고도 마치 시혜적인 일을 하는 것으로 착각하기도 했습니다.
  
  당사자의 처지를 전혀 고려함이 없이 저의 편의만을 생각하여 재판기일을 정하고, 연기신청을 받아 주는 데는 인색하면서 직권으로 재판을 연기하기는 거리낌 없이 했습니다.
  
  충분한 기록검토와 휴식을 취한 후 맑은 정신으로 재판에 임하겠다고 항상 다짐하고는 이를 실천하지 못했고, 오히려 피곤한 몸으로 재판에 임하여서는 당사자의 주장이 장황하다고 탓하며 짜증을 내기도 했습니다.
  
  '판사는 판결로 말한다'는 말의 의미를 제 나름대로 해석한 나머지 판결의 결론에 이르는 과정의 중요성을 망각하기도 하고 사건 당사자들의 편의를 배려하는데도 소홀했습니다.
  
  이론을 연구하고 판례를 숙지하기 위한 노력만큼 사건기록의 구석구석을 살피며 사실을 파악하는데 정성을 쏟았느냐고 묻는다면 저는 그렇게 했다고 대답할 자신이 없습니다.
  
  법복을 입고 법대 위에 앉아서 재판권을 행사하는 법관의 권위는 그 법대 아래에 내려가서 재판을 받고 있는 사건 당사자의 발을 씻겨주는 심정으로 그들의 답답함을 풀어주려고 정성을 다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법관의 권위는 무조건 지켜져야 하고 법관은 국민으로부터 당연히 존경과 신뢰를 받아야 한다고 강변하기도 했습니다.
  
  까다로운 절차규정의 준수만을 지나치게 고집한 나머지 실체적 정의의 실현을 외면하는 결과를 초래한 적은 없었는지, 그래서 사법적 절차에 접근하는데 익숙하지 못한 서민들의 보호를 소홀히 한 적은 없었는지 두려운 마음 금할 수 없습니다.
  
  이제 35년을 몸 담았던 법원을 떠나면서 제가 무엇보다도 부끄럽게 생각하는 것은 권력에 맞서 사법부 독립을 진정코 외쳤어야 할 독재와 권위주의 시대에는 침묵하였으면서 정작 사법부에 대한 경청할 만한 비평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때 이를 외면한 채 '사법권 독립'이라든지 '재판의 권위'라는 등의 명분으로 사법부의 집단이익을 꾀하려는 것으로 비쳐질 우려가 있는 움직임에도 냉정한 판단을 유보한 채 그냥 동조하고 싶어 했다는 것입니다.
  
  환송을 받기보다 용서를 구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어려운 사건에 접하여 고뇌하던 동료 법관들에 대한 격려에 인색하고, 빛도 없이 열심히 재판사무를 보조하고 법원조직의 순조로운 기능에 크게 기여하면서 묵묵히 사건당사자들을 위하여 봉사하는 일반직원들의 사기를 높이는 데 정성이 부족했던 것도 몹시 후회됩니다.
  
  그러나 이제 저는 밝고 가벼운 마음으로 법원을 떠나려고 합니다. 사법부의 어제와 오늘을 누구보다도 소상히 파악하고 계실뿐 아니라 국민위에 군림하던 그릇된 유산을 청산하고 진정으로 국민을 섬기는 법원으로 되돌려 놓겠다는 굳은 의지를 가지신 이용훈 대법원장님을 사법부의 수장으로 맞이하였기 때문입니다.
  
  사법부 구성원 모두가 새 대법원장님을 중심으로 하나가 되어 서로 격려하고 화합하며 긍지를 가지고 봉사함으로써 국민으로부터 진정으로 사랑과 신뢰를 받는 새로운 모습의 사법부를 탄생시킬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앞으로는 저와 같이 후회스런 말만을 남기면서 법원을 떠나는 법관이 한분도 없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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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5-10-11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삶이야 어쨌거나 마지막 자리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할 줄 아는 그 용기만은 칭찬하고 싶군요...나의 교직 퇴임사도 저렇게 겸허히 나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자리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