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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인 7색 21세기를 바꾸는 교양 ㅣ 인터뷰 특강 시리즈 1
홍세화,박노자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04년 6월
평점 :
품절
군사독재 시절, 진보란 최루탄 터지는 시가전이었다.
이제 보수 여당이 집권한 시점에서, 민주노동당원들이 국회에 등원하게 된 대한민국에서, 진보란 작지만 확실한 걸음을 걷고 있고 그 범위도 단위 면적이 아주 넓으며 그 가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접근전이 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점차 진보적으로 바뀐다면, 이제 수십 년 안에 전면전을 기대한다.
그 전면전의 시작은 식민지 시대 부역 문제와, 독재 시대의 처벌로 시작될는지도 모른다.
이십 년 전, 대학 새내기의 필독서는 '철학에세이', '해전사(해방전후사의 인식)', '전환 시대의 논리(리영희)' 같은 책이었다. 이른바, 의식화 서적이었다. 이런 책들은 선배들의 자취방에서 주인집 아저씨의 고발의 눈을 감시해 가며 읽고 토론하던 시절이 있었다.
요즘 고등학생들도 논술을 대비해서 책을 읽혀야 한다는데, 이런 책들은 상당히 아이들에게 충격적이면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으로 보인다. 대학 새내기라면 반드시 일어야할 과정에 해당하기도 하고, 성인들에게도 이책은 읽힐 법하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나라의 현실은 지하철 노조가 파업하면, 불법으로 밀어 붙이기 일쑤고, 병원 노조가 파업하면 우선 욕하기 바쁘다. 우리 사회의 닫힌 시각을 먼저 비판할 줄 모르고 말이다.
박노자, 홍세화, 한홍가가 말하는 우리 역사의 뒤안길은 암울했다.
하종강의 노동법 강의는 사법연수원생들의 90%가 모른다는 근로기준법을 우리에게 소개해 준 것으로 충분히 아름다웠다.
아름다운 세상. 이것은 사람이 그 자체로 아름답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는 세상이 아닐까?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모래밭에서 뛰어노는 그 해맑은 목소리와 웃음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지 아니한가.
어린 아이들은 삐져서 우는 모습도 얼마나 아름다운지...
학생들이 방과 후, 삼삼 오오 모여서 적성에 맞는 무용이나 활동을 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모습도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 아이들이 공부를 하는 모습보다는 운동장을 가르는 모습에서 살아있음이 느껴진다.
노동자들이 불꽃튀는 현장에서 온몸의 땀을 바치며 일하는 모습은 숭고하지 않은가.
삶의 현장이란 프로그램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그 자체가 아름다움이지 않던가 말이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가난한 사람은 아름답지 않다.
아파트 평수가 사람을 결정하므로 14평 아파트에도 못살거나 달동네 사는 사람은 아름답지 못하다.
학교에서 공부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아름답지 않고,
마티즈를 타고 다니면 아름답지 않다.
버스를 타고 피로에 찌들어 퇴근하는 모습은 아름답지 않고,
오천 원짜리 몸뻬 바지와, 새카맣게 그을린 노점상의 모습은 추악한 것이 우리의 미적 감각이다.
이 책은 그런 미적 감각에서 벗어나는 좋은 안내역을 할 수 있는 책이 될 것이다.
우리 사회만이 가진 독특함, 그 역사와 현재.
이 책이 가지는 미학은 깊지는 않지만 우리의 막힌 현재에 대한 변화의 미래의 비전을 보여준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