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노래 힘찬문고 14
스콧 오델 지음, 김옥수 옮김, 김병하 그림 / 우리교육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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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교육에서 나온 어린이용 도서중 하나다.

전에 독수리의 눈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호주 원주민들의 수난을 그린 책이었다.

주말에 읽은 제로니모의 번역자인 김옥수 씨가 옮긴 책이어서 유심히 봤더니 역시 어메리컨 인디언들, 특히 나바호 인디언들을 추방하는 슬픈 이야기가 적혀 있다.

이 동화의 시점은 어린 처녀의 눈이다. 평화롭게 사는 인디언들의 마을에 쳐들어온 <칼과 총든 이들>은 처녀들을 납치해서 팔곤 한다.

납치당했다가 겨우 탈출한 집에서 기다리는 것은 머나먼 시련의 대장정이었다.

어린아이들은 길을 가는 도중 죽기도 하고, 남자들은 숱한 싸움과 학살로 사라져 가고...

마치 우리 일제 시대 소설을 읽는듯한 분노와 슬픔이 어울리는 책들이었다.

부모님과 아이들이 같이 읽으면서 이야기를 나눠볼 만한 책이다. 가진 자들의 욕구가 얼마나 끝도 없는지, 그리고 지금의 미국이 불과 100년 전에는 얼마나 보잘 것 없는 추악한 역사를 가진 나라인지... 그 추악함이 결코 아름다움의 탈을 썼다고 해서 아름다운 美 나라 國는 아님을 일깨우기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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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두, 편지
명정.정성욱 지음 / 고요아침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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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의 큰 스님들의 편지를 모아 책으로 펴냈다.

그 편지들은 간결하여 한 장을 넘지 않으나, 그 글에 다 드러낼 수 없는 상념들이 갈피갈피 묻어 있다.

절집도 사람 사는 곳이라 만나고 만나지 못함에 궁금함이 묻어나고, 간혹 연락 드뭄에 안타깝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 간혹 화두를 만나기도 하고, 사람 내음에 편안한 마음이 되기도 한다.

목마르면 차 마시고, 곤하면 눈 붙이네. 이렇게 생각하면 중질도 참 편할 것 같지만, 그것은 마음을 그렇게 갖는다는 것이지 스님들의 일상이 게으른 그것과는 거리가 먼 것을 생각할 일이다.

흐르는 세월의 그림자는 엷은 비단실과 같다는 표현처럼 시적이고 부드러운 스님들의 글줄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할,에 정신을 차려야 한다.

보검을 빼기도 전에 사람은 죽는다. 안달복달하지 말 것이며, 스스로 마음의 짐을 지어 이고 다니지 말 것이다.

편지글들은 고요하고 고요한데... 책값이 너무 터무니없이 비싸다. 200페이지 남짓한 작은 책에 11000원이라니... 엷은 비단실같은 글들을 읽다가, 책값을 보니 굵은 동앗줄에 묶인 욕심이 보이는 듯 하여 마음이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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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니모
포리스터 카터 지음, 김옥수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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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아닌 소설을 읽으면서, 내가 인간인 것이 슬프고 무서웠다. 개미도 한 종족을 다른 종족이 말살 시키기도 한다지만, 몇 억으로 추산되는 인디언을 몰살시키고도 전혀 눈껌쩍하지 않는 스페인과 영국인들, 지금의 미국과 멕시코의 피의 역사라는 것이 치떨리고 무섭다.

어떤 전쟁의 기록에서도 나오지 않는 머릿가죽 벗기기, 여성 노예 임신시켜 팔아 먹기... 이런 것들이 횡행한 백년 전의 미 대륙 이야기를 읽으면서, 과연 역사란 진보하는 것인지... 프로테스탄티즘으로 무장한 개신교도들은 미개인들을 사냥하는 데는 아무런 죄책감이 없었던 것인지... 두려울 따름이다.

이십 년 전, 대학생이 된 나는 처음엔 대자보도 똑바로 쳐다보고 다니지 못하는 모범생이었다. 대학을 객지로 간 내게 모든 아는 사람들은 데모의 옷자락과 만나지 않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해 5월, 나는 매일 작열하는 최루탄과 교문 앞산의 하이얀 아카시아 내음을 함께 맡으며 눈물을 흘렸다. 광주의 죽음은 여리던 내 마음에 피눈물을 나게 했던 거다.

이 책도 피로 얼룩진 어메리컨 인디언들의 멸족사가 들어 있는 슬픈 책이다. 그렇지만, 최후의 전사 제로니모가 신출귀몰 전쟁주술사로서 활동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어 한편 재미 있기도 하다.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의 포리스트 카터가 제로니모의 역사적 실증을 거쳐가며 형상화한 마지막 전사, 제로니모의 영혼은 따뜻하다기 보다는 참혹하고 눈물겹다.

어렸을 때, 일요일 오후면 <서부소년 차돌이>(원제 : 황야의 소년 이사무) 란 만화 영화를 본 기억이 난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초창기 작품이라고 하는데, 동부에 살던 원주민들을 점차 서부로 내몰고, 서부를 개척한답시고 깝치던 양키들이 원주민들을 학살하던 그 시절, 미국 서부로 이주한 일본인 아버지(유도 유단자)와 인디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차돌이는 일찍 아버지와 어머니를 여의고 자라면서 무자비한 인디언들과 악당들을 처치하는 영화였다.

그 만화 영화에서 차돌이는 멍청하고 교활하고 잔인한 인디언들을 가볍게 제압하는데... 이 일본 만화 영화가 우리 만화가 아니어서 난 얼마나 다행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른다. 그 때 이 영화의 주제가로 불리던 노래를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이렇게 생겨 먹었다.

와, 햇님아들 우리들의 차돌이 /아아, 햇님아들 우리들의 차돌이
씩씩하고 슬기롭고 마음착한 차돌이 /사나운 바람 몰아쳐도
두려움없이 뚫고 나가서 /나쁜무리 물리치는 정의의 소년
와, 햇님아들 우리들의 차돌이 /아아 햇님아들 우리들의 차돌이
넓은 들에서 잘도 싸우는 /아아아 어린용사

아.... 이 노래는 맹호부대 노래를 용감하게 부르며 군함에서 손수건을 힘차게 흔들고 떠나, 뜨거운 밀림, 베트남으로 돌진했던 무식해서 용감했던 따이한들을 떠오르게 하고,

열사의 사막으로 박터지는 경쟁을 뚫고 지원해서 자이툰 부대로 달려간, 21세기 그 추악한 전투의 선봉이 된 신세대 전사들을 떠오르게 한다.

씩씩하고, 슬기롭고, 마음착하고, 잘도 싸우는 우리의 용사는 <절대 선>이고,
한 마디로 나쁜 무리로 규정할 수 있는 어메리컨 원주민과 베트콩과 이라크 국민들은 <악의 축>이 되어버린 흑백 논리의 아전 인수격 살생에 잘도 싸우는 우리의 어린 용사들이 눈물겹게 슬프고...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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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인 7색 21세기를 바꾸는 교양 인터뷰 특강 시리즈 1
홍세화,박노자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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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시절, 진보란 최루탄 터지는 시가전이었다.

이제 보수 여당이 집권한 시점에서, 민주노동당원들이 국회에 등원하게 된 대한민국에서, 진보란 작지만 확실한 걸음을 걷고 있고 그 범위도 단위 면적이 아주 넓으며 그 가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접근전이 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점차 진보적으로 바뀐다면, 이제 수십 년 안에 전면전을 기대한다.

그 전면전의 시작은 식민지 시대 부역 문제와, 독재 시대의 처벌로 시작될는지도 모른다.

이십 년 전, 대학 새내기의 필독서는 '철학에세이', '해전사(해방전후사의 인식)', '전환 시대의 논리(리영희)' 같은 책이었다. 이른바, 의식화 서적이었다. 이런 책들은 선배들의 자취방에서 주인집 아저씨의 고발의 눈을 감시해 가며 읽고 토론하던 시절이 있었다.

요즘 고등학생들도 논술을 대비해서 책을 읽혀야 한다는데, 이런 책들은 상당히 아이들에게 충격적이면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으로 보인다. 대학 새내기라면 반드시 일어야할 과정에 해당하기도 하고, 성인들에게도 이책은 읽힐 법하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나라의 현실은 지하철 노조가 파업하면, 불법으로 밀어 붙이기 일쑤고, 병원 노조가 파업하면 우선 욕하기 바쁘다. 우리 사회의 닫힌 시각을 먼저 비판할 줄 모르고 말이다.

박노자, 홍세화, 한홍가가 말하는 우리 역사의 뒤안길은 암울했다.

하종강의 노동법 강의는 사법연수원생들의 90%가 모른다는 근로기준법을 우리에게 소개해 준 것으로 충분히 아름다웠다.

아름다운 세상. 이것은 사람이 그 자체로 아름답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는 세상이 아닐까?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모래밭에서 뛰어노는 그 해맑은 목소리와 웃음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지 아니한가.
어린 아이들은 삐져서 우는 모습도 얼마나 아름다운지...
학생들이 방과 후, 삼삼 오오 모여서 적성에 맞는 무용이나 활동을 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모습도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 아이들이 공부를 하는 모습보다는 운동장을 가르는 모습에서 살아있음이 느껴진다.
노동자들이 불꽃튀는 현장에서 온몸의 땀을 바치며 일하는 모습은 숭고하지 않은가.
삶의 현장이란 프로그램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그 자체가 아름다움이지 않던가 말이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가난한 사람은 아름답지 않다.
아파트 평수가 사람을 결정하므로 14평 아파트에도 못살거나 달동네 사는 사람은 아름답지 못하다.
학교에서 공부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아름답지 않고,
마티즈를 타고 다니면 아름답지 않다.
버스를 타고 피로에 찌들어 퇴근하는 모습은 아름답지 않고,
오천 원짜리 몸뻬 바지와, 새카맣게 그을린 노점상의 모습은 추악한 것이 우리의 미적 감각이다.

이 책은 그런 미적 감각에서 벗어나는 좋은 안내역을 할 수 있는 책이 될 것이다.

우리 사회만이 가진 독특함, 그 역사와 현재.

이 책이 가지는 미학은 깊지는 않지만 우리의 막힌 현재에 대한 변화의 미래의 비전을 보여준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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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로와 모로 - 사람을 닮은 물고기
김상진 지음 / 홍익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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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우리에게 철학적 깨달음을 주는 만화를 만난다. 심승현의 파페포포 메모리즈 같은 경우가 그렇다. 꼭 철학적이라기 보다는 왠지 깊은 마음 속의 우물에서 묵직한 무엇을 건져 올리는 느낌이다.

그런 책을 읽고 나면 마음 속 두레박이 가득 차고 넘쳐서 행복하다.

이 책은 상당히 철학적인 의도를 담고 있지만, 몇 가지 말 외에는 별로 감동이 없다.

그리고 그림은 별로 예술스럽지 않은 단순한 그래픽으로 처리되어 있어서 별로 예쁘지도 않고.

세상을 향해 등을 보이지 말라. 우리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은 등 뒤에 있다.  - 이런 말들이 눈길을 끌기는 하지만, 내용에서 이런 것들이 형상화 되어 있지는 않았다.

눈을 뜨니 모든 것이 꿈이었다.
떼를 쓰며 울다가 결국 맞아야 하는 주사 같은 것.
세상은 만남의 장소이면서 이별의 대합실이기도 하다.
허접한 잣대라도 줏대가 없는 것보다는 낫다.
무엇을 찾으려 하지 않고 잃어버린 상태로 있는 거지?
이별은 늘 그렇다. 꼭 해야 할 말은 떠난 뒤에야 생각이 난다.

이런 몇 마디 말들을 건지기 위해 이 9000원이나 하는 딱딱표지 책을 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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