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 천연균과 마르크스에서 찾은 진정한 삶의 가치와 노동의 의미
와타나베 이타루 지음, 정문주 옮김 / 더숲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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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몇달만에 서재 사진을 바꿨다.

권력자가 구속되어야 민주주의가 온다는 말도 바꿨다.

구속되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촛불에 어떤 평화상보다도 명예스러운 역사가 남을 것이다.

 

책의 일본어 제목은 いなかの パンヤが みつけた <くさる けいざい>이다.

시골의 빵집이 발견한 <썩는 경제>

 

이 책에서 '부패'는 아주 긍정적 의미로 쓰였다.

인간의 얄팍한 기준으로 부패와 발효를 나누지만, 사실 똑같은 현상이다.

 

한국 경제가 부패했다고 하지만, 그것은 권력자들이 자신들의 세력을 공고화하고자 했던 것일 뿐이다.

부패는 고착시키지 않는다.

새로 계속 변화시키고 새로운 세상을 만든다.

GMO로 개발한 것들은

얼마나 멀리 보낼 수 있는가,

얼마나 오래 보존할 수 있는가를 따진다.

썩지 않아야 돈이 되기 때문이다.

 

세상은 더 자유롭게 부패하고 발효해야 한다.

가진자들만의 공고한 '앙시앵 레짐'을 더 말랑말랑하게 분해해야 한다.

 

비참한 사회 사회 상황을 향한 분노와 슬픔이 자본론을 쓴 동기(43)

 

이렇게 마르크스를 읽으면서 빵집을 연다.

한국 사회야말로 자본론을 읽어야 할 땅이다.

 

기술 혁신은 겨ㄹ코 노동자를 풍족하게 만들어주지 않는다.

자본이 노동자를 지배하고

보다 많은 이윤을 얻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65)

 

맞다. 이노베이션은 언제나 자본가의 편이다.

우리는 휴대폰을 통해서 1가구 1인터넷에서

1인 1인터넷의 비용을 자본가에게 바치고 있다.

 

제가 아는 제빵사는 대부분 코가 안 좋거나

피부가 상하더라고요.

잔류 농약 때문 아니겠어요?(78)

 

일터에서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상은 모두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사흘은 가게를 닫고

일 년에 한 달은 장기 휴가를 간다.(111)

 

좋은 가게다.

그렇지만 그들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물좋은 공간으로 이동한다.

인간이 더 겸손해져야 한다.

 

이 나라도 빵처럼

좀더 향기롭게 발효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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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여행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 - 한 손엔 차표를, 한 손엔 시집을
윤용인 지음 / 에르디아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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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참 많소

(그것도 나쁘진 않지만)

여행기를 쇼핑하는 사람들은 더 많소

(이렇게 죽어갑니다)(om의 녹턴)

 

김선우 시집에 이런 시가 이ㅆ었다.

여행기로 대신 가는 여행.

아마... 휴가 없는 국민으로 살아서 그럴게다.

 

여행...

낯선 곳에 가면,

작아진다.

외롭고 심심해 지는데, 그런 마음이 시의 마음이기도 하다.

 

내 그지없이 사랑하노니

풀 뜯고 있는 소들

풀 뜯고 있는 말들의

그 굽은 곡선

 

생명의 모습

그 곡선  

평화의 노다지

그 곡선

 

왜 그렇게 못견디게

좋을까

그 굽은 곡선!(그 굽은 곡선, 정현종)

 

여행은 직선의 시간이 아니다.

곡선의 마음으로 나비처럼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것이 여행이다.

그러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황동규)

 

영화 '편지'에서도 등장한 황동규의 '즐거운 편지'다.

약수동 편에서

<소중한 사소함을 찾아서>란 제목을 붙였다.

소중한 사소함... 예쁜 말이다.

그 사소함은 소중하다.

사랑이라 말하지 않아도, 그것은 표현되지 않은 사랑이다.

 

눈 앞을 가리는 꽃나무 가지를 쳐내자

황혼 빛 아름다운 먼 데 산이 보이네(초의선사)

 

아무리 좋은 것도

좀 멀리서 비껴 봐야한다.

여행은 그런 시간을 준다.

좀 게을러도 되는 시간.

최선을 다하지 않는 시간.

열심이 필요 없는 시간.

 

나 돌아갈 것이다

도처의 전원을 끊고

덜컹거리는 마음의 안달을

마음껏 등질 것이다.

 

나에게로 혹은 나로부터

발사되던 직선들을

짐짓 무시할 것이다

 

나 돌아갈 것이다

무심했던 몸의 외곽으로 가

두손 두발에게

머리 조아질 것이다

한없이 작아질 것이다

 

어둠을 어둡게 할 것이다

소리에 민감하고

냄새에 즉각 반응할 것이다

하나하나 맛을 구별하고

피부를 활짝 열어놓을 것이다

무엇보다 두 눈을 쉬게 할 것이다

 

이제 일하기 위해 살지 않고

살기 위해 일할 것이다

생활하기 위해 생존할 것이다

어두워지면 어두워질 것이다(도보순례, 이문재)

 

밝아지고

민감해지는 것의 반대가

여행에서 얻는 것이다.

 

석삼년에 한 이레쯤 천치가 되어,

사는 것을 배우는 일이

시를 읽는 일이고

여행을 하는 일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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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마음 - 개정판 카르페디엠 6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양철북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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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을 쓰는 하이타니 겐지로가

어른들에게 위로도 주고,

교훈도 될 이야기를 쓴다.

 

아이들이 귀엽다고 생각하는 어른이 좋은 어른 

억지쓰지 않는 사람, 바보같은 사람. (116)

 

어른스러우려 애쓰는 어른들 속에는 아이가 들어 있다.

어리석고

가볍고

억지쓰지 않는

바보같은 사람이 귀엽단다.

 

세상에는 부모가 헤어져서 불행한 아이도 많지만

헤어지지 않아서 불행한 아이도 많다는 말, 케스트너의 말(226)

 

누구나 어쩌다 부모가 되게 마련이다.

준비되지 않은 부모 역할은 늘 어렵다.

그렇지만 상처를 주면 안 된다.

 

어떤 생명이든 저마다의 삶이 있다는 걸 잊지 말자.(65)

 

고양이를 기르면서 느낀 이야기지만,

아이들이라도,

이혼한 사람들이라도,

저마다의 삶이 소중하다.

 

한쪽이 다른 한쪽에게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삶은 바람직하지 않아.

그러면 똑같은 일이 되풀이 될 테니까.(79)

 

예술가 아빠의 생각은 신선하다.

그렇지만, 신선한 만큼 아프다.

 

작품의 가치와 세상의 평가는 본질적으로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타락한다.(125)

 

비틀어진 세상에서

날카로운 견해도 보인다.

 

돈 좀 번다는 것들은 다 그래.

운 좋은 놈은 사업가고, 운 나쁜 놈은 범죄자거든.

벗겨 놓으면 다 똑같은데 말이야.(199)

 

이혼으로 심경이 복잡한 사람들이 읽어보면

자녀와 관계를 이어나가는 데도 도움이 될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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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턴 문학과지성 시인선 483
김선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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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에서 가장 예쁘게 슬픈 단어는 '화비'였다.

꽃비가 떠올랐다.

 

花, 飛, 花, 飛

내 눈동자에 마지막 담는 풍경이

흩날리는 꽃 속의 당신이길 원해서

그때쯤이면 당신도 풍경이 되길 원하네(花飛, 그날이 오면)

 

잘 놀다 갔다

완전한 연소였다(花飛, 먼 후일)

 

누구나 죽는다.

그의 나이 아직 쉰도 안 되었지만,

벌써 부르는 녹턴은 깊다.

 

꽃이 떨어지듯

마지막 풍경을 대할 때,

당신이라는 풍경이 있기를 원하는 정도의 욕심,

그리고 완전 연소라는 다부진 꿈의 욕심.

조금 더 힘을 빼도 좋으리.

 

마지막까지 너희는 이 땅의 어른들을 향해

사랑한다, 사랑한다고 말한다

차갑게 식은 봄을 안고 잿더미가 된 가슴으로 운다

잠들지 마라, 부디 친구들과 손잡고 있어라

살아 있어라, 산 자들이 숙제를 다할 때까지(봄의 이름을 찾지 못하고 있다)

 

차가운 봄 바다에 잠긴 꽃들,

사랑한다던 영상이나 문자와

국가의 억압을 통해

어른들은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떠올렸다.

그래서 겨우내 눈을 맞고 얼어가면서 주말마다 광장을 지켰다.

두려운 겨울이었다.

 

참 좋은 날이야

내가 하찮게 느껴져서

참 근사한 날이야

인간이 하찮게 느껴져서(바람의 옹이 위에 발 하나를 잃어버린 나비 한 마리로 앉아)

 

가볍다.

더 가볍고 하찮게 살아야 한다.

그런게 밤의 노래, 녹턴이다.

 

여행기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참 많소

(그것도 나쁘진 않지만)

여행기를 쇼핑하는 사람들은 더 많소

(이렇게 죽어갑니다)(om의 녹턴)

 

am과 pm도 아닌 om은

오옴~~~하는 소리이기도 하고,

제3의 시간이기도 하다.

혼자만의 시간일 수도 있다.

 

주인 없는 개, 라는 말을 들을 때 슬프다

주인이 없어서 슬픈 게 아니라

주인이 있다고 믿어져서 슬프다

 

개의 주인은 개일 뿐인 거지

개와 함께 사는 당신은 개의 친구가 될 수 있을 뿐인 거지

 

이 개의 주인이 누구냐고요?

그야 개, 아닐는지?

 

이 개가 스스로의 주인이 될 수 있게 해주는 사람이라면

사랑을 아는 좀 멋진 절친쯤 될 수 있겠소만(견주, 라는 말)

 

김선우가 확 나이들어버린 느낌이다.

어떤 면에서 실망이고(이전의 여성성을 노래하던 패기넘치는 시인은 어디로 가고)

어떤 점에선 획득이다.

 

아마도,

죽음의 땅에서 - 강정에서, 진도 앞바다에서

너무 혼을 빼고 울 수밖에 없는 시대여서,

눈물난다...는 말보다

시를 뱉을 수 없는 불임이어서,

여성성이 사라진 녹턴의 황혼을 노래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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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나를 안아 준다 - 잠들기 전 시 한 편, 베갯머리 시
신현림 엮음 / 판미동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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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명한 시인들이 이런저런 시들을 엮어서 책을 내는 것이 유행인가.

이 책은 세계 여러 나라 시인들의 시를 만날 수 있게 해준다.

마음을 저릿하게 하는 시도 있고,

그림과 엮여 황홀경을 맛보게 하는 시도 있다.

 

 

흑설탕 듬뿍 발린 맛동산을

오도독 오도독 먹으면서

나는 이렇게 성장했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연못처럼 뜨겁고 매끄러운

이끼 같은 녹색 차를 마시면서

나는 이렇게 건강해졌다

생각보다 딱딱하고 생각보다 사르르 녹는

갓 구워낸 도넛을 먹으면서

입 주위에 보슬보슬 설탕을 묻히며

나는 이렇게 용감해졌다

무수한 날들의 간식을

무수한 날들의 기쁨을

깨물고 뜯고 빨고 맛보고 바라보고

핥고 씹고 넘기면서

나는 이런 인간이 되었다(간식시간, 에쿠니 가오리)

 

이런 맛있는 시를 읽으면 좋은 꿈을 꿀 수 있겠다.

 

고독한 시간이 없으면/ 시간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다

시간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인간의 의미도 이해할 수 없다(수잔나 타마로)

 

당신이 다른 사람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은

그와 삶을 공정하게 나누는 것만이 아니라

그의 고유한 것을 인정해주는 것도 포함된다.(디즈레온리)

 

잠이 잘 올 듯한 구절들이 많다.

그런데 좋은 구절을 만나러 돌아다니다 보면 잠이 깰지도 모르겠다.

 

인간은 사회에서 어떠한 일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영감은 오직 고독에서 얻을수 있다.

당신이 하는 것,

꿈꾸는 것은 모두 이룰 수 있으니, 지금 시작하라.(괴테)

 

꿈은 희망이기도 하다.

 

어떤 눈물은 너무 무거워서

엎드려 울 수밖에 없다(신철규, 눈물의 중력)

 

세상에 홀로 우는 것은 없다

혼자 우는 눈동자가 없도록

우리는 두 개의 눈으로 빚어졌다(이현호, 세상의 모든 울음은)

 

울다가도 잠이 들 것이다.

 

사랑은 사고파는 물건이 아닙니다

거저 주는 것이지요.(프란체스코 교황)

 

눈에 걸리지 않고 스치는 시들도 많다.

그림들도 그렇다.

 

그렇지만 세상에 모든 사람 얼굴이 기억에 남으면 잠을 못잔다.

그리운 이는

한 명도 너무 많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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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2017-03-28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 너무 맛깔나네요

글샘 2017-03-29 15:41   좋아요 0 | URL
네 좋은 시들은 세상에 참 많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