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생물 탐구 여행 - 생물을 잘하게 되는 책 공부를 잘하게 되는 책 시리즈 7
오오시마 다이로오 지음, 엄기환 옮김 / 태을출판사(진화당)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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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까지는 과학을 참 재미있어 했는데, 고등학교 가서 과학, 특히 화학에는 취미를 싹 잃었다.

가장 큰 요인은 교사 요인이었다. 화학 선생님은 수업은 10분하고 40분을 잔소리하는 선생님이었는데, 한번은 숙제를 안 해왔다고 40명 가량의 학생이 40대 정도를 맞은 일도 있다. 그 수업을 3년간 들었더니, 화학에 대해서는 혐오감을 갖게 되었다.

그런 반면 생물은 정말 흥미진진한 세계였다. 내가 문과로 와서 생물은 시험 칠 정도 간단히만 배웠지만, 생물에 관련된 책은 좋아하는 편이다. 어른이 되어서도 오파린의 생명의 기원도 읽었고, ~~ 생물 여행 같은 책도 읽은 적도 있다.

이 책은 엄밀히 말하면 <생물을 잘 하게 되는 책>도 아니고, <즐거운 생물 탐구 여행>도 아니다. 제목이 잘못된 책이다. 이 책은 <생명의 기원>이다.

물론 생물의 기본은 생명의 기원이지만, 그것을 생물학 전체인 양 제목을 붙인 것은 잘못이란 이야기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공부가 의학 중에서도 생명의 신비에 관련된 분야다. 내가 로또가 걸려서 아무 직업없이 공부만 할 수 있다면, 세포의 신비, 그런 것을 공부해 보고 싶다.

우리의 세포는 정말 신기하지 않은가. 그 작은 세포 하나가 모두 막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런데, 그 세포막은 모든 자연의 질서를 무시하고, 세포의 생존에만 관심을 갖는다. 반투막이란 존재의 신비로움, 인체의 신비로움은 영원한 공부의 대상이 아니겠는가.

난 지구가 몇십 억년 전에 태어났고, 공룡이 수십 억년 전에 살았던 것에 관해서는 별로 재미없다. 생물체, 그것도 인체의 신비로운 활동 구조가 신비로울 따름이다.

이 책이 워낙 오래 전에 절판되어 사서 볼 사람은 없겠지만, 책을 낼 때는 제발 제목에 신경쓰기 바라고, 나도 제목만 보고 책을 빌리거나 사는 일을 주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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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시일反 - 10인의 만화가가 꿈꾸는 차별 없는 세상 창비 인권만화 시리즈
박재동 외 지음 / 창비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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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이런 것이 뭘 할까? 그저 놀고 먹는 공무원들이 수두룩하게 밥통차고 앉은 데가 아닐까... 했는데, 전에 학생들의 신상 일체의 생활기록부를 전산화한다고 이 기관이 유명해 졌던 적이 있다. 올해는 초딩들 일기 검사가 인권 침해라고 하는 판결을 내어서 신선하기도 했고...

그런 국가기관에서 만화가 10명과 결탁하여 책을 펴냈다. 옛날엔 국가 기관에서 만든 만화는 모조리 반공 만화 일색이었는데... 세상 많이 좋아졌다.

내로라하는 시사만화가들이어서, 짧은 그림 속에 깊은 생각을 담고 있다.

우리 주변의 차별받는 사람들, 여성이어서, 돈이 없어서, 외국인 이주 노동자여서, 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이런 사람들을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진정 사람사는 사회에 대물림 되어야 할 것은 피나 유전자가 아닌,

<사람의 행복>이라는 것을 웅변할 수 있는 책은 드물지 않을까...

성적 소수자들의 고민, 장애를 가진 학생들의 고민, 고통받는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의 불안하기 짝이 없는 하루 하루의 삶.

인간은, 정말 이상한 동물임에 분명하다. 경쟁과 생존을 위한 투쟁은 어느 세상에서나 있게 마련이지만, 인간처럼 자기보다 조금 약하거나 자기와 좀 다른 존재를 <존재>로 인정하지 못한다.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취급하면서 나의 <존재>만을 부각시키려 하는 존재다.

박재동의 만화 <그런 건...>은 오래 내 맘을 짠하게 한다.

가슴을 활짝 열고,
푸른 하늘을 보고 웃고,
앞날을 꿈꿔보고, (가수? 디자이너?)
친구들과 즐겁게 얘기하고 장난 치다가,
유리창을 깨도 용서받을 수 있고
싫은 건 싫다고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건 공부 잘 하는 애들이나 할 수 있는 거야.
공부도 못하면서 왜 당당하게 살고있는 거야, 왜!"

하면서 출석부로 머리를 치는 그 교사는 바로 나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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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현상 2005-09-21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부도 못하면서^^
학생 때 기억으로는 데모도 공부 잘하는 애들이 해야 되는 거였죠^^

코마개 2005-09-21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나이 되어서 깨달은 점은 공부 잘해봐야 소용없고, 좋은 대학 가봐야 소용없고, 그저...인생 때깔나게 즐거워서 죽을만큼 즐기는 법을 먼저 고민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겁니다.
공부 못하면 어때...

릴케 현상 2005-09-21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런 건 공부 잘해 본 사람이나 아는 건데^^

글샘 2005-09-22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공부를 못해본 사람은 그게 평생 한이 된답니다. 그래서 공부 안 해본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공부하란 소리만 한다잖아요...^^

비로그인 2005-09-25 0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봤는데, 눈물이 나려고 하더라고요. 슬펐어요.
 
공자 노자 석가 - (양장)
모로하시 데쓰지 지음, 심우성 옮김 / 동아시아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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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하시 데쓰지가 100세에 쓴 '공자, 노자, 석가'란 책은 세 사람의 사상을 대화체로 쓴 특이한 책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세 사람(이건 사람이 아니라 한 시대를 풍미했고, 아직도 유효한 동양 철학의 거봉들이다.)의 사상을 잘 이해할 수 있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안이한 착각을 가지고 책을 펼쳐 들었다.

지난 겨울 이래로 관심을 갖고 읽고 있는 불교에 관한 내용과, 올여름 천착했던 노자, 그리고 별로 읽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읽어야 하는 공맹의 사상. 이것들을 나름대로 정리한 것을 읽을 수 있을 것으로 한껏 기대하고 펼친 책 치곤,... 실망이다.

세 사람의 대화 형식으로 이끌어 내기에는 그 사상들이 가진 무게를 달 저울이 불량해서일까, 책을 읽으면서도 시종 불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경우에 따라 용수철 저울을 써야 하는 경우도 있고, 전자 저울을 써야 하는 경우도 있으며, 스프링 저울을 쓸 수도 있을 것인데, 이걸 하나의 저울대에 올려 버리니깐, 뭔가 이도 저도 아닌 느낌이다.

특히 공자의 가계와 그 행적에 대한 부분은 저자가 그 분야에 관심이 많음을 드러내 주는데, 석가의 출생과 출가는 이미 종교 속의 이야기로 신화화된 것이고, 노자는 그 신화 속에도 잘 드러나지 않는 족적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의 성과라면, 공자 노자 석가의 책 중에 내가 가장 읽지 않은 것이 공자의 책인데, 저자가 공자에 가장 천착하고 있는 듯하여 읽을 거리가 부족하진 않았다.

그러나, 적어도 동양의 삶에서, 특히 중국의 삶에서 가장 처절한 전쟁 시기였던 춘추 전국시대란 시간적 공간적 배경을 떠난 공자와 노자는 불교의 석가처럼 <시공을 초월한 원형성>을 갖기 어려운 점을 저자는 간과한 것이 아닌지...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일본에서 자랑스레 생각하는 학자라는 저자에게 내가 시비를 걸 생각은 별로 없지만, 이 세 분의 이야기를 한 권으로 묶으려는 발상은 신선하긴 하지만, 그리고 상당히 어려운 작업임에 틀림이 없지만, 그다지 성공하지 못할 작품인 것으로 내겐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에 너무도 형식적인 절차만을 남겨둔 유교에서 아직도 취할 것이 있을 것이고,
전국 시대가 아니더라도 다투지 않는 것은 세상 사는 훌륭한 처세일 수 있을 것이며,
무병 장수를 바라는 사람들에게 덧없음을 깨닫게 해 주는 종교적 명상은 삶을 비옥하게 해주는 면에서 모두 가치로운 것이다.

그렇다고 그것들을 묶어서 특별히 시너지 효과를 얻기엔 이 책의 본 의도가 미흡한 것이 아니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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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앞두고 ‘더 일했어야 했는데’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그들은 모두 ’다른 사람들을 좀더 배려했더라면....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마음을 썼어야 하는데...‘라고
뒤늦게 깨닫고 후회한다.
- 해럴드 쿠시너 (랍비)
사람은 모두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갑니다.
공수래 공수거(空手來 空手去)라는 옛말은
‘이승에 살 때 너무 욕심 내지 말고
남과 더불어 나누어주며 살아야 된다’는
가르침을 우리에게 주고 있습니다.

생을 마칠 때 다른 것은 다 놓고 가지만,
타인에 대한 사랑과 그들이
우리에게 베푼 사랑만은 가져간다고 합니다.
주위 분들에 대한 더 많은 배려와
사랑을 베풀기 위한 욕심을 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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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감옥 올 에이지 클래식
미하엘 엔데 지음, 이병서 옮김 / 보물창고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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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제일 발칙한 상상이다. 스스로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까지 가진 자동차라니... 논리적으로 보아서는 불가능한 이야기다. 주차 공간이란 당연히 차보다는 커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 자동차 안에 그 공간을 가져야 하므로 자동차보다 작아야 하는... 이런 것을 역설이라고 하겠지.

이 소설집의 제목도 자유의 감옥이니, 그야말로 역설의 환타지라고 할 수 있다.

한용운 스님의 "복종"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 더 달콤합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가 없는 까닭입니다.

자유와 복종은 기실 전혀 반대의 개념인 듯이 보이지만, 그 상통하는 면에서는 다른 언어보다 아주 가깝다는 이야기. 그래서 사랑의 반대는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라 했던가. 사랑과 미움은 서로 감정을 가지고 교감해야 하는 것이므로...

삼순이를 보지 않은 나로서는 <모모>가 왜 그토록 유명해졌는지를 알지 못하겠지만, 우리 나라 사람들의 천박한 인문학적 배경을 일깨워주는 <모모>가 아닐까 한다. 삼순이가 봤으면 나도 봐야 되는 독특한 나라. 성질 더럽고 급하고 잘 부딪히는 우리 나라 사람들을 주역 풀이한 어떤 책에서 <건>으로 보았다. 여섯 개의 작대기가 모두 <양>이라는 것이다. 일리 있다. 사랑을 하면 화끈하게 한다. <모모>도 그 영향을 입은 듯.

전에는 <모모>가 은근히 데워주는 군불처럼 읽히던 책이었는데, 삼순이가 뿌린 휘발유 덕에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이 되어버렸다.

미카엘 엔데의 자전적 소설까지 포함된 소설집이었다.

모모를 생각하고 읽었던 끝없는 이야기가 좀 지루했듯이, 마찬가지로 모모에 대한 환상을 가진 내가 읽기에는 이 책은 터무니없이 지겨웠다. 물론 환타지 소설 특유의 상상력은 재미있기도 하지만, 미하엘 엔데의 내면 세계를 여행하기에 내 영혼은 너무 통속적이거나 선입견으로 가득차 있는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이야기, 길잡이의 전설이란 단편은 어떻게 엔데라는 작가가 탄생하였는지를 잘 보여주는 이야기인데, 원제목이 미하엘의 전설인 걸로 봐서 스스로도 자서전적 소설로 인식하고 있는 듯 하다. 아무튼 읽는데 좀 지겨웠고, 별로 권하고 싶지 않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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