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살예수 -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창조적 만남
길희성 지음 / 현암사 / 200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철학자이자 종교학자인 저자는 기독교인이다. 그러나 불교에 관심이 많다. 그 이유는 불교가 폭력적이지 않아 사람들에게 안정을 주는 종교이며, 수양의 한 방법으로 널리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제목을 보면 기독교적 입장에서 본 불교... 정도로 볼 수 있겠다. 우리 나라처럼 특이한 상황의 기독교. 왜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되었는지... 이런 것들을 저자는 차근차근 짚어 보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짧은 기간에 가장 많은 신도가 믿고 있다는 기독교, 그 어마어마한 규모의 예배당의 건축. 믿쓥니까? 믿쓥니다... 풍의 전도와 예수믿고 천당갑시다 류의 비명, 서울 지붕 위의 붉은 예수들... 상가 안에 가득 들어찬 교회, 교회들... 기독교의 본질과는 상당히 변형된 우리의 교회가 배타적으로 여기는 불교의 장점들을 나름대로 잘 짚고 있다.

아마도 기독교인들이 본다면 이런 종교 혼합주의나 일신교에 대한 모독으로 여겨 불쾌할지도 모른다. 내가 보았던 폭력적인 기독교인들이라면 이 책을 쌓아놓고 불이라도 지르고 싶을는지도 모르고...
이단 옆차기 잘하던 스님들이라면 이런 제국주의적 미션에 대해서 소림사의 전투적 무술을 들이대고 협박할지도 모르겠다.

수천 년간의 종교적 역사를 하루 아침에 뒤집어 엎은 우리의 기독교 교회사...

하느님과 예수는 증발하고 <하나님>과 <교회>만 남은 것으로 보여 나는 발을 끊은 그 교회 안에서 공부하는 자로서의 보살 예수의 모습을 만날 수만이라도 있다면, 교회에 나가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해 보고자 한다.

올해 읽고자 했던 성경을 아직 읽지는 못했지만, 세계적 종교인 불교와 기독교가 반목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즐거이 만나는 이런 책들을 만난 것은 하나의 큰 기쁨이다.

내가 특별한 종교를 갖지 않았으면서도, 불경을 많이 읽었고 성경도 많이 읽었으며 과거에 교회, 성당에도 다닌 적이 있었을 정도로 우리 나라는 종교에 대한 면역이 약한 나라일 수도 있다. 면역이 약하다 보니 그 저항하는 강도가 심할 수도 있겠고...

타 종교에 대해 대립하고 비장하던 독단적인 책이 아닌 이 책은, 화합을 위한 밑거름이 될 만한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류시화 엮음 / 오래된미래 / 200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 5년쯤 전에, 류시화가 엮은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을 감명깊게 읽고 수업 시간에 아이들에게도 많이 읽어주었던 기억이 난다.

정말 얼마나 우리가 아는 것이 부족한가 말이다.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이 적은지... 지나 놓고 나면 늘 후회뿐인 우리 삶에, 잠언 시집들은 일깨움을 주는 감로수와 같다.

삶에서 필요한 것을 나열한다면 끝도 없을 수 있지만, 사실 나는 몇 가지 적을 것이 없고, 별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다만 지금 내가 살아 있을 것. 그 외에는....

삶에서 우리가 알아야 하는 단 한 가지는 <이것 또한 지나간다>는 것. 그래서 우리 삶은 멀리서 본다면 한 조각의 <퀼트> 작품처럼 그렇게 완성된다는 그런 것을 미리 알려주는 이 책은 널리 읽히고 싶은 책 중 하나다. 몇 가지 시들을 적어 본다.

삶을 하나의 무늬로 바라보라. 행복과 고통은 다른 세세한 사건들과 섞여들어 정교한 무늬를 이루고, 시련도 그 무늬를 더해 주는 색깔이 된다. 그리하여 마지막 순간이 다가왔으 ㄹ때 우리는 그 무늬의 완성을 기뻐하게 되는 것이다. <아메리칸 퀼트>에서...

그때 왜... 저 사람은 거짓말을 너무 좋아해. 저 사람과는 결별해야 겠어. 하고 결심했을 때, 그때 왜 나의 수많은 거짓말했던 모습들이 떠오르지 않았지? 저 사람은 남을 너무 미워해. 저 사람과는 헤어져야겠어. 하고 결심했을 때, 그때 왜, 내가 수많은 사람을 미워했던 모습들이 떠오르지 않았지? 저 사람은 너무 교만해. 그러니까 저 사람과 그만 만나야지. 하고 결심했을 때, 그때 왜, 나의 교만했던 모습들이 떠오르지 않았지? 저 사람은 너무 이해심이 없어. 그러니까 저 사람과 작별해야지. 하고 결심했을 때, 그때 왜, 내가 남을 이해하지 못했던 모습들이 떠오르지 않았지? 이 사람은 이래서, 저 사람은 저래서 하며, 모두 내 마음에서 떠나보냈는데, 이젠 이곳에 나 홀로 남았네... 김남기...

어느 날 페르시아의 왕이 신하들에게 마음이 슬플 때는 기쁘게, 기쁠 때는 슬프게 만드는 물건을 가져올 것을 명령했다. 신하들은 밤새 모여 앉아 토론한 끝에 마침내 반지 하나를 왕에게 바쳤다. 왕은 반지에 적힌 글귀를 읽고는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만족해 했다. 반지에는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슬픔이 그대의 삶으로 밀려와 마음을 흔들고 소중한 것들을 쓸어가 버릴 때면 그대 가슴에 대고 다만 말하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행운이 그대에게 미소 짓고 기쁨과 환희로 가득할 때 근심없는 날들이 스쳐갈 때면 세속적인 것들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이 진실을 조용히 가슴에 새기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랜터 윌슨 스미스...

우리 시대의 역설... 건물은 높아졌지만 인격은 더 낮아졌다. 고속도로는 넓어졌지만 시야는 더 좁아졌다. 소비는 많아졌지만 더 가난해지고, 더 많은 물건을 사지만 기쁨은 줄어들었다. 집은 커졌지만 가족은 더 적어졌고, 학력은 높아졌지만 상식은 부족하고 약은 많아졌지만 건강은 더 나빠졌다. ....가진 것은 몇 배가 되었지만 가치는 줄었다... 더 빨라진 고속 철도, 더 많은 광고 전단, 그리고 더 줄어든 양심, 쾌락을 느끼게 하는 더 많은 약들, 그리고 더 느끼기 어려워진 행복... 제프 딕슨이 처음 인터넷에 이 시를 올린 뒤, 많은 사람들이 한 줄씩 덧보태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는...

이런 좋은 글들을 만나게 되는 아침이면 마음이 서늘하다. 감사할 일이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4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혜덕화 2005-09-08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는 제게는 삶의 화두와 같은 시입니다.
올 여름 치과에 가서 그 무서운 치과 의자에 앉아서 제 자신에게 되뇌인 말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그 고통스러운 과정도 빨리 끝나는 것 같더군요. 두렵거나 걱정되는 일이 있을 때 이 시는 정말 힘이 됩니다.^*^

글샘 2005-09-09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삶 전체를 두고 본다면, 색즉시공의 지혜가 눈에 들어 오게 하는 시라고 생각합니다. 기쁠 때고 슬플 때도 반지에 새겨 두고 반야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좋은 말이지요.

해콩 2005-09-09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곧 人生無常이라는 뜻이지요.. ^^
무엇이든 '변하게 마련이라는 사실'이 불행이기도 하지만 또한 동시에 다행이기도한, 기막힌 역설!!
"모든 게 흘러가고 변해서 불행하지만 정말 다행이예요" ㅋㅋ
 
만화로 보는 태양인 이제마의 사상의학
송일병 지음, 김경호 그림 / 두산동아 / 2002년 8월
평점 :
절판


이제마의 사상의학이 한창 유행이던 때도 있었다. 텔레비전을 잘 보지 않는 나로서는 누가 유행을 시켰는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무슨 야채를 들고 손의 힘이 세 지니 마니 하면서 태양인, 태음인, 소양인, 소음인을 구별하려고 하던 기억이 난다.

해방 후 미국 일변도로 진행되던 우리 의료계에서는 한의학을 억눌렀던 적도 있었다. 80년대에 나온 동의보감이란 소설이 인기를 끌었던 적도 있었고, 사상 의학이 국민 건강을 책임질 듯이 설치던 때도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보면, 사상 의학이 유교의 발현이고, 한의학과는 명확한 구별을 보이려는 것 같지만, 많은 부분 한의학과 상통하는 면도 있는 듯 하다.

아무튼 한의학이 증치 의학, 즉 증상을 보고 치료하려는 의학인 반면, 사상 의학은 스스로 자신의 몸을 알고 조절하는 데 비중을 둔 예방 의학이란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 하겠다.

접근법이 다른 만큼 강조하는 것이 다르다. 사상 의학이 인기인 이유는, 체질을 알고 그에 맞춰 기질을 기르고 음식을 보양하면 스스로 자기 몸을 다스려 나갈 수 있으리라는 믿음에서 연유하는 것이고, 그러므로 사상 의학은 전문가의 그것만이 아니라 일반인의 관심사가 되고, 일반인에게 널리 알리려는 책도 상당히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음양화평지인. 말 그대로 몸과 마음의 음과 양이 중용을 이룬 상태가 인간의 이상이라면, 우리의 몸과 마음은 늘 음과 양으로 시소를 타는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자기의 약점을 미리 알고 자기에게 해가 되는 상황을 미리 체크해 보는 것은 꼭 의학적 약리적 관점이 아니더라도 처세의 관점에서도 나름대로의 준비가 되리라 생각한다.

사상 의학, 사상 체질 같은 데 너무 무지한이라, 언제 공부를 좀 해야지... 했는데, 이 책으로도 상당히 도움이 되었다. 발도르프 학교의 네 가지 기질론도 사상 체질과 상통하는 면이 있는 듯도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주역의 과학과 도
김기현, 이성환 지음 / 정신세계사 / 2002년 7월
평점 :
절판


도리도리는 도의 이치, 혹은 도가 나온다는 뜻이다. 황제 내경에서 머리는 둥글고 머리는 우주를 본떠서 둥글다고 하는데, 머리를 돌리는 것과 '도가 나온다'는 것이 일치함을 가르친다. 도리도리의 목적은 근육을 제어할 수 있는 두뇌 발달을 촉진시키기 위함이겠으나 거기에 철학적 의미까지 부여하여 그런 이름을 붙여준 것이다.

도리도리를 할 줄 알면, 다음은 짝짜꿍을 시킨다. 이 말을 반복하면 아기는 손뼉을 치며 좋아한다. 짝짜꿍은 '짝을 맞추어 쿵하는 소리를 낸다.'는 뜻. 음양의 화합을 뜻한다. 목보다 더 분화되었으나 손가락보다는 덜 섬세한 팔의 근육을 움직이는 행동을 통해 뇌의 발달을 촉진시키기 위한 동작이다.

아기가 이 두가지 동작을 배우면 '도리도리'와 '짝짜꿍'을 구분할 줄 아는데, 둘을 구분할 줄 안다는 것은 음양을 분별할 줄 알게 됨을 의미하며, 뇌의 판단 기능도 발달된다.

이 다음엔 '쥐엄쥐엄'을 시킨다. 이것은 양 주먹을 쥐었다 펴는 도작으로 보다 분화된 근육인 손가락 운동을 시켜서 뇌의 미세한 통제 기능을 발달시키기 위한 동작이다. 우주에 해당하는 머리를 처음 돌리기 시작하는 봄의 작용과 손뼉을 치며 동작을 크게 하며 좋아하는 여름의 작용 다음에 오는 쥐엄쥐엄은 가을에 오는 작용에 해당하는 동작이기도 하다. 여름 동안에 분산된 에너지를 보자기로 싸서 수렴하여 물질로 만드는 가을의 작용을 상징한다.

다음엔 '곤지곤지' 왼손바닥을 펴 오른손 검지로 반복해서 닿게하는 동작. 곤지는 팔괘의 곤괘이고, 지는 도달한다는 뜻이다. <땅에 이른다> 하늘의 도가 땅에 이른다는 뜻이다. 아주 미세한 신경망이 구성되어야 가능한 동작이고 이런 동작을 반복하여 오차가 없는 안정적 신경망이 구성된다.

이번 방학을 이용하여 읽은 책 중 가장 재미있었던 책이다. 물론 그 재미란 것은 흥미와는 전혀 다른 재미.

주역을 해설한 책을 몇 권 읽어 보았으나 괘의 설명에 치중한다거나, 바로 해설에 들어가 버린다는 단점이 있다. 아니면 너무 옛날 말투로 한자를 수북하게 나열하면서 작은 글씨로 우리를 기죽이는 책들이 대부분이다.

이 책은 젊은 한의사들이 쓴 책이다. 젊다고 해도 이젠 40대 후반이나 된... 그 나이에 든 분들이 한의학을 배우던 시절만 해도 양의에 밀려 한의는 <불법의술> 취급을 받던 시절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음양과 사상의학, 이런 것들과 <현대 과학>의 간극을 느끼면서, 모호한 동양의 주술적 <역경>과 빛나는 메스의 해부대 아래서 자본의 힘을 휘두르는 <양의> 사이를 수백번도 더 오락가락 했을 것이다.

이즈음 한의학을 배우는 아이들은 참으로 좋겠다. 이런 책들로 쉽게 과학적 주역을 접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은 그야말로 주역의 과학성, 우리 한의학의 과학성을 알기 쉽게 적은 책이다.

대부분의 한의학 서적들이 한자로 휘갈기는 성향이 있는 데 반해, 이 책은 한글 전용으로 쓴 주역이고, 한글 전용으로 쓴 한의학 개론서다.

아, 갑자기 한의학 공부가 하고 싶어지게 만든다. 내 나이 40인데 새로이 대학을 들어갈 준비를 한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어늘, 게다가 요즘 천정부지로 높아만 가는 한의대 점수를 생각하면 가마득 하기만 하지만... 정말 맘 먹고 공부를 한다면, 해보고 싶은 공부가 한의학 공부다.

이 책을 절반도 이해하지 못했는지도 모르지만, 올 여름 밤 늦게 낑낑거리며 괘를 그려 보고 음양과 오행, 사상에 따라 그 의미를 새겨 보는 일은 이적지 경험하지 못한 수학적 체험이었다.

모든 논리학의 처음에 기호학이 있고 수학이 있듯이, 주역은 가장 심오한 논리학이고 기호학이고 수학이며, 이 책은 한의학의 입문자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훌륭한 책이었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역경>에 가까이 가 보기만이라도 했으랴마는, 이 책을 만난 덕분에 그 냇물에 멱감고 따사로운 역경의 햇살 속에서 뒹굴어본 시간이 아스라이 그립다. 과거에 태어나지 않은 것이 이런 책을 만날 때면 정말 고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 위대한 영혼이여
바람결에 당신 목소리가 들려 옵니다.
천지에 생명의 숨결을 불어 넣으시는 당신이시여.
제 말씀을 들어 주소서. 작고 미약한 이 몸은
당신의 힘과 지혜가 필요하나이다.

제가 아름다움에 잠긴 산책을 하게 하시고
영원히 이 눈이 자줏빛 붉은 석양에 가 닿게 하소서.

이 손으로 당신 창조물들을 경탄하게 하시고
이 귀가 당신 목소리를 향해 늘 열려있게 하소서.

당신께서 제 종족에게 가르치신 것들을
이해할 수 있는 현명함을 제게 주소서.

모든 잎사귀와 바위 뒤에 감추신
당신의 가르침에 제가 다가갈 수 있게 허락하소서.

제가 힘을 구함은 형제보다 위대해지려는 까닭이 아니라
가장 무서운 적, 바로 제 자신을 무찌르기 위함입니다.

언제나 당신 앞에 나아갈 준비로
두 손을 순결하게 두 눈을 정직하게 하겠나이다.

그래서 생명이 시들 때, 스러지는 저 노을처럼,
부끄러움 없이 제 영혼이 당신께로 이르겠나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