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를 적어 보려 했더니 오래된 책이라 알라딘에서 검색이 되지 않는다.

라즈니쉬는 신비주의자라 생각했었기 때문에 이적지 읽은 적이 별로 없다. 옛날에 배꼽 같은 책을 읽었을 뿐.

이 책은 1991년에 나온 책인데 430페이지가 넘는데 가격은 4500원이었다. 지금은 책값에 너무 거품이 심하다.

총 열 다섯 챕터로 이루어진 이 책은 차근차근 명상을 하면서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도 성마른 내 성질이 참아내질 못해서 사 나흘 동안 읽고 말았다.

그래도 제법 천천히 읽는다고 읽었다.

나를 찾는다는 것은 나를 잊는 것이다.

나는 생뚱맞게 비어져 나온 돌연변이가 아니고, 이 자연의 한 부분으로서의 <나> 니깐.

도는 찾는 다고 내게 떡하니 나서서, 나 여기 있다... 하는 것이 아니다.

때때로 쉬고 있을 때 그것은 소리없이 온다.
때때로 자고 있을 때 그것은 형체없이 온다.
때때로 길을 걸을 때 그것은 조건없이 온다.
새벽녘 태양이 떠오르는 것을 볼 때,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단지 보고 있을 때,
혹은 추운 밤 호수 위를 비치는 달빛이 고요할 때,
꽃이 그 자신의 봉오리를 열어 보일 때,
수용적일 때,
단지 보고 있을 때, 그것은 다가와서 그대를 가득 채운다.

그리고 그는 종교보다도 조화로운 생각을 이야기한다.

나는 신과의 공존 상태.
나는 전체와 함께 숨쉰다. 그것이 그대를 어디로 이끌더라도
구름처럼 따르라.
신과 함께 행동하라.
전체 속에 그대의 전체를 맡겨라.
기억해 둘 것은
반대편에 있는 두 언덕 어디에서나
침묵이
균형이
조화가
그대와 함께 하는 것 그것이다.

신비주의자로 생각했던 그의 글을 읽다 보면, 내가 그간 얼마나 편벽된 시선으로 세상을 보았는지를 생각한다. 유물론자들이 말하던 관념론자의 글에 탐닉하는 나를 보면서, 객관에 대해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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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락 한알 속의 우주
장일순 지음 / 녹색평론사 / 199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장일순은 글을 남긴 것이 별로 없다. 이 책에도 글은 별로 없고 여기 저기서 대담한 내용을 모아 놓는다.

하는 일 없이 안하는 일 없으시고
달통하여 늘 한가하시며 엎드려 머리 숙여
밑으로 밑으로만 기시어 드디어는
한포기 산속 난초가 되신 선생님
출옥한 뒤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비록 사람자취 끊어진 헐벗은 산등성이
사철 그늘진 골짝에 엎드려 기며 살더라도
바위틈 산란 한포기 품은 은은한 향기는
장바닥 뒷골목 시궁창 그려 하냥 설레노니
바람이 와 살랑거리거든 인색치 말고
먼 곳에라도 바람따라 마저 그 향기 흩으라.

김지하 시인의 <말씀> 전문이다.

이 시만 보더라도 무위당이라는 호에서 드러나듯, 노자의 팬임을 감추지 않는 분이다. 그리고 전우익 할아버지처럼, 권정생 할아버지처럼 살아가고자 하셨다. 그러나 시대는 그분을 그저 두진 않으시고...

90년대 초반, 죽음의 굿판을 집어 치워라!고 죽음의 배후 세력 운운하여 욕을 배불리 먹은 김지하가 선배님으로 스승님으로 삼은 원주 사람.

칠십년대부터 한살림 운동으로, 피폐해져 가는 농촌에서 우리의 미래가 삶을 위한 것이 아니라 죽음을 위해 마련된 것으로 전개될 것임을 알아 보았던 이. 그래서 그는 유위보다 무위의 삶을 옹호한다.

독재정권에 맞서 계란으로 바위치던 그 운동의 시대에 '유니폼은 같이 입고 속에서 매일 싸우는 同而不和여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를 서슴없이 하시던 분. 내가 대학시절 이런 분의 이야기를 만날 수만 있었더라도 그렇게 피폐한 대학 시절을 보내진 않았을 것을. 대학생이던 나를 그토록 미워하진 않았을 것을... 논어에 나오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의 마음으로 온 인간을 위해서 자기를 통제하라는 운동의 자세를 이야기하던 분.

세상 살이는 동고 동락의 과정이어서 공생도 각자를 긍정해 주는 것이어야 하며, 고와 락이 함께 있어야 하는데, 요즘은 공생이라면서 고는 없이 락만 추구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는 21세기를 살아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나이 들어 암에 걸려서도, "암은 시대의 병인걸. 자연도 지구도, 자연 전체가 암을 앓는데, 사람도 하나의 자연인데 왜 암이 안 걸리겠는가. 병을 앓는 것이 벼슬하는 것이다."시며, 순리로 받아들이시는 모습을 보고, 눈물이 짠하니 나는 것은, 정신 맑은 선비를 만난 기쁨과 그런 분이 남기신 글이 적음을 아쉬워하는 마음 때문은 아닐까...

그분이 즐겨 인용하시던 서산대사 휴정의 한시는 그분이 사셨던 삶의 궤적과, 우리에게 걸어 보라고 권하는 오솔길이 겸해져 있는 것 같아 반갑다.

만국의 서울은 개미집 같고,
천가의 호걸들은 초파리와 같구나.
밝은 달을 베개하고 고요히 누웠으니
끝없이 부는 바람 갖은 곡조 아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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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5-08-03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무위당 선생님을 글샘을 통해서 만나게 되는 군요...

글샘 2005-08-09 0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리뷰를 쓰기 전에 누가 이 책의 리뷰를 썼나 살펴보면, 달팽이님이 자주 눈에 띕니다. 같은 책들을 읽었단 것이 왠지 가까운 느낌. ^^
 
노자를 웃긴 남자 2
이경숙 지음 / 자인 / 2001년 2월
평점 :
품절


1권에서 워낙 통렬하게 도올(줄여서 돌)을 질타했던 책이어서 기대가 큼에서였을까?

2권은 그의 도덕경 중 도경을 이미 읽은 나로서는 별로 재미를 얻을 수 없었다.

 표지에 나오는 그림이 인상적이다. 노자 할아버지께서 돌을 밟고 서 있는 그림. ㅋㅋㅋ

1권에서 너무 욕설과 비방이 난무해서인지, 2권에서는 아주 순화된 글을 적고 있고, 아무래도 앞에서처럼 신명나게 두들겨패는 맛이 없어지다 보니 이 책의 존재 이유 자체가 희석되어 버린 느낌이다.

그의 도덕경이 나오기 전에는 해석을 참고하려고 읽을 필요가 있었을는지 모르지만,

그의 도덕경이 완간된 지금, 이 책을 읽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보인다.

역시, 1편만한 속편은 없는 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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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를 웃긴 남자
이경숙 지음 / 자인 / 2000년 12월
평점 :
품절


이 글은 처음에 인터넷 통신에 올려졌던 글이라 한다.

그래서 그런지, 말투가 웃기고 시종 그분(?)에 대한 욕지거리로 일관한다.

정말 코믹하고 웃기고, 재미있고 무엇보다도... 속시원하고 통쾌하다.

노자와 21세기에서 그분은 나를 무식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으시고,

그리고 그분은 나를 노자라는 난해한 텍스트에서 분리시키셨던 공이 크신 분이셨다.

그렇게 공이 크신 분이셨던 만큼, 날개도 없이 추락하게 하는 이 책은 그만큼 시원한 똥침인 것이다.

저자는 학력이나 경력은 중요한 게 아니라고 한다. 그렇다. 이것은 노자의 생각일 것이다.

그분의 대단한 학력과 경력과 자기 자랑을 읽으면서, 그리고 방송 강의까지 들으면서,

우리 민족은 우리의 석학은 지들만 졸나 존경스러운 줄 알고

위爲에 넘어가서 꾸민 놈들, 그런 척하는 놈들에게 속아 살아온 역사가 아니었더냐...

이 책은 엄밀하게 말하면 인문학 책이요, 최초로 '노자'라는 불가사의하게 여겨졌던 텍스트를 우리에게 '가사의'하게 설명해준 책이다.

그리고 노자를 통째로 중학교때 배운 대로 <무위 자연>을 가르친 성인으로 느낄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책이다.

이경숙의 도덕경의 도경 부분을 읽고, 이 책을 읽으니, 노자의 이미지가 훨씬 생동감있게 그려진다.

그의 글이 몽땅 구라라도 좋다.

책이란 것은, 글이란 것은, 사상이란 것은,

이렇게 읽고 나서 명확하게 뭔가를 볼 수 있어야 좋은 책이지...

그야말로, 똥강아지 풀 뜯어먹는 소리를 들어서는 그분들만 쾌감을 느낄 수 있는 책인지도 모를 일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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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역 이경숙 도덕경 - 도경
이경숙 지음 / 명상 / 2004년 1월
평점 :
절판


노자란 텍스트는 참 특이하다.

오천 여자로 제한되었으며, 작가의 해설이 없어서 한문의 특성상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대표적인 텍스트였던 것이다.

그래서 도서관의 동양 철학 코너에 가면 노자에 대한 이야기들이 정말 수도없이 많다.

어떤 책을 고르느냐에 따라 노자를 쳐다보기도 싫을 수도 있고, 정말 노자에게 매료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이 책의 뛰어난 점은, 우선, 노자를 풀이하는 데 집중하기 보다는 전체적인 텍스트를 이해시키려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느 책들이 도덕경을 풀이하고, 해석이 잘 안 되는 부분은 오자라고 지 맘대로 고쳐 버리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고대의 주해서들의 의견을 뛰어넘지 못하는 것들이었다. 그래서 도올 같은 사람도 왕필의 해석을 뛰어넘기 위해서 그렇게 세 권이나 되는 책을 폈지만, 나는 노자를 해설해 주는 책을 원했지, 왕필의 해석에 대한 비판서를 원한 것은 아니었기에 좀 불쾌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고전을 해설하는 사람들의 자세는 이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관된 생각을 함의한 책이 되도록 해 주어야 한다. 자기가 옳다고 텍스트를 마구 뜯어고치는 행위는 옳지 않다.

그리고 좀 두꺼워지긴 했지만, 한자의 풀이와 주해를 섞어 놓으면서 독자들이 같이 완성해가는 책으로, 요즘 하는 말로 워크북으로 책을 구성했는데, 특히 함의가 많은 노자의 경우 한구절 한구절 감상하며 읽는 것이 필요하고, 느낌으로 읽는 맛이 색다른 것 같다.

그의 지론대로, <번역문은 아무리 잘된 것이라도 원문의 오묘한 맛과 그윽한 향취를 살리지 못한다>는 원칙에 충실한 책이라 생각한다.

하나의 장에서, 그리고 노자 전체 텍스트에서 서로 연관된 전체로서의 노자를 만나야 한다는 그의 의견은 자못 신선하다. 특히 이천 오백년이 넘는 시공을 뛰어넘어 한자를 그림글자로 바라보는 그의 고심은 우리에게 웃음과 함께 새로운 고전 독법을 제시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간 우리는 너무도 권위자들의 설명에 의존해 왔다. 그것은 우리 인문학의 한계라기 보다는, 동양 고전의 연구가 수천 년간 훈고적 주해에 매달린 탓이 크다고도 할 수 있겠다.

이경숙을 만나면서 비로소, 친절한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던 것 같다.

비록 그의 해석이 노자의 의도와 <풍마우 불상급>의 거리를 지니는 것이 될지라도, 나는 그의 방법론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아끼지 않는 것이다.

노자를 읽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젠 당연히 이 책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권해줄 수 있는 책을 갖게 된 것을 행복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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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05-07-29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경숙씨의 노자를 좋아합니다. 예전에 도올과 한 판 붙었을 때 나왔던 책 읽었을 때 충격이었거든요... 이 책도 얼른 읽어봐야겠어요~^^

글샘 2005-08-09 0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사람이죠? 나름대로 노자 매니아인 분입니다. 요즘 그분의 해석을 한 번씩 베껴보고 있답니다.

jbk98624 2006-04-28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자-도덕경-을 몇가지 종류 경험한 사람입니다...혹시 '도덕경'에 대해 관심이 있으시면 '이경숙님의 도덕경'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