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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역 이경숙 도덕경 - 도경
이경숙 지음 / 명상 / 2004년 1월
평점 :
절판
노자란 텍스트는 참 특이하다.
오천 여자로 제한되었으며, 작가의 해설이 없어서 한문의 특성상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대표적인 텍스트였던 것이다.
그래서 도서관의 동양 철학 코너에 가면 노자에 대한 이야기들이 정말 수도없이 많다.
어떤 책을 고르느냐에 따라 노자를 쳐다보기도 싫을 수도 있고, 정말 노자에게 매료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이 책의 뛰어난 점은, 우선, 노자를 풀이하는 데 집중하기 보다는 전체적인 텍스트를 이해시키려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느 책들이 도덕경을 풀이하고, 해석이 잘 안 되는 부분은 오자라고 지 맘대로 고쳐 버리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고대의 주해서들의 의견을 뛰어넘지 못하는 것들이었다. 그래서 도올 같은 사람도 왕필의 해석을 뛰어넘기 위해서 그렇게 세 권이나 되는 책을 폈지만, 나는 노자를 해설해 주는 책을 원했지, 왕필의 해석에 대한 비판서를 원한 것은 아니었기에 좀 불쾌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고전을 해설하는 사람들의 자세는 이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관된 생각을 함의한 책이 되도록 해 주어야 한다. 자기가 옳다고 텍스트를 마구 뜯어고치는 행위는 옳지 않다.
그리고 좀 두꺼워지긴 했지만, 한자의 풀이와 주해를 섞어 놓으면서 독자들이 같이 완성해가는 책으로, 요즘 하는 말로 워크북으로 책을 구성했는데, 특히 함의가 많은 노자의 경우 한구절 한구절 감상하며 읽는 것이 필요하고, 느낌으로 읽는 맛이 색다른 것 같다.
그의 지론대로, <번역문은 아무리 잘된 것이라도 원문의 오묘한 맛과 그윽한 향취를 살리지 못한다>는 원칙에 충실한 책이라 생각한다.
하나의 장에서, 그리고 노자 전체 텍스트에서 서로 연관된 전체로서의 노자를 만나야 한다는 그의 의견은 자못 신선하다. 특히 이천 오백년이 넘는 시공을 뛰어넘어 한자를 그림글자로 바라보는 그의 고심은 우리에게 웃음과 함께 새로운 고전 독법을 제시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간 우리는 너무도 권위자들의 설명에 의존해 왔다. 그것은 우리 인문학의 한계라기 보다는, 동양 고전의 연구가 수천 년간 훈고적 주해에 매달린 탓이 크다고도 할 수 있겠다.
이경숙을 만나면서 비로소, 친절한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던 것 같다.
비록 그의 해석이 노자의 의도와 <풍마우 불상급>의 거리를 지니는 것이 될지라도, 나는 그의 방법론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아끼지 않는 것이다.
노자를 읽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젠 당연히 이 책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권해줄 수 있는 책을 갖게 된 것을 행복하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