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
탄줘잉 엮음, 김명은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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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달은 것.

"사람은 기르는 존재가 아니다."
"사람은 스스로 자라는 존재이다."

과학자들이 말하는 '환경', '유전', '교육'의 힘은 그것들이 아무리 크다 해도 '사람'의 힘에 못 미친다.

애 아들이 이런 방향으로 자라 주었으면 좋겠다는 나의 바람은 내 아들의 '인간됨'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우리반 아이들이 이렇게 살아 주길 내가 바란다고 해도 결코 바뀌지 않는다.

내 아들은 결국 <내 아들 자신>이고, 우리반 하나하나는 각각 <한 사람>씩인 것이다.

아버지로서 아들에게 가르칠 것은,
'나의 인생을 잘 살아 보여주기' - 공손하게 말하고, 웃으며, '믿는다,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하는 것이며,
선생님으로서 아이들에게 가르친다는 것은,
'나의 삶을 잘 살아 보여주기' - 웃으며 바라보고, 상냥하게 말하고, '믿어' 하고 등을 두드려 주는 일이다.

제목을 보고는 그저 그런 처세술 책이라 오해했었지만, 책을 읽고난 지금은 이 책이 당분간 나의 선물 대상 1호로 떠오를 듯 싶은 예감이다. 아내와 아이에게도 권해 주었더니 몇 편 읽고 좋아한다. 우리 가족은 행복한 세상, 연탄길, 101가지 이야기 종류를 좋아하는 가족이다.

마흔 아홉 편의 글들이 정말 따스해서, 앞으로 49일 동안 아침 조회는 해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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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건너뛰기
존 그리샴 지음, 최수민 옮김 / 북앳북스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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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크리스마스 문화가 얼마나 소모적인지 보여주는 작품.

딸아이가 1년 기한으로 해외봉사 호라동을 떠나자 부모는 올해는 그 소모적이고 낭비성 심한 크리스마스 행사에서 벗어날 결심을 한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의 압박은 장난이 아니다. 결말은 좀 어수선하게 끝나고 만다.

우리 나라에고 과소비를 재촉하는 '명절'이 있지 않은가. 그런 점에서 생각을 많이 하게 한 책이다.

'민족의 명절'이라는 미명하에 명절 신드롬을 일으키는 사람들도 분명 있지 않은가 말이다.

온 나라의 도로가 주차장이 되고, 가족은 모여서 술을 마시거나 고스톱을 치고 티비를 보는 것이 고작이며, 아이들은 피시방의 빈자리를 찾기 어려워 전전한다.

음식 준비하는 사람들은 노동의 즐거움에서 소외되어 버린지 오래 되었고, 명절이 큰 스트레스의 하나가 되어 버리지 않았을까?

만약에 우리도 명절에 모든 것을 버리고, 해외 여행을 계획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 끝도 없을 말, 말, 말의 홍수와 남의 이목을 버티며 꿋꿋하게 <나는 나>임을 주장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잘 보여주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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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죽지 않는다
최인호 지음, 구본창 사진 / 여백(여백미디어)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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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생 최인호. 해방둥이로 태어나 전쟁과 가난을 겪은 작가의 세대에는 모든 어머니가 그처럼 억척스러웠으리라.

어류, 양서류, 파충류와 조류, 포유류의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앞의 동물둘은 변온 동물이고, 미끈거리는 반면, 뒤의 동물들은 가슴이 따스하다. 조류는 알을 낳으나 부화할 때까지 품어주고, 새끼가 나오면 스스로 날 때까지 먹이를 물어다 준다. 포유류는 한술 더떠 새끼를 뱃속에 넣고 살다가 나서는 제 몸에서 난 즙을 먹인다.

전자처럼 번식되는 존재와는 다르게, 후자는 <독립 개체가 되기까지의 양육>을 수행한다.

가끔 동물의 세계에서 보는 모성은 사람의 그것과 같은 것이 아닐가 한다.

나의 어린 시절도 가난의 때를 미처 벗지 못한 때여서 어머니들의 생존을 위한 몸짓은 가이없었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어머니 되기를 포기하는 가정도 많다. 예전처럼 수명이 짧던 시기에는 아들 하나로는 만족스럽지 못해 예비용까지 낳아야 한다고 했는데, 이제는 하나도 너무 많다는 시대가 되고 말았다. 과연 개체의 보존이 너무 어렵기 때문일까?

죽음은 100세 이후로 아득히 멀어져 갈 것이라는데, 그 줄기 세포를 잡고 나는 울고 싶다. 이놈의 줄기 세포는 과연 인간을 행복하게 해 줄수 있을 것이냐... 아니다. 아닌 것이다.

육친으로서의 어머니와 누님의 죽음에 대한 작가의 감상을 담담하게 풀어놓은 이 수필집의 표지에 자그맣게 쓰인 <가족 소설>의 생뚱맞음은 우리 출판계가 얼마나 돈독만이 올랐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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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이야기 1
미하엘 엔데 지음, 차경아 옮김 / 문예출판사 / 199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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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엘 엔데에 대해서 환상을 갖고 있던 나는, <모모>와의 가슴 떨리던 만남처럼 이 책을 읽기를 미루고 있었던 것 같다.

요즘 유행하는 환타지 소설의 선배라고 할 수 있는 <모모>의 재미는 탁월하다.

끝없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흥미를 느낀 부분은 녹색과 붉은 색으로 나눠진 활자다. 현실과 환상 속의 세계를 활자를 통해서 구분하고 있는 점은 상상력이 뛰어난 작품임을 예고한다. 그런데, 현실보다 환상의 세계가 지배적인 구도를 갖추면서는 소설의 재미보다는 작가의 철학적 언술들을 맛보려 쫓아 읽는 느낌이 강하다.

해리 포터가 초창기에 아이들과 어른들의 상상력을 끌어올린 이유는, 한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이 이야기처럼 평범하거나 오히려 평균 이하의 아이가 멋진 환상의 세계 속에서 파워풀한 사람으로 변화한다는 것이 아니었을까 한다.

람세스가 타고 난 영험함과 신의 도움으로 역경을 헤쳐 나간다면, 해리 포터는 절묘한 타이밍에 의한 구출과 막강하면서 너무도 분명한 악의 세력과의 대립 구도가 시야를 명확하게 한다. 람세스와 해리 포터의 싸움은 그래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 바스티안 발타자르 북스라는 주인공이 환상 세계에 들어가서 <특별한 힘>을 갖게 되지만, 악의 세력은 앞의 두 소설처럼 명확하지 않다. 나는 그 점을 작가가 의도적으로 명확하지 않게 만든 것이라 생각한다. 그 안개 속같은 불명확 앞에서, 우리 인생을 돌아보라는 의도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신비한 힘>을 가진 돌, 아우린의 뒤에는 "네 뜻하는 바를 행하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우리 삶은 온통 무명(無明) 투성이라서 무엇이 옳은지 판가름하기 어려울 때가 너무도 많다. 내 무명을 밝히는 그 의지가 바로 <나의 뜻>이란 말일 게다. 정답은 없다. 다만 내가 뜻하는 바른 행하며 살 뿐...

이 소설에서 이름이란 것은 <아무 것도 아님>에서 <새로운 이름은 새로운 탄생>임을 보여준다. 이름을 새로 붙일 수 있음도 이름의 탄생은 새로운 의지임을 보여준다. 나는 시인 <이상>이 본명 <김해경>임을 의아하게 생각해 왔다. 성까지도 버리는 수도자도 아니고, 성까지 <바꾸는> 의도에 대해서... 그것은 바로 <이름은 아무 것도 아님>과 <이름이 나 자신>이라는 역설을 보여준 게 아닌가 한다.

해리 포터에서 <적>들의 정체가 명확한 반면, 이 소설에서는 그 정체는 <텅빈 껍데기>라는 점도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내가 불만을 터뜨리던 나쁜 놈들, 그들은 없듯이, 세상의 진정한 적은 없다는 의미가 아닐까? 타의 탐욕과 어리석음에서 무명이 생기고, 나의 어리석음, 무명이 세상의 적이다. 나의 존재 자체가 나의 죄인 것이다. 그래서 내가 "잃어 버릴 것은 원래 아무 것도 없다"고 그는 말한다. <모든 것은 변화할 뿐...>

그래서 <이미 아름다운 사람은 아름다움을 더 이상 소망하지 않는> 경지에 이르러, <모든 기쁨의 언어들이 모두 친척>임을 깨닫는 미카엘 엔데의 안목은 상당히 동양적인 시선으로 느껴진다. 코레안더라는 책방 주인의 이름이 마치 한국인을 가리키는 것으로 볼 수 있듯이...

재미를 찾는 사람들에게 그닥 권하고 싶은 소설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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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털 같은 나날
류진운 지음, 김영철 옮김 / 소나무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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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를 알 수 없는 나라, 지구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 가장 많은 인구가 쓰는 언어. 바로 중국.

중국의 전 인구가 1미터 높이에서 한날 한시에 뛰어 내리면 지구가 궤도를 이탈한다는 황당한 이론이 나올 정도의 힘을 가진 나라. 죽의 장막을 드리고 있어 볼 수 없던 나라.

그 나라 중국이 열린 지 제법 오래 되었건만, 우리 아이들도 중국으로 수학여행도 다녀오고 하건만(물론 조금 나은 동네 이야기지만) 우리는 중국을 너무도 모른다. 중국도 우리를 너무도 모르고...

십여 년 전부터 중국 소설이 출간되어 널리 유행한 작품들도 있었다. <사람아, 아, 사람아> 같은 작품은 중국의 문화 혁명기의 아픔이 오롯이 그려진 좋은 작품이었고, <텐진의 아이들>은 순수한 사회주의적 이상이 잘 담긴 책이다. 내가 교직을 꿈꾸면서 텐진의 아이들을 읽었을 때의 그 벅찬 감동이란 말할 수 없었다.

그 아픔의 격랑을 넘어오면서, 중국의 인민들은 어떻게 살았던가...

이 책은 범털같은 중국인들이 아니라, 닭털같고 개털같이, 옛말에 구우일모라고, 소털처럼 흔하고 흔한 그런 일상의 이야기가 적혀 있다.

정말 구질구질하게 살아야 하는 중국의 삶을 잘 보여주는 책이다. 십여 억 인구 중에서 이를 닦아보지 않은 사람이 오억 이상 된다는 나라. 우리와 너무도 달라보이는 나라의 삶이 우리와 비슷한 면도 있고, 특히 인맥으로 일이 이뤄지는 면은 우리나라 뺨치는 면모를 보여준다.

수천년간의 <중화>의식으로 살아오던 그들에게 닭털같은 삶은 자존심을 놓아 버리게 한 것일까. 자존심이란 무엇일까. 스스로 존중하는 삶이란 어떤 것일까를 생각하며 읽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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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마개 2005-06-16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너절하죠? 그런데 그 너절한 삶이 남 얘기가 아니라는데 또 다른 너절함이...

글샘 2005-06-16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그 너절함이 삶이란 게... 눈물나죠. 이번에 중국 아이들 손자국만 봐도... 눈물이 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