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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니어링 자서전 ㅣ 역사 인물 찾기 11
스콧 니어링 지음, 김라합 옮김 / 실천문학사 / 2000년 5월
평점 :
전에 헬렌 니어링의 ‘조화로운 삶’을 읽고 감동을 받았던 적이 있다. 그 책은 스콧 니어링의 아내가 쓴 것인 만큼 헬렌이 스콧을 만나기까지의 과정이 지루하게 적혀 있었다. 이 책은 스콧 니어링의 자서전인 만큼, 그의 투철했던 삶의 여정이 상세하게 그려져 있다. 어떤 부분은 이렇게 자료들을 차곡차곡 모아놓다니… 하는 두려움마저 들기도 한다. 간혹 지루하기도 하고 읽기 싫은 자료들도 있지만, 재미있는 것은 읽고, 재미없는 것은 건너 뛰기도 하며 읽었다. 수련회 가서 아이들 활동하는 동안 뒹굴며 읽을 기회가 없었다면 너무 두껍고 지루해서 읽기 어려웠을는지 모른다.
그는 반전주의자고, 채식주의자이며, 사회주의자로서, 이상적인 삶의 양태에는 무조건적인 적극성을 띤다. 그래서 그를 근본주의자(이 책의 제목은 The making of a RADICAL이니까)라고 하는 것이다.
그의 철학은 삶의 무게 중심이 재화를 얻는 것(To have)에서 창조적인 활동으로 옮겨간 것에서 기인한다.
“나는 경제적으로 전혀 부족한 게 없고, 대부분의 편의시설과 당시로서는 사치품이라고 할만한 것들까지 많이 갖추고 살던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나는 학창시절에 이미 부의 위험을 알게 되었다. 가진 것이 많은 사람들은 육신의 욕망에 따르다가 타락하고,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착취하여 자기 배를 불린다는 사실을.”
같은 대목은 그의 삶이 왜 래디컬했는지 명쾌하게 보여주는 구절이다.
그는 강연을 통해서 “교사의 자리는 진보의 제일선”이라는 사이먼 패튼의 말을 증명해 보여 준다. 20세기를 통하여 날로 흉악해져가는 <미국> 땅에 태어나, 낫으로 칼을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던 그는 ‘생명, 자유, 행복 추구’의 미국의 원칙을 버린 것에 실망하게 되는 것이다. 힘이 곧 정의가 되고 자원은 고갈되며, 폐기물로 오염의 선진국이 된 미국에 저항하다가, 화해할 수 없는 루비콘 강을 건넌 사건은 45년 8월 6일의 나가사키 원폭이었다.
그는 사회가 혐오스럽다고 은둔해 버린 은자는 아니었다. 그는 활발한 연사로 활동하였으며, 끝없이 자기의 의견을 개진하는 기회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의 삶을 <조화로운 삶>, 그리고 <올바른 삶의 본보기> 그 자체로 완성시켰던 것이다.
그는 인생을 <역경의 대학>으로 부른다. 이 역경의 대학에서 ‘해직’은 곧 ‘승진’인 경우도 많다. 그는 해직을 통한 승진의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역경의 대학에서는 모두가 말리는 길이 곧 성공의 길인 것이다.
그의 인생 역경 대학에서 체크하듯 ‘여러분이 이 강의에서 배운 가장 중요한 내용들을 항목별로 정리해 보자.’는 방식을 우리 삶에도 적용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마흔을 살아온 나로서는 인생의 <중간 고사> 레포트로 가장 중요한 학습 내용을 정리해 볼 필요를 느낀다.
스콧 니어링이라면 적극 찬동할 <거창고등학교 직업 선택의 십계명>이 오랜만에 읽고 싶다.
1. 월급이 적은 쪽을 택하라.
2.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택하라.
3. 승진의 기회가 거의 없는 곳을 택하라.
4. 모든 조건이 갖추어진 곳을 피하고 처음부터 시작해야 되는 황무지를 택하라 .
5. 앞을 다투어 모여드는 곳을 절대 가지 마라.
6. 장래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가라.
7. 사회적 존경같은 것을 바라볼 수 없는 곳으로 가라.
8. 한 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로 가라.
9. 부모나 아내나 약혼자가 결사반대를 하는 곳이면 틀림없다. 의심치 말고 가라 .
10. 왕관이 아니라 단두대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