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단디 ~ 하다 (= do동사 + completely)
표준어로 "확실히", "분명히", "단단히"란 뜻. 가까운 관계에 있는 사람끼리 주고받는 상투적인 배려의 표시다. 부산/경남지역 20대 사이에 광역적으로 번져있는 관용구이며 서울사람이 한 번 맛들일 경우 정감 어린 새시대 새주인으로 거듭날 것이다.

예제)
◆ 이번 시험은 단디 봐라.
◆ 추운데 옷 단디 입고 나가라.
◆ 미꾸자꾸 단디 메고 학교 잘 다녀와 : 주로 노인분들이 애용
※ 동의어 :학시리, 츨즈히, 메메 [me■e me■e]


2. 만다 그라노? 만다꼬? (= What"s up? / What"s going on?)
"왜그래?" , "그럴 필요가 있을까?", "쓸데없는 짓 한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화들짝 놀란척, 걱정하는 척하며 안면을 약간 찌그리거나 목소리를 구엽게 질질 끌면 걱정의 강도가 더욱 깊어진다. "만다꼬" 뒤에(!) 표가 붙으면 "다 부질없다"라는 등 극단적 해석도 가능. 실제로 부산지역 고교/대학사회에서는 짝사랑의 아픔을 이 한마디로 대신하기도 한다.

예제1)
A: 그 머스마가 니 마음에 안등다 그 카드나? 계속 꼬시보지?
B: 만다꼬. (옅은 한숨)
통상적으로 "만다꼬"는 부가의문문의 기능을 담당하여 시비조로 들릴 수 있으나, 때에 따라 연인사이에서 예술로 승화되는 모습도 목격된다.
예제2)
A: 가스나야 일로 쫌 와봐라.
B: 으은 ~ 다. 와이카노. 만다꼬 이라노 ~~♡
※ 동의어 : 갠히 그란다. 와 이카노 ~~♡, 어데 ~~?


3. 고마 쌔리, 마! (= shut the fuck up / Right away)
직설적이고 파괴본능을 감추며 살아가는 영남인의 인생관을 대변한다. 호전적이되 그 이면에는 여린 속살로 버팅기는 인간일수록 자주 애용한다. 20대는 주로 미팅에서 상처를 받았거나, 시험성적 저조할 때 사용하며, 그 밖에는 대체로 직접적인 폭력과 관련된 일부 거리의 시인들을 제외하곤 사용하지 않는 편이다.

예제) 하! 칫나? 고마 구석에 쎄리 공가가 마, 칵~~마!
하! 이거 바라바라바라, 와 째리나?
이기이기이기 하! ....그냥 도망가면 된다.
※ 동의어 : 학! 쎄리 마!


4. 문디 (= dumb ass)
1,4 후퇴의 역사적 아픔에서 비롯되어 부산지역을 중심으로 생성된 문둥병 환자에 대한 속어이다. 그 후로 용어사용에 관한 논의가 계속되다가 인기스타 강호동을 통해 전국적으로 방송망을 타게 된 불멸의 역작이다. 현재는 동질환의 발병률이 상당히 낮은 관계로 가벼운 구박을 표현하는 용어로 발전하였다. "문디" 는 친구간, 가족간 회화시 사용해도 전혀 어색함이 없고, 연인사이에 통용되도 상스러움이 없다고 인식될 만큼 지역사회에서는 이미 굵직한 한 획을 긋고 있다. 어른에게 무단으로 사용하면 소정의 벌칙을 받게 된다.

예제)
◆ 문디 자슥아, 와 인자 연락하노? (애칭적용법)
◆ 뭉디 콧구멍이 王자다! (접속어용법)
◆ 생긴거는 문디 같아도, 아는 착하드라. (간접적 애교용법)
◆ 문디 꼭 지같은 생각만 하제. (3인칭 지칭)
※ 동의어 : 등씬


5. 우야꼬 (= What can I do ? / Oh my God !)
충격적인 사건을 겪었거나, 말못할 사정으로 신체적 고통을 이겨내는 이에게 본인의 동정심과 걱정을 전달할 수 있는 단어이다. 일식 우동을 연상하시겠지만, 역시 아니올시다이다. "우야꼬"는 표준어로는 "어찌할까", 혹은 "이걸, 어쩌나"와 같은 용법으로 사용되며 이미 매스미디어를 통해 대중과 친숙한 지역사회의 용어이다. 20대가 어떻게 이런 말을 쓸 수 있느냐. 환경지배론!

예제)
◆ 우야꼬, 내가 잘몬했데이 (감탄사적용법)
◆ 많이 아프나? 우야꼬~~(고통분담의 용법)
* 변형 :시상에, 아이구야, 바라바라


6. 머째이 머째이 사회자 머째이! (= MC is cool so much!)
멋쟁이, 멋쟁이에 비음이 첨가되면서 유행한 행사용 멘트. 유난히 애교 많은 경상도 아가씨들이 기분 UP될때만 쓰는 말. 여기서 사회자는 불특정 다수의 깔삼한 남성들을 이른다. 이 문장은 여교 앞 튀김집 사장님에서부터 서면, 남포동 나이트클럽 부킹 男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역의 남성을 사용자 임의대로 지정할 수 있으며, 퀸카로부터 이 말을 들어야만 공식적인 직업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

예제)
◆ 아저씨, 멋째이네예


7. 그그는 그기고, 이그는 이기지....! (= A and B has a different general concert or circumstances)
부산사람들은 유난히 시끄럽다. 그리고 그들 중 대부분은 냉철함보다 삶의 현장에 뛰어드는 것을 선호한다. 이것저것 전후사정을 놓고 따지기 좋아하는 이들은 위 문장을 목숨처럼 애용한다. 이러한 어조는 시내 교통사고 현장이나, 부산지방검찰청과 법원, 각 관할 구청 및 종합병원에서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사용자의 감정상태에 따라 시비 가리기의 수단으로 사용될 수도 있고, 목소리 큰 깍두기들 사이의 친목용어로 활용될 수도 있다.

예제)
◆ 이 바라, 자야, 친정은 친정이고 시댁은 시댁 아이가?
◆ 돈은 돈이고, 사람 목숨은 목숨 아인기요, 고마 합의 없으이까네, 포기하고
※ 동의어 : 어데? (말로 안되는 소리 마라)


8. 으은~~다! (No.....well....mmm....is it !)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청춘의 심정을 그대로 표현한 半거절형식의 문장이다. S+V+O+C 의 복문형식에서 주술관계가 완전히 파괴된 문장으로 아무데나 갖다 붙이면 말이 된다. 발전과정에는 어린이들의 전유물로 여겨졌으나 현재는 젊은 여성층에서 많이 사용한다. 가끔 좌석버스에서 애인과 통화하는 남성으로부터 이 문장을 접할 때가 있는데 경청하지 말 것! 신의 저주가 이런 것이다. 이 때 입을 쭈삐 내밀고 연음발음을 하면 더 귀엽다. 등을 좌우로 살랑살랑 흔들어도 즉각적인 효과가 있다. 남자들이 할 경우, 음폭을 최대한 중후하게 해야 멋이 난다.
주의사항 : 부산사람이 서울말 반에 부산말 반 섞어 이야기 한다면 면박을 주자. 누가 들어도 당신이 잘했다고 할 것이다.

예제)
A: 니 오늘 내하고 영화나 한 편 때리러 갈래?
B: 으은~~다, 고마 니하고 조용히 같이 있을란다.
※ 동의어 : 이라지 마라. (자기 너무 좋아 ~)


9. 내사 괘안타...(= It"s so feel sad or To be sorry)
가지기는 싫고 남 주긴 아까운 심정을 노래한 문장이다. 주로 나비처럼 날아온 여인을 놓쳤거나, 남정네를 다른데 빼앗긴 사람들이 즐겨 쓰는 말로 "..."는 절대 안 괜찮다는 대의가 숨어있다. 수많은 아쉬움과 회한이 함축되어 듣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예외적으로 가끔 지역사회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에서 중년의 여인이 이 대사를 읊을 때가 있는데, 반드시 스토리 전개를 참조해가면서 문장을 파악해야 한다.

예제)
A: 니 저번에 금마 그거 양다리 걸치가 째짓다메? 어야노?
B: 내사 괘안타 (머릿결을 날리며...이미 지나간 일이야)


10. 밥 문나? (= How about these days? / How do you do?)
"요즘 어떻게 지내?"라는 뜻. 영남 20대 지역사회인들의 일상에 가장 친숙하게 자리잡은 의미심장한 名文이다. 활용빈도가 높고 가치 함축적이라는 장점 때문에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대중적인 코드로 자리잡았다. 특히 길이나 복도에서 누군가와 지나칠 때 이 인사말은 필수적인 인간미, 표현미의 상징이다. 최근의 근황을 묻거나 걱정거리가 어떻게 해결돼 가는지도 포괄적으로 질문할 수 있으며, 심지어는 약속장소에서 연인이 만났을 때 처음 터뜨리는 애정표현 양식(내, 니 조타)으로 대체되기도 한다. 서울사람들은 월요일엔 원래 보고싶고....등의 미디어族 관용구로 공략한다.

예제) 연인을 만났을 때
A: 자야, 인자오나, 내 하나도 안보고 시픗따.
B: 대뽀까지 마라...(침묵)...밥은 문나?

"밥 문나"는 영남권 일상회화의 기본을 이룬다. 삶이 힘들고 지칠 때 문득 친구에게 전화해서 활용해 보시라.
A: 팔봉아, 내 그 가시나 때매 미치삐겠다.
B: 그래? ...(침묵)...그래 밥은 무가면서 미치겠나? (그래....니 마음 다 안다)

※ 동의어 : 어데 가노? (어디 가는 길인지 궁금해서 물어보는 것이 아니다. 그대의 인생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묻는 것임을 명심할 것)


♧ 기타 약식 숙어
◆ 알라 오줌 만키로 : 갓난아기 오줌만큼 (매우 작은 양 = a little bit of)
◆ 됐다! 고마해라! : 이제 그만 좀 해둬! (이렇게 나오면 진짜 화난거다)
◆ 니 내 존나? : 사랑해, 니 마음은 어때?
◆ 맞나? : 오 그래?(상대방에게 장단 맞추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표현이다. 낮게 발음하면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증거로 입증되며, 고음 처리하면 방정맞게나마 동의한다는 심정을 표현할 수 있으므로 역시 활용빈도가 높다.)
※ 동의어 : "~글나?", "진짜가?", "대뽀아니고" 이 밖에도 성격 좋은 척 하려면 "고마 웃기" 또는 "실실 쪼개기" 등의 언어 외적 기술에 승부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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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2005-05-31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저도 웃겨서 좀 퍼가요^^

아영엄마 2005-05-31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자주 듣고 자주 사용하던 용어들이 많이 나오는군요. ^^

조선인 2005-05-31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기 무꼬? 내 놀리는기가? 니 그카면 내사마 서분타.
 

담임 통신 2005 - 4호                                       부산공고 1학년 기계과 1반


소년을 얕보지 말라


우리 반 친구들에게 쓰는 세 번째 편지다.


1. 너 자신을 얕보지 마라.

고등학교 들어온 지 벌써 석 달이 지나간다. 그간 많은 일들이 있었다. 너희는 학교에 어느 정도 적응하게 되었고, 중간 고사도 무사히 마쳤다. 지난 주에는 수련회에도 다녀왔고…. 나날이 지각도 늘고 있고, 꾀병과 정신병으로 조퇴도 늘어난다.

바야흐로, 너희는 ‘工高生’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베든 포우엘의 시, 소년을 얕보지 말라는 글이 있다. 한 번 읽어 보기 바란다.


  소년을 얕보지 말라 

                                                   베든 포우엘

소년을 얕보지 말라.

그 아이의 집이 평범하고 보잘 것 없는 집이라고

그 아이를 얕보지 말라.

에이브라함 링컨의 집도

통나무 집이었다.


소년의 부모가 무식하다고

그들을 얕보지 말라.

세익스피어의 아버지는

그의 이름조차 쓸 수 없었다.


그들이 보잘 것 없는 직업을

택했다고 얕보지 말라.

천로역정의 저자

존 번연도 땜쟁이였다.


신체적 결함이 있다고 해서

소년을 깔보지 말라.

밀턴도 맹인이 아니었던가.


소년을 얕보지 말라.

그들은 인생항로에 있어서

언젠가는 앞장설 수 있어서가 아니라

그것은 옳은 일이 아니고

불친절한 일이고

온당치 않은 일이며

무례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 글은 내가 좋아하는 글이다. 그런데 오늘은 너희에게 들려주고 싶었다. 그 이유는, 너희 중 많은 수는 스스로를 얕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자기 가정의 환경이 친구와 비교해 보니 부족하다고 해서, 나에게 신체적인 결함이 있다고 해서, 내가 앞으로 가질 직업이 보잘 것 없다고 해서… 이런저런 이유로 스스로를 얕보지 마라. 그것은 옳은 일이 아니고, 온당치 않은 일이고, 무례한 일이다.

 

2. 약한 친구에게 아량을.

우리 학급에는 서른 네 명의 친구들이 생활한다. 그렇지만, 서른 네 명은 모두 참 다르다. 힘이 센 친구도 있고, 약한 친구도 있다. 말을 험하게 하는 친구도 있고, 말수가 아주 적은 친구도 있다. 겁이 없는 친구도 있고, 겁이 많은 친구도 있다. 교칙을 한 번도 어기지 않은 친구도 있고, 매일 몇 번의 교칙을 어기는 친구도 있다.

바로 이런 곳이 세상이다.

내 주변에는 나보다 나은 면이 있는 친구도 있고, 못한 면도 있는 친구도 있지만, 모든 면에서 나보다 못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서로 다를 수는 있지만, 인간적으로 <열등한> 사람은 없다는 말이다.

명심 보감에 이런 말이 있다. <착한 일을 한다고 바로 복이 오는 것은 아니지만 재앙은 멀어지고, 나쁜 일을 한다고 바로 재앙이 오는 것은 아니지만, 복이 멀어진다.>고. 내가 저지르는 잘못은 반드시 내게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나 하나 좋자고 마구 개발한 환경은 우리에게 재앙의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지 않던가.

나보다 못하다고 생각되는 친구에게 늘 잘할 일이다. 그것이, 부족한 내가 인정받는 유일한 길이다. 약한 자에 강하고 강한 자에 약한 <비겁자>는 되지 말자.


3. 기타 등등 잔소리.

첫째, 유월 한달은 몽둥이 강조 기간.

흐트러진 너희를 일깨우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아침에 지각하는 사람. 청소하지 않고 도망가는 사람. 무단 결석. 주번활동하지 않는 사람. 수업 시간에 지적받는 사람. 선생님들께서 1기1 수업 들어오기 힘들다는 말씀을 하신다. 그것도 몇 사람 때문에. 몸조심해라.

둘째, 기말 고사는 6월 28일(화) - 7월 1일(금).

중간 고사 망치고 부모님께 ‘다음 기회’를 외쳤던 거짓말쟁이들. 정신 차려라.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주제에 변명까지 나불대지 마라. 오직 몸으로 노력하고, 점수로 말하고, 성적으로 반성할 일이다. 다시는 다음 기회란 없다. 부모님 얼굴 떠올리면서 밤을 새워라.

셋째, 수행 평가에 게으르지 말라.

우리 학교는 시험이 쉽다. 반면, 수행평가는 비중이 큰 편이다. 수행 평가를 우습게 보다가는 작은 코 뭉개진다. 과목마다 30-40점이 수행평가로 들어간다. 이미 지나간 것이라도 기본점이라도 받도록 노력해라. 순간의 게으름이 평생을 좌우한다.


4. ‘개구리 법칙’을 떠올려라.

개구리가 뜨거운 맛을 보면 팔딱 뛰쳐나가지만, 미지근한 물에서는 데어 죽는다. 게으름에 물들어 시들어가지 않으려면, ‘나쁜 습관’은 <지금 당장> 정신 번쩍 차리고 내던지기 바란다.


召命 동산에 초여름이 오는 날


게으른 공고생이 되어가는 너희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담임 선생님이 쓴다.


도전하지 않으면 실패하진 않지만, 도전하지 않는 인생은 실패한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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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5-05-31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져요~ 왜 저는 지난 학교에서 이런 맛깔스럽고 통쾌한 펀치를 날리지 못한 걸까요? 애처럽고 안쓰러운 마음이었다 하더라도 아이들이 분명 게으르고 핑계대는 것이었는데 말이죠.. ^^ 오늘... 우울한데 잠시 밝아지네요.

글샘 2005-05-31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일 1교시가 홈룸 시간인데, 이거 나눠주고 잔소리 좀 하려고 하는데... 과연 이 펀치에 짜식들이 나가 떨어질는지... 잔소리하면 알아듣는 놈이 하나라도 있겠죠.

해콩 2005-06-01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한문수업은 각 반마다 두 시간씩이랍니다. 한 시간은 한문이론 수업에 집중하고, 나머지 한 시간은 교과서에서는 볼 수 없는 각종 글들을 읽으며 덤으로 한자, 한자어 공부까지 하는 시간이지요. 이름하여 '삶을 가꾸는 글읽기'... 갑자기 제 수업안내라니...생뚱 맞죠? 실은 부탁이 있어서요... 이 글을 '삶을 가꾸는 글읽기' 수업자료로 활용하고 싶어서요.. ^^; 시가 너무 좋아서 아이들에게 소개하고 싶은데 그것만으론 내용이 너무 짧기도 하고 또.. 샘의 편지글은 공고생 뿐만 아니라 저희 학교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될 듯하여.. 조심스럽게 여쭙습니다. 조심... 조심...소심...황당하시고..당황스러우시죠?

글샘 2005-06-02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업시간에 쓰시다니... 정말 당황스럽군요. 그냥 모르게 살짝 쓰시지... 수업 시간에 쓰는 건, 저작권에도 문제가 없는데... 하긴 이런 편지글 따위로 저작권 운운하는 건 좀... 작년부터 틈틈이 쓴 편지들이 있는데, 편집해서 쓰시든지... 해콩님 자유로하시길...

해콩 2005-06-02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감사합니다~ 모르게 살짝 쓰려고 하다가.. 그래도.. 허락을 받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야 할 것 같아서요... 다음부터는 그냥 살짝!!
 
 전출처 : 해콩 > 열일곱 또는 열셋의 girl talk
김윤아 2집 - 琉璃假面 (유리가면)
김윤아 노래 / 티엔터테인먼트/코너스톤 / 2004년 3월
평점 :
품절


girl talk

 

열일곱 또는 열 셋의 나

모순 덩어리인 그 앨 안고

다정히 등을 다독이며

조근조근 말 하고 싶어

수많은 사람들과 넌 만나게 될 거야

울고 웃고 느끼고

누구도 믿을 수 없었고

세상은 위선에 가득 차

너는 아무도 널 찾지 못할 그 곳을 향해

달려, 달려, 도망치려 했지만

아무리 애를 써 벗어나려 해도

너의 힘으론 무리였지.

더딘 하루하루를 지나

스물다섯, 서른이 되어도

여전히 답은 알 수 없고

세상은 미쳐있을테지.

그래, 넌 사람이 토하는 검은 기운 속에

진저리를 치며

영혼을 팔아 몸을 채우며

살아남진 않으리라

주먹을 꼭 쥐며

다짐하고 또 다짐하겠지.

너는 반짝이는 작은 별.

아직은 높이 뜨지 않은.

생이 네게 열어줄 길은

혼란해도 아름다울 거야.

수많은 사람들과 넌 만나게 될 거야

사랑도 미움도 널 더욱 자라게 할 거야

마음 안의 분노도 불안도

그저 내버려두면 넘쳐 흘러 갈 거야

라~

라~

열일곱 또는 열 셋의 나

상처투성이인 그 앨 안고

다정히 등을 다독이며

사랑한다 말 하고 싶어.

라~

라~

 

 

열일곱 또는 열셋 나이의 딸아이들에게 정말 들려주고 싶은 노래다.

(들려주기로 결심했다)

이 가사를 보며,

그리고 내용애 맞춤한  그녀의 음색을 느끼며

어떻게 김윤아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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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5-05-31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물다섯, 서른이 되어도 여전히 답은 알 수 없고 세상은 미쳐있을테지.->정말 그렇습니다. 교사같은 건 절대 되고 싶지 않다라고 말하는 고3 아이의 모습에서 제 고3때의 모습을 봤지만, 저는 결국 교사가 되서 애들은 한귀로 흘려듣고 만다는 잔소리를 늘어놓고 있네요. 어제는 애들 상대로 푸념을 늘어놓는 제 모습을 깨닫고는 정신차리자 주문을 외웠습니다.

글샘 2005-05-31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아이들을 정신차리게 할 것이 아니라, 교사가 정신을 차릴 때입니다.
열일곱 또는 열셋의 방황하는 시기를 곁에서 지키고 있는 직업은 힘겹지만, 알아주는 사람 하나 없지만, 추악해지지 않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직업 중의 하나가 아닐가 합니다.
 
책 읽는 소리 - 옛 글 속에 떠오르는 옛 사람의 내면 풍경
정민 지음 / 마음산책 / 2002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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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표지다.

보통 겉표지는 아름다운 이미지를 통해 책의 교환 가치를 높여주거나, 독자를 손짓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 책의 표지 그림은 책의 주제를, 소재를 간명하게 잘 드러낸다.

책표지는 '도리'를 도안으로 그린 중국의 장식 문자로 되어 있다. 사람들이 자꾸자꾸 걸어가는 그 발자국 속에 발자국이 꼬이고, 발자국이 밟히다 보면, 그게 길道이 된다. 그리고 삶의 바른 이치理는 책 속에 있다. 독서는 우리 삶의 멘토인 것이다. 그래서 발자국으로 쓴 '길 도'와 책으로 쓴 '이치 리'가 이 책의 표지다.

지은이가 하고자 하는 말은 이것이었다. 옛사람들의 책읽는 모습에서 진리를, 도리를 찾아 보자는 것.

기왕에 저자의 책을 몇 권 읽었던 나로서는, 많이 읽었던 이야기도 있었고 여러 책에 겹쳐진 이야기도 있었다. 그래도 책벌레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마음에 드는 책이 아닐 수 없다.

未老得閑方是閑 젊었을 때 한가로움이라야 진정한 한가로움이다.

우리는 바쁜 생활 속에서 느림의 미학, 여유의 필요를 말하는 시대에 산다. 이런 것이 요즘 들어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벌서 수백 년 전에 이런 이야기들이 책 속에 적혔던 것을 보면, 역사는 인류의 삶은 진보하는 것만도 아닌 모양이다.

명나라 진계유의 <안득장자언>에서 이런 말을 옮겼다. : 고요히 앉아본 뒤에야 보통 때의 기운이 경박했음을 알았다. 침묵을 지킨 뒤에야 지난 날의 언어가 조급했음을 알았다. 일을 되돌아본 뒤에야 전날에 시간을 허비했음을 알았다. 문을 닫아건 뒤에야 앞서의 사귐이 지나쳤음을 알았다. 욕심을 줄인 뒤에야 예전에 잘못이 많았음을 알았다.

늘 과유불급이고, 침묵의 뜻을 놓치며 산다.

갈수록 말세라는 세상이, 애초에 말세 아닌 세상 없었음을 일깨워주기도 한다.

난초에 아무리 정성을 들여도 꽃을 피우지 않더니 말라 죽을 지경으로 무심하자 꽃을 피우더라는 이야기와 함께, '사람이 利만을 추구하면, 이도 얻지 못할 뿐 아니라 또한 장차 그 몸을 해치고, 義를 추구하면 이는 구하지 않아도 저절로 얻어진다' 했다.

말세가 되어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한다. 그래서 통하는 것은 오래 간다고 한 주역의 진리를 이 책은 다시 일깨워주는 계기가 된다. 스컹크처럼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달려드는 자동차를 향해 엉덩이를 들이대는 어리석음을 깨우치라는 죽비소리. 딱. 딱. 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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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아이들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양철북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처음 아이들을 가르치던 십여 년 전에, 학급 문고를 만들기 위해 읽고 사 두었던 책 중에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란 책이 있었다. 지금도 초, 중학교의 학급 문고로 인기가 많은 책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 난 그 책을 처음 보고 '참, 지저분한 아이도 다 있구나.'하고 생각할 정도로 이상만 앞서고 실제론 무식한 선생이었다.

이 책의 저자 하이타니 겐지로 씨가 어떤 인물이었던지, 난 전혀 몰랐다. 그저 파리에 관심을 갖고 있던 그 아이와 의사 소통을 할 수 있는 정도의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사람이라고만 추측할 뿐.

이 책은 하이타니 겐지로의 어린 시절, 그 어둡던 시절의 반추에서 시작한다. 그러면서 그가 만난 여러 아이들의 불행한 삶, 어둡고 행복의 대척점에서도 한참 더 마이너스 방향으로 달려가는 인생들을 바라본다. 그리고 깨닫는다.

무거운 인생을 짊어진 아이일수록 낙천적이라는 사실을... 고통스러운 인생을 사는 아이일수록 상냥하다는 진실을... 그것이 인간 본래의 모습임을 말이다.

그리고는 바로 배운다. 깨닫는 데서 그치는 나와는 다르게, 그는 바로 배워서 체득한다.

교통사고로 다리를 잃은 아이가, '뼈야, 너는 나한테 다리가 있는 줄 알고 자라 주었구나.'하는 시를 썼을 때, 그 아이의 낙천성과 상냥한 마음을 읽을 줄 아는 훌륭한 선생님이었다.

하이타니는 한 동안 오키나와에서 지낸 것으로 적혀 있는데, 오키나와는 미군이 진주하고 있어 본래의 생활과 생태를 잃어버리고 비참한 일을 끝도없이 겪었던 일본 안의 오지이다. 그 오키나와에서 그는 사람이 본래 성질을 탐구한다. 그리고 그 낙천적이고 순수한 상냥한 마음씨를 배운다.

창의성 없는 교사의 빈약한 수업이 정말로 공부하고 싶은 아이들을 공부하기 싫은 아이고 만든다고 한 그의 명제는 나를 마음아프게 했다. 나도 그렇지만, 빈약한 수업을 하는 교사들과 공부하기 싫은 아이들은 세상에 수두룩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만난 아이들을 필름을 거꾸로 돌리듯이 되새겨본다.

담배 한 갑과 라이터를 연습장에 싸서 선물한 아이, 스승의 날 선물을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가 집에 파는 팬티 하나를(속옷 가게 딸이었다.) 포장도 없이 들고 그 산중턱의 학교를 뛰어 올라왔던 뇌성마비 아이, 수업 시간에 어머니에 대해 몇 줄 적으라 했는데 아무 것도 적지 않아서 맞았던 엄마 없던 아이, 그리고 그런 걸 나에게 이야기해 주었던 아이. 숙제를 하지 않았다고 종아리를 다섯 대나 맞고 나서 나를 좋아해 준 아이, 아침 밥상에서 부모가 칼에 찔려 죽어가는 것을 목격한 아이, 초등학교때부터 불량한 교우관계를 맺다가, 중3의 나이에 실형을 받고 소년원에 간 아이, 자전거 훔치다가 구치소에서 한 달 여를 썩은 아이, 외국에서 살다 와서 국어를 처음 수 받고 즐거워하던 아이(그 때는 성적 부풀리기가 심하던 때였다.), 고3이 되어 죽자사자 공부해서 내가 모범상을 주었던 날라리 같던 아이, 중학교부터 군대 문제를 고민하던 여호와의 증인 가족의 아이, 어른이 되면 나 같은 교사가 되겠다던 아이(그 아이 성적으로 볼 때, 교사가 되긴 힘들었으리라.), 의사가 되겠다고 사수째 하고 있는 아이...

생각해 보면, 생. 각. 해. 보. 면...

내가 상처를 주었을지도 모를 숱한 아이들, 하나 하나가 고름을 흘리는 행려병자같은 외모를 하고 있고 보잘것 없는 상황에 처해있지만, 그 하나 하나가 <예수님>인 귀중한 아이들을 난 얼마나 무시하고 지나쳤던지...

그에 비하면 하이타니 겐지로의 글에서 느껴지는 아이들의 상냥함, 치열한 삶에 대한 고찰은 정말 나를 부끄럽게 했다.

늘 작은 일에만 분노한다며, 부끄럽지 않은가, 부끄럽지 않은가를 외쳤던 60년대 어느 저항 시인처럼, 부끄러움을 아는 일이 진리를 실천하는 길이라던 수천 년 전 어느 성인의 말처럼, 이런 책들은 인간같지 못한 나를 <인격>의 수준으로 이끌어 주려고 노력하는 책들이다.

선생님이라면, 아니면, 자식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부모들이라면 한 번 읽어볼 만한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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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5-29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일단 혼인부터 해야겠군요....(언제..흐흑)

해콩 2005-05-29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여우님처럼.. 저 역시 먼저 애인부터 만들어야겠는걸요.. (남들이 숫자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그 '나이'라는 것이 이젠 장난이 아니라서... --; 흐흑) 사실 아이들과 함께 읽으려고 사 두었어요. 빨리 읽고 싶어지는데요~

글샘 2005-05-30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괜히 마지막 말을 써서 파란 여우님과 해콩님께 상처를 드렸군요. 그렇지만 인간에 대한 애정을 배울 수 있는 책이기 때문에 애인이 없어도, 혼인하지 않으셔도 의미심장하게 읽으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처는 언제나 엉뚱한 데서 입더라고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