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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사람'에게 - 오에 겐자부로의 교육 에세이
오에 겐자부로 지음, 위귀정 옮김 / 까치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유명한 오에 겐자부로. 그의 <나의 나무 아래서>를 2년 쯤 전에 읽었는데, 유사하게 생긴 책이 있어 읽어 보니 내용도 유사하다. 그 책의 2탄이라 할 만하다.
옛날 사람으로서 평생을 글쓰기에 매진해온 지식인으로서, 젊은이에게 남기고 싶은 메시지를 담담하게 적고 있다.
오에 겐자부로의 장점은 글을 어렵지 않게 쓴다는 것이고, 흥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내인 오에 유카리의 그림은 수수하고 부드러워서 글의 맛을 더해준다.
거짓말을 하지 않고 살면 좋겠다. 젊은이가 알고 있다면, 나이든 사람이 행동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책을 천천히 읽는 연습을 하자... 등 오에 겐자부로는 쉬운 이야기를 한다.
살면서 겪어온 이지메, 어린 시절 이야기, 원폭과 장애자 아들 히카리 이야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애정과 관심... 정말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느긋한 어조로 풀어내는 그의 글에는, 사람으로서 사람답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생각을 고쳐야 하고, 어떤 행동에 앞장서야 하는지를 선동하지 않으면서 독자를 행동하게 만든다.
선동하지 않으면서 움직이게 만드는 힘, 그것이 글에서 가장 어려운 대목인데 말이다.
뜨거운 가슴을 앞세우면 글이 너무 달떠버려 가벼워지게 마련이고, 논리적으로 말하자면 글이 너무 현학적으로 변해버리기 일쑤지 않은가.
원폭을 당한 나라. 그래서 장애인 아이를 두게된 부부. 세계적인 문학상을 받았지만, 지극히 겸손한 주장을 펴는 이 노장에게서 배워야할 점은, 진리는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 어렵지 않기 때문에 어려운 말로 주장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주변의 이야기들을 쉬엄쉬엄 하다보면, 그만의 독특한 인격이 묻은 문체가 글로 매끄럽게 이어져 나온다.
어린 시절엔 가지고 있다가, 어른이 되면 잊고 마는 것.
그것은 <긍지>다.
그것이 무언지를 알고 있는 저자의 충고는, 그것을 잊지 않고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는 조용하면서도 사자후 이상의 힘을 느끼게 한다.
옛날 사람이 새 시대의 사람, 아타라시이 히토노 호-에, 새 사람에게로 전달해 주는 메시지.
이 책은 아이들,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쓴 글 같으면서도, 그들의 부모들이 먼저 읽고 되돌아봐야할 책이란 생각이 든다. 찾아보면, 아마도 전에 쓴 <나의 나무 아래서>의 리뷰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