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미키...
콘도 야스시 지음, 홍영의 옮김 / 이비컴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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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본의 안내견(맹도견)의 한살이를 책으로 묶었다.

래브라도 리트리버라는 처음 듣는 종의 개를 특수 목적용으로 기른다는 이야기인데, 맹인들의 시각적 제한에 따른 경험의 부족을 보완해 주는 맹도견의 이야기가 감동적이다.

번식견을 기르는 자원 봉사자, 그리고 강아지가 좀 자라면 1년을 길러 주는 봉사자... 사회적 제도가 이런 것들을 뒷받침해 줘야 장애인 문제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인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처럼 먹고 살기 어려워서 자기 새끼도 건사하기 힘든 상황에서는, 그래서 세계 출산 감소율 1위라는 영광을 떠메고 사는 국민들에게는 언감생심, 꿈도 꾸기 어려운 일이란 좌절과 함께.

맹인이 되어가는 미야코시 씨에게로 입양된 안내견 미키의 이야기가 객관적으로 잘 그려지고 있다.  번역이 그닥 부드러운 편은 아니지만, 이 책은 레포트 형식의 내용이기에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특히 츠지 케이코씨라는 노견 돌보는 아가씨 이야기는 인권조차 주장하기 힘든 우리에 비해, 얼마나 개답게 살다가 개답게 죽는 선진국인지... 돌아보게 한다.

아직도 우리는 개 키우는(대학에 애완동물과, 애견미용과등이 있으니) 대학에 진학하겠다 하면 부모가 펄쩍 뛰는 것이 정상이다. 몇 년 붐이 일었던 애완견 기르기 놀이도 이젠 뜸해졌다. 아파트가 기형적으로 절대다수인 대한민국에서 애완견 기르기는 애초에 핀트가 맞지 않던 이야기다.

그저, 텔레비전에서 부추기는대로 아이들이 장난감인줄 알고 샀다가 비닐 봉지에 넣어서 버리고, 길에다 버리고 해서 구청에서도 대책이 무대책인 현실이 블랙코미디로만 보기엔 너무 부끄럽다.

장애를 바라보는 시각이 어때야 하는지... 동물에 대해 어떤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인지... 관심을 가진 이라면 읽어볼 만한 책이다. 특히 아무 생각 없이 텔레비전에서 노리갯감으로 동물들을 등장시키는 방송 관련 작가들이나 피디들이라면 꼭 말이다. 애완견을 기르고 싶다고 난리치는 아이들도 읽어볼 만 하다.

일본에도 홋카이도오에 하나 있다는 노견양로원. 독거노인들의 외로운 죽음이 흔한 현실에서 사람보다 편한 팔자, 그렇지만 안내견으로서 십년 이상 봉사했으니 그럴 자격이 있는지도 모른다.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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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빈 인도
임현담 지음 / 초당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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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텅빈 인도는 뭐, 그런 뜻 아닐까?

며칠 전, 직장 동료들끼리 등산을 가는데 내가 운전을 했다. 옆자리에 수다스런 영감님이 타셨는데, 제법 여행 다닌 폼을 잡으신다. 그런 이일수록 조금 띄워줘야 좋아하기 때문에, 인도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냐고 했더니, 인도를 좋아하는 사람은 칭찬만 하고 싫어하는 사람은 딱 질색이라는 동문서답을 한다.

한 동안 열병처럼 인도를 가려고 하던 사람들이 있었다. 아마 지금도 있을 것이다. 나도 인도를 가고 싶던 적이 있었다. 낭만적인 생각으로. 그렇지만, 원효의 의상 대사의 이야기처럼, 인도에 가서 배울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본연의 나>를 찾기 위해서 척박한 땅으로 가길 원한다면, 왜 그곳이 인도가 되어야 하는가 말이다.

아무튼 이 책의 저자는 의사이면서 드자브에 이끌린듯이 인도로, 히말라야로 다닌다. 그러면서 본질에 대해 탐구하고, 나에 대해서 질문한다. 어머니의 강 갠지즈에서 작가가 본 것은 구질구질하기 짝이 없는 천민들의 삶에 대한 번뇌, 죽음에 대한 초탈, 신격화된 강물에 대한 경원이었다.

인도를 여행한다는 것은 가난과의 만남이고, 불구와의 만남이고, 가장 더러움과의 만남이다.

그렇지만, 가난이, 불구가, 더러움이 인도에 가야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우리 주변에 얼마나 가난이, 더러움이 만연한가 말이다.

<신들의 대지, 혼돈의 땅에서 잃어버린 나>라는 부제를 볼 때, 저자는 솔직하다. 인도를 여행했을 뿐, 자기 자신을 찾겠다는 뜨거운 열정은 나를 잃어버린 여행으로 마무리되었음을 솔직하게 시인하는 거다.

어떤 기행문들은 여행자로서 기행에 불과하고, 어떤 기행문들은 인도 예찬(류시화의 글이 좀 그렇다.) 일색인데, 이 책은 평범한 의사(하긴 이 정도면 평범한 사람은 아니지)가 철저한 자기와의 대면을 위해서 인도로 간 기록이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객관적이고 지극히 주관적이다. 그 점이 이 책의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여행안내서가 아니므로 컬러 화보가 중요하지 않고, 그저 다비하는 모습만 많이 실려 있다. 죽으면 한 줌 재로, 타다 남은 몸 한 토막은 강물의 바위에 걸려 울렁거리고 있을 이 육신, 얽매여 살지 말자는 이야기겠다.

그가 인도에서 만난 어느 회사원. 일류로 일류를 위해서 평생을 바쳐왔는데 어느 날, 갑자기 이게 아닌데, 왜 이렇게 살지?하는 생각이 들더라는 그 이야기는 우리를 충분히 겸손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인도를 찾는 이들이라면, 그래서 삶의 본연의 모습을 만나고 싶은 이라면, 의상과 원효처럼 서역으로 진리를 익히려 달아나 보려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 권할만한 책이다.

나바호 원주민들의 분노를 가라앉히는 노래. 진리는 어디에나 있지 않으냐...

네 발을 꽃가루처럼 내려 놓아라.
네 손을 꽃가루처럼 내려 놓아라.
네 머리를 꽃가루처럼 내려 놓아라.
그러면 네 발은 꽃가루, 네 손을 꽃가루, 네 몸은 꽃가루,
네 마음은 꽃가루, 네 음성도 꽃가루
길이 참 아름답기도 하고 잠잠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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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교과서, 영화에 딴지 걸다 생각이 자라는 나무 5
이재진 지음, 한문정.김현빈.전경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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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 공부하는 걸 보면, 좀 걱정 된다. 세계적인 경쟁력이 아무 것도 없는 우리 나라에서 <인적 자원>만이 살 길임은 별로 생각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건데, 아이들은 공부 면에서 너무 경쟁력이 없다.

아이티 강국 한국의 미래는 게임 천국, 아니 게임 망국이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솔직한 나의 심정이다. 기우가 된다면 좋겠지만, 피시방에서 카트라이더에 열중하고 있는 대학생들을 보고 있으면 한국의 미래는 암담하기만 한 것 같다.

옛날에 비해서 영양 상태는 좋아졌지만, 그래서 키도 크고 몸무게도 늘고 얼굴도 멋져 졌고, 안되면 되게한다는 신조로 뜯어고치고 앉았지만, 정말 공부는 허투루 하고 있는 것 같다.

옛날 사람들은 누구나, "요즘 젊은 것들"에 대해서 걱정하기 마련이라면, 나도 옛날 사람이 되어 가는 건지 모르지만, 우리 나라 아이들의 장점인, 인내심과 집중력이 요즘 학교에는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그저 허세와 과보호만이 판을 친다.

대학은 뻥튀기가 되어 누구나 갈 수 있게 되어 버렸고(사실 수능 안 보고도 4년제를 들어갈 수 있다. 어떤 곳은 수능 응시만 하면 입학이 가능하다. 점수와 상관 없이) 그 입시도 시험 보는 과목이 몇 안 된다. 미적분도 모르면서 공대에 진학하고, 생물, 화학 안 배우고도 약대 진학이 가능하다. 의대도 갈 수 있다.

우리 과학의 미래는 무언가? 과학도 없이 의약대 진학해서 어떻게 부가가치가 생기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인지... 그 와중에 중학교에서 공부 제일 잘 하는 아이들이 가는 곳이 과학고이다. 실제로 과학고 아이들은 의대로 진학하는 비율보다는 카이스트나 서울대로 많이 진학을 한다고 알고 있다. 과학고는 우리 나라의 미래를 짊어진 곳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요즘 과학고 아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과학고를 국가에서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과학고 아이들은 다른 친구들에 비해 어머어마한 부하의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과학고에 들어간 것만으로도 엄청난 노력의 대가이지만, 과학고에서 좋은 대학에 진학하려면 천재와 노력의 상승작용을 타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과학고를 간 것만으로 혜택을 누릴 수는 없을지라도, 그 정도의 노력을 기울인 아이들이라면, 연구를 통해 자아를 실현시킬 수 있는 미래를 충분히 보장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만이 우리의 미래가 아니겠는가. 더이상 과학고 아이들을 소모전에 내보내는 총알받이로 써먹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과학만이 우리의 살 길임을 알아야 한다. 의약사들은 우리 주머니를 노리는 돈벌레일 확률이 십중팔구 아닌가. 과학과 공학 계열에 대한 투자와 청소년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이런 책이야말로, 필독서라고 아니할 수 없다.

이 책은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의 여러 지식들을 영화에 연관지어 지루하지 않게 잘 쓴, 보기드문 책이다. 공부 잘 하는 자녀를 두신 분들. 제발 자식들 의약대 보내서 미래의 실업자 만들지 마시고, 이공계로 보내서 미래의 기둥이 되도록 투자를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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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物과 나눈 이야기
이아무개 (이현주) 지음 / 이레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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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무개 님의 물과 나눈 이야기를 만났다.

물이란 색이다. 어떤 존재로 현현한 것을 물이라 한다. 이 물질을 바라보면 세상 모든 것은 연관되어 있고, 그리고 변화하는 것이어서 늘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존재한다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현주 목사는 이름을 이아무개라고 한다. 그리고 그는 목사인가 하면 목사가 아니다. 오히려 그의 글들에서 풍기는 분위기는 스님의 글인 듯 하기도 하다. 그렇다고 그가 목사가 아닌가 하면 그는 목사다.

이아무개라고 한들 그가 그가 아닐 수 없듯이, 세상 만물은 존재하면서 의미를 갖고 있고, 결국은 우리 마음 속에 있는 것이다.

그야 말로, 미친소의 <그 때 그 때 달라요, 마음 속에 있는 거죠...>의 연속인 거다.

이 책은 전자책으로 만났는데, 두고두고 읽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앞으로 선물할 책의 일순위로 올려둘 듯 하다.

내가 나를 모르는데, 남이 나를 알겠는가.(이거 유행가 타타타 가사 비슷하지?) 나는 나를 모른다는 사실을, 내가 느끼고 내가 인식하는 나는 참 나가 아님을 깨닫게 하는 것은 비단 부처님, 예수님만이 아니라, 세상 모든 사물이 너는 누구냐 하고 나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는 무서운 사실을 이 책에서 만난다.

이제 세상 사물을 만날 자신이 없다. 무섭다. 선풍기가, 형광등이, 볼펜꽂이가, 달력이 갑자기 툭 튀어나와 질물할 것이니까... "너는 누구냐?"고...

그렇지만 두려워할 것도 없다. 책상이, 의자가, 그리고 내가 만나는 한 사람, 한 사람 모든 이들이 또 이렇게 물어볼 것이기 때문에. "너는 누구고, 누가 너를 아느냐?"고.

이아무개의 책을 읽으면서 진리는 하나라는 것. 금강경에서 말한,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한 진리는 세상에 단 하나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진리란 바로...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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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랑은 명사가 아닌 동사다...
    from 글샘의 샘터 2012-06-06 23:11 
    예전에 <물과 나눈 이야기>란 제목으로 되었던 책을 읽었다.몇 년만에 새로 나온 책을 다시 읽었다. 이참에 이현주란 이름으로 태그를 만들었는데, 그이 책을 제법 찾아 읽었던 모양이다. 나도 몰랐다. ^^ 삶의 목적이 '사랑'이라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그러나 그 '사랑'이 '목적'이 되어버린다면, 그 삶은 노예가 되기 쉽다.'돈'에 대한 사랑, 돈의 노예가 되고,'결혼'을 향한 사랑, 결혼의 노예가 되고,'육체'를 향산 사랑, 육
 
 
달팽이 2005-04-30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이죠...
 
선비 뱃속으로 들어간 구렁이 한겨레 옛이야기 14
최성수 지음, 윤정주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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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리던 시절에는 옛날 이야기를 참 좋아했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같이 살지 않던 우리는 다섯 시에 라디오에서 듣는 <무지개 마을>과 열 시에 방송되는 <전설따라 삼천 리>가 이야기 주머니의 보고였던 기억이 난다.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감기가 심해서 링거를 꽂고 누워서 읽었다. 무거운 책을 들기는 어렵고 한데, 마침 눈 앞에 책장에서 이 책이 보였다. 역시 인연이란 우연히 다가오는 것인가보다.

며칠 감기가 심해서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었다. 몸이 덜덜 떨리고 삭신이 쑤시고...(이거 예전 할머니들이 쓰던 용어 아닌가...) 이러다가 사람이 가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오늘 아침에야 겨우 살아난다. 몸이 불편하다보니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를 듣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몇 편의 설화가 그림과 함께 잘 그려져 있다. 요즘 아이들은 책 읽게 하기도 쉬울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 우리 아들놈은 책 참 안 읽는다. 어떤 계기를 만들어 줘야 하는데... 오늘은 가서 책방에서 책이라도 골라볼까...

예전엔 왜 옛날 이야기를 좋아하면 가난해 진다고 했을까? 상상력 기르기에 그만인 옛날 이야기를... 아마도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밑천이 딸리고 귀찮으니깐 그려셨겠지... 환상과 몽상으로 가득한 설화 속의 세계에 살다가는 땅파고 밭매는 농사일에 게을러질지도 모르는 염려를 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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