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학교 높은 학년 동화 3
윤태규 지음, 김종도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01년 11월
평점 :
절판


부산 남구도서관에서 전자도서관을 열었다는 팜플렛을 보고 처음으로 읽어본 책이다. 모니터 각도를 적당히 맞춰서 반사광만 없애니 그리 피곤하진 않다. 단점이라면 계속 앞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책은 고개를 숙이고 보기때문에 목이 아프진 않은데 말이다.

몇 년 전, 전자책 이야기가 나왔을 때, 모니터가 발전되기 전에는 어렵지 않겠는가 했는데,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기술은 책도 e-book의 시대로 바꿔버릴지 모른다. 우려했던 데 비해서는 상당히 만족스럽다.

이 동화는 윤태규씨의 동화집이다. 이상한~~~ 시리즈로 이야기를 엮은 걸 보면, 아이들의 심리를 잘 이해하는 분인 듯 하다. 아이들은 정상적인 것 보다 이상한 것들을 좋아하니깐... 아이들은 귀신 이야기를 좋아하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나 이상한 환경의 해리 포터에 열광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이 다소 교훈적인 것은 동화의 단점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하겠다.

좋은 이야기는 재미에 폭 빠져 있는 속에서 교훈은 분위기로 녹아들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런 점에서 해리 포터나(뒤로 갈수록 조앤 롤링의 뒷심이 딸리는 분위기지만) 하늘말나리 같은 책은 훌륭한 동화라도 할 수 있다.

간판에 비친 외래어의 순화,
애완 동물을 기르는 것이 동물 학대가 아닐까 하는 문제 제기,
텔레비전의 가정 파괴,
우리 사회에 불신 깊은 지역 분할 주의의 이기주의,
단절되어가는 인간간의 커뮤니케이션의 문제와 커뮤니티의 건설,
일하는 것, 노동의 소중함을 깨달아야 한다는 짚신 장수 임금님,
내기 문화가 만연된 사회 문화의 문제점,
닭의 성장을 통한 정신적 성숙,
쓸데없이 외국어를 섞어쓰는 언어 사용의 문제,
아이들이 없어져가는 시골의 분교 문제,
우리의 순수 전통도 미신으로 보는 시각.

이런 문제점들을 동화화한 것은 나쁜 의도는 아니지만, 좀더 인물들이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속에서 이야기들이 전개된다면 명작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예술은 늘 형식에 부합되도록 재료를 주무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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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는 최고경영자이면서 최후의 결정권자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결재를 명확히 독재적으로 해야
돈버는 경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수결의 원칙은 최상의 합의제도가 되기도 하지만,
최악의 합의제도이기도 하다.
(특히 광고의 입장에서),
여러 사람의 의견을 골고루 듣거나
다수에 의한 방법을 취한다면
최악의 잡동사니 전략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 금강기획 이영희 사장
저는 이것을 의사결정의 딜레마라 부릅니다.
일반적으로는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방법,
다수의 참여, 다수 의견을 조율하는 방식이
올바른 의사결정방법으로 인정받습니다.
그러나 역사상 위대한 의사결정은
수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최고의사결정권자가
직관에 의해 독자적으로 내린 결정들이 많습니다.

최고경영자는 가끔은 ‘좋은 것이 좋은 것이 아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결정의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많은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이겨낼 수 있는
배짱이 있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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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쇼 법구경 1
오쇼 라즈니쉬 지음, 노호상 옮김 / 황금꽃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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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오래 잡고 있었다. 재미있는데도, 다른 책들을 읽느라 이 책은 천천히 봤던 것 같다.

법구경은 담마파다라고 불린다. 담마dhamma는 법, 진리, 신 같은 뜻이고, 파다pada는 단계, 길의 뜻이다. 곧, 담마파다란 진리의 길, 궁극의 법에 이르는 길을 제시해 주는 귀중한 경전이란 뜻이다. 그 길은 물리적 도로도 아니고 시각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길도 아니다. 그 길은 '마음'에서 '무심'으로 움직이는 단계라고 오쇼는 말한다.

그리고 그 진리는 언어로 말해질 수 없다는 것이다. 언어들은, 단어들은 무엇인가를 말해주려고 하지만 늘 부적절하고 부분적인 표현만이 가능할 따름이다. 그래서 침묵만이 전체적으로 교감하게 되고, 그래서 명상이 필요한 것이다.

아침에 조용히 걷는 산책로를 따라 새소리, 새들의 노래를 들으면서... 아니면 우리 심장 뛰는 소리를 들으면서 '어떻게' 뛰는지, 들리는지는 설명할 수 있지만, <왜>는 설명할 수 없지 않은가.

진리는 논쟁의 대상이 아니다. 진리는 노래이지 삼단 논법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오쇼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에 곁들여 설명한다.

그의 이야기들은 간혹 핵심을 이해하기 힘들 때도 있지만, 아주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들려주기에 다른 경전 설명에 비해 읽기 쉽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본질을 만난다는 것, 본질이 무엇인지를 깨닫는다는 것, 그래서 화내지 않고, 탐욕에 빠지지 않고, 그래서 어리석어지지 않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느낀다. 새소리를 들으면 깨달아야지. 되도록 새소리를 많이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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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경이야기
김호성 지음 / 민족사 / 199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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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많이 듣던 이 주문은 바로 천수경이라는 불경의 맨 처음 다라니다.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이라니 말로 지은 업을 깨끗이 하는 진언이라는 뜻이다.

천수경은 그야말로 천수천안 관음보살님께 나의 지혜를 열어 주시길 빌고, 세계에 자비를 널리 펴 주시길 비는 우리나라에서 중요하다는 불교 경전이다.

그렇지만, 내게는 대학교때 친구로 더 가까운 이름이다. 이름이 그냥 천수경이다. 성이 천이고 이름이 수경. 같은 부산 출신이어선지, 일찍 친해 졌고 그야말로 대학 시절 내내 정말 친한 친구였다. 그런데 졸업하고 근무지도 다르고 하다 보니 어언 이십 년 가까이 만나지 못하고 있다.

불경이라고 해서 상당히 어려울 거란 생각을 많이 하고 있었는데, 막상 읽어 보니, 많은 학자들이 경전을 쉽게 풀이하기 위해 이런 큰 노력들을 기울였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도 쉽게 쉽게 잘 풀어 준다.

정구업진언으로 시작해서, 경을 펴는 게송이 나오는데 참 아름답다.

위없이 높고 한없이 깊은 미묘한 진리   無上甚深微妙法
영원을 흐른대도 만나기 어려워라          百千萬劫難遭遇
다행히 이제 보고 듣고 수지하오니         我今聞見得受持
여래의 진실한 뜻 알고자 하나이다.        願解如來眞實義

그리고 관자재보살에 염원하는 내용, 찬탄의 내용, 참회의 게송이 이어지고,

그 유명한 관세음보살본심미묘육자대명왕진언, 옴 마니 반메 훔 이 등장.

마지막에는 서원을 세우고, 귀의로 마친다.

끝이 없는 중생을 마침내 다 건지오며
끝이 없는 번뇌는 마침내 다 끊으오리다
끝이 없는 가르침은 마침내 다 배우며
끝이 없는 깨달음은 마침내 다 이루리이다

제 마음의 중생을 마침내 다 건지오며
제 마음의 번뇌는 마침내 다 끊으오리다
제 마음의 법문을 마침내 다 배우며
제 마음의 깨달음을 마침내 다 이루리이다

불교 신자가 아니라도, 그 생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감동의 도가니다.

계정혜의 삼학, 스스로 경계하고, 마음을 가라앉히며, 지혜의 눈으로 깨닫는 공부.

이것을 다만 공부의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염불 또는 진언을 염하는 사이에 자기도 모르게 모든 번뇌의 씨앗들을 비우게 되는 것이 천수경의 역할이라 한다.

몰록 계합의 순간을 얻어 깨닫게 되는 돈오의 경지든, 꾸준히 염하고 되뇌어 깨닫는 점수의 노력이든 기본은 스스로를 경계하는 것이란 말에 동감을 표한다. 당분간 불교 경전에 재미를 붙이게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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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 개정판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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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야의 발은 225mm란다. 내 발은 260이나 되는데, 우리 6학년 아들의 발도 240이 되는데 말이다.

저 작은 발로 지구를 세 바퀴 반이나 돌고 오더니 이제 해남에서 통일전망대까지 우리 땅을 걷는다. 참 대단한 에너지를 가진 분이라 생각한다.

그의 글을 읽을 때 늘 느끼는 거지만, 글은 별로 매끄럽거나 맛깔스럽지 않다. 그렇지만 그만의 독특한 수다스러움이 개성적으로 느껴지는 글이다.

그의 사전에 좌절이란 없는 것 같다. 좌절은 다름아닌 자기를 믿지 못해서 희망이 없어진 상태라고 말하는 그의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그의 <난초론>에는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인연이란 그냥 내버려두어도 저절로 자라는 야생초가 아니라 인내를 가지고 공과 시간을 들여야 비로소 향기로운 꽃을 피우는 한 포기 난초라는 이야기.

긴긴 길을 가면서 인생에서 단맛만이 아니라 맵고 쓴 맛도 섞여야 건강한 맛이라는 것을 느끼는 그이는 사람을 대하는 에너지 하나만큼은 단연 돋보이는 사람이다.

국토 순례 대행진이란 프로그램들을 보면서, 나도 언젠가는 걷기의 즐거움을 느낄 날이 있겠지 하는 생각을 늘 한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어나가는 나날에서 그는 인생의 진리를 깨우친다. 성공하는 방법은 느리더라도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한다는 것.

나이가 조금씩 들어가면서 이제 내가 못 배운 것들을 생각할 때가 있다.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 피아노를 잘 치고 싶었고, 이젤 세워 두고 풍경화도 멋드러지게 그리고 싶었다. 그가 들려준 첼리스트 로스트로포비치의 이야기는 내게 힘을 준다. 70이 넘은 노인에게 매일 왜 5시간 이상의 맹훈련을 하느냐고 물었더니, 아직도 날마다 나의 소리가 조금씩 좋아지기 때문이라는 이야기.

나이에 상관 없이 뜨거운 청춘을 사는 듯한 그는 마치 사무엘 울만의 <청춘>과 어울리는 사람이다.

청춘이란 인생의 어느 기간이 아니라 마음가짐을 말한다.
장밋빛 볼, 붉은 입술, 나긋나긋한 무릎이 아니라
씩씩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 불타오르는 정열을 가리킨다.

인생이라는 깊은 샘의 신선함을 이르는 말이다.

청춘이란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

안이함을 선호하는 마음을 뿌리치는 모험심을 의미한다.

 

때로는 20세 청년보다는 60세 인간에게 청춘이 있다.

나이를 더해가는 것만으로 사람은 늙지 않는다.

이상을 버릴 때 비로소 늙는다.

 

세월은 피부에 주름살을 늘려가지만

열정을 잃으면 영혼이 주름진다.

고뇌, 공포, 실망에 의해서 기력은 땅을 기고

정신은 먼지가 돼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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