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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포리스트 카터 지음, 조경숙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0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십여 년 전에 옆자리 앉았던 선생님이 <작은 나무야>라는 책을 읽고 계셨다. 재밌어요? 하고 지나는 말로 물었는데, 그 선생님이 고개를 들었을 땐 눈에 물기가 묻어 있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왠지 그랬다. 그래서 빌려서 읽었던 책이 이 책인지, 다른 판인지는 알지 못하겠다. 아마 1991년에 애비상을 받았다는 걸로 봐서 그 책이 맞지 싶다.
십년 전에 읽었던 책인데도, 새삼 읽으니 구구 절절이 심장을 찌른다. 북한 노래 중에, '심장에 남는 사람'이란 노래가 있다는데(노래는 모르지만, 정말 멋진 제목 아닌가. 정말 이런 노래라면 궁금하다.), 이 책은 심장에 남는 책이다. 십년도 전에 이 책을 읽을 때, 지금처럼 심장에 남진 않았던 것 같다.
처음엔 그저 읽다가, 좀 뒤엔 빌려온 책이라 줄을 그을 수 없으니, 노트를 펼치고 몇 구절을 적었다. 그렇지만, 결국은 적는 것도 포기하고, 되도록이면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고, 머릿속에 잡다한 생각들이 들어서 눈으론 읽었지만 놓친 구절이 있을 땐, 과감하게 몇 페이지를 다시 읽곤 했다. 책이 반이 넘자 아쉬움에 떨다가, 마지막 몇 장을 남겨 놓고는 책을 놓기 싫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그러나, 책은 어디까지나 책일 뿐, 멋진 풍경은 사진으로 남길 수 없듯이, 멋진 책은 외울 수도, 베낄 수도, 사서 책꽂이에 꽂아둘 수도 없다. 책을 만나면 책을 버려야 한다. 멋진 경치를 마음에 담아 오는 것이 익숙한 여행가이듯이, 내 영혼이 따뜻하게 해 주었던 작은 나무에게 감사의 마음을 두고두고 남기는 것이 익숙한 독자의 몫이리라.
체로키 인디언들의 삶의 방식에서 배울 수 있는 겸손함,
어린이에 대한 배려의 시선, 용기를 심어주는 격려의 한 마디 한 마디.
자연과 동화되는 삶의 지혜,
결코 욕심 부릴 필요 없음을 체득한 신선한 삶의 태도,
개척민들의 사고방식에 치를 떨면서도 그들을 미워하지 않고 동등한 존재로서 인정하는 휴머니즘.
갖가지 동물들과 자연과의 교감에서 느끼는 숭고함과 아름다움,
우리가 놓치고 사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 노동의 성취감과 사용가치의 소중함을 느낄 줄 아는 순수한 마음,
교환 가치에 영혼을 팔지 않을 만큼의 자존심,
강제 이주를 당하면서도 인간의 존엄함을 잃지 않던 기개.
몸을 꾸려가는 마음과 영혼의 마음의 반비례 관계를 통한 소유의 절제에 대한 통찰, 집착을 버리라!
아이들이 자연에서 행하는 일에 대해 꾸짖는 법이 없는 체로키 족.
끝없는 해석을 필요로 하는 것들에 비해, 간결하면서도 쉬운 말로 삶의 지혜를 가르치는 책, 이런 것이 진정한 고전이 아닐까? 우리 삶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생각하게 하는, 바로 철학하게 하는 그런 고전 말이다.
리틀 트리와 작별하는 지금, 리틀 트리로 하여금 내 영혼이 따뜻해 졌음을 진심으로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