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 통신 2005 - 2호(부모님 통신)               부산공고 1학년 컴퓨터응용기계과 1반


목표를 가진 고등학교 생활을 도와주세요.


반갑습니다.

아이들의 담임을 맡게된 교사입니다.

학생들을 실업계 고등학교로 진학시키신 학부모님의 마음은, 우선 우려가 많이 되실 것이고, 우리 아이가 잘 적응해서 진로를 찾아나갈 수 있을지 걱정도 크실 것입니다.


우리 반 학생들은 총 35명입니다.

거의 대부분의 학생이 중학교에서 67%-73%의 성적을 얻어 실업계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된 친구들이어서, 학습에 관심이 적고 고등학교에 적응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기가 쉽습니다. 일반계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실패의 경험이 마음을 누르고 있을 수도 있고, 부모님의 지나친 기대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학기 초에, 담임으로서 일년간 학생들을 지도할 방향을 말씀드리고, 부모님들의 협조를 얻고자 가정 통신을 띄웁니다.


우선, 학생들은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라는 것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나 부모님들께서도 청소년기에 얼마나 정서적으로 날카로웠던지 떠올리신다면 학생들과 좀더 원만한 관계를 가지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사소한 잘못들을 하는 것은, 원래 못된 인간이어서라기 보다는, 쑥쑥 자라는 육체에 비해서 아직 마음이 올바른 자리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모님과 학교의 역할은 건강한 신체에 아름다운 영혼이 올바른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학교에서 지도하는 것을 믿고 따라 주시면 감사하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요즘은 어느 가정에나 아이들이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작은 억압에도 불만을 가지기 쉽습니다. 단체 생활에 따르는 규율이나 규칙들은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들 수는 없는 것이므로, 학생들이 학교에 대해서 비난을 할 때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도록 상담해 주시기 바랍니다. 학교에 건의할 것이나 수정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시는 사항은 담임과 상의해 주시면 학생들이 즐겁게 생활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학생들의 학교 일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3월 28일부터 아침 8시 20분까지 등교하도록 지시하였습니다. 학생들이 8시 30분의 등교시간을 자꾸 어겨, 사회생활에서 시간을 지키는 것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도록 등교시간을 조금 당겼습니다. 학생들이 절대 지각하는 일이 없도록 가정에서도 각별히 지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하교 시간은 5시 정도가 될 것입니다. 게으름으로 인한 지각이나 결석은, 대학 진학이나 취업에 막대한 지장이 있다는 것을 잘 이해시켜 주십시오.

그리고 본교의 학생들은 비교적 고른 분포의 성적을 보이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조금만 노력하면, 자기들이 일반계 고교에 진학했을 때 꿈도 꿀 수 없었던 대학에 진학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학생들에게 학원을 보내고 수능 준비를 시키시는 것은 불필요한 일입니다. 이 학생들은 3학년 1학기까지의 내신 성적으로 대학 진학이 결정되게 됩니다.(빠른 학생은 2학년 2학기까지) 그러므로 1학년 때부터 내신 성적 관리에 만전을 기하도록 지도해 주십시오. 한 번 망친 내신은 학교를 다시 다니기 전까지는 복구가 불가능합니다. 중간, 기말 고사는 적어도 2주일 정도는 철저하게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내신 성적은 진학반이나 취업반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항목입니다. 본교에 진학한 것을 다행으로 여겨 긍정적으로 최선을 다하도록 격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담임으로서 아이들에게 5월 22일(일)이 워드프로세서 필기 시험과, 7월 30일(토)의 한자검정시험에 응시하도록 지도할 생각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시험들이므로 학생들이 틈틈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함께 지도해 주십시오.


우리 아이들은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꽃과 같고 별과 같이 밝고 아름다운 존재들’입니다. 그런데도 어려서부터 성공의 경험보다는 실패의 경험이 많은 아이들이 상당수입니다. 저는 1년간 우리 아이들에게 숨겨져 있던 꽃봉오리를, 별의 씨앗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국가에서 맡긴 담임입니다. 학생과 관련된 작은 일들이라도 항상 담임과 상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당부드릴 말씀은, 이 아이들은 책을 읽어본 일이 너무나도 적은 아이들입니다. 제가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많이 빌려볼 수 있도록 지도하겠사오니, 가정에서도 시간을 정해 두고 자녀가 책을 읽을 수 있도록 격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부모님의 관심이 아이들의 가슴 속 <보석>을 일깨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가끔 서점에도 가시고, 아이들과 같이 책 읽는 시간을 가지시는 것도 아이들과 친밀감을 높이는 데 보탬이 될 것입니다. 성적을 올리는 지름길은 학원도 아니고, 잔소리도 아닌, 독서 습관에서 우러나온다는 것이 제 경험에서 생겨난 소신입니다.


드릴 말씀은 많으나, 차차 말씀드리겠습니다. 한 학기에 한두 번씩 부모님 통신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제 전화는 학교(607-3817), 휴대폰(016-9668-9750)이며, 이메일은 shy3042@hanmail.net입니다. 학교에는 문턱 같은 것 없습니다. 언제든지 무슨 일로든지 학생과 연관된 일은 연락 주시면 학생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각 가정의 소중한 아이들이 모두 즐겁고, 행복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가정과 학교가 긴밀한 협조를 이루는 보람찬 1년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2005년 3월 24일


아이들의 담임선생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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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 폰더씨 시리즈 4
앤디 앤드루스 지음, 이종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아주 유명한 책이고, 베스트 셀러에도 많이 들어 있었던 책 같은데... 아이들도 독후감으로 잘 적어내는 책인데... 어찌 내 눈에 얻어걸리지 못했다가, 우연히 도서관에서 발견했다. 이 책의 원제목은 여행자의 선물이다. (The traveler's Gift)

이야기는 아주 평면적이다. 실직과 가난, 딸의 질병으로 고통받던 폰더가 꿈을 꾸는 세계로 들어가서, 인연으로 맺어진 사람들을 일곱 만나서 교훈을 듣고 온다. 미래의 자기 모습은 <왕 유명한 사람>이다. 폰더씨는 갑자기(?) 의욕적인 인간으로 변신한다는 황탄한 이야기다.

이 책이 독자를 사로잡을 수 있는 것은 각 장의 말미에 실린 격려 편지들일게다. 확실히 선동가적 기질이 있는 작가의 <부흥회> 수준의 편지들이다. 그저 놓쳐버리기엔 아쉬울 정도로...

그런데, 이 책을 읽고 푹 빠질 수 없는 것은... 너무 치즈 냄새가 풀풀 날린다. 이차대전을 평화롭게 끝내려고 원자 폭탄을 고뇌속에 터트린 트루먼 대통령, 북부의 공업지대에 필요한 노예를 공급하기 위해 남부의 노예를 해방시킨 링컨 대통령, 게티스버그의 선동가 체임벌린, 평화로운 고요한 서쪽의 대륙 어메리카의 주인 인디언들에게 철천지 원수일 콜롬부스, 유태인의 세종대왕 솔로몬, 핍박받던 유태인의 화신 안네 프랑크, 그리고 그들의 대천사 가브리엘까지... 그리고, 폰더씨의 미래에 그려진 <명성, 부, 칭찬, 존경...>. 이 모든 것들은 너무도 미국적인, 미국인들에게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이해될 법하지만, 삐딱한 내가 보기엔 왠지 자연스럽지 못하고, 그들만의 좁은 안목에 갇힌 미국적인 우화라고나 할까...

이렇게 쓴다면 어떨까, 아이엠에프로 실직 당하고, 저당잡힌 집도 날리고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져 노숙자로 떠도는 가장이 어느 날 꿈을 꾼다. 한국적 민주주의(=폭력적 독재를 통한 국가독점 자본주의)의 토착화로 공이 큰 박통과, 조선시대 성군으로 칭송이 자자한 세종대왕과, 용맹함과 총명함으로 세계 해전사에 길이 남을 이순신 장군, 올림픽과 월드컵, 컬러 티비 방송, 프로야구 등으로 3S 정책으로 유명하고 장세동과의 의리로 유명한 29만원 대통령, 유명한 스님들, 조선의 철학자들 이이, 이황, 실학의 대가 다산, 연암, 추사... 이런 이들이 나와서 같은 논조로, 공은 여기서 멈춘다(가난을 종식시킨 박통), 나는 지혜를 찾아 나선다.(세종), 나는 행동을 선택하는 사람이다.(충무공), 내 운명은 내가 개척한다.(전통), 오늘 나는 행복한 사람이 되기를 선택하였다(성철), 나는 매일 용서하는 마음으로 살겠다(이황), 나에겐 믿음이 있다(실학)... 뭐, 이런 줄거리로 쓴들 크게 거슬리지 않을 듯 싶을 거라는 생각을 만들 정도다. 이 가장의 마지막은 어떤 것이 되어야 할까... <참된 나>를 깨닫고 미망에서 벗어나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자기 이름이 달린 빌딩, 거리... 이런 황탄한 것 보다는...

미국의 기준이 세계에 통용될 듯하지만, 그들의 물질 문명이 극도에 달한 지금, 대천사 가브리엘의 멸망에 대한 예언이 <나>를 향한 것이란 깨달음까지 가지는 못하고, 폰더씨의 화려한 복귀로 해피엔딩이라 착각하는 소설에 환호하는 사람들의 마음들은 얼마나 팍팍하고 죽지못해 사는 것인지... 읽는 내가 다 팍팍할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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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미래로 가는 경주에서 승리하려면,
무엇보다도 기업안에 경험이나 연공에 의한
계층구조가 아닌
상상력의 계층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은 지금까지 전략 만들기 과정에서
소외되었던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일정 수준 이상의 몫을 주는 것이다.
- 게리 하멜, 런던비지니스 스쿨 교수 모든 조직은 나름대로의 목적과
이유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이제 연공(근속연수)과 지위에 의한 계층구조가 아닌,
신속하고 유연한 대응능력, 고객 만족도 제고,
상상력과 창의력 향상과 같은
새로운 기준에 의한
조직 설계를 시도해 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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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지만 화려하지 않고,
아름다운 색깔을 지녔으면서도
향기로 주위를 끌려고 하지 않는 소박한 제비꽃.
그러나 그 긴 겨울 추위를 용케도 견디고 아직 사방이
찬바람 소리로 가득할 때, 햇빛이 잠시라도 머무는 양지쪽이면
어느 풀잎보다 먼저 잎을 내고 꽃 피우는 그 모습은
봄마다 나를 눈물겹게 한다. 그리고 게을러지는
나의 생활에 채찍을 가차 없이 가한다.


- 권오분의《제비꽃 편지》중에서 -
세상은 제비꽃 천지건만, 제비꽃 내 모습을 한숨짓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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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3-30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비꽃처럼 작지만 겸허해 보이는
우리의 들판에 핀 꽃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건
촌구석에 살고 있기 때문일까요...
보라 제비꽃..갑자기 조동진의 '제비꽃'이라는 노래가 생각납니다.
 
실패한 교육과 거짓말
노암 촘스키 지음, 강주헌 옮김 / 아침이슬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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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촘스키는 미국의 횡포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이 책이 발행된 2001년 봄에 쓴 것이라서 70-80년대의 니카라과의 산디니스타 반군에 행한 미군의 지원에 대해 비판적으로 쓴 글들이다. 글도 있고, 대담 자료도 있다.

교육이란 사회의 계급 구조를 재생산하기 위해 정부가 주도하고, 언론이 뒷받침하는 <시나리오>대로 움직이는 <쇼>라는 것이 촘스키의 시각이다.

20:80의 구조가 10:90의 구조로 변해가는 것은 우리 나라의 현실에도 적용되는 것이 아닐까? 중산층이 줄어드는 구조. 원래 재산을 가진 상류층 외에는 자신의 힘으로 중산층이 되는 것이 불가능한 사회. 계급의 변동이 갈수록 불가능해지는 자본주의의 후기 구조로 우리 사회도 고착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는데, 촘스키의 시각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아이들도 이해할 수는 있지만, 구사할 수 없는 용어가 있다. "잔돈은 됐어요."하는 말. 어떻게 잔돈이 됐다는 말인가. 자연스레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계층과, 그 잔돈으로 먹고 살아야 하는 계층으로 변하는 세계를 그렇지 않다고 말한들 세상을 속일 수는 없는 것.

공교육이니 평준화니 하는 것이 몽땅 거짓이고 허위임이 밝혀지지 않았는가. 예전에는 지엔피가 너무나도 낮았던 예전에, 국민의 구십 프로가 농사를 짓던 그 시절에는 우골탑을 쌓아 대학을 보내고, 대학에서 고시라도 패스하면 신분 상승의 고속 엘레베이터를 타고 중산층으로 안락하게 골인하던 때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가진 자들만의 과외와, 가진 자들만의 특수 학교들로 가득한 한국의 교육에서, 평준화라는 것은 허울 좋은 거짓말에 불과한 것일지도...

눈앞에 뻔하게 드러나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게 하는 교육. 우리에게 노동 삼권이 있다고 거짓으로 행하는 교육. 우리 나라에는 각종 자유가 있다고 하는 교육, 그러나... 그러나... 노동 삼권은 핏빛 시위로 점철된 역사고, 각종 자유는 <의무>에 짓밟힌 사회였음을 감추는 교육. 그래서 국민을 의사 결정에 참여시키기 보다는 방관자의 역할에 묶어 두는 상의 하달식 지배 체제를 강화하는 것이 현대 사회의 <거짓말로서의 교육>이 공고화되는 방식이라고 촘스키는 날카롭게 지적한다.

거짓을 가르치지만, 체제에 순응하여 체제의 밑바닥 인생을 재생산할 뿐인 썩어빠진 교육을 늘상 개혁해 주기 바라는 어리석은 중생들은 오늘도 자기 자식을 학원에 보내고, 자기 자식만은 썩어빠진 의사놈이나 판사 놈이라도 되길 바라는, 그게 불가능한지도 모르는 한심한 중생들에게, 교육의 가면을 드러내 보이기엔 좀 까다로운 책이지만, 촘스키같은 삐딱선이 석학으로 인정받는 사회인 미국은 그래도 기회가 열린 사회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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