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라는 것도


삶이라는 것도
언제나 타동사는 아닐 것이다.
가끔 이렇게 걸음을 멈추고 자동사로 흘러가게도
해주어야 하는 걸 게다. 어쩌면 사랑, 어쩌면 변혁도 그러하겠지.
거리를 두고 잠시 물끄러미 바라보아야만 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삶이든 사랑이든 혹은 변혁이든
한번 시작되어진 것은 가끔 우리를 버려두고
제 길을 홀로 가고 싶어하기도 하니까.


- 공지영의 <길> 중에서 -


* 봄이 다가오고 있다는 신호로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볼 일이 있어서 잠시 행선지로 가는
길목에서는 한겨울의 눈꽃송이가 많이 피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음으로 느끼는 것은 그곳에 이미 파아란
새싹이 돋아나고 있습니다. 역시 절기는 못속이는
것 같습니다. 올 한해는 모든 사람들이 더
좋아졌다는 말을 할 수 있는 해가
되기를 바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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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사는 특별한 목적이 없다.

나는 노래한다. 나는 논다. 나는 쉰다. 나는 사람이다.

그래서 마음이 자유롭다. 자동사는 <자유로운 동사>다.

타동사는 특별한 목적어를 가진다.

나는 <무엇인가를> 본다. 나는 <무엇인가를> 생각한다. 나는 <무엇인가를> 사랑한다. 나는 <무엇인가를> 미워한다. 나는 <무엇인가를> 하고 싶다. 나는 <무엇인가를> 갈구한다.

그래서 마음이 목적에 매여 공허하다. 타동사는 <타인, 다른 무엇>에 매여있어 <자유롭지 못한 동사>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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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건너는 지혜의 징검다리
구보 순료 / 일출 / 1997년 12월
평점 :
품절


일본의 구보 순료라는 승려가 경전에서 뽑아낸 68편의 이야기들을 간추린 책이다.
크게 9장으로 나누어서,

1. 인생을 되돌아보고 싶은 분께
2. 직장일에 지쳐있는 분께
3. 인간 관계로 괴로워하는 분께
4. 친구가 없어 쓸쓸한 분께
5. 배금주의에 혐오를 느끼는 분께
6. 자신의 능력 이상을 요구하는 사회가 부담스러운 분께
7. 솔직한 자신을 되찾고 싶은 분께
8. 위대한 인간이 되고 싶은 분께
9. 평온한 삶을 원하는 분께

이렇게 아홉 개의 큰 제목을 붙여 놓았다.

일본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못하고 팍팍하기만 하고,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이기기 어렵다고 한다.

우리는 선진국도 아닌 주제에 자살률 세계 3위를 차지한다는 대단한 순위를 가지고 있다. 왜 죽는가. 삶이 아무런 재미가 없으니 죽는다. 그러면, 재미로 사는가? 삶이 너무 힘들어 죽는다. 그럼, 힘들지 않은 삶도 있는가? 생각하기도 싫어 죽는다. 얼마나 생각해 보았기에...

젊은이들의 죽음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낀다. 80년대의 사회적 고민에서 유발된 죽음들과는 달리, 어느 정도 풍족한 속에서 자기의 존재를 제대로 찾지 못하고 목숨을 끊는 사람들을 보면, <자신>과 만나려는 노력이, 철학을 심어주는 교육이 절실하게 필요함을 느낀다.

남의 눈이 되어 자신을 바라보면 더없이 초라하고 왜소하게 보인다. 옥상에서 부감하는 느낌으로 오그라든 자신을 바라보면서 외로움을 길러 깊어가는 쓰라림을 이기지 못하는 젊음들에게... 비단 불교 뿐 아니라, 모든 생각하는 것을 권하는 책들은, 모든 자기를 찾기를 바라는 책들은, 주제가 종교든, 명상이든, 아니면 단순한 자기 계발이든... 경쟁에서 한 걸음 물러서서 <나의 본질>을 따스한 눈으로 <바라보는 법>을 가르쳐 줄 것이다.

<센千>이 되어 허둥대고 버둥대는 가치없는 삶을 사는 행방불명 되었던 나의 이름은, 본래는 <치히로千尋>였음을 발견한다면 더 큰 악업을 남기는 행동을 섣불리 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한다.

이 책은 별을 많이 주기는 어렵다. 번역의 문제인지는 몰라도, 문체가 부드럽지 못하다. 인연에 관한 이야기를 읽고 싶다면 법정 스님의 '인연 이야기'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아홉 개의 챕터로 나누긴 했지만, 별로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하기도 한다. 이야기와 해설(마음을 풀어주는 자리) 간에도 <촌철살인>의 설명이랄까, 강의랄까 그런 것을 배우기 어렵다. 정민 선생의 <죽비 소리>의 해설이 주는 <확장된 텍스트 읽기>의 재미를 느끼게 했더라면 별 넷은 줄 수 있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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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번 생에
우빤디따 지음 / 불광출판사 / 2002년 8월
평점 :
절판


In this very life.

<열 개의 살인 군단>

육체적 쾌락이 그대의 첫째 군단,
불만이 그대의 둘째 군단이라 하지.
그리고 셋째는 배고픔과 목마름.
넷째는 갈망.
게으름과 무감각이 다섯째.
여섯째 군단은 공포.
일곱째는 의심.
자만과 배은망덕이 여덟째.
소득, 명성, 명예 그리고 속여 얻은 명성은 아홉째.
자화자찬하고 남을 깔보는 자는
열째 군단의 희생자.
이것이 그대의 군단. 마라.
암흑의 공습 세력.
그것을 정복치 못하는 자는
영웅이라 할 수 없지. 그러나 정복했다면
행복을 얻으리.

미얀마의 우빤디따 스님의 위빠사나 수행에 대한 가르침을 상세히 설명한 책이다. 우리의 안이비설신의(눈귀코입몸뜻)가 느끼는 색성향미촉법(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생각)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는 눈의 노예가 되고 내지는 마음의 미망에 휩싸여 어리석을 짓을 반복하며 '마라'의 노예가 되고 만다.

호시탐탐 나를 노리는 <마라>의 군단을 막는 방법은 계,정,혜를 지키는 법이다. 세속인이지만, 다섯 가지 계(살생하지 말 것, 훔치지 말 것, 바른 성생활, 거짓된 말 하지 말 것, 금주)를 지키고, 마음을 가라앉히며, 늘 깨어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글을 읽을 때는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내 몸이 조금만 불만스럽고, 피로할 때라도 내 마음은 바로 마라의 포로가 되고 만다.

늘 깨어있기. 걸음을 걸을 때 천천히 걸으며 깨어 있고, 전화기가 울리거나 종소리를 들으면 문득 깨어있어야 하고, 밥숟가락을 들 때도, 이야기를 할 때도 나의 행동을 내가 깨어서 <보는> 것이 위빠사나 명상에서 아주 중요한 것이다. 이 책에서는 영적 스승과 면담을 중시하는 데 선원이라면 그것도 가능할 것이다.

일상 생활에서 나를 괴롭히는 사건, 사람 상황들에게 휩싸여 있다보면 마음의 평정을 잃기 쉬운 것이 나날의 현실이다. 매 순간, 깨어있는 마음을 가지는 것, 세상의 모든 것이 무상함을 깨닫는 것. 그래서 늘 공평하게 바라보고 마음의 안정을 얻는 것이 필요하다. 작은 색감들에도 쉬이 물드는 내 어리석은 마음을 볼 때면 정화의 물살을 자주자주 퍼붓는 수밖에 없다.

십여년 전에 <상담원> 공부를 한 적이 있다. 어느 강사분께서 맑은 비이커에 먹물을 조금 떨어뜨리셨다. 먹물은 금세 비이커 전체에 퍼져 물을 검게 흐렸다. 그 먹물 몇 방울을 원래의 맑은 물로 만드는 데는 말통들이 주전자 한 통을 다 퍼부어야 했다. 그 때 공부하던 선생님들이 깜짝 놀라 깨닫고 박수를 보낸 적이 있다.

잘못된 마음이 고요한 마음을 흔들어 버리기는 순간이다. 그러나, 그 오염을 정화하기에는 그 오염원의 수천, 수만배의 맑은 물이 필요한 것이다. 오염된 육신과 정신을 가다듬기에 독서는 큰 도움을 준다. 비록 읽고 또 금세 잊어버리는 어리석은 중생이라 할 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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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리의 뼈
도널드 길버트 지음, 윤구용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4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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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리에 웬 뼈? 차라리 오징어라면 몰라도...

미국인 스님이 재치있는 만화와 함께 진리를 찾는다는 것의 의미를 그린 책이다.

진리를 찾는 개는 늘 <진리를 찾는다는 행위 자체>에 집착하고, 간혹 <진리를 찾았다>고 착각하며, 주변에서 <진리>를 발견한 사람을 놓쳐버리는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나>에 대해서 모르면서, 모른다는 사실 자체도 인식하지 못하고, 세계의 인식 주체가 <나>임을 놓치고 사는 우리의 일상을 날카롭게 꼬집고 있는 이 책은, 일단은 만화로 되어 있어 부담스럽지 않다. 그렇지만, 조금 어렵다. 번역이 잘못 된건지... 아무튼 잘 모르겠지만, 하긴 禪이란 것이 알고 모르는 문제는 아니지 않은가.

요즘 명상에 관심을 가지면서 무엇에 대해서 알고 있다는 것에 대해 집착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다 보니 어떤 경우 또렷하게 생각이 맺히지 않고, 나는 정말 아무 것도 모르는 바보가 된 듯한 느낌이 들 때도 있다. 내 말로 정리하지 못하고, 그저 읽고 수긍하다보면 그것으로 만족스럽다.

알라딘에 리뷰를 올리면서, 이것 또한 집착이 아닌가... 하여 그만둘까도 생각한 적이 여러 번 있으나, 간혹이라도 내가 남긴 기록들을 돌아 볼때 계속 적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내 생각이 부족한 것도 나중에 찾을 수 있고, 아, 내가 저 때 저런 생각도 했구나, 하고 깨달을 수도 있으니까...

진리의 길을 잃고 헤매는 개를 보면, 나와 다르지 않다는 공감을 하게 된다. '이 뼈는 맛있다.'는 것을 못 느끼고 헤매이기만 하는 존재를 보면서... '이 뼈가 맛있음'을 행복하게 누리며 살 수도 있어야 하는 것을... 지금 이 순간이 경이로운 순간이며, 나의 지금의 위치가 정말 감사할 일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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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모습 그대로 상대방을 대해주면
그 사람은 현 상태 그대로 남아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방이 할 수 있는
잠재능력대로 그를 대해주면
그 사람은 결국 그것을 이뤄낼 것이다.
- 괴테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사나 부모,
특히 자기가 좋아하고 따르는 사람이
기대하는 것 만큼 이루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입니다.
유명한 피그말리온 효과가 바로 그것입니다.

기대하는 목표 달성을 위해
채찍질 할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 높은 기대와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노력하게 할 것인가
둘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우리에게 달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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