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 고양이
데이비드 루리 지음, 재연 옮김, 테드 블랙올 그림 / 문학동네 / 2003년 4월
평점 :
품절


데이비드 루리가 연재한 세 컷짜리 만화를 재연스님께서 해설을 붙이셨다.

그림은 귀엽고, 캐릭터는 흥미롭고, 진리는 명쾌하다.

어찌 저리도 닮았을꼬,
소인과 저울대!
눈꼽만한 것으로 올라왔다 내려갔다...

옛 인도의 경구라고 한다.

인식주체의 의지와 주관에 따라 지각 대상의 가치가 달라지는 <일체유심조>의 뜻을 재미있게 그린 책이다. 재연스님의 덧붙임글보다, 데이비드 루리의 만화가 찌르는 정곡은 따끔하다못해 숨을 멎게 할 때도 있다.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만 자꾸 쳐다보게 되는 어리석은 우리에게, 목불(木佛)따위 땔감으로 때어버려도 그만이지 않느냐는 간명한 가르침이 서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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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5-03-02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새 학교의 도서관에서 읽으셨나요? 새 학교는 어떠셨는지 궁금하여요. ^^

글샘 2005-03-02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네. 부산공고 도서관에 책이 많더군요. 공학 관련 서적도 많지만, 읽을만한 책이 제법 있더라고요. 한 해는 무사히 버틸 수 있습니다. ^^ 일반계 있다가 실업계로 오니 생각이 많네요. 시간도 많고. 그래서 교사 일기를 주절거리고 적어볼까 합니다. 제가 일기 한 편을 적고 나서, 해콩샘의 리플을 발견했습니다. 새 학교는 아주 좋았습니다. ^^
 

사람들은 항상 그들이 처한 환경을 탓한다.
나는 환경을 믿지 않는다.
세상을 이끌어 가는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환경을 찾아다니고
찾을 수 없으면
그 환경을 만드는 사람들이다.
- 영국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
개인이나 조직이나 환경을 탓하기 시작하면,
소극적으로 변하게 되고 자신감을 잃게 됩니다.
결국 환경 탓을 한다는 것은
스스로 실패 가능성을 높이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위대한 경영자들은 성공하면
그 원인을 외부 환경, 즉 운으로 돌리고
실패하면 자기 탓을 한다고 합니다.
어려운 환경에 굴복하지 않고
환경 자체를 유리하게 변화시키는
‘환경창조형 경영’이
절실히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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ぼくたちの失敗 (드라마 '고교교사'주제가)


春のこもれ陽の中で 君のやさしさに

하루노코모레비노나카데 키미노야사시사니

(봄의 나뭇잎사이로 스며드는 햇빛속에 당신의 다정함에)


埋もれていたぼくは 弱蟲だったんだョネ

우모레테이타보쿠와 요와무시닷탄다요네

(묻혀있는 난 겁쟁이였군요)


君と話し疲れていつか 默りこんだ

키미토하나시츠카레테 이츠카다마리콘다

(당신과 이야기하다 피곤해져서 언젠가 조용해졌어요)


スト-ブ代わりの電熱器 赤く燃えていた

스토-브카와리노뎃네츠키 아카쿠모에테이타

(스토브대신의 전열기, 붉게 타고있었어요)


地下のジャズ喫茶 變らないぼくたちがいた

치카노쟈즈킷사 카와라나이보쿠다치가이타

(지하의 재즈카페, 변하지 않은 우리가 있어요)


惡い夢のように 時がなぜてゆく

와루이유메노요오니 도키가나제테유크

(기분나쁜 꿈처럼 시간이 어째서인지 흐르고있어)


ぼくがひとりになった 部屋にきみの好きな

보쿠가히토리니낫타 헤야니키미노스키나

(내가 혼자가 되었던 방에서 당신이 좋아하는)


チャ-リ- ·パ-カ- 見つけたョ ぼくを忘れたカナ

챠-리-·파-카- 미츠케타요 보쿠오와스레타카나

(체리파커를 찾아냈어요. 날 잊어버렸을까..)


だめになったぼくを見て 君もびっくりしただろう

다메니낫타보쿠오미테 키미모빗쿠리시타다로오

(더이상 안되게 돼어버린 날 보고 당신도 깜짝 놀라겠죠)


あの子はまだ元氣かい 昔の話だネ

아노코와마다겡키가이 무카시노하나시다네

(그아이는 지금도 잘있을까.. 옛날이야기네..)


春のこもれ陽の中で 君のやさしさに

하루노코모레비노나카데 키미노야사시사니

(봄의 나뭇잎사이로 스며드는 햇빛속에 당신의 다정함에)


埋もれていたぼくは 弱蟲だったんだョネ

우모레테이타보쿠와 요와무시닷탄다요네

(묻혀있는 난 겁쟁이였군요)

 

내가 좋아하던 노래였는데, 요즘 자이 아파트 광고에 나와서 반가운 김에...
아름답지 않은가... 하루노 코모레비노 나까데...

 

어때요? 이게 '꼬모레비'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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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3-01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기신기합니다. 글샘님에게서 이런 모습이 있으시다니...^^

해콩 2005-03-01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요.. 모르고 봤다면.. 일어샘이라고 의심했을 듯한 국어샘이십니다요~
 
이른 아침 나를 기억하라
틱낫한 지음, 서보경 옮김 / 지혜의나무 / 2003년 3월
평점 :
품절


아침에 깨어나자 마자, 나를 기억해야한다. 아침형 인간이라고 해서 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침 여섯 시에 일어나 신문을 들고 화장실로 가서 세상의 잡다한 번사를 읽어대고, 몇 개의 화분에 물을 뿌린 후, 동네를 한 바퀴 돌고 샤워하고 아침먹고 출근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아침에 깨어나자 마자 나를 기억하지는 못한다.

더군다나 나처럼 지각의 마지노선까지 한쪽눈을 찡그려가면서 시계를 바라보고 '오분 더'를 생각하다가 '후다닥 출근'을 하는 사람에게는 아침에 깨어나자 마자 나를 기억할 방도는 없다. 깨어나자 마자 '늦었다!'는 생각에 일분 일초를 아껴 이닦고 세수하고 면도하는 매일 해야하는 몇 가지 잡무에 시간을 촉박하게 쓰고 마는 것이다.

<오늘>이라는 <선물>을, 그 귀하고 고마운 선물을 생각하면 한없이 게으름을 부릴 순 없는데도 말이다. 크리스마스 아침에 다들 쿨쿨 휴일의 단잠을 만끽할 시간에도 어린이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선물의 행방을 찾아 좁은 집안을 여행하지 않던가. 그러다 선물을 발견했을 때의 그 기쁨, 그 의기양양한 모습이란... 매일 아침,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을 받은 아이처럼 초롱한 눈빛으로 깨어나, 나를 기억해야 한다. 나의 존재의 가치를 행복하게 온 몸으로 느끼고, 짧은 시간이나마 대지의 순환에 감사하고, 화산재에 파묻히지 않은 나의 존재를 감사하고, 온 몸의 세포 하나하나, 혈관을 줄기차게 달리는 피톨들, 들숨과 날숨을 편안하게 인도하는 신의 숨결을 행복하게 느끼는 시간이 필요하다.

절에서는 종을 친다. 그 종 소리를 들으면서, 문득 깨달아야 한다. 나는 절에서 울리는 종소리가 나를 일깨우는 깨우침의 소리이고, 평화를 널리 퍼뜨리는 소리라는 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더랬다. 성당이나 예배당에도 종이 있고, 가끔 그 종소리를 들을 수 있다. 요즘의 번잡한 속세엔 종소리를 듣기 어렵지만, 나같은 선생에게는 하루에도 수십번의 차임벨이 있지 않은가. '나를 깨닫게 하는' 수십 번의 종소리가. 그리고 전화기에서 울리는 벨소리...

나는 기독교인들이 밥먹기 전에 기도하는 시간을 갖는 것을 우습게 바라본 적이 있다. 밥먹는 시간까지도 깨어있어야 하는 것을 모르고 말이다. 전화 받기 전 세 번의 호흡, 밥먹기 전 세 번의 호흡, 아, 이것이 <참을 인자 세 번 쓰면 살인을 면한다>는 그 진리였구나... 세 호흡만 숨죽이고 세상을 보기, 나를 깨닫기... 수업 종소리를 듣고는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황소와 같은 눈을 하는 교사들을 나는 보았다. 세 번의 호흡으로 도살장 신세를 면할 수 있다면 <지금 이 순간>이 어찌 <경이로운 순간>이 아닐 수 있으랴.

우리가 쫓아가야 할 것은 아무 것도 없다.우리는 자신으로 돌아가서 숨쉬기와 미소짓기와 우리 자신과 아름다운 환경을 즐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구름을 따르다, 모든 것은 연관되어 있음을 깨달은 강물처럼...

이 책은 한 주제로 일 분 정도의 읽을 거리를 마련해 놓았기 때문에 화장실에서나 목욕탕에 몸담그고 있을 때나 쉬는 시간이나 라면끓일 물 올려놓은 시간에도 간단히 읽을 수 있는 점이 북한말로 <웃점>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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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도 - 가르치는 이와 배우는 이를 위한 노자의 도덕경
파멜라 메츠 지음, 이현주 옮김 / 민들레 / 2003년 11월
평점 :
절판


파멜라 메츠의 <노자에서 뽑아낸 배움의 도>라고 이름붙일 만 하다.
서양인들도 노자 도덕경을 깊이있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고 들었는데, 이 책도 꽤나 잘 썼다고 할 수 있다.

노자의 주제, 또는 처음과 끝을 한 자로 줄이면, <도>다. 늘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름붙일 수도 없는 그것은 <도>이면서 <도>가 아니다.

불교의 색즉시공 공즉시색, 오온이 모두 <공>이라 함과 유사하다고 이해했는데, 엉뚱한 생각인지 나는 모르겠다.

세상을 살면서 알게 모르게 배우게 되는 <질서>, <도덕>, <윤리> 등의 시각이 얼마나 편협한 것인지를 깨우치는 것도 <도>이다. 이 책은 학교, 배움의 장에 적용되는 <도> 이야기니깐, 나같이 맨날 애들하고 아웅다웅 싸우는 질 낮은 교사에게 적합한 책이면서, 노자 자체가 상당히 비유나 격언에 능통한 텍스트라서 나처럼 수준 낮은 교사에겐 적합하지 않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작년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탁상 달력의 그림과 함께 이 책의 글귀들이 일부분 인용되어 있었다. 정곡을 찌르는 말들이 많아 페이퍼에 기록해 두었더랬는데, 아무래도 책을 읽어보고 싶어서 오랜만에 용기를 내서 알라딘에서 구입했다. 책 안에 끼워진 <민들레> 출판사 안내문에 보면, 이 책은 양장본(8천원), 문고본(6000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아깝다. 이천원을 아낄 수 있었는데... 하긴 내가 언제 이천원 아낀 인간인가. 몇 만원도 휘리릭 써 치우던 낭비쟁이가 이천원에 쪼잔하게 아까워 하다니... 그렇지만, 지금도 아깝다. 육천원 짜리가 있는 줄 알았다면 그걸로 샀을걸... 이 책을 누구에게 선물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천원이 아까워서 말이다.

이 책은 혼자 읽기 좀 아쉽다. 누군가 맘 맞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곰곰 생각하며 읽도록 선물하고 싶다. 이왕이면 양장본이 좋지 않겠는가... 그거, 그럴듯한 생각이다.

이 책을 읽는 순간 만큼은 <어둡고, 억압적이고, 수용적이지 못하고, 자율적이지 않은> 학교에서 벗어나 <학생을 위한 밝고 열린 사고의 학교>로 사고를 넓힐 수 있을 것 같다.

학교에서 아이들은 <억압, 패배, 눈치, 줄서기, 반칙, 배반, 패거리 짓기..... 등>을 배울 것이 아니라, 학교가 <놀이처럼 경이감을 간직하며 영감을 받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머리를 둥~ 울리는 울림이 있다. 우리 반 애들, 아니, 당장 우리 아들도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후자라기 보다는 전자가 아닐까? 빨리 눈치를 긁어서 나보다 약한 녀석을 찾아 패거리를 짓고, 적당히 줄서고 반칙도 구렁이 담넘기듯 하는 눈치와 비굴함이 있어야 살 수 있는 공간이 학교 아닐까? 용감하고, 회의적인 인간은 우울증 걸려 뛰어내리기 딱 맞는 공간이 바로 거기 아닐까? 저 덕목들을 나열하고, 이런 공간은 어디인지 퀴즈로 낸다면, 많은 이들이 지옥이라고 하지 않을까?

어리석은 교사는 반드시 비웃는다는 <도>의 길은 짧아 보이고, 약해 보이고, 불평등해 보이고, 어두워 보이고, 뒤처져 보이는, 그래서 부적절해 보이고, 어리석어 보이는 바로 그런 길이라는 데서 나의 <욕심>을 보며 새삼 어리석음을 깨닫고, 반성한다.

내가 슬기로운 교사는 되지 못할지라도, <학생들이 모두 탁월하다>는 것을 늘 깨닫도록 노력해야하고, 학생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학문하는 자리에서는 날마다 보태지고, 배움의 도 안에서는 날마다 덜어진다."는 말을 잊지 말자. 내가 추구하던 것도 학문하는 공간이 아니라, 배움의 도를 익히는 공간이 아니었던가. 출세의 야망을 불사르는 교사가 되어 욕심과 탐욕으로 가득하게 날마다 보태며 살아서는 행복한 아이들과는 거리를 만들 수밖에 없다. 늘 비우고 덜어내는 가난한 교사가 비로소 만족한 교사가 될 것임을, 깨닫자. 이것은 <다투어서는 얻을 수 없는 것>임을...

뛰어난 교사들은 열려있는 하늘과 같아 학생들이 그를 이해하지 못한단다. 어리석게 사랑받기를 구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하늘을 사랑하지는 않지만, 하늘을 우러러 존경할 줄 알게 되는 것이 아닌가.

마침 환경이 다른 새 학교에서 새 아이들을 만나는 내게 새로운 교사가 될 길을 생각하게 만들어준 반가운 책이었다. 교사라면 몇 번 곱씹어가며 읽어볼 만 하다. 그리고 얇지만, 내용은 독자가 채워야할 몫이니, 여러 사람들에게 선물하기도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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