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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도 - 가르치는 이와 배우는 이를 위한 노자의 도덕경
파멜라 메츠 지음, 이현주 옮김 / 민들레 / 2003년 11월
평점 :
절판
파멜라 메츠의 <노자에서 뽑아낸 배움의 도>라고 이름붙일 만 하다.
서양인들도 노자 도덕경을 깊이있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고 들었는데, 이 책도 꽤나 잘 썼다고 할 수 있다.
노자의 주제, 또는 처음과 끝을 한 자로 줄이면, <도>다. 늘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름붙일 수도 없는 그것은 <도>이면서 <도>가 아니다.
불교의 색즉시공 공즉시색, 오온이 모두 <공>이라 함과 유사하다고 이해했는데, 엉뚱한 생각인지 나는 모르겠다.
세상을 살면서 알게 모르게 배우게 되는 <질서>, <도덕>, <윤리> 등의 시각이 얼마나 편협한 것인지를 깨우치는 것도 <도>이다. 이 책은 학교, 배움의 장에 적용되는 <도> 이야기니깐, 나같이 맨날 애들하고 아웅다웅 싸우는 질 낮은 교사에게 적합한 책이면서, 노자 자체가 상당히 비유나 격언에 능통한 텍스트라서 나처럼 수준 낮은 교사에겐 적합하지 않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작년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탁상 달력의 그림과 함께 이 책의 글귀들이 일부분 인용되어 있었다. 정곡을 찌르는 말들이 많아 페이퍼에 기록해 두었더랬는데, 아무래도 책을 읽어보고 싶어서 오랜만에 용기를 내서 알라딘에서 구입했다. 책 안에 끼워진 <민들레> 출판사 안내문에 보면, 이 책은 양장본(8천원), 문고본(6000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아깝다. 이천원을 아낄 수 있었는데... 하긴 내가 언제 이천원 아낀 인간인가. 몇 만원도 휘리릭 써 치우던 낭비쟁이가 이천원에 쪼잔하게 아까워 하다니... 그렇지만, 지금도 아깝다. 육천원 짜리가 있는 줄 알았다면 그걸로 샀을걸... 이 책을 누구에게 선물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천원이 아까워서 말이다.
이 책은 혼자 읽기 좀 아쉽다. 누군가 맘 맞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곰곰 생각하며 읽도록 선물하고 싶다. 이왕이면 양장본이 좋지 않겠는가... 그거, 그럴듯한 생각이다.
이 책을 읽는 순간 만큼은 <어둡고, 억압적이고, 수용적이지 못하고, 자율적이지 않은> 학교에서 벗어나 <학생을 위한 밝고 열린 사고의 학교>로 사고를 넓힐 수 있을 것 같다.
학교에서 아이들은 <억압, 패배, 눈치, 줄서기, 반칙, 배반, 패거리 짓기..... 등>을 배울 것이 아니라, 학교가 <놀이처럼 경이감을 간직하며 영감을 받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머리를 둥~ 울리는 울림이 있다. 우리 반 애들, 아니, 당장 우리 아들도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후자라기 보다는 전자가 아닐까? 빨리 눈치를 긁어서 나보다 약한 녀석을 찾아 패거리를 짓고, 적당히 줄서고 반칙도 구렁이 담넘기듯 하는 눈치와 비굴함이 있어야 살 수 있는 공간이 학교 아닐까? 용감하고, 회의적인 인간은 우울증 걸려 뛰어내리기 딱 맞는 공간이 바로 거기 아닐까? 저 덕목들을 나열하고, 이런 공간은 어디인지 퀴즈로 낸다면, 많은 이들이 지옥이라고 하지 않을까?
어리석은 교사는 반드시 비웃는다는 <도>의 길은 짧아 보이고, 약해 보이고, 불평등해 보이고, 어두워 보이고, 뒤처져 보이는, 그래서 부적절해 보이고, 어리석어 보이는 바로 그런 길이라는 데서 나의 <욕심>을 보며 새삼 어리석음을 깨닫고, 반성한다.
내가 슬기로운 교사는 되지 못할지라도, <학생들이 모두 탁월하다>는 것을 늘 깨닫도록 노력해야하고, 학생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학문하는 자리에서는 날마다 보태지고, 배움의 도 안에서는 날마다 덜어진다."는 말을 잊지 말자. 내가 추구하던 것도 학문하는 공간이 아니라, 배움의 도를 익히는 공간이 아니었던가. 출세의 야망을 불사르는 교사가 되어 욕심과 탐욕으로 가득하게 날마다 보태며 살아서는 행복한 아이들과는 거리를 만들 수밖에 없다. 늘 비우고 덜어내는 가난한 교사가 비로소 만족한 교사가 될 것임을, 깨닫자. 이것은 <다투어서는 얻을 수 없는 것>임을...
뛰어난 교사들은 열려있는 하늘과 같아 학생들이 그를 이해하지 못한단다. 어리석게 사랑받기를 구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하늘을 사랑하지는 않지만, 하늘을 우러러 존경할 줄 알게 되는 것이 아닌가.
마침 환경이 다른 새 학교에서 새 아이들을 만나는 내게 새로운 교사가 될 길을 생각하게 만들어준 반가운 책이었다. 교사라면 몇 번 곱씹어가며 읽어볼 만 하다. 그리고 얇지만, 내용은 독자가 채워야할 몫이니, 여러 사람들에게 선물하기도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