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 있든 자유로우라
틱낫한 지음, 류시화 옮김 / 청아출판사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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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삼십 분 남짓 앉아서 따사로운 봄 햇살을 맞으며 틱낫한 스님의 책을 읽었다. 읽을 글도 별로 없고, 전에 읽었던 스님의 글들과 별다른 이야기는 없었다. 그런데,

문득 드는 생각이, 나는 책 읽을 때만 자유롭고, 나머지 시간에는 욕심에 불안에 가득차 있지나 않은지,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신경질적이고, 짜증도 잘 내는, 툭하면 화를 내는 사람이 아닌지를...

책 읽고 리뷰 적을 때는 마치 큰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그럴 듯한 말발로 글을 적고, 실제 생활에 돌아와서는 아집에 사로 잡혀 내가 최고인 악마가 내 속에 가득한 것은 아니었던지...

감옥에서도 부처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는, 차를 마실 때에는 온 몸으로 차를 마시란 쉬운 한 마디가 생활에 들어오기는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아침에 일찍 일어나 이십 분이라도 내 시간을 만들어야 함을 새삼 깨닫게 된 고마운 책이다.

같은 말을 조금 다른 상황에서 읽어 보면, 또 다른 느낌이 다가와 말을 건다.

조용한 방안에서 걷기 명상에 대해 읽으면 언제라도 할 수 있을 듯 하지만, 도서관 삼 층까지 헐떡거리고 올라가서 읽는 책에서 걷기 명상을 만나면 금세 나를 반성하게 된다. 아침에 허겁지겁 밥을 먹었음도 깨닫게 되고, 내 들숨과 날숨에 정신을 모으기도 힘들었음을 되돌아본다.

어디에 있든, 자유롭기 위해 수련을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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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 화두, 혹은 코드 우리 시대의 인물읽기 1
장정일 외 지음 / 행복한책읽기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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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나는 너무나 작아서, 나는 자꾸 나를 떠나가려 하네>

서른이 넘은 남자가 한밤에 혼자 춤을 추는 책상 머리에 붙어있었다는 시라는데...

그는 비굴하지 않아 보인다. 그는 깡패에게 욕을 하며 너 깡패지?하고 정체성을 심어 주기도 하고, 택시 기사와 싸워서 옆자리 아가씨에게 미움을 받기도 하며, 엄청 긴 드라이버 가진 도둑을 보내기도 하고, 감옥에도 간다. 아무튼 지식인인 척 않는 그는 비굴하지 않아 좋다.

그러나 그는 또 마음 약한 사내다. 음식에서 이물질이 나왔다고 따지려다가 그집 아들의 눈을 만나면 아무 말도 못하는 그. 버스를 타고, "막차를 탄 사람은 자리에 연연해 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며 행복은 언제나 상대적임을 깨닫는 사람이다.

장정일을 읽으면서 왜 신창원을 떠올렸을까? 아버지에 대한, 가부장제의 사회 질서에 대한 거부를 <가장 솔직한 기록>으로 남겼다는 면에서 두 남자는 공통점을 가졌다고 내 머릿속에 비슷한 실루엣을 비쳤는지도 모른다. 심리학에서 <스트레스>를 제대로 풀지 못하면 <범죄>가 되지만, 사회적으로 공인된 방식으로 예술적 방법을 쓰면 <승화>된다는 애매한 용어가 있다. 장정일의 경우 <승화>와 <외설> 사이에서 강금실 변호사까지 동원된 전투가 벌어진 것을 보면, 심리학의 정의는 형사소송법의 정의와 유권해석보다 한끗발 아래인 듯도 하다.

신창원이 남겼다던 그 유명한 일기. 그 때, 살인범 신창원의 범죄는 나쁜 일이지만, 그의 자기 합리화까지 밉지는 않았다. 신창원이 정말 악당이었다면, 그의 티셔츠가 갑자기 불티나게 팔렸을 리는 없지 않았을까? 사람들은 그에게서 가엾은 짐승을 보았던 건지도 모른다. 가부장제의 사회질서가 만들어낸 사회적 범죄. 장정일의 아래 말을 읽으면서 신창원이 떠오른 것은 그런 연유에서라 생각한다.

"짐승은 배울 수 있지만 아무래도 깨달을 수 없고, 인간은 어쩌다 깨달을 수 있지만 결코 배우지는 못한다. 하므로 교육에 관해서는 단 한가지 원칙만 유효하다. 선생은 절대 학생에게 '주입'하지 말고 '암기' 시키지 말아야 한다. 그 배움은 다 쓸데없다. 어떻게 하면 '깨닫게 해 줄 것인가'를 고민하는 게 교육이다." 신과 장의 공통점이 이런 거였다는 게 희한한 줄긋기의 변명이라면 변명이 될 것이다.

장정일은 나보다 4년쯤 먼저 태어난 사람이므로 살아온 연대가 비슷하다면 비슷할 수 있다. 그래서 그의 <삼중당 문고>의 추억과 존재의 근거는 상당히 공감할 수 있다.

그의 글들이 문제시 되어왔던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인데, 나는 사회적으로 문제시 되었던 그의 글들을 별로 읽은 적도 없고, 영화도 한 편 본 적이 없다. 그런데도 그가 낯설지 않다.

그의 <거짓말>은 장선우 감독의 영화로도 유명하다. 그런데, 제목이 <거짓말>인데 왜 그렇게 법원에서 흥분했을까? 본인이 거짓말이라는데... 거짓말을 소설의 언어로 치환하면 <픽션, 또는 허구>가 된다. 소설이란 게 일상 생활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이야기를 통해 대리 만족을 얻는 거라면, 그 픽션은 죄가 없지 않을까? 하긴 조선 시대에 김시습의 금오新화처럼 열여덟 총각과 열여섯 처녀의 사랑이야기가 '새로운 이야기(신화)'로 여겨졌고, 불온시 되었던 것처럼, 또 기생 춘향과 어사의 사랑처럼 이룰 수 없는 이야기가 민간전승 되었던 것처럼, 질서를 중시하는 법 체제는 픽션에 대해서 늘 제대로 처벌의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조금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크게 문제될 것 없는 이야기가 될 수 있듯이, 법은 <유죄>를 판결하지만, 몇몇의 법조인 외의 인생들은 무심히 지나간다. 소설을 쓰면서 제목을 <내게 거짓말을 해봐>라고 까지 했는데도 그걸 외설스럽다며 실형선고 운운하는 이 나라의 수준이 가히 알만하다. 차라리 성춘향에게 정조대를 채울 일이 아닌가. 어차피 소설을 일상 생활에서 일어날 수 없는 대리 만족의 효과로 치부한다면, 굳이 법률적 집행까지 필요했던가... 하는 생각이다.

지오디라는 그룹이 있다. 그들의 <거짓말>이란 노래가 있는데, 그들의 거짓말은 <반어>의 다른 말이다. 잘가(가지마) 행복해(떠나지마) 나를 잊어줘 잊고 살아가줘(나를 잊지마) 나는 그래 나는 괜찮아(아프잖아) 제발 내걱정은 말고 떠나가(제발, 제발 가지마~~~) 지오디의 음악 향유 계층이 초중딩이기 때문에 <반어 내지는 아이러니>란 제목을 붙일 순 없었으리라. 그냥 <거짓말>로 족하다. 그렇지만 초딩들도 그 거짓말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거짓말, 짐짓 거짓으로 꾸며 속마음과는 반대로 말하는 표현이라는 걸 초딩들도 감으로 안다. 좀 더 나이 든 세대를 위한 신승훈은 <애이불비(哀而不悲) : 슬프지만 슬픈 척하지 않겠다는>란 제목을 직접적으로 쓸 수 있지 않은가.

장정일이 덜떨어진 독자(법원이나 검사도 포함)를 위해서 <거짓말>이라고까지 제목을 붙여 주었건만, 덜떨어진 독자들은 그 음란함에 현혹되어 이 작품들을 포르노라고 말한다. '포르노 그라피'와 '문학 작품'의 사이에는 무엇이 있나? 그야말로, '와'라는 글자가 있을 뿐이지 않을까? 내가 스무 살이던 시절 친구들과 처음 비디오로 본 <엠마뉴엘>은 포르노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영화를 침을 삼켜가며 볼 시간에 술 한잔 더 마시고 잠을 잔다. 영화에 가위를 대고, 작가를 감옥에 보내고 하는 것은 뭔가 잘못된 프로그램이란 생각밖에 할 말이 없다. <거짓말>에 가위를 댈 것이 아니라, <거짓말>과 현실을 구별할 줄 아는 사람들, 이 나이 정도면 그 정도 구별이 가능할 것이란 나이를 정해서 상영하고 판매하는 프로그램으로 바꿔줘야 할 것이다.

장정일은 스스로 글 써서 먹고 사는 사람임을 안다. 그는 문학가연 하지 않는다. 직업 작가임을 스스로 안다. 그리고 세상이 원하는 글을 쓴다. 영화가 21세기 한국의 화두가 될 것임을, 우리 코드에 맞는 산업임을 서편제가 나올 때, 아니 그 전부터 벌써 알고 있었던 코가 밝은 사람이다. 그의 글에는 솔직함이 배어있어서 <포스트 모더니즘> 운운하는 다른 작가들과는 뭔가 다른 냄새가 분명히 배어 있다. 다른 작가들이 엮어내는 산문집이 쓰레기 더미에 지나지 않을 때, 그의 수필들은 상당히 명쾌하다. 아마도 그 힘은, 그 글들이 <청탁>받아 쓰지 않고, <투고>를 위해 적은 글들이기 때문에 그 투명한 명징성을 간직하고 있는 거라고 나름대로 추측한다.

그의 글들을 상당히 호의적으로 적고 있는 이 책을 읽어서 그런지, 나의 리뷰도 그에 대해서 옹호하는 쪽으로 적힌 듯 하다. 그렇다고 앞으로 그의 글을 부지런히 읽을 거라든지, 그런 생각은 별로 없다. 솔직히 그의 글들에서 번득이는 예지력을 발견하기도 하지만, 많은 글들은 내 취향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지금으로선 강하기 때문이랄까?

행복한 책읽기에서 '우리 시대의 인물 읽기' 시리즈의 첫 인물로 그를 택한 이유가 이 책엔 잘 드러나 있다. 그만큼 장정일은 괴팍하면서도 우리 시대의 흐름을 잘 짚어낸 문제 작가라고 할 만하단 이유다. 장정일 문학이 거칠면 거친 그대로, 현실과 거리가 크면 큰대로 인정하는 사회로 우리 문화가 성숙하기를 바라기는 아직 시기상조란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내 바람은 계속 한결같은 바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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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einsusun 2005-02-26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이 책 읽고 '우리 시대의 인물 읽기' 김기덕, 노무현 편도 샀답니다.
전 장정일 정말 좋아하거든요.초기 소설부터 다 읽었는데.... 글샘 선생님이 좋아하실지는 잘 모르겠네요. <장정일의 독서일기>는 6편까지 나와 있어요. 한번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글샘 2005-02-27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제가 김영하를 까는 바람에 장정일 같은 사람 싫어할거라고 생각하신 건가요? 전 위에 쓴대로 장정일의 잰체하지 않는 솔직함이 맘에 들었습니다. 그의 독서 일기도 읽어보고는 싶지만, 내가 읽어보지 않은 책의 독후감을 미리 보기가 좀 그래서 미뤄두고 있습니다. 장정일이 맘에 쏙 드는 건 아니라서 그의 책을 골라 읽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이 책에서는 장정일의 맛을 잘 느낄 수 있었습니다.
 

혼자서 집을 지키고 있었다. <장정일의 화두, 혹은 코드>를 읽다가, 갑자기 로즈마리 차가 마시고 싶어져서 물을 끓여 로즈마리 향을 맡으며, 갑자기 또 음악이 듣고 싶어서 그저 듣기 편한, 카페같은 데서 들을 수 있는 추억의 팝송을 틀어 놓고, 오랜만에 촛불도 켜 놓고 혼자서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 창밖은 어둑어둑해 질 무렵이고, 산마루 십구층에서 내려다 보이는 부산항과 영도 사이의 삼각 바다는 짙푸른 빛으로 어둠으로 스며들려 하고 있던 시각...

음악 사이로, 어디서 아이 우는 소리가 들렸다. 엄마---를 소리쳐 부르며 우는 걸 보니깐, 엄마가 집을 비웠거나, 아니면 아이가 뭔가를 잘못해서 문 밖으로 내쫓겼거나... 뭐, 그런 거겠지. 금세 그치리라 생각했던 아이의 울음은 노래 두서너 곡이 지나갈 동안 그치지 않고 이어졌고, 더이상 '삼중당문고' 읽기에 빠져들지 못하게 했다. 한참 장정일을 멋지게 맛보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촛불도 켜고, 음악도 켰는데...

추리닝을 걸치고 문을 열고, 한 층을 계단으로 걸어올라갔다. 컴컴한 계단에 나의 체온이 감지되고 나서야 켜지는 센서등은 괴괴한 복도 계단을 을씨년스럽게 했다. 위층에도 없는 아이의 모습은 한 층을 더 올라가서야 나타났다. 엘리베이터 앞의 공간은 불이 꺼지면 깜깜해 져서 그런지 아이는 닫힌 문 밖 계단에 서서 컴컴한 공간에서 엄마를 소리쳐 부르며 울고 있었다.

일단은 아이를 데리고 자기 집 현관 앞으로 데리고 갔다. 집에 문이 잠겼고, 엄마는 없단다. 난감하긴 하지만, 불안해 하는 아이를 계속 울릴 수도 없고 해서 말을 자꾸 시켰다. 알고 싶지도 않은 아이의 이름과 나이 등속을 알게 되고, 어느 유치원 다니는지도 시시콜콜 알게 되었지만, 아이는 불안한 나머지 한 평 남짓 되는 두 출입구와 엘리베이터 사이를 오락가락하며 훌쩍거렸다. 우리 집으로 가자고 했더니, 모르는 아저씨 집엔 안 간단다. 손을 잡아 보니 손이 차갑다.

그래서 우리 집에 가면 따뜻하고, 환하니깐 일단 가자고 꾀어서 우리 집으로 데리고 왔다. 촛불을 켜 놓은 것이 아이에게는 신기한 듯, 저 촛불은 왜 깜박이냐면서 곧 아이 특유의 흥미를 보인다. 엄마 휴대폰을 물어서 전화를 해도 휴대폰 주인은 전화를 받지 않는다. 괜히 헛고생 시킬 수 없어서, 포스트 잇에다 "정0이가 하도 울어서 19**호에서 데리고 있습니다."하고 적은 뒤, 아이에게 자기 이름을 적으라고 했다. 자필 사인을 마친 포스트 잇을 가지고 아이 손을 잡고 올라 가자니, 아이는 테이프가 있어야 문에 붙인단다. 제법 똑똑한 녀석이지만, 아직 포스트 잇의 세계까지는 모르나 보다. 어항에 그 종이를 한 번 붙여 보랬더니, 어, 그냥 붙네, 하면서 신기한 듯 만져 보며 올라가, 집 현관문에 붙여 두고 내려왔다.

아이에게 투니버스를 보겠냐고 물었더니, 컴퓨터를 하겠단다. 자기집 컴퓨터는 망가져서 새로 샀다고 오버하면서 떠드는 걸 보니 참 밝은 아이다. 내 스타일은 좀 아니지만, 그래도 내쳐 우는 것보다는 금세 적응하는 게 낫다. 컴퓨터를 켜서 뭘 할거냐고 물어 보니, 즐겨찾기를 하면 자기 오락이 나온단다. 일곱 살 짜리가 세상을 질러가는 법을 벌써 아는구나. 근데, 그 주소가 자기 집 컴퓨터에만 있는 건줄은 모르는 헛똑똑이 일곱살. 그런데 야후 꾸러기까지 아는 걸 보니 많이 해 본 솜씨다. 한 십분 컴퓨터를 했나?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나서 '정0아, 엄마 왔나 보다.'하면서 문을 열어 보니, 아니나 다를까, 그 엄마가 한참을 운 얼굴로 새파랗게 질려서 서 있다. 아이는 멀쩡하게 엄마를 쳐다보다가, 엄마가 우니깐 품에 안겨서 '엄--마~~~'하면서 운다. 스피커에선 경비실에서 아이 찾는 방송이 나온다. 엄마는 말도 못하고 고개만 수그리고 갔다.

엄마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아이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순간, 엄마의 머릿속은 얼마나 하얗게 변해버렸을까. 아파트 앞마당으로, 놀이터로, 경비실로 얼마나 당황해서 허둥거리며 허청거리고 걸어다녔을까... 아이와 엇갈린 그 삼십 분 정도 사이에 엄마의 마음은 얼마나 현실과 지옥 사이를 오락가락 했을까... 그 엄마의 멍한 얼굴의 번들거리는 눈물자국을 보면서, 하나 하나 소중한 아이가 무엇을 먹고 자라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아이를 잃고만 엄마들의 실패한 인생을 생각한다. 엄마에게는 아이가 전부다. 아이를 잃는 것은 실패한 인생이 되고 만다. 그 엄마의 눈물자국을 보면서 애타게 자기 아이의 실루엣을 망막에 그렸다 놓쳐버렸을 안타까움을 생각하면서 동물과 본능에 대해, 그리고 사랑과의 간격에 대해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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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2-25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를 잃는 것은 실패한 인생이 되고 만다... 망막에 그렸다 놓쳐버렸을 안타까움...
참으로 감질나게 쓰셨습니다..^^*
그럼 나는 꿈을 잃어 버린 것은 실패할 인생이다.... 라고 되뇌어 보렵니다..
이렇게 좋은글 많이 써주세요...~
 
형아 어떻게 서울대 갔어
우리기획 엮음, 이우영 그림 / 우리두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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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즘 초등학생 잡기에 온 나라가 혈안이 되어 있다. 중고등학생을 길러본 부모들은 한결같이 느낀다. 중고생은 학습 습관이 고착되어 바꾸기 어렵다고... 그리고 사춘기의 험난한 고비를 넘기자면 학습에 대한 부담을 많이 줄 수 없음을...

그래서 요즘 초등학교 몇 학년 때, 공부를 시키고, 아이들을 때려 잡아야 한다는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된다. 부모들은 아마도 그 책을 읽고 망연자실할 것이다. 아이들에게 책을 많이 읽히라는 이야기가 그 책들에는 공통적으로 들어 있다. 그래서 많은 부모들이 글쓰기 교실, 영재스쿨의 독서 교실로 아이들을 때려 넣는다. 무식한 방법이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속 태우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면서... 그 방법의 장점은 딱 하나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국가의 실업률을 낮춘다는 것>

그리고 그 책들에는 공통적으로 스스로 공부하는 법, 규칙적으로 공부하는 법을 학습시켜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숱한 학습지들이 불티나게 팔린다. 구몬, 눈높이, 스스로, 장원, 윤선생 등 종류도 헤아릴 수 없는 것들이 아이들을 때려잡는다. 이 것들도 장점은 단 하나다. 누구나 알 만한 그 장점은 바로, 위와 같다.

그럼, 그 숱한 공부법들이 정말 효과가 없는 것일까, 그 책들의 문제는 부모들이 그 책을 읽을 따름이라는 데 있다. 그 책을 읽고 불안해 하는 것이 부모들이고, 그 틈새를 노리는 것이 각종 학원, 공부방, 학습원이고, 공무원 퇴근 시간인 오후 다섯시나 여섯시경, 동네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는 없고, 밥먹으러 오라고 부르는 엄마는 더 없다. 아파트 촌을 누비는 각종 승합차들만 보험을 들었는지, 말았는지 우리의 걱정을 더할 뿐...

고기를 잡고 싶으면, 아이를 자갈치 시장으로 보내서는 안되지 않을까? 낛싯대를 하나 사서 아이와 바닷가나 하다 못해 양어장이라도 찾아가서 찌를 담궈보는 경험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좋다. 물론, 제목에 서울대 운운한 것은 상당히 상업적이고 불쾌한 제목이다. 그러나, 서울대가 우리 사회의 부패의 온상으로만 기능한 것은 아니라는 게 내 생각이고, 서울대를 통해서 길러진 인재들도 세상의 원활한 흐름에 큰 몫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정기능의 측면보다 역기능의 측면도 만만치 않음은 다들 아는 사실일 것이고... 여기서 서울대 논쟁에 빠질 필요는 없고, 다만, 자기 자식이 서울대 간다는데 쌍수를 들고 반기를 내세우는 부모는 우리 현실에서 드물 것이란 점에서만 이야기하겠다.

고기 잡는 방법을, 다른 중고생용 학습법 책에 비해서 아주 간결하게 잘 적고 있다. 그리고 서울대를 다니고 있거나 졸업한 수기도 간단히 수록되어 아이들에게 필요한 이야기들을 전달하고 있다. 이 간단한 책이면 학습법의 핵심은 모두 익힐 수 있다. 이 책이라면, 어린이 뿐 아니라, 중고생도 충분히 학습에 도움을 받을 것이라 생각한다.

학습의 요체는, 공부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만 이루어지는 행동 기제라는 것이고, 공부는 모든 것이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부모가 의사라면 자식의 진로가 의대로 결정되기 쉽다. 부모가 수시로 특정 질병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아이는 어렵지 않게 그 질병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부모가 늘상 싸움만 한다면, 자식은 싸움에 대해 부정적이면서, 싸움이라는 해결 방법을 유전자 속에서 체득하게 될 것이고...

부모가 이 책을 같이 읽고, 같이 실천한다면, 자식을 서울대 보내는 것 보다 더 좋은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주 5일 시대로 들어가기 시작하는 21세기의 초입에서, 먹고 살기에 급급했던 삼사십 년 전의 <그 날들>을 반추하며, <이 자식들아, 내가 너희만 할 때는...>의 문법이 지금의 아이들에겐 먹히지 않을 것임이 자명한 일이다. 주5일보다 중요한 주2일 이상의 휴일을 같이 놀면서, 같이 공부하고, 같이 살고, 같이 배우고 가르치는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부모인가, 아닌가에 따라서 아이들의 운명의 유전자는 조작될 지도 모른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을 학원에 때려 넣어 때려 잡을 것이 아니고 말이다. 아이들에게 그 많은 학원, 학습지 강요하지 말자. 그저 이런 책들을 사 주고 남은 시간, 대화하고 놀고 같이 공부해 주자. 우리 부모님들이 하지 못했던 그것들을...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간절하게 원하는 그것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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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 가장 나답게 사는 길은 무엇일까?
파커 J. 파머 지음, 홍윤주 옮김 / 한문화 / 200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미국의 유명한 사회운동가, 파커. J. 파머의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는 ‘가장 나답게 사는 길은 무엇일까?’를 곰곰 생각한 과정을 따라간 책이다.


파커가 유명한지는 모르지만, 그의 글은 상당히 솔직하고, 막히지 않아서 좋다. 그는 우울증을 겪고 세상의 어두움과 밝음을 다시 보았다. 그래서 그가 마지막에 인생의 계절을 나열할 때는 가을, 겨울, 봄, 여름의 순서로 적었다. 인생의 좌절의 계절에서 다시 피어난 봄과 여름 말이다. 좌절의 나락에 빠진 사람이라면 삶의 凋落(조락), 그 시들도 떨어짐의 계절에 몸서리 칠 것이다. 그러나 삶은 끝이 끝나는 점이 아니다. 그것은 새로운 시작이고, 싹틈이라 할 수 있다.


그건, 길이 닫힐 때, 불가능은 불가능으로 인정하고, 그 속에서 가르침을 발견하란 것이다. 인생의 가능성에 대해서 말이다. 그리고 인생은 의지로 시작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세계 속의 한 사람, 신의 자녀로서의 “나”를 인정하는 데서 시작한다고... "소명은 의지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것은 듣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소명이란 성취해야 할 어떤 목표가 아니라 이미 주어져 있는 선물이다."는 그의 말은 이 글의 제목, Let your life speak...이 잘 말해준다. 저 유명한 비틀즈의 노래, let it be처럼 말이다. 지혜의 말씀, 냅둬유~~~.


그에게 우울증의 늪이 펼쳐졌을 때, 그는 더 많은 것을 배웠다. 그리고 그 경험에서 얻은 사유들을 이 책에서 담담하게 펼치고 있다. "우리는 영혼의 구멍을 채우려는 노력을 통해서가 아니라 그 구멍에 대해 잘 알아서 거기에 빠지는 걸 피해감으로써 더 나은 교사가 될 수 있다.", "소리쳐 부르고 어깨를 두드리고 돌을 던져도 소용없자 인생은 나에게 우울증이라는 핵폭탄을 터트렸다. 그것은 나를 죽이려는 의도가 아니라 나를 돌려세워 “당신이 원하는 게 무엇입니까?”라고 묻기 위한 최후의 노력이었다. 우울증은 나를 안전한 땅, 한계와 재능, 약점과 강점, 어둠과 빛이 복잡하게 뒤섞여 있는 나의 진실, 나의 본성의 땅 위로 내려서게 하는 친구의 손이었다.” 이런 말들은 그의 경험에서 우러난 깊은 통찰이라 할 수 있다.


적이 내 안에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면 우리는 누군가 ‘저 바깥에’ 있는 사람을 적으로 만들 방법을 수천 가지나 찾아낸다. 그래서 사람들을 해방시키기보다는 억압하는 리더가 되고 만다. 그래서 그는 다섯 가지 리더의 어려움을 잘 파악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학교에서 아이들 앞에서 서는 사람들, 누군가의 앞에서 리더 역할을 해야 하는 사람들은 나름대로의 스트레스를 안고 있다. 그 때, 생각해 볼만한 이야기들이다.


<리더가 갖기 쉬운 다섯 가지 그늘>

첫째, 자기 정체성과 존재 가치에 대한 불안.

둘째, 세상은 전쟁터이며 사람에게 적대적인 곳이라는 믿음.

셋째, 모든 일에 대한 최후의 책임이 우리 인간의 몫이라는 믿음.

넷째, 두려움, 특히 인생의 혼돈에 대한 두려움.

다섯째, 죽음에 대한 부정, 실패에 대한 두려움.


늘 심금을 울리는 비틀즈의 렛잇비를 조용히 듣고 싶은 오후... 트러블, 다크니스, 브로큰 하티드, 클라우디의 이미지와 마더 메어리, 챈스, 라잇댓 샤인즈온미...의 이미지, 그리고 렛잇비...의 풍부한 선율 속을 헤엄치며...


When I find myself  in times of trouble

Mother Mary  comes to me

Speaking words of wisdom, let it be

   

And in my hour of darkness

She is standing right in front of me

Speaking words of wisdom, let it be


Let it be let it be Let it be let it be

Whisper words of wisdom, let it be

          

And when the broken hearted people

Living in the world agree

There will be an answer, let it be

          

For though they may be parted

there is still a chance that they will see

There will be an answer, let it be

          

Let it be let it be Let it be let it be

There will be an answer, let it be

Let it be let it be Let it be let it be

Whisper words of wisdom, let it be

          

And when the night is cloudy

There is still a light that shines on me

Shine on until tomorrow, let it be

          

I wake up to the sound of music

Mother Mary comes to me

Speaking words of wisdom, let it be

          

Let it be let it be Let it be let it be

There will be an answer, let it be

Let it be let it be Let it be let it be

Whisper words of wisdom, let it 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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