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는 7시에 떠나네
신경숙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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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는 그야말로 소설의 연대였다. 민중 문학을 표방하면서 소설이 홍수를 이루었고, 각종 문학상 수상작들 중에서도 수작이 쏟아져 읽을 거리가 상당히 많았다.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정점으로 소설의 시대가 온 듯 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90년대에는 잔치가 끝났다. 그 빈자리를 메우던 작가들이 몇몇 있었는데, 그중 독특한 문체와 특유의 상징적 분위기를 가진 작가가 바로 신경숙이다.

그의 소설은 우선 적당하게 몽롱하다. 현실에서 어느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쓰기 때문이기도 하고, 어쩌면 세상 자체가 인간들이 적응하는 것을 거부하는 몽롱함을 내포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우리에게 부러움의 대상이나 질투의 대상이 될 정도로 잘난 인물이 없다. 그저 기계적인 사회의 틈바구니에서 한두가지 정도 상처를 안고 사는 인물들이다. 그래서 난 그의 소설이 친근하다. '그' 또는 '그녀'는 '나'이기도 하고 '너'이기도 하다가, '아무'도 아니기도 하다. 인칭, 인격의 몽롱함은 나의 자아를 주눅들게 하지 않는다.

<기차~>에서는 예지력을 가진 주인공이 등장한다. 그리고 기억 상실에 시달리는 주인공 하진이 사진 한 장에 매달려 과거를 추적하는 스토리이다. 스토리랄 것도 없다. 헤어졌던 친구들의 결합, 헤어졌던 주인공의 결합, 자살 미수 조카의 의욕, 전화 속의 그녀의 동의... 산만하게 흩어져 있던 기억들이 기워지는 동시에 산만하게 흩어져 있던 인간 관계들이 통속적인 드라마의 마지막회처럼 다들 모여든다. 이 부분은 좀 산만하고 너무 뻔한 구성이라 좀 불만스럽긴 하다.

미스테리와 자살, 그리고 환상적인 이야기는 우리에게 결말을 보여주기까지 조마조마하게 만든다. 간혹 구로구의 공장들이라든지 그런 것들로 유추하게 만들긴 하지만, 추리소설처럼 깜짝놀랄만한 기억이 아니라, 확인하고 나서도 그저 그런... 인간 본연의 <결핍>에 대해서 확인하게 하는 신경숙의 문체는 이 소설에서 상당히 변화된 듯 하다.

내가 읽었던 이전의 소설 몇 편과 비교하면, 사람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한 결과물인듯하고, 더 깊어졌다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삶과 추억의 거리감을 안개라도 자욱하게 낀 듯 희미하고 몽롱하게 제시함으로써 오히려 마음 편하게 만들어주는 그의 글은 내 취향과 잘 어울린다. 속물적인 인간들이 등장하고, 애매한 정체성을 상실한 인물은 늘 피곤한 소설을 난 싫어한다. 적당히 몽롱하고 적당히 낙관적이며, 적당히 낭만적인 소설이 난 좋다. 소설은 어차피 픽션이라면, 굳이 또렷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인간이란... 본래 어느 구석이 이렇게 텅 비어있고, 평생을 그 빈곳에 대한 결핍을 지니고 살아가게 되어 있는 것일까?"라고 뇌까리는 그의 글에는 늘 <결핍>과 결핍으로 인한 <흉터>가 남아 있어 가끔 머리를 지끈거리게 한다. 그 결핍과 결핍의 상처에서 그의 글이 나오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

"서른 다섯, 몸 속의 습기가 메말라 가는 나이. 만남도 이별도 새롭지 않고 처음 만나는 사람조차 언젠가 한 번은 본 듯한 느낌이 드는 나이." 어떻게 이런 걸 느끼고 글로 적을 수 있을까. 나도 지금 생각해 보면, 낯을 덜 가리기 시작한 것이 바로 저 나이였던 것 같다. 발도르프 이야기에서 처럼, 사람이 태어나서 7년마다 새 몸을 얻는다면, 나는 지금 여섯번 째 몸은 얻어 살고 있는 거다. 그 분기점이었던 서른 다섯을 지나면서 이별에 연연해하지 않고, 만남에 비중을 두지 않는 퍼석한 삶을 살기 시작했던 거다. 내 삶이 퍼석했던 것은 슬슬 몸 속의 습기가 메말라 갔기 때문이었던가... 그래서 김현승 시인은 노래했나보다.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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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일을 경험하지 않으면 한 가지 지혜가 자라지 않는다. <명심보감>


우리가 세운 목적이 그른 것이라면 언제든지 실패할 것이요.

우리가 세운 목적이 옳은 것이라면 언제든지 성공할 것이다. <안창호>


식욕 없는 식사는 건강에 해롭듯이 의욕이 동반되지 않은 공부는 기억을 해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문제를 바르게 파악하면 절반은 해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케터랑>


사람은 명예와 지위의 즐거움을 알면서도 이름 없이 평범하게 지내는 참다운 즐거움을 알지 못한다. <채근담>


나에게는 ‘해야 한다’는 사명감. ‘할 수 있다’는 신념, ‘해야 된다’는 의지가 있다. <맹자>


승리를 희망하지 않는 자는 이미 진 것이다. 후회는 언제 해도 늦지 않다.


두려움 없는 사람이 가장 빨리 정상에 오른다. 모든 사람은 남이 없는 어떤 탁월함이 있다.


인간은 항상 시간이 모자란다고 불평하면서도 마치 시간이 무한정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세네카>


낙천주의자는 모든 장소에서 청신호 밖에는 보지 않는 사람, 비관주의자는 모든 장소에서 붉은 정지 신호 밖에는 보지 않는 사람. 그러나 정말 현명한 사람이란 색맹을 말한다. <슈바이처>


큰 나무도 가느다란 가지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10층의 탑도 작은 벽돌을 하나씩 쌓아 올리는 데서 시작되는 것이다. 마지막에 이르기까지 처음과 마찬갖지로 주의를 기울이면 어떤 일도 해낼 수 있다. <노자>


과장에는 과장으로 대처하라. 재치있는 말은 상황과 경우에 따라 사용되어야 하며, 이것이 바로 지혜의 힘임을 알아야 한다. <그라시안>


지상에는 크고 작은 많은 길이 있다. 말을 타고 갈 수도 있고, 셋이서 갈 수도 있다. 그러나 마지막은 혼자서 걸어야 한다. <헤세>


간소하면서 아무 허세도 없는 생활이야말로 모든 사람들에게 육체를 위해서나 정신을 위해서나 최상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인슈타인>


다른 사람들을 말하는 일에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되도록 말하는 상대방의 마음 속으로 파고 들도록 그대 자신을 길들이게 하라. <아우렐리우스>


만 가지 이치, 하나의 근원은 단번에 깨쳐지는 것이 아니므로 참마음, 진실된 본체는 매일 연구하는 데 있다. <이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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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 2005-02-15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든 말이 인상적이지만 헤세의 말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크고 작은 길 중 어디쯤 왔을까 생각해 보곤 해요. 문제를 바르게 파악하라는 케터랑의 말도 좋네요.

글샘 2005-02-16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슴을 콱 치는 헤세의 말이 가장 좋았습니다. 혼자서 가는 길을 단단히 준비하란 말같습니다.
 

감사의 마음을 키우세요.

하루에 단 30분이라도 짬을 내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세요.

단순하게 만드세요. 정리 정돈을 잘 하세요.

무리한 시간 계획을 잡지 마세요.

최종 기한을 현실적으로 잡고 거기에 최선을 다 하세요.

매사에 30분 정도 여유를 두세요.

일주일에 한 번은 아홉 시에 잠자리에 드세요.

언제나 흥미있는 읽을 거리를 갖고 다니세요.

호흡은 깊게 자주 하세요.

걷고, 춤추고, 달리고 즐길 만한 스포츠 하나쯤은 개발해 두세요.

휴식과 재충전을 위해 일주일에 하루는 일과를 비워 두세요.

좀더 자주 깔깔거리며 웃으세요.

자연의 품에 자신을 맡기세요. 이제 그만 두세요.

모든 사람을 기쁘게 하는 것.

자신을 기쁘게 만드세요.

부정적인 사람과 가까이 지내지 마세요.

시간, 창조적인 힘, 감성 등 소중한 자원들을 낭비하지 마세요.

우정을 키우세요.

문제에 접근하는 걸 도전으로 생각하세요.

걱정하지 말고 행복하게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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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2-15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출근하기전에 이 글을 두어번 읽고 나와야겠어요.

글샘 2005-02-16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형 여우신가봐요. 출근하기 전에 이 글을 두 번도 아닌, 두어번을 읽으실 시간이 나신다면 말이죠. 이거 시험감독 하다가 어느 교실에서 적어두었던 글이랍니다. 감독 소홀하면서 말이죠. 저 시간에 언놈들이 부정행위 했을는지 모르지만, 2,3년 전에 메모해 뒀던 것이 서랍정리하다가 눈에 띄어 적어두었답니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나탈리 골드버그 지음, 권진욱 옮김 / 한문화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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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요즘 마음공부에 대한 책과 틱낫한 스님의 책을 많이 읽었는데, 이 글을 읽으면서 세상은 우연을 가장한 필연들의 모임이란 착각이 들었다. 전혀 다른 주제에서 접근했는데 시간이 조금 흐르다 보면, 한 군데서 만나게 되는 '데자부' 현상을 어찌 설명할 것인가. 나는 데자부(기시현상)을 전생으로까지 연관시키는 것은 좀 억지스럽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데자부를 왼눈과 오른눈의 감각적 시차에서 오는 착시라는 의견에도 불만이 많다. 왠지 데자부는 알 수 없는 현상을 예지하는 초월적 현상으로 믿고 싶은 순진한 아이다.


이 책을 꽤 괜찮은 글쓰기 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유는 단 하나. 제목이 너무도 그럴싸하지 않은가. 글을 써 본 사람은 안다. 얼마나 글쓰기에 껍질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를... 글에서 껍질을 벗기려고 한다면 당장 온 몸에서 저항하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임을...


요즘 입정하는 수행에 대해 책을 읽다 보니, 책을 읽을 때 다른 데로 튀어 버리려는 생각을 스스로 자를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이 책은 읽다 보면, '아, 나도 마구 써 갈기고 싶다. 스프링 노트를 사고 싶다. 아 나도 지금 당장 메모지에 이런저런 주제와 소재를 나열하고 시간을 내서 내 잘나오는 볼펜들로 주르르 써내려가고 싶다. 내게 가장 장애가 되는 생각은 무엇인가. 아, 내가 한 시간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이 어디 있나...' 이런 생각들이 마구 튀어 나와서 사실은 글 읽기에 지장을 초래하고 만다. 그러나, 나탈리가 선에 대해 이야기를 일깨우듯이, 책을 읽을 때는 온 몸이 책이 되어 글을 읽어야 한다. 글을 읽으면서 나탈리의 의견을 듣지 않고 내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은 <반칙>이다. 그런데, 나는 글읽다가 반칙을 너무도 자주 범해왔다. 아마도, 내가 읽은 책 중에서 반칙을 가장 적게 범한 책이 이 책일 것이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읽은 최초의 책. 스스로 고맙게 생각한다. 우선은 틱낫한 스님에게... 그리고 나탈리에게... 그리고 나에게...


이 책을 읽다가, 이 책의 리뷰를 분명히 읽은 적이 있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그런데 그 리뷰어는 <파란여우>님이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남들은 이 책에 대해서 어떻게 느꼈는지 이 책의 리뷰를 뒤적거려 보았는데 막상 파란여우님의 리뷰는 없었다. 아마 달팽이 님의 리뷰를 읽었던 적이 있나보다.


왜 파란여우님의 리뷰를 읽었으리라고 착각했을까... 오래 생각지도 않았지만, 아마도 파란여우님의 글이 솔직하고 재미있기 때문이라고 혼자 나름대로 결론을 내렸다. 아, 클라인 수선님의 리뷰도 있었다. 난 클라인 수선님의 문체도 좋아한다. 달팽이님의 글도 물론이다. 내가 알라딘에서 찾아가며 읽는 글이라면 이 세 분의 글이다. 다른 이들의 글과는 다른 뭔가를 이 세 분의 글에서는 느낄 수 있다.


우선 파란여우님의 글에서는 쫄깃쫄깃한 <여성 특유의 감성>을 느낄 수 있다. 간혹 페미니스트들은 남녀의 차이는 사회가 문화를 통해 강요한 것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으나,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남녀는 근본적으로 많은 차이를 갖고 있다. 아이를 길러본 엄마들은 알 것이다. 사내아이들이 왜 공룡과 자동차와 로봇에 집착하는지, 계집아이들이 왜 소꿉놀이와 인형에 사죽을 못쓰는지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은 세상에 없다. 파란여우님의 글에서는 낭만적이면서도 시니컬하지 않은 삶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감수성>을 느낄 수 있다. 그 감수성의 빛깔은 당연히 파란색이고, 달의 차고 이울어짐과도 같이 리듬을 타는 감수성이다. 알라딘의 매력이라면 이런 글들을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 하겠다.


그리고 클라인 수선님의 글에서는 톡톡 튀는 <신세대의 개성>을 맛볼 수 있다. 신세대 신인류의 속성을 익명성, 심플함, 자유로움, 무책임... 등으로 기성 세대의 눈에서 부정적으로 바라본 측면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클라인 수선님의 안목은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톡톡 튀긴 하지만, 그 속에는 기성 세대의 닫힌 문화에 대한 저항에서가 아니라, <새로운 생각>에서 탄생한 이유있는 <자기 주장>이 돋보인다. 클라인 수선님의 글에서는 글로벌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멜랑콜리한 인간 관계와 비판적 사회 읽기를 느낄 수 있지만, 그 글의 문체는 ‘대자보체’를 벗어난 ‘간결한 만화체’라고나 할까. 클라인 수선님의 글은 핑크빛이나 옥색 띤 푸른 빛의 <파스텔톤>을 느끼게 하는 맛이 있다. 이 맛은 꽃이 피고 나뭇가지에서 싱그런 잎새를 피워내는 자연의 조화를 마음껏 음미하는 맛이기도 하고, 무더위에 지친 여름날 톡톡 튀는 청량음료를 주-욱 들이키는 시원함이기도 하다.


그리고 달팽이님의 글은 <명상>에 가까이 가기 위한 수행자의 자세가 성실하게 드러난 글이다. 간혹 선문답의 리플을 달고 있기도 한 님의 글들은 붕붕거리는 자동차 소리, 뿅뿅 삐약거리며 흥청망청 흐드러진 네온사인 밝힌 현대의 소음을 고요히 잠재우는 찻잔이 작아서 오히려 흐뭇한 한 잔의 <차> 맛이라고 할 수 있다. 목마른 길손에게 버들잎을 띄워주던 처자의 배려처럼, 따끈한 차는 후루룩 마실 수 없어서 오히려 갈증을 녹여줄 수 있지 않을까. 더 빠르고 더 높고 더 멀리 가려는 근대 올림픽의 정신이 가져온 <인격의 피폐>를 달팽이처럼 속도감을 잊게... 살 수 있음을 보여주는 글쓰기라고 생각한다.


나름대로 부지런해 글쓰시는 분들의 글을 내 멋대로 재단한 것에 대해서 혹시 불평이 있으실 수 있다. 그렇지만, 나는 지금 이 글을 그냥 컴퓨터 자판이 가는 대로, 오타만 정정해 가면서 일사천리로 적어나가고 있다. 퇴고 없는 글쓰기도 나탈리는 용서해 주지 않았던가.


십사년 전에 내 나이 스물 여섯.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을 가르칠 때, 글재주가 뛰어난 여학생이 있었다. 지금은 글쓰는 일과 거리가 먼 일을 하고 있지만, 그 아이의(아, 이제 아이가 아니라 스물 여덟 된 처자겠구나) 글쓰기에 대한 욕망을 이 책으로 싹틔워주고픈 생각이 일 정도로 이 책은 사람을 환장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 책을 읽고 그 아이가 <본능에 충실하게> 스프링 노트를 메워갈 수 있다면 십사년 전 <소설 창작반> 선생님으로써 덜 미안할 수 있겠다.


그간 내가 적은 글들이 왜 <독후감>이었나를 이제야 알았다. 나는 나를 발가벗길 수 없었던 것이다. 스프링 노트에 나를 벗기고 적어나가기를 두려워했던 것이다. 지금도 나는 스프링 노트를 장만하게 될지 미지수다. 매끄러운 펜의 촉감보다는 이제 타자가 훨씬 자유자재하니 말이다. 그러나 적어도 앞으로는 나를 조금씩 적어나갈 수 있을 것 같다는 가능성은 느낄 수 있다. 내가 적지 않았다고 해서 내 마음 속에 그 생각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차피 내 마음 속에 끝없이 떠오르고, 차가운 겨울비가 추적거리고 내리듯이 나를 적실 생각들이라면 내가 적는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으리라. 아니, 오히려 적어내는 것이 나를 빨리 해방시키는 길이라고도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작문을 시킬 때, 내가 서투른 작품을 하나 써서 보여주면 아이들이 좋아한다. 내가 이적지 쓴 소설(?)들은 모두 아이들에게 읽히기 위한 것들이었다. 소설창작반 지도교사 시절... 그리고, 문학 선생으로써, 어려운 시를 이야기 속에 녹이기 위해 지어낸 이야기들... 가끔 돌아 보면 웃음나는 글들이 되돌아 생각하면 <잘 가르치고 싶다는 치열한 고민>의 흔적이라 생각한다.


책상 앞에 꽂아 두고 가끔 아무 페이지나 읽을 수 있는 책이 몇 권 없다. 개인적으로 윤오영 선생님의 수필문학입문, 곶감과 수필, 도종환 님의 시집 정도를 자주 펼쳐 보는데 교생이나 오랜만에 찾아온 제자를 그저 돌려보내기 아쉬운 때면 선뜻 집어 주어버려서 기실, 내 책꽂이엔 일년 가야 한 번 펴볼까 말까한 책들만 수두룩하다. 아, 이제 이 책은 그저 꽂아두어야겠다. 그리고 주고 나도 다시 살 것 같다. 간만에 별 다섯을 헤아리기도 싫은 멋진 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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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 통신 2004 - 10호                                            양운고등학교 3학년 5반


진로 결정과 상담 일정


1년간 정말 수고 많았다. 이제 오늘 받아든 성적표를 가지고 대학 진학을 결정해야 한다. 이미 수시 1,2에 8명이 최종합격을 했고, 몇 명은 합격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진로 결정과 상담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하자.


우선, 자신이 하게 될 일과 대학 진학은 관련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어느 학과에 가서 그 일을 평생 하게 되는 사람은, 교사, 의사, 간호사 정도의 몇몇 전문직 부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두기 바란다. 그 외의 학과를 졸업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학과와 상관없는 일들을 하고 살아가게 된단다.

그리고 진로 결정은 부모님, 선생님, 친지 등과 신중하게 하되, 자기의 소신을 60% 정도로 잡기 바란다. 부모님의 의지가 너무 강해서 자기와 너무 상충이 심하면, 선생님에게 협조를 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상담은 월요일부터 할 것이다.

그 이전에 너희가 준비할 것들을 최대한 충실히 준비하기 바란다. 금요일(17일) 오후 정도에는 교무실과 교실 벽에 각 학원에서 작성한 배치기준표를 붙이게 될 것이다. 학교에 와서 적절한 대학을 찾고, 자기에게 유리한 지원을 하여야 한다. 너희가 자세히 찾고 온 만큼 선생님도 도와줄 수 있다. “저는 어디 갈 수 있어요?”하는 0의 지점부터 시작한다면 상담 시간이 너무 부족하단다.

1. 희망 대학, 학과를 가능한 한 탐색한다.(‘가, 나, 다’군에서 1군데씩, 총 3군데 지원할 수 있고, 전문대와 산업대학은 그 외에 지원 가능하다.)

2. 각 대학의 모집단위별 입시 요강을 자세히 살펴본다.(교실에 비치된 자료도 몇 가지 있고, 각 대학 홈페이지에 상세히 안내되어 있다.) 그리고 자기에게 유리한 입시 유형이 어떤 것인지 찾는다.(내신이 나쁘면 수능이 많이 반영되도록, 수능이 나쁘면 논술, 면접이 있는 곳으로...)

3. 각 군별로 1-2군데의 학교를 선별한다.(안전지원이란 가장 높은 배치기준표보다 자기 점수가 10점 이상 높을 때, 적정지원이란 배치기준표보다 3-5점 정도 높을 때, 소신 지원이란 배치기준표와 비슷할 때, 배짱지원이란 재수를 생각중일 때...)

지원은 ‘가, 나, 다’군에서 두 군데는 적정지원하고, 한 군데는 안전지원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두 군데는 소신지원하고 한 군데는 안전지원하는 것은 조금 위험할 수 있다.(안전지원의 기준은 하늘도 모른다.)

4. 각자의 지원표를 작성해서 정해진 날짜에 상담을 한다.


상담 일정표(상담 장소 : 우리 교실 히터 앞)

날짜

오전 9시 - 12시

오후 1시-5시

20일(월)

샛별, 미희, 두뽀, 민정

수바, 수영, 이은, 두식이

21일(화)

문희, 박수, 가쇼, 민혜

노부랭이, 토끼, 영자, 나혜

22일(수)

양지, 혜란, 뻥애, 햇님

임쏘, 혜림, 또혜림, 날라

23일(목)

혜진, 수민, 지현, 이슬

미나, 혜원, 광

(추후 2학기 수시 합격자는 올 필요 없음.^^)

이 시간표는 편의상 순서를 정한 것이다. 필요하면 며칠 계속 상담을 해야하는 경우도 생길 것이다. 정해진 날짜에 오지 못할 경우에는 미리 연락을 주기 바란다.(016-9668-9750) 준비물은 성적표, 개인별 자료, 모집요강, 반납할 사물함 열쇠 등

그리고 가능하면 부모님과 함께오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모님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이 선생님으로서는 아주 도움이 되는 일이다. 그리고 부모님과 갈등이 심한 경우 반드시 같이 오너라. 후회하진 않을 것이다. 참고로 부모님이 오시는 경우 선생님이 더 신경이 쓰이는 것은 인지상정인 것이다.(참, 각종 미납급 확인해서 내기 바란다.)


그리고, 원서 접수.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생활기록부를 전산으로 활용한다. ‘학생부자료 온라인 동의’에 체크해야 한다. 동의하지 않음에 체크하면, 반드시 학생생활기록부를 별도로 송부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생긴다. 그리고 원서접수할 때, 제출서류가 있는 경우(면접, 논술 등을 위한) 꼭 확인하여 보내야 한다.

정시원서 접수는 22일부터 27일(일부는 더 일찍 마감)까지이며, 선생님의 확인이 필요없을 수도 있지만, 상담 후 원서접수를 하고 나서는 군별 지원 상황(대학 및 모집단위 학부 또는 학과, 예를 들면 ‘부산대 국제어문학부’, 또는 ‘부경대 국어국문학과’ 등)과 수험번호를 선생님에게 메일로 반드시 보내기 바란다.(안 보내는 놈을 떨어지라고 기도를 할 거다. shy3042@hanmail.net) 보통 ‘학부’는 몇 개의 학과를 통합해서 모집한 후, 2학년 올라갈 때 세부 학과로 정하게 된다. 1학년 성적이 아주 중요하다.


보통 가군은 10일까지, 나군은 20일까지, 다군은 30일까지 논술과 면접 등 전형을 마치게 된다. 수시 2까지 합격이 확정된 학생은 정시에 지원할 수 없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합격하면 부모보다, 남친보다 먼저 선생님에게 합격을 알리기 바란다. 사적인 일이 아니라 공적인 일이니까. 그리고 ‘최초합격’이 안 되더라도 실망하지 말자. 최초합격보다 미등록충원으로 추가등록하는 학교가 보통 더욱 좋게 마련이다. 기다리면 합격이 온다.


사람은 그리워하는 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이제 우린 2월 18일 졸업식날 공식적으로 만나게 된다. 그 날 아침 9시까지 와서 교정에서 사진도 좀 찍고 하거라. 10시 넘어야 졸업식 하겠지만, 전체가 모이는 마지막 날이 될테니깐... 그리고, 이제, 모두의 합격을 빈다.

다들, 건강해라. 안녕.

너희를 못 보고 늘 그리워할, 담임선생님이 쓴다.

“이성으로 비관하더라도, 의지로 낙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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