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고 그름 - 분열과 갈등의 시대, 왜 다시 도덕인가
조슈아 그린 지음, 최호영 옮김 / 시공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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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미국판 분열상에 대한 고찰이다.

노예의 후손이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을 때 사람들은 환호했다.

그가 재선까지 이루었으나, 많은 미국 사람들은 오바마의 정책에 불만을 가졌던 모양이다.

하필인지 필연인지,

유럽과 북미가 불안정해지면서 그 주변인 서남아시아와 동유럽은 더욱 불안해진다.

그래서 극단적 행동주의자들이 테러를 일으키고, 난민들이 잘 사는 나라로 스며든다.

그 선택의 한 모양이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이다.

이명박이나 박근혜가 대통령이 될 당시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도 않다.

도대체 이런 이상한 인물들이 어떻게 표를 얻을 수 있을까?

 

이 책은 어디까지나 미국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여러 가지 심리학적 결과물들을 고찰한 것이다.

인간을 상당한 지능을 가진 종족으로 생각하고, 그들에게 희망을 가져 보려는 시도인 것이다.

 

원제목은 '도덕적 부족들'이다.

서로 다른 도덕을 가진 부족들은 대립을 일삼게 된다.

결국은 밥그릇 싸움인데, 미국처럼 시스템이 갖춰진 나라조차도 트럼프 당선 이후 어수선한 모습니다.

한국처럼 한 번도 시스템을 갖춰보지 못한 나라야 에혀, 말할 것도 없겠다.

 

공리주의처럼 인간의 능력을 과신하던 시대에 나선 도덕률들은 현대에 많은 비판을 받는다.

그렇지만, 인간을 믿지 않을 수도 없다.

 

현대 우리에게 필요한 도덕성은,

상반된 도덕을 지닌 집단들이 함께 살고 번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고(50)

 

이 책은 이런 것을 전제로 둔다.

과연 미국이라는 군산복합체로서의 국가 정체가 도덕을 가진 존재이기는 한지, 그런 의문은 없다.

그저 자기들만 잘 살면 되는 모양이다.

테러집단을 욕하기만 하고, 자기 반성은 없는 행태이기도 하다.

 

최후통첩 게임에서 사람들이 주로 내놓는 제안이 사회마다 크게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117)

 

그것이 당연한 것 아닐까?

조선처럼 가족 단위의 부족일 경우, 돈은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지만,

현대인들의 파편화된 부족의 경우, 돈에서 실랑이를 벌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미국이란 나라의 경우, 인디언을 학살하고 세운 나라라는 반성이 없이,

그리고 20세기 모든 전쟁에서 큰 부를 챙긴 나라라는 속죄도 없이,

자신들의 능력만을 운운한다면, 그 부족의 앞날 역시 밝지 않다.

 

이 책에서 결론으로 이끌어내는 이야기 역시

미국의 앞날을 위해서 '도덕적으로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는 수준이다.

 

남들보다 앞서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그것이 선하기 때문에 함께 하려는 성원들을 기다리는 세계적 부족(529)

 

이렇게 자기 나라 사람들을 착각하고 있다.

남들보다 앞서기 위해서 핵무기를 사용한 유일한 나라이며,

유럽에서 세계대전의 결과로 독일에게 참혹한 반성을 요구한 반면,

미국은 일본을 식민지로 삼고 조선마저 병참기지로 삼으면서 일본을 동아시아의 군국주의 방패로 다시 세웠다.

 

미국은 고차 도덕이 아니라 아주 저열한 도덕조차 말하기 힘든 나라가 아닌가 싶다.

 

미국 내에서도 'Occupy the Wall Street'를 외치는 시민들을 향해 'Occupy the Dest'(직업이나 가지셔)같은 비아냥을 날리기도 했다.

이 책은 많은 도덕적 논리들이 망라되어 있기는 하지만,

미국이라는 나라의 분열상에 대하여 전혀 파악하지 못하게 하는,

아니 '우리 미국은 단결해서 더 잘 살아 져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책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의 경우... 한심하게도 최고 권력자의 불법에 대하여 저항하는 국민 앞에,

태극기를 휘날리며 심지어 성조기까지 휘날리면서 폭력을 저지르는 군중의 무리가 대로를 활보한다.

언론에서는 촛불과 태극기라는 희한한 대립각까지 잡으면서 현실을 날조하고 있다.

 

결국, 밥그릇 싸움이다.

가진자들이 더 먹으려는 것이 트럼프의 욕심일 터이지만, 그를 찍는 것은 가난한 백인들이었듯,

가진자들이 절대로 내놓지 않으려는 것이 삼성과 권력의 욕심이겠으나, 그를 찍는 이들은 불행한 현대사의 소외되었으나 세뇌된 민중들일 터이다.

 

박-최 게이트를 통해 '쏙고, 또 쏙았어요'를 깨달은 민중이 조금 늘었을 것이나,

아직 한국의 도덕률은 멀고 또 멀었다.

고도를 기다리는 마음들은,

아련히 멀리서 오고 있을 봄을 믿으며,

오늘도 한 발짝 마중가는 마음으로 살 일이다.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게 눈 속의 연꽃󰡕, 문학과지성사,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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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제7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김금희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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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준의 선릉산책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나의 기준에서 상식인 것은 입장을 바꿔보면 전혀 다른 결을 가질 수도 있다. 옳다는 것 역시 그럴 것이다.
한국에서 장애인 곁에 산다는 것은 얼마나 불편한 일의 연속일지를 알바를 통해 짧지만 강하게 드러낸다.

장강명의 알바생 자르기는 단편 속에 세상 전부를 담은 느낌이다. 마치 세상의 축소판인 지구본을 돌리는 신의 시선을 캐치하게된 순간의 슬픔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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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7-02-23 0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짧지만 멋진 소감 ~^^ 올 해 나오게 될 책이 어떨지 막 기대되고 ..^^
 
모나드의 영역
쓰쓰이 야스타카 지음, 이규원 옮김 / 은행나무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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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할 수 없지만, 살아가는 일은 아름답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추리소설로 시작해서 철학적 논술로 마무리된 그닥 재미는 없는 소설. GOD가 모든 것을 다 안다면, 세상은 또 무슨 재미가 있을까? 세상은 비관적인 것도 희망적으로 바뀌는 순간들이 있어 아름다운 것이란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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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과 강철의 숲
미야시타 나츠 지음, 이소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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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간의 갈등과 조화를 evony & ibory라는 노래가 있었다.

상아색과 흑단빛으로 이루어진 피아노의 건반은 서로 다른 빛이지만 조화를 이룬다는 노래.

 

그 노래만큼이나 양털의 펠트로 만든 망치와 강철로 이뤄진 현은 다르지만 협조한다.

피아노의 음률보다 물리적인 피아노 자체를 사랑하게 되는 조율사의 이야기다.

 

우연히 선생님의 심부름으로 만난 조율사로부터 피아노 조율하는 소리를 만나고,

그 과정에서 숲을 떠올리는 주인공 소년.

조율사 과정을 마치고 조율사가 되었으나 <인생은 실전>이었다.

 

그렇지만 인생은 실전, 줄여서 <인실>이 남을 골탕먹일 때 쓰는 말인 용례와는 달리,

조율사로서 소년은 차근차근 자기 길을 열어 나간다.

누구나 처음에는 초보인 시절이 있는 법인 게다.

아마도, 양과 강철의 숲에서, 그는 아름다움도, 좋음도 모두 만나는 좋은 조율사가 되었으리라.

 

고대 중국에서는 양이 사물의 기준이었대요.

신에게 바치는 제물이어서 선 善 하고 아름답다 美 고요.

그건 우리 모두가 항상 진지하게 추구하는 가치잖아요.

선함도 아름다움도 원래 양이었다고 생각하면,

아아, 우리가 찾고 있던 것은 처음부터 피아노 안에 있었어요.(272)

 

선과 미에는 모두 '양 羊'  자가 들어있다.

 

뭐 우리는 440헤르츠를 추구할지 몰라도

고객이 바라는 건 440헤르치가 아니라

아름다운 라 음일 뿐이야.

피아노는 한 대 한 대 다 다른데

소리는 서로 연결되어 주파수로 대화를 나눈다는 생각도 들어요.(116)

 

이렇게 간혹 철학적인 대화도 오가는데,

어떤 직업의 세계도 곰곰 살펴보면 이런 철학적 멘토를 만날 수 있으리라.

그리고, 그 차근차근 배워나가는 장인정신 같은 것의 아름다움을 작가는 쓰고 싶었을 게다.

 

어떤 음악이든 작곡가가 추구하는 바와 연주자가 재생하는 바는 다를 수 있다.

음악은 어차피 1회성이니까.

그것을 녹음한들 영원할 수는 없는 게다.

 

조율사의 세계를 통해,

사람들 사이의 간격과 그 간격의 바람직한 거리를 생각하게 한다.

읽는 일이 참 행복한 소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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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치 앞도 모르면서
남덕현 지음 / 빨간소금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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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어라는 것은 참 마뜩잖고 못마땅하다.

내가 사투리를 쓰는 사람이어서라기보다는, 그 태생이 폭력적이어서다.

국어 선생이라고 표준어를 가르치는 일도 우습다.

아직 제대로 된 국어 사전 하나 만들지 못한 나라에서 표준어에 대한 강박은 '애국심'에 버금간다.

하긴, 또라이들도 태극기 들고 나서니 애국지사연 하는 것이 현실이니 할말 없다.

 

남덕현이 '충청도의 힘'을 다시 펼치고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입을 빌린 것처럼 구수한 말투의 사투리가 넘치지만,

그 생각에는 작가의 그것이 반듯하니 들어있다.

 

"꽃피던 시절이 있으셨네요."

"다 헛꽃이지 뭐, 헛비에 헛꽃 피는 게지, 안그려? 헛꽃 지는디두 눈물 나는 게 사람이구."

북어대가리 삶은 냄새는 구수해도 아궁이 연기는 매운지라, 어르신도 나도 눈물을 질금거린다.(247)

 

조선시대로 치자면 '-기'나 '-부'처럼 남기고 싶은 이야기를 쓴 것이다.

충청도의 말에 담긴 능청스러움이 형식으로 갖춰졌으나,

등장인물에 비하여 이야기가 지나치게 길고 담으려는 이야기가 깊어졌다.

결국 형식과 내용이 엇박자인 셈.

 

밑도 끝도 없는 싱거운 소리만 늘어간다.

오랫동안 열어야 할 것은 닫고, 닫아야 할 것은 열고 살았다.

그래서 열다와 닫다는 나에게 실패한 언어다.

실패한 언어의 의미,

실패한 언어의 은유와 비유와 상징을 버리는 길은 침묵뿐이다.

그러나 참지 못하고 실패한 언어를 입에 담을 때에는 의미를 제거하고 소리만 내고 싶고, 그리하여 싱거워진다.

실패한 언어들이 날로 쌓여간다.

아직은 참지 못하고 싱거운 소리를 내지만,

언젠가는 침묵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266)

 

내 읽기로는 그가 침묵에 이르기보다는,

이정록처럼 시를 쓰는 건 어떨는지... 한다.

 

탕웨이가 등장하는 코믹 영화 <시절 인연>이 생각난다.

 

만날 법하지 않은 사람들이 삶의 길 위에서 만나기도 하고,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상황의 사건들이 우연을 가장하여 일어나기도 하는 것이 삶이다.

 

지나치게 작위적인 듯 싶은 이야기들을 계속 읽노라니,

읽는 내가 다 힘이 든다.

 

분명히 그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무언지를 알 것도 같은데,

굳이 촌로들의 상황을 들먹여서 충청도의 말로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자꾸 넘실거린다.

과잉이어서 그렇겠다.

 

사투리는 힘이 세다.

그것은 사투리가 스토리를 엮어가서라기보다는,

상황을 요약적으로 집약할 수 있는 말들이나 눙치고 들어가는 효과가

표준어로 조목조목 짚어주는 것보다 '직지인심'할 때가 있어서가 아닌가 한다.

아무리 순실이를 비판하는 명문장보다 '염병하네~'가 통쾌한 일갈일 때가 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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