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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희망보고서 유한킴벌리
KBS일요스페셜 팀 취재, 정혜원 글 / 거름 / 2004년 7월
평점 :
품절
내용은 대체로 만족, 책의 형식은 대체로 불만족. 뭐, 이 정도다.
유한킴벌리는 독특한 경영 혁신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든 대표 기업 중의 하나이다. 워낙 유명한 이야기였기 때문에 별달리 읽을 것이 있을까 여겨서 눈여겨 보지 않았지만, 어떤 날은 괜히 괜찮아 보이는 책이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 아닌가. 여는 때는 그 사람의 존재가 아무렇지도 않게 평범하고 무덤덤하게 느껴지다가, 어느 순간 어느 날 갑자기 그 사람은 매력적이고 밝아보이고 있어보이고 느낌이 오는 그런 순간이 있다.
서점 한 켠에 우두커니 서서 시퍼런 표지에 멋대가리라곤 없는 이름 그대로 보고서 같은 껍질을 달고 선 책을 만났다.
텔레비전에서 봤던 대로, 유한킴벌리는 사람을 중심에 두고 생각하는 기업이란 것이 이 책의 요지다. 이런 것은 칠십 년대에 유행하던 이야기 아닌가. 좀 색다른 면이 있다면, 구조조정의 기법에서 4일 노동, 4일 휴가, 12시간 근무에 4조 2교대 채택 등을 구사한 점이다. 여느 회사같으면 월급 많은 몇 사람 잘라버리는 것으로 구조조정을 시작하고 끝내는데, 이 기업은 사람을 자르지 않는 방식으로 일을 적게 하는 웰빙의 방식으로 지혜를 담아 내었다.
사실 지혜는 별것 아닌 데 있다. 진리는 먼 데 있지 않다. 다만 쉽게 노출되지 않을 뿐이지, 어디에나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 마술사가 마술을 부릴 때 힌트는 아주 쉬운 데 있지 않던가. 다만 우리가 자세히 반복해서 뚫어지게 관찰하지 않아서 인식하지 못할 뿐인 것이지.
삶의 질이 양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나라 사람들은 너무도 모르고 살아왔고,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다. 가족과 같이 있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모른 채, 일요일이 되면 제 한 몸 챙기겠다고 직장 동료들과 등산 가방을 메고, 등산화를 조이곤 한다.
건강한 몸은 건강한 마음과 조화를 이루어야 하고, 건강한 심신은 건강한 가정에서 나오는 것은 아주 쉬운 기본 아닌가. 그런데, 우린 정말 가정을 팽개치고 살도록 근대화의 역기능에서 숙달된 것이나 아닌지... 가정의 평화는 지키는 것이 아니고,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가정은 보다 평화로워 질 것이다.
일이십 년만에 친구를 만나면, 두 번 결혼한 친구, 이혼하고 혼자인 친구들이 여럿 있다. 그들이 뭐가 부족해서 이혼을 했을까. 우리 사회가 구조적으로 가정생활, 결혼생활을 방기하고 파괴하고 있는 측면을 지나치게 경시가고 무시하였던 것은 아닌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친구들이 가정을 쉽사리 깨뜨려 버릴 녀석들이 아님을 믿는 경우엔 같이 화가 난다. 그 친구들이 일주일에 삼일 정도 쉬었다면, 과연 그렇게 허망하게 가정이 흐트러 졌을지... 가정을 돌보지 않는 남편, 아니, 가정을 돌보지 못하는 남편을 만드는 사회, 술 권하고 잔돌리고 2차 가야하는 사회에서 구조적으로 가정파괴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 책은 이런 것들을 생각하게 했다.
좀 아쉬운 점은 너무 평이하게 보고서 형식으로 수록해버린 것이 지루한 점을 느끼게 하고, 내용이 단순하다면 단순할 수 있는 것이 아쉽다. 직원들의 수기라든지, 대담이라든지... 그런 것들도 좀 있고, 아니면, 정말 숲을 사랑한다면, 재생용지로 가볍게, 좀 더 얇게 책을 만들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