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정계비의 비밀 사계절 아동문고 47
김병렬 지음, 고광삼 그림 / 사계절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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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작가가 독도에 대해서도 소설을 썼다기에, 내심 국수주의자의 희한한 계변을 듣게 되는 거나 아닐까 걱정했는데, 읽으면서는 작자의 충실한 서술이 마음에 들었다.

주변에는 지나칠 정도로 국수주의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국어에 대해서도 그렇고, 국사에 대해서도 그렇다. 하긴, 자기나라 말이라고 국어, 자기 역사를 국사로 쓰는 나라는 일본과 우리 두 나라 뿐이라니 국수주의란 말 자체가 어폐가 있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 정도로 우리의 역사적 시각이 좁을 수 있다는 것인데...

백두산 정계비. 백두산에 중국과 조선의 경계를 정한 비석이 있었단다. 난 이 글을 읽으면서도 광개토왕비와 헷갈릴 정도로 별 생각 없는 쪽이었다. 이 백두산 정계비는 식민지 시대 일본놈들이 부숴 버리고 없앴단다. 만주 철도 부설권과 간도를 맞바꿔 버리고, 나중에 문제가 될까 우려해서 였다는 이야기다.

중국은 한국의 통일을 두려워한다. 우리 나라가 어느날 불현듯 우리 뜻과 아무 상관 없이 독립이 되었듯이, 그리고 다시 우리 의지와 무관하게 분단이 되었듯이, 우리 처지와는 아무 관계 없이 통일이 올 날을 저어하는 것일게다. 그러과 나면, 중국의 가장 무서운 문제, 소수민족의 자치권 획득, 독립 문제가 불거질테고, 조선족과 간도 문제가 관심사로 부상하게 될 것이니, 미리미리 고구려 역사부터 우겨 두자는 속셈이 요즘 속보이는 영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주체로 무장한 북한이 역사에서 주체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면, 어느 정도 정당성을 획득할 수도 있으련만, 천지의 봉우리 절반을 중국에 헌납한다든지, 고구려 역사 문제에서 모르쇠로 일관한다든지, 하는 것들은 그들의 속셈이 역시 사회주의와 주체를 가장한 독재임을 보여주는 처사라 할 수 있다.

이 이야기는 동화 형식이면서, 상당한 역사적 사실을 담고 있다. 식민지 시대 수탈당하던 상황을 어린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형상화하는 데 성공하고 있고, 식민지 시대의 진실한 인간의 모습을 그려 내는 데에도 성공하고 있다. 그리고 민중의 시각을 견지하면서, 조선의 힘을 여실히 보여주는 힘을 가지고 있는 좋은 소설이다.

고학년 동화로 교육청 권장도서로까지 지정된 책인 만큼, 5,6학년 정도 학생들에게는 아주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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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애와 루이, 318일간의 버스여행 1
최미애 지음, 장 루이 볼프 사진 / 자인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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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다리 미애는 모델이다. 사진 작가 루이와 결혼해서 이구름, 릴라라는 아들과 딸을 두고 있고 꼬꼿이라는 멋진 개가 있다.

한국에서 집을 산다는 것에 혐오감을 느껴 버스를 산다. 그리고 그 버스를 타고 뷰티 프로젝트를 하며 남편의 고향인 파리까지 버스 여행길에 오른다.

정말 상상하기도 어려운 것을 그들은 해 낸다. 맥가이버처럼 버스를 고치기도 하고, 오지의 험난한 길들을 헤쳐나간다.

물론 문명의 이기에 젖어버린 가족은 불편하기 짝이 없는 여행에서 고생을 어마어마하게 했지만, 그들은 정신적으로 훌쩍 성숙함을 보여준다. 가족애, 그리고 자연을 바라보는 눈. 삶이란 것이 얼마나 가벼운 것인지를...

여행을 통해서 많은 것들을 깨달을 수 있지만, 한비야의 오지여행과는 또다른 가족 여행이 여기 있었다.

견문이나 감상에 비해서, 미애의 사소한 감정들이 지나칠 정도로 많이 드러나 있어서 매력적인 책은 아니었지만, 루이의 사진들과 가족간의 티격태격하는 삶의 내음새는 사람사는 모습을 잘 드러내 준 책이었다.

자유로운 마음과 자유로운 영혼, 자유로운 육체를 가졌던 그들이 부러웠다. 작은 모임, 작은 사람들의 살이에서 쉽게 상처받고, 쉽게 어지러워지는 나 같은 존재에겐 그들의 여행은 불가능한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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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4-11-27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 여행객들 얘기군요...그저 부럽다는 생각은 들지만 용기도 없이 바라보기만 합니다.

글샘 2004-11-29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님... 네, 여행객이 맞아요. 여행가는 아니고요. 너무 주관적이고 가족적인 이야기라서 기행문이랄 것도 없었답니다. 사진은 멋있었어요. 운전수가 사진 작가였거든요. 용기도 없이... 용기... 어렵네요. 용기 내기가.
 
사도세자의 고백
이덕일 / 푸른역사 / 199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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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고전 문학을 배운 이들이라면, 3대 궁중 문학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여성들의 문학 작품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우리의 현실에 비추어 그 궁중 문학 작품들은 상당한 경지에 올라 있다. 계축일기, 한중록, 인현왕후전이 그것인데, 그 중 혜경궁 홍씨의 작품은 사도세자가 정신병에 걸려 사사되기까지의 애절한 아내의 마음이 절절히도 그려져 있다. 그래서 많은 사극에서 이 궁중 문학들을 소재로 다루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 책은 '사도세자가 정말 정신병에 걸린 인물이어서 죽음을 맞았는가'에 의심을 갖는다. 혜경궁 홍씨의 아버지 홍봉한은 사도세자를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노론의 영수였음을 간과할 수 없었던 것이다. 효종부터 현종, 숙종의 3종의 혈맥부터 구구절절 당쟁의 역사가 기술된다.


결국 사도세자의 죽음은 당쟁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이다. 붕당들의 갈등에서 노론의 저항을 받은 사도세자를 영조는 세자의 자리에서 폐하는 것으로 맺지 못하고, 죽음에 이르게 한다. 그것도 뒤주에 가두어 죽이는 특이한 방법으로... 누가 보아도 아버지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에 지나치게 영향을 받아서 그저 그렇게 생각해 버리게 된 것이다.


한중록은 혜경궁 홍씨가 늙어서 자기 친정을 옹호하기 위해 쓴 거짓으로 가득한 문서라 보아야 할 것이다. 실록의 구석 구석에서 사도 세자는 성군이 될 만한 자질을 가진 세자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역사학자라면 마땅히 일상적인 편견을 불식시키고 역사적인 사료들에 입각해서 역사상의 사실이 과연 어떠하였던지, 실증적 입장에서 고찰할 필요가 있다. 우리 역사에는 너무도 감상적인 것들이 지나치게 사실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지 않은가. 악녀 장희빈이 그렇고, 파렴치한 삼촌 수양대군 세조가 그렇지 않은가. 내가 세사한 내용까진 모르는 역사 속의 어떤 점에선가는 우리가 감상적인 사극에서 볼 수 있는 일상적인 관점이 오류를 품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 해 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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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4-11-28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공...님의 리뷰를 읽고 구입하려고 알라딘에 갔더니..절판되었다는...ㅠ.ㅠ

미완성 2004-11-29 0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덕일님 책 중에 처음 읽은 게 바로 요책이었습니다. 아주 흥미로웠지요.

권력 앞에 가족 없다, 는 표어가 머리 속을 휙휙 지나가고..젊은 시절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을 몇 번을 넘긴 끝에 결국 왕위에 오른 정조의 모습이 그려져 눈물이 솟았던 밤이 기억납니다. ^^

글샘 2004-11-29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이런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 보셔야 해요. ^^

사과님... 힘겨웠던 임금들의 이야기였지요. 저는 울진 않았는데요...

marine 2004-12-01 0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는 역사에 관심이 아주 많은데요, 이덕일은 실록을 잘 분석해서 대중을 위해 흥미로운 역사 에세이를 쓰긴 하지만 가끔 보면 지나치게 한쪽으로 편중됐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도 몇 년 전에 이 책을 읽었는데 (막 나왔을 때 읽었으니까 벌써 한 8년 됐을까?) 솔직히 이덕일의 관점에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의문점을 풀기 위해 한중록까지 읽어 보고 다른 역사서들도 읽어 봤지만, 사도세자에게 문제가 있었던 건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비로그인 2005-02-04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중록은 혜경궁 홍씨가 나이 들어 회고록 형식으로 쓴 책인데요, 그의 아버지가 사도세자를 죽게한 여당의 우두머리였으니 객관적인 서술이라 보기 어렵지 않을까요?
 
오프라 윈프리 - 빈민가의 못난이 방송계의 신화가 되다, 나도 이렇게 되고 싶어요 16
이창숙 지음, 안창숙 그림 / 파란자전거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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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위인전은 장군 일색이었다. 아니면 일제시대의 지사 정도... 서양의 위인은 돈을 많이 벌었거나, 뭐 그런 정도였다. 아무튼,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것이 위인전의 지상 과제이던 때가 있었다.


요즘 아이들의 위인전을 보면 상당히 다채롭다는 생각이 든다. 김유신, 이순신의 영웅일색에서 벗어나, 평범한 사람이거나 난관을 겪은 사람들이 이겨낸 이야기를 제법 접할 수 있다. 오프라 윈프리는 이미 흑인의 영웅, 성공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이름이지만, 부와 명성을 떠나서라도 그의 전기는 아이들에게 몇 가지 배울 점을 준다.


백인과 흑인 사회의 편견, 흑인들의 인권 문제, 뚱뚱하거나 유색인이라는 차별의 요소를 극복하게 된 윈프라의 이야기는 전기가 가질 수 있는 흥미거리를 모두 가지고 있다. 오프라 윈프리의 정치색이 어떤 당파를 지지하는지 나는 알 바 아니지만, 어린이들이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읽을 거리였다고 생각한다.


필 도나휴의 시애틀에서 토크쇼의 여왕이 되기까지 오프라 윈프리가 걸었던 길은 아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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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고, 안 때리고, 듣기 싫은 소리 안하고,
수업 적게 하고, 먹을 것 잘 사주는 선생님은
인기가 좋다. 그러나 그들과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더 많이 들어주고, 아픔에 함께 울어주고,
인생의 방향을 알려주고,
마음으로 이해해 주는 선생님을
아이들은 존경한다고 말한다.

- 홍주연의 <나도 튀는 교사가 되고 싶다?>
(월간《좋은교사》2004년 9월호) 중에서 -


* 처음 교단에 섰을 땐 인기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었습니다.
학생들이 많이 따르는 선생님들을 뵈면 은근히 부러웠지요.
작년 가을에야 겨우 그 생각을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의 마음을 읽고, 이해해 주고, 그애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을 실어주는 선생님으로 서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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