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페포포 투게더
심승현 지음 / 홍익 / 2003년 10월
평점 :
절판


늘 반복되는 일상들은 마침표와. 말줄임표와... 물음표 투성이????지만, 가끔은 누구에게나 느낌표!의 순간이 올 때가 있다. 어느 날 아침 갑자기 보이는 세계. 그렇지만 평범한 우리들은 그런 순간들을 놓쳐버린다. 아무 가치도 없는 일을 하는 데 바빠서.

하루 정도 출근을 안 할 수도 있고, 꾀병을 부릴 수도 있고, 학교를 안 갈 수도 있는데, 마치 그러지 않으면 큰일 날 듯이 우리는 살고 있다. 그 중요한 느낌표를 만났을 때 조차 말이다.

그렇지만 파페포포의 작가 심승현씨는 그 순간을 기록하는 재주를 가졌다. 사실은 큰 재주도 아니지만, 우리에겐 없으니 소중한 재주랄밖에.

누구에게나 사랑의 순간이 스치고 지나가기도 하고, 허전함에 아쉬워하기도 하고, 자신의 모습을 부정하다 부정하다 지쳐 잠이 들기도 하고, 나의 환경이 남보다 못함에 비틀어지기도 하고, 가끔은 자랑스러운 자기 모습과 부끄럽기만한 그림자를 바라보기도 한다.

부모님과 친구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상처를 받기도 하며, 뭔가 중요한 일을 위해 산다는 의욕에 젖어 잠이 깨는 날도 있고, 이렇게 살아서 무엇하나 하면서 우울하게 잠속으로 빠져 드는 날들도 있는 법이다.

파페포포의 작가는 꿈이 그다지 화려하지 않다고 적고 있다. 그렇지만 그가 가진 재주(남들이 쉽게 잊고 쉽게 놓쳐버리는 순간을 기록하는)를 파스텔톤으로 깔끔하게 그려내는 삶이 그의 날들을 화려하게 만들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

작가의 부단한 기록과 아름다운 결과물들을 기대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 - MBC 느낌표 선정도서
김주영 지음 / 문이당 / 2001년 4월
평점 :
절판


아버지 없는 가정. 요즘은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지만, 예전엔 가장이 소중하던 때가 있었다. 아버지가 없으면 어머니가 가장이 되던 시절. 가장이던 어머니와 철부지 두 아이의 이야기가 재미있는 수채화로 그려진다.

매카시의 피보라가 불어치던 독재 시대를 살아내기에는 울도 담도 없던 살림들이 너무도 허접했던 시대. 사는 것만도 힘겹게 겨우겨우 살던 시절. 그 아름답던 시절을 흑백사진으로 담아내는 김주영의 말투는 조용조용하다.

삼손과 이발소 거울, 이유도 모르게 사라진 편지의 주인공 여선생, 가난해서 거짓말을 하던 순애... 이런 이름들이 엮어 내는 이야기들은 재미있도록 찰지다. 다만 아쉬운 점은 세상은 이렇게 큰 일이 일어나더라도 흐지부지 돌아가는 일이 많지만, 소설이라면 각 소재들이 탄탄하게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어야 할 것인데, 그 찰진 소재들이 별 연관성 없이 흐트러진 것이 김주영 소설의 단점이라 하겠다. 삼손과 시계포 주인의 갈등과 최영순 선생의 편지가 빚어낼 파장은 역사적 몰이해와 겹쳐 흐릿한 결말로 흩어져 버린다. 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는 무슨 말인지도 모를 화두와도 같은 제목을 소설에, 그것도 이것처럼 성장 소설에 붙인다는 것은 그럴 듯 해보이지만, 사실은 별것 아닌 것을 가리기 위한 위장, 은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완상의 다시 한국의 지식인에게 당대총서 11
한완상 / 당대 / 2000년 4월
평점 :
품절


한완상. 하면 민중과 지식인의 저자로 먼저 떠오른다. 그분의 강의는 숱한 예들로 재미있었고, 그분이 교육부장관 할 때는 실망스럽던 기억들.

80년대의 최루탄 냄새로 기억나는 그 이름을 새삼 읽는데, 세상은 많이 바뀌었지만 개혁이란 과제는 그대로이다.

냉전의 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제 3의 길을 모색하던 시기에도 우리는 "개혁"을 이루어내지 못했다. 그 사이 보수 꼴통들은 타워팰리스를 짓고, 견고한 성을 지키기에 급급하다.

이 시대의 지식은들은 앙가주망(engagement)에 얼마나 당당한가. 게오르규의 25시에 나오는 잠수함 속의 토끼처럼 불의에 대항하는 바로미터로써 지식인이 쓰이고 있기나 한 것일까.

한완상 교수의 삶의 조각조각들이 모인 책인데, 개혁에 대해 적은 부분은 상당부분 동감이 간다. 그러나 잡문들을 너무 한꺼번에 엮은 것은 책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 같고, 하드커버로 둘러친 성곽은 그도 이제 개혁을 이야기하는 성주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그는 개혁을 시대적 소명이라고 하면서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어렵다. 막강한 반개혁세력에 효율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개혁의 주체는 하나의 시스템으로 효율성있게 작동되어야 한다. 개혁좌절과 냉전 구조의 관계를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는 논지를 편다.

한국에서 근대화의 논리는 효율성을 억제하는 기능으로 작용해오고 있다. 박근혜 공주를 보면 그 논리의 허구성을 알 수 있다. 대형 승용차가 즐비한 천막 당사의 모습. 그리고 우리는 반개혁, 가해자 세력을 처벌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그리고 선안정 후개혁의 논리에 맞서야한다. 경륜과 전문성의 논리 말이다. 언제 우리에게 경륜을 쌓을 기회를 주었나? 미국유학파가 쌓아올린 경륜의 타워팰리스와 신자유주의에 빌붙은 전문성의 성곽에 해자를 파고, 민중들과 강고하게 대치하는 그들의 모습은, 마치 조선말 동학농민군을 일본군을 시켜 몰살시킨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개혁의 몸통과 날개를 이야기하는 그는, 개혁의 틈바구니에서 개혁이 얼마나 불가능할 정도로 강고한 적에게 저지당하고 있는가를 익히 경험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쓰던 당시만 해도 그는 아직 순수한 학문적, 학자적 양심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개혁의 몸통은 원칙과 비전에 충실해야하고, 개혁의 날개는 실용적 지식과 화합에 효과적으로 기능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기억한다. 전교조 이수호 위원장과 한완상 교육부장관이 만났던 자리에서 '알고보면 교육부장관이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적은지 모른다'고 하던 그 나약하던 거짓말쟁이의 모순을. 책에는 실용적 지식과 화합을 이야기하면서 실제로는 무기력한 테크노크라트로 전락한 시대의 비운을.

그는 장,중,단기 개혁의 청사진이 필요하고, 전투를 지휘할 개혁상황실이 필요하고, 몸통과 날개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작동시킬 필요가 있다고 힘주어 말하지만, 지금의 대통령으로서도 이럴 능력이 없음이 밝혀졌다. 우리는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가. 만델라와 같은 비전과 소신과 사랑을 가진 대통령을 기다리기 까지는... 대통령이 그것들을 이뤄주길 바라는 것 자체가 허상일 지도 모른다.

마땅히 변화되어야 할 것들은 온고의 이름으로 보존되어 가며, 변화되지 말아야 할 소중한 것은 지신의 이름으로 훼손되어 가는 현실. 냉전은 사라졌지만, 아직도 이 땅은 냉전근본주의가 판을 치는 동토의 제국이 되어 개혁의 백일몽을 꾸고있는 것인가.

솔직히 별표 넷도 그분에 대한 추억의 향수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항상 자기의 진로를 찾아 멈추는 일이 없다.

스스로 움직여 다른 것을 움직인다.

장애를 만나면 그 세력을 몇 배로 한다.

스스로 맑으려고 하고 다른 것의 더러움을 씻고 부탁을 가지지 않고 받아들인다.

양양한 대해를 채우고 비가 되고 구름이 되고 얼어서 영롱한 얼음이 되지만 그 성질은 잃는 법이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정운영의 중국경제산책 탐사와 산책 3
정운영 지음, 조용철 사진 / 생각의나무 / 2001년 12월
평점 :
절판


중국인은 한국인을 멸시한다. 일본인은 부국으로 인정한다.

한국인은 일본인을 동반자적 관계로, 중국인을 멸시한다. 후진국 국민으로.

대충 내가 주워 들은 바로는 이렇다. 내가 학교다니면서 배운 중국은 중공이었고, 내가 대학 졸업 후 배운 중국어는 대만어였다. 그 당시는 중공과 수교를 맺기 전이었으니...

중국은 변하고 있다. 우리가 뒷걸음질치는 동안 펄쩍펄쩍 뛰고 있고, 아직도 뒷심이 남아 보인다. 우리는 이제 지쳐서 헐떡거리고 있는데... 정신력으로 버텨야 할 순간인데...

이 책을 읽으면서 부러웠던 중국에는 정신적 지도자가 있었고, 철학이 있었다. 중국인들이 믿는 미래에는 사회주의를 유지하면서 시장경제를 도입하는(말도 안 되는) 철학을 갖고 있었다. 지도자에 대한 믿음. 미래에 대한 희망. 이것이 국가를 유지하는 힘이 아닐까.

차떼기당이 집권해선 안되니까, 여당으로 만들어줬더니 국회에서 맨날 쌈박질이나 하는 후진국 정치를 본의 아니게 듣게 되는 우리나라의 시각은 몇 시일까? 아직도 한 밤중이다. 중국인들은 곧 해가 떠오를 것을 대비해서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출근 준비하는 이 시각에...

남녀평등도 실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경제적 발전도 도모되는 듯 한데...

그러나, 실제로 거기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체감 부패도, 발전 가능성은 또 다른 것 같다.

경제를 객관적으로 본다는 것이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마오쩌뚱의 방법론적 오류와 인간적 실수를 용서할 수 있는 여유와, 시장과 이윤은 부르되 자본과 자본주의는 막는다는 일견 모순되면서도 일견 너그러운 거인, 중국을 나폴레옹은 잠자는 거인에 비유했다. 그를 자게 하라고... 그가 깨면 세계가 떨 것이라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