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돌 교수의 '나부터' 교육혁명
강수돌 지음 / 그린비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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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돌, 이름도 참 촌스럽다. 수돌이. 그리고 그는 촌에 산다. 촌으로 이사가서. 참 촌스런 생각이다. 좋은 말로 하면 친환경적인 이름이고, 친환경적 삶을 영위하고 있다. 친환경 하니깐 뭔가 있어보이지만, 사실 우린 예전에 모두들 촌스럽게 살았고 친환경적으로 살았다.

그의 글은 참 맘에 든다. 뭐니뭐니해도 그에게는 플랜이 있으니깐. 우리 나라에 가장 없는 것이 바로 '플랜'이고 '청사진'이다. 미래가 없다. 특히나 교육에 있어서는... 교육은 백년지 대계라고 했는데, 우리가 해방되고 나서 생긴 근대식 학교는 군대식 학교로만 남았고 교육과 대계는 없었다. 소계조차도 없었고, 늘상 두들겨 맞는 데 이골이 났을 뿐이다.

아이들이 행복해야 사회가 행복하다는 지론을 갖고있는 아름다운 사람이다. 아이들의 무거운 책가방을 보고는 시지푸스의 바위를 생각하는 그는 정말 영혼이 맑은 사람이다.

우리 사회가 진정 필요로 하는 사람은 남을 디디고 올라가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이 아니다. 슬기로운 눈으로 사람과 자연, 사회를 꿰뚫어 보고 더불어 건강하게 사는데 문제가 있다면 힘을 합해 고쳐나가는 창의적인 사람을 길러야 한다는 것에도 동의한다.

고압적이던 문교부를 교육부로 바꾸고, 이젠 교육의 상품으로 제조된 인적자원을 관리하는 교육인적자원부를 나처럼 아주 맘에 안 들어하는 것도 맘에 든다. 그들의 수직적 학교 모델은 인간을 중심에 두는 수평적 관점으로 바뀌어야 한다는데, 그들은 바뀔 생각이 추호도 없다. 나부터 바뀌는 수 밖에...

80/20 법칙을 이야기하면서 나는 20%를 존중하던 교사가 아니었던가. 사고치는 20%에게는 억압의 기제를 발동하고... 성적올리는데 유능하고, 자상한 선생님의 대증요법에 힘을 쓰면서 스스로 자위하고, 근본적인 변혁에는 게을렀던 나부터 바꾸지 않고는 교육에 변화는 없다는 것.

신창원이 한 말도 명언이다. "영웅도 악마도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내가 악마를 만들지 말아야 할텐데... 영웅은 만들지 못하더라도.

그의 청사진들을, 제발 제도권에서 우리 목소리들을 들어 줬으면 좋겠다. 우리 교육엔 미래가 없다. 

일류대학강박증, 조급성, 그리고 옆집아줌마. 이 세가지를 극복하자는 것이 그의 청사진이다. 내가 보기엔 시간이 더 필요하다. 30년 전의 레드 컴플렉스를 이만큼 극복하기에 우리는 너무도 아팠듯이, 건강한 삶의 주장이 뿌리내리는 데 적어도 삼십 년 이상은 걸릴 것이다. 나는 앞으로 이십 오 년 정도 교단에 더 있을 수 있다. 내 작은 힘이나마 청사진의 토대에 보태야 할 것이고.

2002년 11월 8일에는 한 초등학교 5학년 어린이가 "아빠는 2일 동안 20시간 일하고 28시간 쉬는데, 나는 27시간 30분 공부하고 20시간 30분 쉰다. 내가 왜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어른보다 더 공부를 해야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글을 남기고 목을 맸다.

가만히 있어서는 이런 아이들이 계속 나올 것이다. 건강한 교육을 위해 무언가 시작해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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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l, today is the first day of the rest of your life.

자, 오늘은 앞으로 남은 네 인생의 첫날이다. 랜스 암스트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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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 증보판 리라이팅 클래식 1
고미숙 지음 / 그린비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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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미는 자기가 박사이며, 박사란 시시한 것임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노마드와 리좀의 설명을 붙여 열하일기 사랑을 합리화한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면, 유쾌한 씨의 독후감이 어설프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역시, 그미는 국문학 전공자는 아닌 것이다. 아무리 박사라 해도. 정민 선생님의 연암 박지원 이야기가 원전을 섬세하게 설명하고 있는 반면, 그미는 자기의 문체를 문체반정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마지막의 연암과 다산의 비교에 가서는 박사 풍의 이야기가 주절주절 늘어서 있는 것을 어찌할 수 없다. 고전을 리-라이팅한다는 것은, 새로운 시각으로, 자기가 늘어놓고 싶은 언설만을 늘어놓는 것을 뜻해서는 안된다.

물론, 이 작가의 위트는 뛰어난 점이 있다. 그 험악한 중원과도 비견할 만한 열하일기의 인물들을 재미나게 엮어내는 것(등장 인물 캐리커쳐가 이 책의 백미라고 생각한다.)은 여느 서적에서 찾기 어려운 경쾌함이 묻어난다. 그리고 핵심을 뽑아낼 줄 아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이 글은 열하일기를, 연암을 바로보게 하기에는 어설프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다. 물론 연암의 호모 루덴스적 위치가 열하일기를 낳았고, 포복절도하게 하는 유머와 함께 날카로운 패러독스의 텍스트임은 분명하지만, 연암의 소품문들에 대하여 좀더 자세히 다뤄 주었더라면, 훨씬 친절하고 유익한 책이 되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는단 거다.

'이명과 코골기' 이야기는 연암을 읽기 좋은 이야기다. '자기가 혼자 아는 것은 언제나 남이 알아주지 않아 걱정이고, 자기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것은 남이 먼저 앎을 미워한다. 이명은 병인데도 남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하고, 코골기는 병이 아닌데도 남이 일깨워주는 것에 성을 낸다. 그러므로 이몀을 듣지 않고 내 코골기를 깨닫는다면 작가의 뜻에 거의 가까워질 것이다.'

변이와 자유의 인간, 이 책을 읽으면서 '그리스인 조르바'가 읽고 싶어졌다.

"자네, 길을 아는가. 길이란 어려운 것이 아닌세. 바로 저 강 언덕에 있는 것을. 이 강은 바로 저와 우리와의 경계로서 언덕이 아니면 곧 물이지 무릇 세상사람의 윤리와 만물의 법칙은 마치 이 물이 언덕에 제함과 같으니 길이란 다른 데서 찾을 게 아니라, 곧 그 사이에 있는 것이다."... 장자의 한 마디."나는 장차 재(才)와 부재, 쓸모 있음과 쓸모 없음의 사이에 처하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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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10-11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MICHELLE 2005-02-09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동감입니다.
책을 다 읽고나서 남는게 하나도 없고, 새로 배운것도 없고, 그냥 개인의 독후감을 읽은 듯해서 굉장히 억울했어요. 과장광고에 속은것이 특히 불쾌했고 시간이 아까웠다면 돌 맞아 죽으려나? 그시간에 차라리 내가 혼자 공부해서 즐기는게 나을 듯....

글샘 2005-02-10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스트 모던 시대의 이익과 손실 중, 이득이라면 어려운 텍스트를 손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이고 손실이라면 귀중한 텍스트를 설렁설렁 넘기게 되는 거 아닐까 합니다. 이익의 텍스트를 얻을 수 있도록 안목을 높일 필요가 있는 거겠죠?
만나서 반갑습니다.
 
루돌프 슈타이너의 인지학과 발도르프학교
정윤경 지음 / 내일을여는책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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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너는 요즘 읽은 사람들 중 가장 위대한 사람이다. 그의 책을 읽어나갈수록 무한한 상상력이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그는 신비적 감정이 아닌 분명한 개념을 통해 정신적 영역에 도달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정신의 영역을 신비의 요소로만 보려하지 않고 과학적 개념의 틀을 세우려 한 것이다. 이 점 어제 읽던 성철 스님과도 통하는 면이 있다.

우리 몸은 세 요소로 이루어지는데, 신체는 유전 법칙에 지배되며, 영혼은 자기 창조적 운명에 따르고, 정신은 불멸하여 끊임없이 지상의 삶을 반복한다. 신체는 물질체, 에테르체, 아스트랄체로 이뤄지고, 영혼은 감각혼, 오성혼, 의식혼으로 구성되며, 정신은 정신의 물질체, 정신의 에테르체, 정신적 자아로 짜여져 있다. 이 책과 성철 스님의 책을 나란히 읽는 와중에 참 비슷한 점이 많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슈타이너의 책에도 윤회(reincarnation)와 카르마(Karma)가 나오는 것.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무엇인가 이유가 있고, 그 이유와 관련해 세상 속에서 자신의 정확한 위치를 찾으려고 노력해야 하며, 아이들은 우주적 존재이고, 아이들이 발달해 가는 과정 속에서 인류와 우주 전체의 진화 과정을 발견할 수 있게 하는 것을 교육이라고 그는 말한다. 이것이야말로 불생불멸의 인간을 이야기한 불교와 명확히 합치하는 점이 아닌가.

학생들이 개성을 잃어버린 것은 진정한 교육은 사라지고 고된 학교생활만 있었기 때문이어서, 새로운 학교, 인간교육을 지향하는 학교라면 교사 교육의 개선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 슈타이너 교육 철학의 백미라고 생각한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는 말은 우리가 숱하게 들었지만, 결국 우리 사범대학에서, 또는 교대에서 진정으로 학생에 대한 이해를 가르친 적은 없지 않았던가. 인간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교사가 어떻게 '영혼을 위한 교육 활동'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교육을 중심에 두지 않고, 교육 인적 자원을 중시하는 물신숭배 사상이 팽배한 대한민국에서, 인간을 목적으로 보지 못하고 물적 자원 차원의 수단으로 보는 현실인데, 교육이 자유로운 정신 생활을 가르치고, 정치 경제 논리에서 벗어나 자율성을 가질 수는 없는 것이 아닐까. 사립학교라고 한들 공립학교와 다른 것이 전혀 없는 우리의 현실을 누가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사립학교에서 신입생을 뽑는 것에 감놔라 배놔라 한다면 그것이 어이 사립학교란 말인가.

우리나라에도 발도르프 이상의 학교가 생길 때가 되었다.

나는 생각한다. 말을/ 나는 말한다./ 나는 말했다./ 나는 추구한다, 정신 안에서 나를./ 나는 느낀다. 내 안에서 나를./ 나는 지금 정신 세계로, 나에게로 가는 중이다.

이런 생각을 염두에 두고 수업을  시작하는 선생님과 학생이라면 수업에 더 열중할 수 있지 않을까. 나의 소중함과 내가 지금 하는 행위가 얼마나 고귀하고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고 교육에 몰두한다면.

나는 슈타이너의 '기질론' 읽기를 좋아한다. 기질이란 태어나기 이전의 정신세계에서 가져온 것으로 부모에게 물려받은 유전적인 요소가 많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자아가 강한 담즙질, 아스트랄체가 우세한 다혈질, 에테르체가 성한 점액질, 물질체가 강한 우울질.

이 기질들은 아이들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를 따지는 대신에 아이들의 주된 기질이 무엇인지를 묻고, 그 주된 기질을 상반된 기질을 권함으로써 바꾸려고 하기 보다는 가지고 있는 기질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에 대해 교사와 부모는 심각하게 고려해야하는 것이다. 결국 기질론은 학생을 단정, 재단하여 분류하는 결과를 낳아서는 안되며 현재 아이들이 드러내는 서로 다른 모습을 이해하는 단서임을 강조하고 있다.

모든 잠은 깨어나기 마련이므로 자고 있는 상태의 의식을 보이는 아이들 역시 적합한 교육을 통해 잠자고 있던 의식을 깨어나게 할 수 있다.

교육은 과학이라는 지식 체계 아닌 예술이다. 그래서 학생은 전체와 균형과 조화로서의 전인교육이 되어야하며, 여기서 교사는 예술가의 역할을 담당한다. 교육의 내용은 삶과 통합되어야 하고, 삶과 유리되지 않은 내용이어야하며, 예술적이고 실제적인 포괄적 통합적 내용을 담보해야 한다.

자유로운 정신으로서의 교육, 빈부의 격차를 재생산하는 구조로서의 교육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슈타이너 교육의 학습은 필수과정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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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해요. 고마워요. 잘했어요.
당신밖에 없어요. 도와 드릴게요.

잘 될거예요. 믿음직스러워요.
당신 곁에는 항상 제가 있을게요.
어려울 때 말씀하세요. 도울게요.

이해하세요. 그 사람들이 몰라서 그래요.
속상해하지 말아요. 제가 알잖아요.  


- 리처드 칼슨의 <유쾌한 부부심리학>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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