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터에서
김훈 지음 / 해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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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거칠고 멀다. 의미망은 서걱거리고 단절적이다. 그리고 문체는 건조하고 의미없는 반복으로 가득하다. 사는일이 그러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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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 잡초야 - 야생초 편지 두 번째 이야기 야생초 편지 2
황대권 글.그림 / 도솔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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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상처가 치유되고 나서

새롭게 성장하는 게 아니라

상처를 안은 채

성장하는 것.(232)

 

트라우마라는 말이 있다.

광주의 공수부대를 떠올리면 트라우마가 떠오르고,

세월호 갈앉던 그날을 떠올리면 머릿속이 하얘진다.

황대권이 1975년부터 감옥생활을 했던 날들을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트라우마 그 자체일 것.

 

야생초 편지가 감옥 안에서

그야말로 절제된 - 아니 통제의 극단에서 발생한 예술이었다면,

이 책은 그 후,

그가 생각한 것들을 쓴 글이다.

 

그의 생각은 하나도 어렵지 않다.

그렇지만, 그의 삶은 참 어렵다.

얼마 전 돌아가신 물대포로 인한 '병사' 백남기 농민과 같다.

 

사람들로부터 칭찬받는 한,

언제나 네가 아직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 게 아니라

타인의 길을 가고 있다고 믿어야 한다.(니체, 280)

 

빈집에서 만난 글귀라 한다.

 

그이의 삶을 생각하면 참 애잔한데,

신영복과 함께 감옥의 문학을 펼친 이들인데,

이제 '잡초'같은 자신의 삶 조차도 고맙다고 여길 수 있는 그의 글들은 참 짠하다.

 

백남기 농민이 자식들 이름을 도라지, 민주화, 백두산으로 지은 그 마음을 읽을 수 있을 듯도 했다.

세상은 참 더러운데,

하늘 참 파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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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블 이야기
헬렌 맥도널드 지음, 공경희 옮김 / 판미동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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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죽음으로 헤매던 여성이 참매 기르기를 통해 성장하는 이야기이다.

책이 나왔을 때 광고가 많았던 데 비해, 이야기는 너무 자세했다. 그래서 읽는 데 오래 걸렸다.

 

매사냥은 나를 인간이라는 사실의 끝자락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그 지점을 지나서 인간이 아닌 어딘가로 나를 데려갔다.

비행하는 매,

매를 쫓아서 달리는 나,

깊고 구불구불한 무늬를 이루는 땅과 하늘이

과거나 미래 같은 것을 철저히 차단해서,

앞으로 30초만 중요할 따름이었다.(309)

 

이런 깨달음은 경전처럼 읽히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메이블도 죽는다.

이 책의 마지막 역시 쓸쓸하다.

 

아버지가 떠난 후 이 세상에서 나는 법을 가르쳐 준 나의 아름다운 참매 메이블은,

아스페르길루스에 감염되어 사라지고 죽은 것들이 사는 어두운 숲으로 옮겨졌다.

지금, 메이블이 많이 그립다.(445)

 

어떤 이유에서든 살면서 사랑에 빠진다.

그렇지만 그 사랑은 영원할 수 없다.

사랑하는 사람은 못 만나서 괴로운 법이니...

사랑으로 사랑을 잊으려는 일은 어리석다.

 

매의 기분은 병적이었다.

참매는 도무지 합리적이지 않았다.(185)

 

아마, 반려동물로서는 최악의 파트너가 아닐까 싶다.

'메이블'이라는 사랑스럽다, 귀엽다는 뜻의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게,

길가에서 매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자들은 늘 '아웃사이더'였단다.

그렇지만 매를 기르면서 쓴 기록은 인간의 고독을 기록한 것이기도 하다.

 

매는 내가 되고 싶은 모든 것이었다.

혼자이고 냉정하며, 슬픔에서 자유롭고, 인생사의 아픔에 둔했다.(142)

 

글쎄다. 이 책을 읽어본다면, 작가가 반드시 그러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런 자세를 배우려는 마음은 읽힌다.

 

나는 아예 보이지 않게 되어야만 한다. 한번 상상해 보기를...

당신은 어두운 방에서 주먹에 매를 얹고 앉아있다.

매는 움직이지 못하고, 최대한 잡아당긴 새총처럼 흔분하고 긴장한 상태.

매의 커다란 가시같은 발 밑에 날고기가 놓여있다.

나는 매로 하여금 내가 아니라 고깃점을 보게 하려고 애쓰는 중.

쳐다보지 않아도 매의 시선이 겁에 질린 채

내 옆모습에 쏠려있다는 것을 안다.

내가 들을 수 있는 소리는

매가 눈을 깜박일 때 나는 촉촉한 턱- 턱- 턱 소리 뿐이다.(114)

 

참 섬세한 관찰이고,

저 촉촉한 턱턱,소리로 매와 화자 사이의 긴장이 그대로 전달된다.

 

아픔을 이기는 법의 하나의 기록이다.

큰 아픔을 닥친 사람이라면,

한번 읽어볼 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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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접한 꽃들의 축제 - 한형조 교수의 금강경 소疏
한형조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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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는 트인다, 소통한다는 의미의 한자로,

한문 경전을 글자를 짚어가면서 문리가 트이도록 설명하는 글이다.

중요한 것은 해석이 아니라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는 일이어서,

이런저런 사람들의 해석을 도모하기도 한다.

 

금강경을 사경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소의경전이라 할 정도로 그 내용이 심오하다 할 것이다.

 

이 책의 주제는 결국, 니가 부처니 그것을 깨달으면 세상은 극락 찾을 것도 없고,

결국 니가 살아가는 그 일이 제일 소중한 것이여~ 하는 말이렷다.

그렇지만, 일상은 늘 '나'를 힘들게 하고, '나'를 시험에 들게 하는 곳이다.

 

불교의 원리는 기독교처럼 '시험에 들지 않게 하여 주시옵고' 하고 주님에게 비는 것이 아니라,

나를 시험에 들게 한다는 생각 자체가 나의 생각이 만들어낸 망상이다~ 이런 깨우침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아큐의 '정신적 승리법'일 때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우리가 '나'라고 부르는 것들은  실체라기보다

감각과 정념, 관심과 인식, 기억과 편견을 토대로 부풀려지고 증폭된 어떤 것.

그래서 자아의 관념이 실체 없는 환상이라고 말하는 것.

이 저간의 소식을 한마디로 '공'이라고...(150)

 

그러하다.

인간이 다른 인간종을 말살시키고 자기만 살겠다고 다투는 데는 그런 관념이 배경이 된다.

 

분별은 이 세계 전체의 고통을 산출하는 무지의 핵심이다.(콘즈, 153)

 

혜능의 설명은 일반인과 수련자에게 다르게 닿기도 한다.

아무튼 금강경은 이 험한 세계의 바다를 건네주는 '뗏목'으로서 가장 큰 것이다.

'반야심경'이 요점정리 암기본이라면, '금강경'은 정석이고 개념원리인 셈.

 

금강경이 반야심경과 달리 체계적이기보다는 설득적, 반복적.

뗏목이기에 목적은 일깨우는 것.

근기와 상황을 고려하여 같은 얘기를 다른 방식, 다른 어법으로 하는 방편.

불교는 도그마가 아니다.(235)

 

하나님 붙들면 도그마가 된다.

 

어떤 궁금 많은 학생이,

"세상은 끝이 있는 것이냐, 없는 것이냐.

시간은 무한하냐, 세상은 누가 만들었냐?"는 질문에 붓다는,

"화살에 맞은 사람이 당장 해야 할 일은,

화살을 뽑고 독을 치료하는 것이다

쏜 사람의 피부색이 검은지, 밥은 먹고 왔는지는 알아서 무엇하려느냐?고 대답.(195)

 

인간은 자신의 감옥에서 갇혀 사는 수인이다.

 

자신의 감옥에서 벗어나,

관자재, 자유롭게 사물을 보게될 때,

전혀 기대치 않던 곳에서 여래와 관음의 얼굴이 떠오를 것.(213)

 

뗏목을 포스트 모던의 어구를 빌려 '썼다 지워야' 하는 물건(245)이라 했다.

 

글자에 얽매이면 살 수 없다.

그래서 자유로워지는 길을 매 순간 공부해야 한다.

 

진리의 수행은 다음 윤회에서 좋은 곳에 태어나기 위한 보험이나 적금이 아니다.

그것은 그야말로 지금 여기 마주친 생사, 그 큰 바다를 건너기 위한 뗏목이다.

한사코 부여잡되, 저 언덕 기슭에 닿았다 싶거든, 버려라.

그래야 계속 길을 갈 수 있다.(혜능, 270)

 

금강경을 겨우 한 번 사경했다.

반야심경은 사경이 쉽고, 읽으면서 스물 몇 자의 없을 무와 빌 공을 되뇌게 되면서 마음을 갈앉히는데 좋다.

금강경은, 수보리를 여러 번 써야 하고, 어의운하리오... 어떠냐... 이런 말들을 쓰자니 거리는 멀다.

그렇지만, 금강경은 말이 금강경이지, 이것은 진리의 글자가 아님을 깨닫기에는 훨씬 직설적이다.

 

금강경이 서른 꼭지가 넘지만, 핵심은 맨 앞의 서너 챕터에서 다 드러났고,

계속 부연 설명임을 이 책은 잘 보여주고 있다.

중요한 것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의 매니큐어를 품평하지 않는 자세다.

달을 우러를 수 있으면, 한 생 잘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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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나가의 셰프 10
카지카와 타쿠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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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10권까지 나와있는 요리 만화. 그런데 시대적 배경이 일본의 전국 시대여서 오다 노부나가의 인격이 강조되어 있고, 그와 함께 사루로 불리는 히데요시와 시대를 닫는 도쿠가와까지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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