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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막
스테판 M. 폴란 지음, 조영희 옮김 / 명진출판사 / 2003년 8월
평점 :
절판
우리가 사는 매일매일이 2막이다.
우리가 태어난 것 자체가 서막이었고, 하루하루가 새로운 인생인다.
어제 내게 있었던 것으로 여기던 머리카락과 세포들은 오늘 아침에 세면대를 향해서 쿨컥쿨컥 소리를 내며 죽어갔으니, 내게 있던 같은 것이 아닌 새 것이 나를 대신해 간다. 먼 훗날 내 얼굴에 늘어난 주름과 희어진 머리칼을 헤아리며 제2막을 준비한다면 이미 그 새로운 막은 내 인생에 큰 충격일 것이다.
그러나, 나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맘껏 하고 싶을 때가 있고, 그런 걸 적고 싶을 때가 있다.
피아노를 정말 그럴 듯하게 연주하고 싶고, 플룻도 잘 불고 싶다. 그리고 외국에 나가서 맘껏 걷고 싶다. 한비야처럼. 그들의 삶은 누추할수록 안심될지도 모른다. 난 별 달린 호텔에서 자는 게 너무 아깝다. 전에 경주 힐튼 호텔의 물 500cc가 4000원에 부가세 400원 붙은 걸 보고 4400원이면 가난한 사람들 수십명이 끼니를 때울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많이 걷고 싶고, 자유를 느껴 보고 싶다. 물론 불안하겠지만, 돌아오고 싶겠지만, 열사의 사막 비슷한 데라도 가고 싶다.
가족이 가로막을지도 모르고, 돈이 부족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거창고등학교 직업 선택의 십계명에 나온대로 가족과 아내가 가로막는 길은, 의심하지 말고 가라. 단두대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서슴지말고 가라.는 말을 떠올리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도 싶다.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것은 아침에 새벽반 영어회화반에 다니고 싶다. 수영장도 다니고 싶고. 그리고 다섯 시에 퇴근해서 가끔은 커피 마시면서 지는 해도 보고 싶고, 아들과 자전거도 타고 싶다.
매일매일 새 인생을 살아야 하는데, 매일매일 피곤에 찌든 수동적이고 즉자적인 내 형이상학적 피로는 오늘도 2막을 읽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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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구절은 정말 좋다. " ... 열린 문을 통과했을 때 나타나는 것은 막다른 길이 아니다. 인생이라는 여정에서 막다른 길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어떤 문을 통과하든 반드시 다른 문이 나타날 것이라고 믿고 안심해도 좋다. 우리는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실패는 우리가 움직이지 않고 있을 때만 찾아온다. 우리가 인생을 돌이켜볼 때 뼈저리게 후회하는 것은 활짝 열려 있었는데도 들어가 보지 못한 문이다. 어느 누구도 죽음을 앞두고 "내 인생에서 기회가 좀더 적어야 했어."라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